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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7호] 2018.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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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의 과학자들]지질자원연구원의 지하수 연구자 하규철 박사

“지하수 이용량 30% 불과… 개발 여지 크다”

최준석  선임기자 

photo 최준석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지하수 연구자 하규철 박사는 “지하수를 이용해서 지하지질의 퍼즐을 풀어가는 연구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지난 7월 16일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에 있는 지질자원연구원에서 만난 그는 지하수와 지진과의 관계를 예로 들며 지하 퍼즐이 얼마나 오묘한지 설명했다. 특히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 당시 제주도 지하수 얘기를 들려줬다.
   
   동일본 대지진 직후 남과 북이 백두산 연구 관련 회담을 열었다. 폭발 가능성이 제기되는 백두산을 같이 연구하자는 취지였다. 당시 북측 대표가 동일본 대지진 직후 북한의 지하수가 출렁출렁했다고 말했다. 남측 참석자는 북측이 지진과 지하수를 연관시켜 말하는 걸 보고 상당히 놀랐다. 그날 저녁에 남측 대표로부터 하 박사에게 연락이 왔다. 우리에게도 동일본 대지진과 지하수 관련 자료가 있느냐고 물어왔다.
   
   하규철 박사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내 지질환경연구본부 지하수생태연구센터 센터장. 그는 당시 박사과정 학생과 함께 제주도의 지하수 수위를 이용하여 지진에 따른 지하수 반응을 연구하고 있었다. 그는 제주도 지하수가 3월 11일 최대 2m 높이로 출렁이는 걸 확인했다. 1500㎞ 떨어진 땅은 안 움직였으나 지하수는 크게 흔들렸다. 지진파에 따라 지하수가 움직였다.
   
   물론 어떤 곳은 지하수가 그다지 출렁이지 않았다. 지하수를 머금고 있는 대수층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하 박사는 “지하지질라는 퍼즐을 푸는 데 지하수는 좋은 단서”라고 했다.
   
   하 박사는 서울대 지질과학과 출신, 1992년 학번이다. 그는 서울대 석사과정에 들어가면서 지하수를 연구하는 ‘수리지질학’을 공부했다. 석사 때는 지하수 유동, 즉 지하수가 어떻게 흘러가고, 물의 오염이 어떻게 확산되고 줄어드는가를 연구했다. 현대모비스에서 지하수 오염 문제를 9개월 연구한 후 지질자원연구원에 들어온 건 2001년 4월. 그는 지질자원연구원 입사 후 서울대 박사과정을 밟기 시작했다. 학위는 2007년에 받았다. 논문은 전북 전주-익산-김제를 흐르는 만경강의 지하수와 지표수 상호작용에 관한 연구였다. 고등학교를 전북 전주(영생고)에서 다녔기에, 익숙한 만경강을 연구한 듯했다.
   
   박사논문은 한 연구자의 연구경력이 어떻게 시작됐는가를 보여주기에, 논문 내용을 물어보았다. “내 논문은 지하수와 지표수가 서로 연결되어 상호작용 한다는 걸 처음으로 보여줬다. 그전까지는 지하수와 지표수가 각각 서로 떨어져서 개발되고 관리되는 별도의 시스템으로 봤다. 하지만 지하수를 이해하려면 지표수를 함께 보아야 한다.”
   
   한국의 주요 강을 흐르는 물에는 지하수가 상당량을 차지한다. 여름에는 강물의 30~40%가 지하수이고 겨울에는 70%가 지하수다. 나는 이 말을 듣고 놀랐다. 강물은 빗물이 대부분인 줄 알았다. 그 정도로 많은 지하수가 강으로 흘러들어갈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에 따르면 수량이 적은 갈수기에는 지하수가 강으로 흘러나가고, 비가 오는 호우기에는 지표수(강물)가 땅속으로 흘러들어가 지하수 수위가 올라간다.
   
   지하수는 땅속에 어떤 모습으로 있을까? 물이 ‘수맥’을 따라 흐를까?
   
   “지하수는 암반보다는 충적층에 상대적으로 많이 들어있다. 토양에는 공극이라고 불리는 구멍이 숭숭 나 있다. 물이 그 구멍들에 들어간다. 토양층이라도 실트질 토양(모래보다는 입자가 가늘고 진흙보다는 굵다)에는 공극이 없어 물이 적고, 모래 자갈층에 물이 많다. 모래 자갈층에 물이 흐르면 이걸 수맥이라고 사람들은 부른다.”
   
   그는 박사논문을 쓰기 위해 전주시 덕진구 도덕동의 만경강변 충적층을 조사했다. 땅을 파보니 처음 5m는 실트질 토양이었고 그 다음 5m에서는 모래 실트가 나왔다. 그 아래 5m는 자갈과 모래층, 그 아래 5~10m는 풍화대였다. 풍화대는 암반이 풍화작용으로 쪼개져가는 층이다. 풍화대 아래는 화강암 암반이었다.
   
   
   국가지하수 DB 구축 중
   
   그는 지질자원연구원에 들어온 뒤 국가지하수 DB 구축 일에 매달렸다. 지질자원연구원은 1996년 전북 임실 지하수 지도 작성을 시작으로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작업은 국토부 주관으로 수자원공사, 농어촌공사와 함께 하고 있다. 앞으로 3~4년 후에는 이 프로젝트를 마친다. 지하수 지도 작성 작업의 핵심은 지하수를 파서 쓰고 있는 관정 정보와 수질, 지하수 수위 등이다. 하 박사는 2001년 전주·완주 지하수 DB 구축 작업부터 참여했고, 2012년에는 과제책임자가 되어 경북 의성 지하수 DB 작업을 2년에 걸쳐 끝냈다.
   
   하 박사는 “한국은 지하수를 별로 안 쓰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적으로 보면 지하수를 과다하게 퍼올려 고갈 현상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이용량이 적다는 것이다. “한국의 지하수 의존도는 전체 수자원의 11%에 지나지 않는다. 쓸 수 있는 지하수의 30%만을 사용하고 있어 앞으로 개발 여지가 크다.”
   
   그는 지하수 인공함양 과제를 2007년부터 맡았다. 인공함양은 여름철 비가 많이 올 때 지층에다 물을 저장해 물이 부족한 계절에 꺼내 쓰는 방식이다. 한국은 지역에 따라 물 부족 현상이 심하다. 가령 충남 보령댐은 충남 서해안 지역의 주요 상수원이지만 댐의 물이 말라 인근 지역 주민이 고통을 겪은 적이 있다. 하 박사는 2007년에는 제주도 지하수 인공함양을, 2009년에는 비닐하우스 수막 재배 관련 인공함양(충남 논산 왕전리 지역 연구)을, 2012년부터는 큰 하천(낙동강)의 대수층 융복합시스템을 연구했다. 2015년부터 2016년에는 산간지역 암반층 인공함양 기술을 개발했다. 이 네 가지는 모두 직접저장 방식이다.
   
   인공함양 기술은 직접저장과 간접이용으로 나눠볼 수 있다. ‘직접저장’은 땅에 관정을 파서 빗물이 지하에 들어가도록 한다. 물론 주입수 수질이 조건에 맞아야 한다. 지하수가 깨끗한 건 땅속을 흐르면서 오염물이 걸러지기 때문이다. 관정으로 주입한 빗물은 그 관정에서 일정 거리 떨어진 지점에 관정을 파서 퍼올려 쓴다.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지하수가 이동하는 동안 수질 개선이 된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간접이용’ 방법에는 지하댐 건설과 강변 여과가 있다. 하 박사는 이 같은 다양한 지역에서의 인공함양 기술 개발로 “어떤 여건이라도 지하수 인공함양 기술을 적용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했다. 지하수를 얼마나 퍼내 쓸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오래 깨끗하게 쓸 수 있는지, 그 기술을 얻었다는 것이다.
   
   현재 수행 중인 연구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적절한 지하수 이용과 개발, 관리를 위한 인프라 구축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예측기능이 결부된 통합정보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기후변화+물(지하수) 확보+지열에너지+생태’라는 네 가지 정보를 통합해서 기후변화에 충격을 덜 받는 지하수와 지열 자원을 확보하자는 게 목표다. 센터장으로 하 박사가 이 작업을 지휘하고 있다. 지하수 이야기라서 쉽게 생각하고 취재하러 갔는데 얘기를 듣다 보니 2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지하수의 세계가 그렇게 깊은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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