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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인 뉴스] 폭염과 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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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518호] 2018.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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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 뉴스]폭염과 사투

한전 재난종합상황실은 지금…

배용진  기자 

▲ 지난 7월 24일 전남 나주시 한국전력공사 본사 재난종합상황실에서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photo 임영근 영상미디어 기자
경북 일부 지역의 기온이 섭씨 40도를 넘어선 지난 7월 24일 오후 1시, 전남 나주시 전력로 한국전력공사 본사 지하 1층의 재난종합상황실을 찾았다. 반투명한 유리문 앞면에 ‘통제구역’이라는 붉은 글씨가 적혀 있었다. 안으로 들어가니 상황실 정면 벽에 커다란 스크린이 걸린 모습이 보였다. 7~8개의 서로 다른 화면으로 구성된 스크린에는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각기 다른 분야의 정보가 쉴 새 없이 나타나고 있었다.
   
   한전 본사의 재난종합상황실 스크린에는 전국 15개 한전지역본부, 41개 배전계통센터로부터 올라오는 각 지역의 발전, 송·배전계통 정보가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전국에 있는 발전·송·배전 계통도와 주요 송·배전 설비의 이상 상황부터 태풍 등 기상 상황까지 수많은 정보를 한눈에 보고 대응할 수 있다.
   
   한전은 지난 7월 9일부터 오는 9월 14일까지를 ‘2018년 하계 전력수급 대책기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본사 재난통합상황실은 2인1조 3교대 체제로 24시간 운영된다.
   
   기자가 이곳을 찾은 오후 시간에는 10명의 인원이 근무하고 있었다. 이 중 4명은 항상 유지되는 인력, 6명은 전력수급 대책기간을 맞아 다른 부서로부터 파견된 지원 인력이다. 앞줄에 앉은 상시 모니터링 인원들의 자리에는 1인당 7~8개 이상의 모니터 화면이 모두 켜져 있었다. 이들은 모두 어깨에 검은 글씨로 ‘비상대책본부’라고 적힌 주황색 조끼를 입고 있었다.
   
   정면 스크린 중앙의 가장 높은 위치에 ‘전력수급현황’이 보였다. 전력거래소가 예상한 일일 정보를 한전 시스템에 반영해 모니터링하는 것이다. 왼쪽에는 현재 전국에서 수급·사용되는 전력상황, 오른쪽에는 전력거래소가 예상한 이날 전력상황의 최고수요 전망치가 적혀 있었다. 오후 1시쯤 표시된 전력예비율은 8% 안팎이었다.
   
▲ 지난 7월 24일 오후 1시52분 전력예비율이 8%대를 기록하고 있다. 이날 예비율은 7.7%까지 떨어졌다. photo 임영근 영상미디어 기자

   한전은 전력 예비력이 500만㎾ 이하로 내려갈 경우 100만㎾ 단위로 색깔을 다르게 표시해 심각성을 알린다. 예비력이 500만㎾ 이하일 때는 초록색 ‘준비’, 400만㎾ 이하일 때는 파란색 ‘관심’, 300만㎾ 이하는 노란색 ‘주의’, 200만㎾ 이하는 주황색 ‘경계’, 그리고 100만㎾ 이하는 빨간색 ‘심각’이다. 예비력이 500만㎾ 미만으로 떨어지면 정부는 전력수급 위기경보를 발령하고 가정과 기업에 절전 참여를 호소한다. 전력수급현황판을 바라보던 박현석 한전 배전운영처 배전계통부 차장의 표정이 살짝 어두워졌다. 그의 설명이다.
   
   “지금 예비율이 한 자릿수로 떨어진 건 좋지 않은 상황입니다. 지난 6월까지만 해도 전력예비율이 18~30% 사이를 유지했어요. 하지만 최근에는 폭염에 당분간 비 소식도 없다 보니 계속 예비율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어제는 최대전력수요가 9070만㎾까지 갔는데, 오늘 전망은 좀 더 높게 나왔죠. 지금 아직 피크시간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예비율에서 좀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합니다. 보통 오후 2시부터 3시, 4시 정도까지가 제일 부하가 심해요.”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오후 2시. 상황실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날씨가 점점 더 뜨거워지면서 예비율이 7%대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최대전력수요 역시 순간적으로 9200만㎾를 넘어서면서 전날의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상황실에 설치된 TV모니터의 뉴스 프로그램에 문재인 대통령의 얼굴이 떴다.
   
   
   긴장감 감도는 상황실
   
   “특별재난 수준으로 폭염대책을 마련하라” “산업부가 전체적인 전력수급 계획과 전망, 대책에 대해서 소상히 국민들께 밝혀드리라”는 붉은 배경의 자막이 문 대통령의 얼굴 아래에 나타났다. 직원들이 이따금 뉴스 화면을 바라보는 모습이 보였다. 재난종합상황실에는 KBS·MBC·SBS 등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 프로그램까지 5~6곳의 뉴스 채널을 동시에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대형 TV 여러 대가 설치되어 있다.
   
   이날 순시(순간) 최대전력수요는 9248만㎾를 기록했다.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예비전력은 709만㎾, 예비율은 7.7%까지 떨어지면서 2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예비율을 기록했다. 김명복 한전 언론홍보팀 차장은 “예비율이 더 떨어지면 정부가 전력수요 측면에서도 조정을 할 것”이라며 “예비율이 5% 이하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폭염은 최대전력수요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한전이 관리하는 전국의 전기 관련 설비에도 영향을 미친다. 전국에 있는 발전 선로와 송·배전 선로, 관련 설비는 자연에 방대하게 노출돼 있어 폭염으로 인한 열기에 취약하다. 일반인이 부주의로 전신주 등 설비에 과실을 입히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다 보니 최대전력수요가 한 자릿수로 떨어진 날이면 신경이 곤두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 근무자들의 설명이다. 박현석 차장은 “작년 7월 중순 충청 지역에는 시간당 80㎜ 가까운 폭우가 쏟아졌는데 올해는 비 소식이 아예 없어 전국적으로 전력이 부족하다”며 “최대전력수급 비상상황이라 사무실에서도 내려와서 업무지원을 하면서 지금은 상황실 근무 인력이 평소보다 2~3배 늘어난 상황”이라고 말했다.
   
   재난종합상황실 정면 스크린에는 전력수급상황 외에도 7~8가지 화면이 실시간 정보를 받으며 변화한다. 이 중 송·배전계통은 대외비로 분류된다. 전국의 각종 발전소와 전력망 공급방식, 주요 고객 등이 표시돼 있기 때문이다. 재난종합상황실에 외부 일반인의 출입이 금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전 상황실에서 송·배전계통을 담당하는 박종훈 차장의 말이다.
   
   “차를 몰고 가다 부주의로 전신주를 들이받는다든지, 아파트 구내시설에 문제가 생긴다든지, 선로에 파급을 미친다든지 하는 상황이 생기면 각 지역본부에서 실시간으로 알림이 올라옵니다. 문제가 생기면 지역본부와 바로 연락을 취해 최대한 신속하게 조치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설비 고치러 출동했다가 뺨 맞기도
   
   한전은 직접 전기를 생산하지 않는다. 국내 5개 발전(한국남동발전·중부발전·서부발전·남부발전·동서발전)사, 한국수력원자력본부로부터 전기를 구매해 판매하는 판매사업자다. 국내 대부분의 전기를 판매하는 공기업으로 산업통상자원부의 관리를 받는다.
   
   한전에 따르면 여름 전력수요는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한전 상황실 근무 인력들이 꼽는 요인은 다양하다. 우선 올여름의 경우 예상보다 폭염이 일찍 찾아왔다. ‘관측 사상 가장 더운 7월’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기온이 높이 올라가면서 가정과 자영업자들의 냉방을 위한 전력수요가 증가했다. 김명복 차장은 “폭염이 찾아오면 가정보다도 자영업자들이 냉방을 위해 쓰는 전력이 급증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전력수요가 가장 높아지는 시간대는 오후 4~5시다.
   
   각종 가전기기의 지능화, 미세먼지로 인한 공기청정기, 제습기, 에어컨의 보편화도 매년 전력수요량이 늘어나는 이유로 꼽힌다. 박현석 차장은 “각종 가전 기기가 지능화되면서 감시해야 할 시스템이 많아진다”며 “앞으로도 매년 전력수요량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황실에서 1년 반 근무한 박 차장은 이날 근무인원 중 상황실 근무 경력이 가장 오래됐다. 24시간 교대근무 체제가 건강에 좋지 않기 때문에 상황실에서 2년 이상 근무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 박 차장의 설명이다.
   
   폭염으로 인해 아파트 단지에 정전이 발생하는 경우도 잦아지고 있다. 최근 폭염에 전력수요가 급증하면서 수도권 지역에서 정전 사태가 빈발해 많은 주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앞선 7월 22일과 23일에도 인천 작전동, 경기 수원 일부 지역에 정전 사태가 발생했었다. 24일에는 서울 노원구·중구·송파구 등지에도 정전이 발생했다. 한전은 대부분 정전의 원인을 최근 전력 사용량 급증으로 인한 변압기 및 변압기에 연결된 전선의 과부하로 분석했다.
   
   지난해 한전이 응급복구지원서비스의 일환으로 출동해 비상발전차 지원 등 실제 조치를 취한 것은 총 99회다. 올해는 7월 24일까지 총 45건이 발생했다. 특히 지난 7월 22~24일까지 사흘 동안 24건이 집중됐다고 한다.
   
   한전은 나주 본사 외에 15곳의 지역본부가 전국에 있다. 지난 1월까지 한전 강원지역본부에서 현장 출동직으로 근무하다 본사로 옮겨온 어경찬 배전운영처 대리는 “지역본부에 있을 경우 전력설비와 관련된 민원이 많은 점이 본사에 비해 힘든 점”이라고 말했다. 한전 설비가 아니라 아파트 자체 시설의 노후화로 인해 정전이 발생하는 경우가 훨씬 많은데, 고객들은 막무가내로 ‘전력 설비는 모두 한전이 관리하는 것’이라고 여기고 한전 직원들을 탓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심지어 더위에 짜증이 치민 주민에게 애꿎은 한전 직원이 폭행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박현석 차장은 “인천에 있을 때 함께 출동한 직원이 50대쯤으로 보이는 여성 고객에게 뺨을 맞기도 했었다”며 “조사해보니 한전 설비가 아니라 아파트 설비가 오래돼 정전이 발생한 거였는데 다짜고짜 직원을 때린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원인이 한전 탓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도 고객이 사과하는 일은 좀처럼 없다는 것이 박 차장의 설명이다.
   
   
   산업부 예측은 왜 틀리나
   
   올해 전력수급 상황이 위태로운 데에는 산업부가 올여름 전력수급 계획 목표치를 낮춰 잡은 것이 큰 요인으로 꼽힌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산업부는 지난해 12월 ‘제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통해 겨울·여름의 최대전력수요 전망을 발표했다. 지난 겨울 수요 예측치보다 실제 최대전력수요가 높아지자 산업부는 지난 7월 5일 올여름 수요 예측치를 8830만㎾로 상향 조정했지만, 7월 23일 실제 최대전력수요가 9000만㎾를 넘어섰다. 7월 24일에는 오전에 내놓은 예측치 9169만㎾보다 높은 9248만㎾의 실제 최대전력수요를 기록했고, 7월 25일에는 예측치보다 실제 최대전력수요가 오히려 낮았다. 정부의 전력수요 예측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계속되는 배경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산업부는 전력수요를 맞추기 위해 전력공급을 확충하기보다는 수요를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산업부가 기업을 상대로 발령하는 수요감축요청(Demand Response·DR)이다. 정부는 지난해 겨울에만 10번 이상 수요감축요청을 발령한 바 있다. 이로 인해 기업 조업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비판이 잇달았다.
   
   한전은 기업들의 본격 휴가철 직전인 7월 말까지를 전력수요의 고비로 보고 있다. 산업부는 7월 23일과 24일 전력예비율이 한 자릿수대로 하락했지만 수요감축요청을 발령하지 않았다. 본격 휴가를 앞두고 막바지 조업에 한창인 중소기업을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수요감축요청을 발령하기 위한 조건은 예비력 1000만㎾ 이하, 예비율 10% 이하로 7월 23일과 24일은 두 조건을 모두 만족했었다.
   
   폭염으로 인한 전력수요 급증으로 인해 전력예비율이 위태로워지면서 정부가 추진해온 ‘탈원전’ 정책 역시 다시 도마에 올랐다. 지난 7월 24일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폭염으로 인해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며 “원전 가동 사항에 대해 터무니없이 왜곡하는 주장도 있다”고 말했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 역시 7월 25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전력예비율이 충분하다”며 여론전을 폈다.
   
   하지만 폭염과 원전 가동을 처음 연관 지은 것이 한수원이었다는 사실이 조명받으면서 논란은 그치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22일 한수원은 “현재 정지 중인 한빛 3호기, 한울 2호기 등 원전 2기를 전력 피크 기간(8월 2~3주차) 이전에 재가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한빛 1호기와 한울 1호기의 정비 착수 시기는 전력 피크 기간 이후로 조정했다”는 보도자료를 냈다.
   
   실제로 계획예방정비로 인해 정지돼 있던 한울 4호기는 폭염이 이어지던 지난 7월 21일 재가동됐고, 정비를 위해 정지된 한빛 3호기와 한울 2호기 역시 최대전력수요가 최고점을 찍을 것으로 보이는 8월 2〜3주 전에 재가동되도록 하겠다는 것이 한수원의 입장이다. ‘폭염이 이어지자 탈원전 정부가 다시 원전에 손을 내밀었다’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7월 2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폭염 때문에 (원전 정비 일정을) 조정했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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