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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덕의 과학자들] 국가핵융합연구소 고진석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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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8호] 2018.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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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의 과학자들]국가핵융합연구소 고진석 박사

국내 유일 MSE 진단 전문가 플라스마의 불꽃을 지켜라!

최준석  선임기자 

▲ 고진석 박사 왼쪽 뒤로 벽면에서 줄이 나와 있는 게 보인다. KSTAR에서 움직이는 플라스마의 내부 자기장 진단 데이터가 나오는 광케이블이다. 이 케이블로 들어온 데이터는 고 박사 앞에 있는 광검출기 모듈 25개에 각각 입력된다. 이를 보면 플라스마가 안정적인지 진단할 수 있다. photo 최준석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에 있는 국가핵융합연구소는 핵융합로를 개발하기 위한 전 단계로 플라스마를 연구한다. 고진석 박사는 ‘플라스마 물리’ 연구를 위한 시설인 KSTAR의 바로 옆방에서 일한다. 핵융합특수실험동 143호 그의 방에는 KSTAR에서 나온 광케이블들이 들어와 있다. 그의 방과 KSTAR가 놓인 방 사이에 난 구멍을 통해 케이블들이 들어온다. 플라스마는 물질의 네 번째 상태라고 흔히 표현된다. 원자의 핵이 깨져 전하를 띤 원자핵과 전자가 기체와 같이 돌아다니는 상태가 플라스마다. 형광등이 플라스마 원리를 이용한 조명시설이다.
   
   고진석 박사는 KSTAR 안에 들어 있는 플라스마가 안정적으로 움직이는지를 측정한다. 나선형의 자장으로 플라스마가 유지될 수 있도록 통제한다. 플라스마의 온도는 1억도. 조건이 맞지 않으면 플라스마라는 불은 꺼지고 만다. 고 박사는 플라스마가 나선형자장에 의해 KSTAR 안을 잘 돌고 있는지 ‘운동 슈타르크효과(MSE)’ 진단으로 살핀다. 한국에서 그걸 할 수 있는 건 고 박사밖에 없다. 한국에서 유일한 MSE 진단 전문가다. 그가 있기에 KSTAR 속의 플라스마는 좀 더 안정적으로 관리될 수 있다. 지난 7월 19일 국가핵융합연구소로 고 박사를 찾아갔다.
   
▲ KSTAR의 플라스마 photo 국가핵융합연구소

   눈이 반짝반짝한 그는 제주대 에너지공학과를 졸업했다. 1992학번. 제주대 졸업 경력은 그리 인상적이지 않지만 이후의 경력은 다르다. 석사는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에서 박사는 미국 MIT원자핵공학과에서 했다. 핵융합과학을 포함한 원자핵공학 분야에서 MIT는 세계 최고다. 학사 시절과 박사 시절 사이에 학업에 도약이 있어 보인다.
   
   에너지공학과에 진학한 건 어렸을 때 읽은 과학잡지 때문이다. 제주대 에너지공학과에 마침 핵융합을 연구한 교수가 있었다. 이헌주 교수. 제주대에서 좋은 스승들을 만난 걸 감사하게 생각한다.
   
   핵공학에는 핵분열과 핵융합이 있다. 핵분열은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되는 기술이다. 핵융합로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기술이다. 핵융합 반응은 태양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과정과 같다. 가벼운 원소들을 융합해 새로운 원소를 만들고 이 과정에서 줄어든 ‘질량’을 에너지로 얻는다. 이 에너지는 핵분열에 비할 게 아니다. 훨씬 양이 많다. 핵융합은 미래의 에너지다. 하지만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려면 1억도가 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는 등 어려움이 많다. 핵융합 공부는 핵분열에 비해 내용이 어렵지만 고 박사는 핵융합을 택했다. 오기였다. 끝까지 달라붙어,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는 심정으로 공부했다. 박사가 된 지금도 물리는 어렵다. 도전하고 계속 도전하는 중이다.
   
   MIT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있다. 케임브리지에 있는 유명한 두 대학이 하버드와 MIT이다. 이 대학촌에 찰스강이 흐른다. 고 박사는 2003년 여름 케임브리지에 도착했다. 박사과정 동기생은 7명이었는데 6명은 핵분열 연구자였고 핵융합 연구자는 고 박사가 유일했다. 핵융합은 공부가 어려운데, 박사논문 쓰는 데 걸리는 기간도 더 길다. MIT 핵융합 전공자들이 평균 박사학위 취득에 걸리는 시간을 누군가 조사한 적이 있다. 7.2년. 핵분열은 평균 5년이었다. 핵융합이 분열보다 2.2년 더 걸린다. 고 박사는 5년11개월 만에 학위를 받았다. 지독하다.
   
   MIT는 대전 국가핵융합연구소가 갖고 있는 플라스마 연구시설을 갖고 있다. PSFC라고 불리는 이 연구소가 갖고 있는 시설을 ‘토카막(Alcator C-Mod)’이라고 부른다. 대전의 플라스마 연구시설도 토카막이다. MIT의 토카막이 있는 건물에 고 박사의 책상이 있었다. MIT 측은 고 박사를 면접하면서 뭘 연구할 건가를 물었다. 고 박사는 “시키는 건 뭐든지 하겠다”고 답했다. 한국식 답이었다. MIT 측은 “음, 우리가 한 가지 어려움이 있는데, 이거 해볼 텐가”라며 MSE 진단 장치 이야기를 꺼냈다. 토카막에 설치된 MSE 진단 장치가 5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고 했다. 데이터가 안정적으로 나오지 않아서 플라스마의 내부 나선형 구조가 안정적인지 아닌지를 확인할 수 없다는 얘기었다. 이걸 파볼 생각이 있느냐고 해서, 고 박사는 해보겠다고 했다. 케임브리지 도착 2일 만에 박사학위 주제가 정해진 셈이다. 당시 MIT의 토카막은 당시 미국의 3대 토카막 중 하나였다.
   
   MIT 핵융합 분야 교수진은 현란했다. 고 박사가 학사·석사 과정에서 접했던 핵융합 교과서 저자들이 다 모여 있었다. 교수들 강의는 저자 직강이었다. 소중한 순간들이었다. 숙제도 많았다. 공부는 어려웠다. 한국 대학원은 수업은 뒷전이고 프로젝트 중심으로 돌아가지만 MIT는 수업도 셌다. 기숙사에 한 달에 한두 번 들어갔다. 책상 위에서 밤 1시까지 실험하고 공부하다가 엎드려 잤다. 그리고 아침이 되면 그 자리에서 일어나 다시 연구를 시작했다.
   
   토카막 MSE 진단 장치의 문제 해결에 매달렸다. PSFC에는 이 문제에 매달려온 연구과학자 한 명이 있었다. 스티브 스캇. 그가 고 박사의 수퍼바이저였다. 1950년대 초반생인 그와 6년을 동고동락했다. 고 박사는 아직도 그에게 감사한다. 그가 많이 가르쳐줬기 때문이다. 고 박사는 MSE 진단을 파고들다가 광학에서 막혔다. 운동슈타르크효과(MSE) 진단을 알기 위해서는 편광 측정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 광학을 이용한 광(光)진단 장치가 MSE 진단이다. 당시 고 박사는 “한두 달 시간을 주면 광학 책을 공부해서 매주 발표하겠다”고 스캇에게 말했다. 연습문제를 풀어서 맞는지 안 맞는지를 스캇 앞에서 확인받았다. 케임브리지에 도착하고 서너 달 지났던 2003년 9~10월의 일이었다. 스캇은 고 박사의 이런 광학 공부가 인상적이었던 모양이다. 나중에 추천서를 써주었는데 당시 일을 언급하면서 “매우 인상적이었다”라고 높이 평가했다.
   
   그렇게 5년이 지나고 스캇과 고 박사는 마침내 문제를 해결했다. 토카막의 MSE 진단 장치에서 안정적인 데이터가 나오도록 고치는 데 성공했다. 1억도에 가까운 플라스마와 영하 200도의 냉각매질로 둘러싸이다 보니 이상한 ‘온도 구배’가 생긴 게 오작동의 원인이었다. 측정 장비에 생기는 열(熱)부하를 고려해야 했던 것이다. 열부하 실험을 많이 했다. 열부하를 최소화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한 예가 빛을 받는 부위인 수광부(受光部)에 금 도금을 해서 복사열 교환을 최소화한 것이다. 열 전달의 특성인 전도, 대류, 복사와의 싸움이었다. 토카막을 설치하고 내내 측정하지 못하던 나선형 자기장의 ‘피치 각(pitch angle)’, 즉 자기장이란 나사가 꼬여 있는 각을 제대로 측정했다. 2007년이었다. 연구는 스캇과 같이 했지만, 이런 게 문제 아니냐며 문제점을 지적한 건 고 박사였다. 박사논문 제목은 ‘Alcator C-Mod 토카막에서 MSE 진단계를 이용한 전류 분포 측정’. 2009년 6월 학위를 받았다.
   
   고 박사의 논문 지도교수인 이언 허친슨은 플라스마 진단 연구자. 그는 평소 “토카막 플라스마의 대표적인 진단계는 4개다. 그중 온도, 밀도, 운동 진단 기술은 개발이 끝났다. 남은 게 내부자기장 진단이다. 이게 토카막에서 성배(Holy Grail)를 찾는 일”이라고 말해왔다. 그걸 고 박사가 해냈다.
   
   박사후연구원으로 미국 위스콘신대학에 갔다. 이곳에도 토카막이 있다. 그곳 역시 MSE 진단계를 운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MIT의 토카막과 위스콘신 대학의 토카막은 조금 다르다. 고 박사는 이곳에서 3년간 연구하며 MSE 진단계를 정상 작동시키도록 했다.
   
   
   무에서 유를 만들다
   
   한국에는 2012년 돌아왔다. 핵융합연구를 했으니 당연히 국가핵융합연구소에 와서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문을 두드렸더니 바로 채용됐다. 2007년 KSTAR를 완성한 국가핵융합연구소는 그때까지 MSE 진단 장치를 구축하지 못하고 있었다. 연구소는 그동안 플라스마의 온도, 밀도, 운동속도 진단만 하고 있었다. 고 박사의 입사 시기는 절묘했다. 전 세계에는 20여개의 토카막이 있고, 이 중 중대형 토카막은 10개가 안 된다. KSTAR는 중형이다. 국제자문위원회를 만들어 서로 다른 나라의 시스템을 자문한다. KSATR 자문위는 그간 ‘왜 MSE 진단계가 없느냐’고 거의 매년 지적을 했고, 2013년에는 ‘내년까지는 MSE진단을 만들라’고 말했다.
   
   입사 후 1년이 좀 지났을 때인 2013년 말부터 고 박사는 MSE 진단 구축을 시작했다. 한국에서는 일이 수월했다. 보스턴과 위스콘신에서 많이 겪어보았기 때문이다. 제로에서 시작했지만 원활하게 일이 진행됐다. 지금의 143호 진단실을 확보해 놓은 정진일 박사와 입사 뒤 같이 작업을 했다. 엔지니어 위한민씨는 광검출기 모듈 제작을 해줬다. 고 박사는 “다들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과 함께 설계·제작·운영을 다 해냈다.
   
   플라스마의 MSE 진단 원리는 이렇다. 플라스마는 통상 한 번 발생시키면 10~20초간 지속된다. 플라스마가 KSTAR 안에서 돌아갈 때 나선 모양으로 예쁘게 돌아가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꺼지고 만다. 그걸 확인하기 위해 ‘피치각’을 재야 한다. 피치각을 재기 위해서는 우선 KSTAR 밖에서 중성입자 빔(예 수소)을 안으로 쏜다. 플라스마를 통과하는 빔 궤적은 길이 60㎝이고, 이 안의 25개 지점을 모니터한다. 25개의 값을 토카막 바깥쪽에 붙어 있는 수광부가 받고, 이 정보는 수광부에서 광섬유 다발을 통해 143호실로 온다. 광섬유 다발은 40m 길이다. 고 박사와 만나서 2시간30분 동안 얘기한 책상 옆에는 가로 14㎝, 세로 11㎝, 길이 35㎝ 크기의 광검출기 모듈 25개가 있다. 광섬유를 타고 정보들이 이 모듈들로 각각 들어온다. 그건 아날로그 정보다. 그 옆에 있는 디지타이저에서 디지털로 정보를 바꾸면 작업이 끝난다. 이 작업이 끝나면 플라스마의 나선형 자기장의 내부 구조를 ‘피치각’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앞으로는 이 피치각 측정을 실시간으로 하려고 한다. KSTAR가 가동될 때마다 실시간으로 플라스마가 자기장에 의해 나선형 모양으로 잘 가둬지는지를 확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공학자로서 연구할 게 많은데 장비도 또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플라스마 물리를 깊이 있게 연구하여 이와 관련한 논문을 많이 쓰고 싶으나, 요즘은 진단 및 기기 관련 연구논문을 주로 발표한다. 다른 동료 연구자가 MSE 테이터를 활용해 플라스마 물리 연구 결과를 발표하고 고 박사는 이런 논문들의 2저자나 공동저자로 도움을 주고 있다. 네이처와 같은 최고 학술지에 실릴 만한 연구를 주도할 시간이 오는 게 고 박사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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