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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
[2519호] 2018.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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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7%도 충분? 위험?

전력예비력 숫자에 숨은 비밀

배용진  기자 

▲ 지난 7월 24일 오후 서울 명동 한국전력공사 서울지역본부 전력수급현황판에 현재 전력수요가 9206만㎾라고 표시돼 있다. 이날 최대전력수요는 9248만㎾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이틀 연속 경신했다. photo 연합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최대전력수요가 정점을 찍고 예비율이 7%대까지 하락하면서 전력예비력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많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재 전력 공급분이 과도하게 많다”는 반론도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력예비력을 둘러싸고 서로 상반된 주장이 나오는 것은 공급예비력과 운영예비력이라는 두 개념을 혼동한 결과”라고 지적하고 있다.
   
   올여름 중 전력수요가 가장 높았던 날은 지난 7월 24일이었다. 이날 최대전력수요가 9248만㎾로 정점을 찍었다. 예비율은 7.7%. 한전은 전력(공급)예비력이 500만㎾(예비율 약 5%) 이하로 떨어지면 전력 수급 위기단계인 ‘준비’ 상황에 들어간다. 이어 400만㎾ 이하일 때는 ‘관심’, 300만㎾ 이하는 ‘주의’, 200만㎾ 이하는 ‘경계’, 그리고 100만㎾ 이하는 ‘심각’ 등을 알리며 상황별 조치를 취한다.
   
   
   어느 정도가 적절한가
   
   현재 어느 정도가 적절한 전력예비율인지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이 명확하게 정의한 기준은 없다. 전력예비율은 각 발전소의 특성과 소비 특성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발전 업계에서는 전력예비율이 10%를 넘으면 안정적이라고 본다. 하지만 공급예비력 총량에 따라 같은 10%라 해도 실제 예비력에는 차이가 난다.
   
   전력예비력에는 세 종류가 있다. 설비예비력, 공급예비력, 운영예비력이다. 설비예비력은 전국에 있는 발전 설비의 총량을 모두 동원했을 때 가동할 수 있는 여유분이다. 최악의 경우 정비 중인 발전 설비까지 모두 가동했을 때 도달할 수 있는 예비력을 말하지만, 실제로 발전소는 갖가지 고장, 예방정비 등으로 인해 항상 멈춰 있는 시설이 존재하기 때문에 실제적인 의미는 공급, 운영예비력과 크게 다르지 않다.
   
   공급예비력은 현재 실제 가동하고 있는 발전기의 최대출력을 합친 여유분이다. 실제로 발전하고 있는 출력분이 아니라 현재 가동 가능한 발전소의 출력을 최대로 높일 경우 생산할 수 있는 전력량과 현재 발전량의 차이가 공급예비력이다.
   
   운영예비력은 실제로 전기를 생산해 송전소를 통해 소비자에게 보낸 전력 중 사용되지 않는 전력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100만큼의 전력을 생산해 송전했을 때 소비자가 90만큼을 사용한다면 10만큼의 예비력이 생기는데, 이 10이 운영예비력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가상의 총설비용량을 전체 200이라고 하자. 가동 가능한 발전소의 출력을 최대로 올리면 150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고 실제로 생산하는 전력은 100, 소비자가 소비하는 전력이 90이라고 하자. 이 경우 공급예비력은 60이고, 운영예비력은 10이다. 공급예비력은 ‘공급할 수 있는 예비력’, 운영예비력은 ‘실제 공급하는 예비력’이라고 보면 된다. 공급예비력은 운영예비력 +α이기 때문에 항상 운영예비력보다 많다. 전력사정이 나빠져 모든 발전소들이 출력을 최대한으로 높일 경우 공급예비력과 운영예비력은 점차 비슷한 지점까지 수렴하게 된다.
   
   ‘전력예비력 7.7%’를 두고 “공급분이 과도하게 많다”고 하는 것은 이 두 개념인 “공급예비력과 운영예비력에 대한 개념을 이해 못한 주장”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국전력거래소가 ‘전력수급상황’을 통해 국민에게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것은 공급예비력이다. “예비율이 10% 미만으로 떨어졌다”고 할 때의 예비율도 공급예비율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올여름 중 전력수요가 가장 높았던 7월 24일 공급예비율은 7.7%, 예비력은 719만5000㎾를 기록했는데, 이럴 경우 운영예비력을 감안하면 실제 예비전력은 719만5000㎾보다 더 낮아진다. 전력거래소는 설비예비력, 공급예비력과 달리 운영예비력이 얼마큼인지는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수치가 실시간으로 복잡하게 변하는 데다 공개할 경우 ‘왜 애써 만든 전기를 없애느냐’ ‘낭비가 심하다’는 등 각계의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1년 9월 15일 전국에서 벌어진 대규모 정전 때 운영예비력은 340만㎾ 안팎까지 떨어졌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를 사용하고 남은 과정에서 손실되는 일명 ‘버려지는 전기’ 역시 공급예비력이 아닌 운영예비력을 의미한다. 이론상으로만 보면 운영예비력은 0이 될 경우 가장 효율적이다. 애써 만들어서 버리는 전기가 없어지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운영예비력 0’은 불가능한 가정이다. 오히려 실제로는 어느 정도의 운영예비력을 둬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운영예비력이 지나치게 빠듯할 경우 발전소 한두 기만 가동을 멈춰도 순환 정전이나 대정전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의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도 어느 정도의 운영예비력은 필요하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는 “전압과 주파수가 일정한 고품질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운영예비력을 반드시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급예비력 측면을 살필 때도 반드시 따져야 할 요소가 있다. 발전소별로 운영을 재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다르다는 발전원(源)별 특성이다. 원자력발전소는 완전히 멈춘 상태에서 출력을 최대로 올려 전력을 생산하기까지 최소 3~4일 이상이 걸린다. 핵연료를 장전해서 안전점검을 하고 출력을 조금씩 올리면서 최대 출력까지 올리는 데 걸리는 시간이다. 반면 석탄화력발전소는 8시간, 일반적으로 석탄에 비해 규모가 작은 LNG화력발전소는 3시간이 걸린다.
   
   이렇게 발전소를 가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상당하기 때문에 전력수요가 줄어드는 야간이라 해도 발전소를 끌 수 없다. 이 때문에 때로는 공급예비율이 50% 이상으로 올라가기도 한다. 원전의 경우 한번 가동을 시작하면 전력수요가 많지 않은 밤이라 해도 발전을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규모가 큰 석탄화력발전소도 야간에 출력을 줄일 뿐 가동을 멈추지는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재 전력 당국이 전력예비력과 관련해 가장 주목하는 시점은 휴가철이 끝나고 대규모 공장의 조업이 시작되는 8월 둘째 주다. 여름철 전력수요는 일반적으로 8월 2~3주째에 정점에 도달하는데, 8월 중순까지 폭염이 이어진다는 기상청의 관측 전망을 고려하면 8월 둘째 주 전력예비율이 7월 24일(예비율 7%대)보다 더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전의 한 관계자는 “폭염이 지속되면 전날의 열기가 남아 있기 때문에 전기 수요도 누적돼 기온이 전날과 같더라도 실제 전기 수요는 전날보다 더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가 수요 측면에서 가진 카드가 여럿 있기 때문에 휴가철이 끝나더라도 전력예비율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유수 에너지경제연구원 전력정책연구본부장은 “정부가 수요감축요청 등 아직까지 갖고 있는 대응수단이 있기 때문에 올여름은 큰 위기 없이 넘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 역할 못 하는 신재생에너지
   
   현재 부족한 전력예비율은 신재생에너지가 제 역할을 못 하는 데서 오는 측면도 있다. 지난해 12월 산업부가 발표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발전소 시설총량(정격용량)은 약 1억1700만㎾인 반면 실효용량은 1억700만㎾ 안팎이다. 약 1000만㎾가 가동이 안 되는 셈이다. 이 중 약 525만㎾는 예방정비를 위해 원전 6기를 유지·보수하는 과정에서 멈춰놓은 데서 온 손실분이다. 이를 감안하고 석탄·LNG 등 다른 발전소에서 나오는 손실분을 제외하더라도 약 500만㎾의 손실분이 생기는데, 이것이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의 가동률이 떨어지는 데서 발생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덕환 교수는 “태양광발전에 사용하는 패널은 밤이면 가동을 못 하고 날씨가 흐리거나 비가 올 경우에도 전기를 생산하지 못하기 때문에 가동 효율이 10%대에 머무른다”며 “신재생발전 설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전력예비율에 여유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기는 특성상 모든 발전기와 모든 소비자가 하나의 망에 연결돼 있다. 이 때문에 최대전력수요가 최대공급력을 초과하면 심각한 상황이 생긴다. 대표적인 것이 대정전(Blackout)이다. 대정전이 발생하는 과정을 보면 처음에는 전압이 떨어지고 주파수가 흐트러진다. 이후 약하거나 노후화된 발전기에 먼저 과부하가 온다. 이런 상황에서는 문제가 있는 발전기의 가동을 멈출 수도 있다. 가동을 멈추면 나머지 발전기에는 더욱 심한 부하가 걸리고, 연쇄적으로 발전기들의 동력이 상실되면서 전국의 전력망에 동시다발적으로 대규모 정전이 발생한다. 이런 현상을 일컬어 대정전이라고 한다.
   
   국내에서 발생한 대규모 정전 중 대표적인 사례가 2011년 9월 15일 발생한 정전이다. 당시 예상치 못한 늦더위로 전국의 전력수요가 급격히 증가하자 한국전력이 특정 지역을 골라 30분씩 송전을 임의로 중단했다. 한 지역에만 수시간 동안 전기를 끊어놓으면 문제가 심각해지기 때문에 30분 끊고 다시 송전을 하면서 옆 지역의 전기를 끊는 방식으로 총 약 5시간 동안 정전 조치를 취했다. 일명 ‘순환정전’이다. 순환정전은 급박한 상황에서 특정 지역을 골라 전기를 끊어 수요를 줄이고, 30분 뒤 다른 지역의 전기를 끊는 식으로 대정전을 막는 최후의 방법이다. 당시 대규모 정전의 원인은 전력거래소의 전력예비시설용량 허위보고, 원전 정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던 것으로 판명됐다. 이 사건의 여파로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사퇴했다.
   
   올여름 때이른 폭염 때문에 정부의 전력수요 예측치가 수차례 틀리자 ‘정부가 예측치를 지나치게 낮게 잡았다’는 비판도 제기된 상태다. 산업부는 지난 7월 5일 내놓은 하계 전력수급대책에서 올여름 최대전력수요를 8830만㎾로 예측하고, 8월 2~3주에 이 같은 최대수요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12월 발표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최대전력수요를 8750만㎾로 예측하고 수요 조절을 통해 이를 8610만㎾까지 줄이겠다고 발표했지만 무더위가 예보되자 예측치를 늘린 것이다. 하지만 폭염이 지속되면서 올여름 최대전력수요는 예상보다 일찍, 크게 증가했다. 최대전력수요는 지난 7월 23일 9070만㎾, 7월 24일 9248만㎾까지 치솟으면서 정부 예측치를 넘어섰다.
   
   정부 예측치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산업부는 민간 전문가, 기상청이 참여하는 TF를 통해 지난 8월 2일부터 올여름 최대전력수요 예측치를 수정하는 중이다. TF 회의에 민간 전문가로 참여한 유승훈 서울과기대 에너지환경대학원 교수는 전화통화에서 “산업부와 전력거래소는 기상청의 기온 전망을 받아 폭염, 혹한 시 최대전력수요를 예측하는 계산식을 사용한다”며 “당시 기상청이 예측한 온도보다 실제 기온이 4~5도 더 높아 오차가 생겼고 새로운 온도값을 넣으면 현실을 더 잘 반영하는 수요값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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