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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
[2519호] 2018.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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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의 과학자들] 국가핵융합연구소 김현수 박사

1억도 견디는 핵융합로 만든다

최준석  선임기자 

photo 최준석
김현수 박사는 1억도 플라스마를 견디는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의 본체를 만드는 기계설계공학자이다. 국가핵융합연구소 토카막 기술부 진공용기기술팀장을 맡고 있다. 국가핵융합연구소는 프랑스 남부 카다라슈(마르세유 북동쪽 80㎞ 지점)에 미국, 유럽연합, 러시아, 중국, 일본, 인도 등과 함께 ITER를 짓고 있다. 김 박사가 이끄는 팀은 ITER 사업의 핵심인 ‘진공용기’를 만든다. 지난 7월 19일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핵융합연구소에서 김 박사를 만났다. 무엇보다 핵융합실험로가 1억도라는 상상할 수 없이 높은 온도를 어떻게 견뎌내는지가 궁금했다.
   
   “사우나실 내부 온도는 70~80도다. 물 온도가 이렇다면 사람이 못 견딘다. 하지만 기체 상태이기에, 즉 밀도가 물보다 낮기에 열을 덜 느낀다. 열의 전도가 그만큼 떨어진다. 플라스마가 들어있는 진공용기 내벽에 흐르는 냉각수 온도를 100~130도로 유지할 수 있는 건 그 때문이다.”
   
   ITER는 7개국이 참여한 인류 최대의 과학기술 협력 프로젝트. 약 20조원이 투입된다. 핵융합에너지 상용화 가능성을 최종 확인하는 게 목표다. 핵융합실험로 가동에 성공하면 핵융합발전을 실제 하게 될 핵융합실증로를 2030년대에 만들게 된다.
   
▲ ITER 건설 현장. photo ITER

   “태양과 별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을 인류가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수소폭탄이 개발된 20세기 중반에 나왔다. 지금까지 핵융합발전이 실용화되지 못한 건 공학의 뒷받침이 약했던 탓이다.”
   
   김 박사에 따르면, 핵융합발전로는 고진공, 초고온, 극저온이라는 세 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 하는 극한의 기술을 필요로 한다. 예컨대 플라스마를 만들어내는 초전도전자석은 영하 269도를 요구한다. 진공용기 안의 플라스마는 1억도를 유지해야 한다. 핵융합실험로는 구조가 극히 복잡하다. 설계상의 복잡한 3차원 형상은 물론 정밀한 공학을 요구한다. 진공용기의 크기는 높이가 11.3m, 폭은 20m, 무게는 모든 장치가 조립된 뒤 8000t. 위에서 보면 도넛 모양이다. 본체는 9개의 섹터로 구성돼 있다.
   
   가장 큰 어려움은 핵융합실험로의 ‘원자로’에 해당하는 ‘진공용기’를 이중벽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 정밀한 설계 치수와 프랑스 원자력법에 맞춰 제작하는 게 가장 힘들다. ITER가 들어서는 프랑스 당국은 ITER를 ‘원자력압력용기’, 즉 원자로로 규정했다. 핵융합로의 주요 원료인 삼중수소가 방사성물질이라는 이유에서다. 때문에 주요 용접부에 정밀 비파괴검사를 요구했다. 이중구조물이기에 용접부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 작업이 힘들었다.
   
   김 박사는 “새로운 용접 기술을 만들고, 검사 절차 만들고, 합격 기준을 만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주요 용접부를 완벽하게 검사할 수 있는 새로운 비파괴검사 기술인 PAUT(Phased Array Ultrasonic Test)와, 초정밀 내시경장치를 이용해 내부의 용접부 치수를 정밀하게 측정하는 RVE(Remote Visual Inspection) 기술이 그래서 나왔다. 현대중공업 ITER특수기기부(상무 박경호, 부장 김태석) 및 ITER국제기구와 함께 고민한 결과였다.
   
   본체를 이루는 9개 섹터 중 2개를 당초 한국이 만들기로 했다. 섹터 1개는 4개의 세그먼트로 구성된다. 첫 번째 섹터의 첫 번째 세그먼트를 작년 말에 완성하는 성과를 올렸다. 세그먼트를 책임진 국가 중 처음이었다. 조금씩 형상이 다른 나머지 3개의 세그먼트도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돼 83%의 공정을 보이고 있다. 내년 5월까지 첫 번째 섹터를 완성할 예정이다.
   
▲ 김현수 박사팀과 현대중공업이 만든 진공용기 본체의 세그먼트. 고난도의 제품이다. photo ITER

   유럽연합이 맡기로 한 2개를 추가로 한국이 넘겨받았다. 이탈리아의 AMW컨소시엄이 작업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두 손을 들었다. 현대중공업의 작업속도가 빠르자, 한국으로 일감이 넘어왔다. “현대중공업은 일을 해내자는 목표 중심으로 움직인 반면, 유럽연합 산업체 컨소시엄은 계약서의 상세조항을 따졌다.” 없는 길을 만들어가다 보니 일어난 일이다. 현재 섹터들의 공정률을 보면, 첫 번째 본체 83%, 두 번째 본체 63%, 세 번째 본체 39%, 네 번째 본체 18%다. 이것만 하는 게 아니다. 본체에 부착되는 중간부 및 하부 포트 전체와 지지구조물 9개도 책임지고 있다.
   
   진공용기기술팀은 국가핵융합연구소 ITER사업단에서 최대 규모다. 11명이다. 울산 현대중공업 제작현장에 3명이 감독요원으로 나가 있고, 다른 8명은 대전에서 일한다. “진공용기팀이 예산도 가장 많이 쓴다. 현대중공업과 계약액이 3300억원이다. 2010년부터 2021년까지 사업 액수다.”
   
   김 박사는 경북 김천 출신. 그는 중학교 2학년 때까지 공부를 하지 않았다. 흥미가 없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비행기를 좋아했다. 학교 대표로 모형 글라이더 대회에 나가서 상을 많이 받았다. 공부는 중 3 때 시작했다. 지역 내 비평준화 고교인 김천고에 들어가기 위해서였다. 김천고를 졸업한 뒤에는 인근 대구의 경북대로 진학하지 않고, 대전의 충남대 기계설계공학과(94학번)를 택했다. 지역적 한계에 갇히는 듯한 느낌이 싫었다. 2005년 충남대에서 ‘최적설계 분야’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학위 뒤 2006년 경남 사천의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들어가 보잉 787 주날개 설계업무를 했다. “SKY(서울대·연세대·고려대)를 나오지 않았지만, KAI 입사 직후 미국 시애틀 보잉 민항기 개발센터에서 보잉, 가와사키 엔지니어들과 근무한 경험이 있다. 엔지니어로서 영광이었다.”
   
   2008년 8월 1일 국가핵융합연구소에 입사했다. 진공용기기술팀 소속이었다. 그때부터 10년을 내리 진공용기 제작에 매달렸다. 2016년 7월에 진공용기기술팀장이 되었다. “국제 프로젝트라 해외 파트너가 많다. 기술수준과 문화가 다른 여러 나라가 관여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더 크다. 각자 책임진 물건을 제작하여 보내고 받고. 한 국가가 만들어 보낸 격벽차폐체를 받았는데, 표면에 예상치 못한 오염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었다. 문제를 해결하는 데 쉽지 않았다.” ITER국제기구와 해외 파트너와의 미팅은 매일 계속된다. 김 박사가 보여주는 일정표를 보니 7월 10일의 경우 모두 6개의 회의 일정이 있었다. 시차가 있어 특히 오후 3시부터 저녁시간에 설계 리뷰 회의가 많다. 작년의 경우 출장일이 130일에 달했다. 팀원 모두 비슷하다. 울산과 해외로 출장을 가야 한다.
   
   “진공용기 제작은 나와 팀원의 인생을 건 일이다. 10년을 계속 같은 일을 하니 힘겨움과 피로감도 있으나, 계속해야 한다. 인류의 에너지난을 해소할 수 있는 미래 에너지를 개발한다는 데 자부심이 있다.” ITER는 2025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플라스마 첫 발생을 목표로 한다. 미래는 소리 없이 준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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