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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
[2520호] 2018.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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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맘카페 탄생의 배경

누가 어떻게 왜 운영하나

김효정  기자 

▲ 일러스트 허인회
최근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경기도 신도시 A 지역의 이름을 딴 ‘맘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김윤희(가명)씨. 그를 만나는 일은 웬만한 유명인을 만나는 일만큼이나 쉽지 않았다. 처음부터 취재 목적과 내용을 밝혔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한 시간 뒤 다시” “내일 다시” 연락을 달라는 말뿐, 좀처럼 연락이 닿지 않았다. 기어코 김씨가 있는 곳으로 찾아가겠다고 하자 그제야 김씨는 만날 장소를 알려줬다. 김씨가 알려준 목적지는 서울 강남, 김씨의 집이 있는 동네였다.
   
   30대 중반으로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다니는 남매를 둔 김윤희씨는 결혼 직후 블로그를 시작하며 나름 유명세를 탔다. 주로 제품에 대한 리뷰를 올리면서 업체로부터 협찬을 받곤 했다. 자녀들에게 필요한 생필품을 살 정도의 부수입을 벌 때도 있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파워블로거들이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공동구매 같은 상업적 행위를 하면서 탈세를 한 사건이 벌어졌다. 그 여파로 김씨의 블로그도 문을 닫게 됐다. 한동안 육아에만 전념하던 김씨에게 새로운 기회가 온 것은 3년 전이었다.
   
   “블로그를 통해 알게 됐던 친한 언니가 지방에서 ‘맘카페’ 운영진으로 일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카페를 운영하는 것만으로 한 달 운영진 월급이 나온다고 하더군요. 언니가 서울에 놀러왔을 때 밥을 사주면서 자세한 얘기를 들어봤어요.”
   
   주로 기혼여성들이 가입하는 인터넷 카페를 ‘맘카페’라고 부른다. 처음에는 딱히 지역 구분 없이 성인 여성이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인터넷 카페가 인기를 끌었다. 결혼생활과 출산, 육아에 대한 정보를 나눌 수 있는 맘카페는 딱히 정해진 커뮤니티가 없던 기혼여성에게 온라인 휴식터가 돼주었다. 260만명 넘는 회원을 거느리고 있는 ‘맘스홀릭 베이비’ 같은 카페가 대표적이다.
   
   전국적 규모로 성장하던 맘카페의 규모가 커지자 점차 지역마다 새로운 맘카페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가사노동의 상당 부분이 지역을 기반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맘카페가 연령 등 다른 기준이 아니라 지역을 기준으로 생겨난 일은 당연할지도 모른다. 맘카페에서 회원들은 학원이나 학교 같은 지역 교육정보를 주고받고 친목을 다지곤 했다.
   
   처음 시작이야 말 그대로 ‘정보 공유를 목적으로 생겨난 커뮤니티’ 정도였지만 맘카페는 점차 이익을 거둬들이기 시작했다. 맘카페 운영진이 수익을 내는 경로는 광고나 제휴업체 선정을 통해서다. 광고 수익은 카페 메인화면에 게시되는 광고 배너를 통해 얻기도 한다. 지역 맘카페로부터 수차례 “배너 광고를 하지 않겠냐”는 요청을 받았다는 경기도 1기 신도시의 한 피부과 원장 C씨는 “한 달 광고비가 30만원 안팎으로 에누리가 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다”고 말했다.
   
   “제휴업체는 그보다 많은 돈을 줘야 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냥 돈만 줘서는 안 됩니다. 제휴업체가 되기 위해서는 나름대로 맘카페 운영진에 ‘로비’를 해야 한다고 하더군요. 원래 잘 알거나 친하게 지내온 병원에 ‘제휴업체’라는 이름을 달아주는 경우가 많은데 제휴업체가 되면 얻는 이득이 쏠쏠하기 때문입니다.”
   
   C 원장의 말에 따르면 특정 맘카페 제휴업체는 아예 게시판 하나를 따로 얻어 회원들의 ‘의료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의료 상담은 무료로 이뤄지는데 글을 쓰거나 읽는 회원 중에 내원하는 비율이 상당하다고 한다.
   
   “아무래도 ‘공식업체’라는 느낌이 나서 믿음직하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지역 맘카페에서 인정했다는 느낌이 드니까요. 실제로도 맘카페를 보고 왔다고 하면 의사들이 더 신경을 씁니다. 혹여나 불친절하게 대했다가 맘카페에 소문이 나면 금세 환자 수가 줄어드는 거, 한두 번 겪은 일이 아닙니다.”
   
   
   상업화된 맘카페
   
   지역에서는 꽤나 이름난 산부인과 홍보 담당자 D씨의 얘기를 들어보자. 이 산부인과는 다른 병원에 비해 늦게 개원했지만 맘카페를 잘 활용한 덕분에 해마다 병원에 오는 환자 수가 늘고 있다.
   
   “제가 맨 처음 홍보 담당자가 됐을 때 했던 일이 지역 맘카페 운영진과 접촉하는 일이었습니다. 마침 지역 맘카페에서 제휴하는 병원 중에 산부인과는 없더군요. 한 달에 광고비로 30만원을 지급하기로 하고 게시판을 하나 따로 얻었습니다. 그리고는 산부인과와 관련된 질병 정보글을 편집해 올리곤 했습니다.”
   
   ‘산부인과 추천해주세요’ 같은 글에는 D씨가 일하는 산부인과 직원들이 따로 마련한 아이디를 통해 셀프 추천 댓글을 달았다. 이름이 많이 언급되자 병원을 찾는 사람도 늘었다. 한동안 ‘맘카페를 잘 활용한 직원’으로 칭찬받던 D씨는 그러나 역설적으로 맘카페 때문에 홍역을 치르기도 했다. 어느 해 연말 혼잡한 병원에서 불친절한 직원 때문에 불쾌한 경험을 당했다던 후기가 올라오면서부터다.
   
   “제가 의심하기로는 라이벌 병원의 직원이 글을 올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웬만하면 비방글이 많이 올라오면 제재를 시킬 법한 운영자들이 비슷한 글이 많이 올라오는데도 그냥 내버려뒀다는 겁니다. 항의도 몇 차례 했지만 ‘회원들이 자율적으로 올린 글은 어쩔 수 없다’고 하더군요.”
   
   그런 일이 있고 나서 3개월 정도 지나 그 카페의 제휴 산부인과 병원이 바뀌었다. 라이벌이라고 생각하던 그 병원으로 바뀐 것이다.
   
   “저 역시 아이가 있는 기혼여성으로 맘카페를 유심히 지켜보니 지역에서는 맘카페가 어떤 권력의 중심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이 산부인과 관계자의 뒤늦은 깨달음이다.
   
   전국적인 단위에서 보면 특정 맘카페가 미치는 영향력은 크지 않다고 치부해버릴 수도 있다. 그러나 맘카페 나름의 생태계 안에서 맘카페 운영자는 권력의 최정점에 서 있다. 맘카페의 눈치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지역 기반 업체들에 맘카페 운영자는 지역 행정기관만큼이나 큰 영향력을 갖는다.
   
   김윤희씨는 처음부터 그런 ‘권력’을 바라고 맘카페를 연 것이 아니었다. 규모 있는 카페를 운영하면 적게는 한 달에 몇백만원, 많게는 천만원도 벌 수 있다는 얘기 때문에 카페 운영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원래는 자신이 살던 지역의 맘카페를 열어볼까 했지만 이미 압도적인 회원 수를 거느린 맘카페가 운영 중이었다.
   
   “카페를 운영하겠다고 결심하고 나서 알게 된 것이 카페, 블로그 같은 것으로 장사를 하는 광고업체가 굉장히 많다는 사실입니다. 컨설팅까지 해주는 곳이 있어 여러 곳에서 상담을 받고 조언을 얻어 처음 제가 살던 곳과는 동떨어진 B 지역 맘카페를 열었습니다.”
   
   카페를 개설한다고 곧바로 회원을 모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김씨가 처음 카페를 개설한 B 지역에는 이미 입주가 시작된 새 아파트가 많아 카페 여러 곳이 경쟁을 하고 있던 차였다. 몇 개월 동안 경쟁 카페를 이겨보려고 노력했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났다.
   
   “회원 수가 좀처럼 늘지 않고 새 글도 잘 올라오지 않는 걸 보고 곧바로 포기했습니다. 대신 아직까지 유력 맘카페가 없는 지역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경기도 신도시 지역에는 몇 군데 있더군요.”
   
   그중 A 지역에는 김씨의 고등학교 동창이 거주하고 있었다. 김씨는 동창을 동업자 삼아 다시 맘카페를 열었다. 새 글이 많아야 회원 수가 는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는 회원들의 유입을 늘리기 위해 노력했다. 김씨의 말대로 하면 “지역 커뮤니티에 카페를 홍보하는 일에 힘을 기울였다”. 하지만 김씨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맘카페를 키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열심히 했다”는 말만 하고 구체적인 대답은 피했다.
   
   다소 두루뭉술한 김씨의 말을 풀어 해석해준 사람은 몇몇 유명 인터넷 카페가 자리 잡는 데 도움을 준 적이 있다는 온라인 마케팅 업체 대표였다. 그는 “카페를 운영하는 데도 광고와 홍보의 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신의 카페를 유명하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글을 쓰는 회원이 많아야 합니다. 자력으로 회원을 모을 수도 있지만 콘텐츠가 있는 회원을 끌어들일 수도 있어요. 저희 업체에서는 그걸 도와드립니다.”
   
   방문자 수와 회원 수가 돈과 직결되는 인터넷 카페와 블로그의 상업화에서 맘카페도 자유로울 수 없다. 다른 온라인 마케팅 업체에서는 ‘카페를 운영하고 싶다’고 연락한 기자에게 “회원 수 2만명인 카페가 있으니 원하는 대로 이름과 카페 운영 목적을 바꿔서 사용하면 된다”며 매입을 제시해왔다. 업체에서는 “금액에 따라 신규회원 수를 매일 늘려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역공동체의 새 사랑방
   
   지역 맘카페 중에서는 압도적인 회원 수와 정보량을 자랑하는 곳이 많다. 이런 맘카페는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지역공동체의 정보, 네트워크까지 독점적으로 보유하게 된다. 김씨의 설명이다.
   
   “원래 제가 있던 곳의 맘카페에 대해 공부를 좀 해보니까 지역공동체에서 이름난 업체들은 맘카페와 전화로든지 직접 만나서든지 한 번쯤은 교류가 있더군요. 성공적인 맘카페를 만든다는 것은 지역공동체의 권력자가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걸 알고, 더 욕심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맨 처음에는 블로그처럼 상업적 이익을 바라고 카페를 운영했던 김씨였지만 점차 지역공동체 내에서 영향력을 가지는 것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김씨는 필요하다면 지금 살고 있는 서울에서 카페 근거지인 신도시로 이사할 생각도 있다고 했다. “맘카페 운영자가 다른 지역에 산다는 소문이 나면 구설수에 오를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
   
   사실 한국에서 제대로 된 지역공동체 커뮤니티 역할을 하는 오프라인 공간은 거의 없다. 반상회도 없어지고 지역주민 간의 교류는 사라진 상황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커뮤니티가 인터넷 카페가 되었다. 이 상황에서 상업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는 맘카페의 권력이 강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지역에 새로 이사온 기혼여성은 다른 것보다 지역 맘카페에 우선 가입을 하고 지역 정보를 얻기 위해 맘카페의 내용을 검색한다. 어떤 어린이집이 좋은지, 어떤 학원이 다닐 만한지 분위기가 파악되고 나면 지역에서 생활하면서 생기는 어려운 점을 카페에 털어놓는다. 맘카페는 지역공동체의 새로운 사랑방 역할을 하는 곳이다.
   
   맘카페에 대한 설명을 가만히 듣고 있던 김씨가 동의의 뜻을 표했다.
   
   “예전 우리 어머니 세대에서는 부녀회장을 하는 게 일종의 권력이었잖아요. 부녀회에서 마을 사람을 따돌림시키기도 하고, 뒷돈을 은근슬쩍 받아 챙기기도 하고. 맘카페는 인터넷으로 옮겨간 부녀회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부녀회를 운영하고 싶은 저는 권력 욕심이 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김씨의 맘카페는 아직 경쟁자와 우열을 다투고 있는 중이다. 맘카페에서 정보를 얻고 싶어하는 일반 회원 중에는 지역의 여러 맘카페에 동시에 가입돼 있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그런 일반 회원들에게 “우리 동네 맘카페를 떠올렸을 때 내가 운영하는 맘카페부터 떠오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김씨의 다짐은, 마치 사업가 같은 느낌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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