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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522호] 2018.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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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수산업에 IT 입힌 명진홀딩스 정상익 대표

스마트폰 앱으로 ‘깜깜이’ 활어 시장 밝히다

하주희  기자 

▲ 정상익 명진홀딩스 대표(왼쪽)와 윤태호 명진홀딩스 이사. ‘물차’ 위에서 포즈를 취했다. 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물차’는 활어 배달차를 뜻하는 은어다. 원래는 ‘활어차’가 맞다. 전국을 누비는 활어차는 약 1만대. 등록대수가 아니라 실제로 영업을 하는 차의 숫자다. 활어차 기사의 하루는 이렇다. 새벽 6시쯤 시장에서 활어를 떼온다. 활어는 다른 수산물과 유통구조가 다르다. 일단 수도권에 집하된 후 전국으로 팔려나간다. 유통량 대부분이 장외시장에서 거래된다. 인천 연안부두, 경기도 안양, 하남시 등에 있는 장외도매시장에서다. 통영에서 양식한 우럭이 하남으로 갔다가 다시 부산의 자갈치시장으로 가는 식이다.
   
   활어차 기사는 전국을 누비며 미리 주문받은 수량대로 활어를 배달한다. 여기부터 일종의 ‘깜깜이 거래’다. 횟집 주인은 그날의 어종별 시세를 정확히 알기 힘들다. 기사도 위험부담을 안는다. 횟집에선 보통 즉시 활어 대금을 지불하지 않는다. 2주 후에 지불한다며 구두로 약속하는 식이다. 못 받는 돈, 미수금이 쌓인다. 미수금이 쌓이는 횟집엔 활어가 비싸게 납품된다. 일종의 연체이자다. 악순환이 반복되다 보면, 결국 식당은 망하고 활어차 기사도 대금을 못 받는다. 이래저래 평균 10%는 떼인다.
   
   정상익(38) 명진홀딩스 대표는 이런 시장을 투명하게 바꿔보자 결심했다. 스마트폰 앱을 활용해서다. 횟집 주인이 ‘프레시 모바일’이란 앱에 가입하면 주변을 운행하는 활어차와 배달 어종, 가격을 볼 수 있다. 앱에서 주문하고 즉시 카드로 결제한다. 활어차 기사들은 더 많은 주문을 받기 위해 가격 경쟁을 한다. 지난 8월 17일 서울 강남에서 만난 정상익 대표는 자신이 앱을 개발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장사를 하려면 원가가 안정되야 한다. 한번 미수가 쌓이면 그 식당은 결국 망하더라. 활어차 기사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현금이 안 돌아 불법 사금융에서 어음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이들도 있다. 이자가 하루에 1%다. 100일 지나면 받을 돈이 사라진다. 작년에만 자살한 이를 3명 봤다.”
   
   활어차 기사가 횟집과 앱으로 거래하면 카드 수수료로 5%를 떼고 지급받는다. 10%가량은 늘 못 받았던 걸 고려하면 나쁘지 않다. 활어차 기사, 횟집 주인과 거래의 리스크를 나눠 진 건 카드사다. 식당을 대신해 대금을 선지불해준다. 카드사는 사전에 최근 매출 추이로 식당의 지불 능력을 판단한다. 국민카드가 그 역할을 맡고 있다. IT와 핀테크를 이용한 혁신으로 거래비용을 줄인 셈이다.
   
   정 대표는 수산업 분야에서는 드문 유학파다. 미국 워싱턴대 수산학과 출신이다. “미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다. 대학 진학할 때 한국에 IMF 구제금융 사태가 닥쳤다. 환율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어느 대학에 진학해야 하나 고민하는데 워싱턴대에 수산학과가 있더라. 입학만 하면 전액 장학금을 준다는 거다. 나를 포함해 3명이 입학했다. 원래는 중간에 과를 바꾸려 했는데 교수들이 잡더라. 자칫하면 학과가 없어진다는 이유였다. 졸업 후 자연스럽게 수산물 무역회사에 취직했다. 과 선배들이 그쪽 분야에 많이 진출해 있었다. 미국산 수산물을 중국으로 수출하는 회사였다.”
   
   한국으로 돌아온 정 대표는 2012년 수산물 유통기업을 직접 차렸다. 미국에서 쌓은 인맥과 노하우가 창업 자산이었다. 시작은 3국 무역. 노르웨이산 연어를 네덜란드에서 가공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식이었다. “전 세계 연어 유통량의 60% 이상이 노르웨이산이다. 북유럽은 인건비가 비싸다 보니 주로 네덜란드에서 가공작업을 한다. 네덜란드엔 불법체류자가 많아 인건비가 싸다. 수산공장이 많다. 매달 60t가량의 연어를 3국 무역 형식으로 미국에 수출한다.”
   
   
   오토바이 회 배달 사업도 론칭
   
   현재 그가 운영하는 명진홀딩스의 사업영역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수산업 유통이다. 연어, 참치와 활어를 수입해 유통한다. “학교 선배 한 명이 바닷가재 회사에 다녔다. 마침 2012년에 한국에 바닷가재 열풍이 불었다. 그 선배한테 바닷가재를 공급받아서 팔았다. 그 다음엔 연어가 유행하더라. 연어 수입도 시작했다.”
   
   활어차도 운용한다. “활어 도매상들은 보통 활어차 기사를 계약직으로 채용한다. 우리는 활어차 기사 12명 모두 정직원이다. 지켜보니 기사들의 이직이 잦으면 결국 회사에 손해더라.”
   
   둘째는 B2B 플랫폼 사업이다. 프레시 모바일 앱을 통해서다. 셋째는 이커머스 다. 회 배달 서비스 ‘허스키’를 시작했다. “2년간 준비했다. 서울에 횟집도 운영해봤다. 회의 신선도 등 여러 가지를 배웠다. 한국인이 제일 많이 먹는 회는 광어다. 비율로 보면 40%다. 다음은 연어(30%)다. 우리나라 수산물 시장은 대략 5조원 규모다. 이 중 온라인 활어시장은 3000억원 규모다. 전체 규모에 비해 엄청 작은 비율이다. 그만큼 성장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광어, 연어, 숭어회를 주문하면 오토바이로 배달하는 서비스를 론칭한 이유다. 강남권부터 시작해 올해 안에 목동, 강서, 상일동, 신대방, 안암동 등 서울 열두 곳에 지점을 낸다. 12개 거점 매장을 열면 서울 주요 지역을 커버할 수 있다.” 올 상반기 매출은 120억원이다.
   
   식재료를 유통하는 청년 창업자가 본 요식업 근황은 어떨까. “신규 창업자가 많다. 예전엔 호텔 요리사 출신 이런 사람들이 횟집을 차렸는데 요즘엔 막 대학 졸업한 친구들, 취준생 이런 사람들이 식당을 열더라. 일본 만화 보고 이자카야나 작은 초밥집을 차리는 식이다. 99%가 망한다. 대기업 은퇴자들도 마찬가지다. 사실 이분들이 창업할 만한 게 거의 없다. 그래서 식당, 카페를 차리는데 그 업계는 이미 포화상태다. 여기에 젊은이와 은퇴자가 뛰어든다는 얘기다. 포부는 ‘백종원’인데 현실은 아니다. 대형 업체는 잘된다. 소규모 창업은 다 망한다고 보면 된다.”
   
   구직난을 얘기하지만 현장에선 오히려 인력난을 느낀다는 게 정 대표의 얘기다. “횟집을 해보니 아르바이트생 구하는 게 제일 어렵더라. 시간당 1만원 줘도 못 구한다. 대기업 계열 마트에서 7000원을 주고, 작은 식당에서 1만원을 준다고 하면, 다들 대기업 쪽을 택한다. 백반집은 일하는 아주머니 찾느라 전쟁이다.”
   
   정 대표는 한국인들의 회 취향이 점점 ‘서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구에선 딱 다섯 가지 초밥만 먹는다. 참치, 연어, 초새우, 날치알, 게맛살이다. 왜 그런가 하면, 미국 초밥 식당엔 전문 주방장이 없다. 주로 이민자 출신 노동자들이 초밥을 만든다. 그러다 보니 다루기 쉽고 산업화된 식자재만 쓴다. 이게 우리나라에도 번졌다. 대학을 막 졸업한 젊은 사람들이 초밥집을 열다 보니 편한 재료만 쓴다. 한국도 예전엔 여러 종류의 회와 초밥을 즐겼다.”
   
   지난해 명진홀딩스는 코넥스에 상장했다. 올해는 코스닥으로 옮겨가는 게 목표다. 창업 후 6년간 비교적 성공적으로 안착한 셈이다. 정부의 청년창업 지원책이 도움이 됐을까. “같은 시기에 스물 몇 개 업체가 청년창업으로 시작했는데 모두 연락이 안 된다. 다 망했다. 우리는 정부에서 권하는 코스를 따라 회사를 키워온 경우다. 정책의 혜택을 많이 봤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회사가 너무 많다. 예를 들어 1년 이하 기업은 재무제표가 없다는 이유로 지원을 잘 안 해준다. 그런데 스타트업이 돈이 가장 많이 필요할 때가 초기 1년이다. 물론 지원을 악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 해도 에어드롭(공중투하) 식으로 지원을 늘리고 괜찮은 회사를 한 곳이라도 더 키워내는 게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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