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변은 정체로 가득 차 있을 때가 많다. 운전하다 보면 꽉 막힌 도로에서 시간을 허비할 때가 종종 있는가 하면 뻥 뚫린 듯한 하늘의 비행기 길에도 교통정체가 일어난다. 불이 난 건물의 비상구에는 한꺼번에 몰려드는 사람들로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 쓸데없는 스팸으로 인한 인터넷 정체도 만만찮다. 이런 병목현상의 해결법을 개미들의 일상 작업에서 찾은 연구가 주목을 끌고 있다.

교통공학자들에 따르면 한 차선에서 안전하게 달릴 수 있는 자동차 수는 시간당 1800대다. 자동차가 2초에 1대꼴로 지나가는 속도로, 최소 이 정도는 되어야 운전자가 앞차의 움직임을 파악하면서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다. 이 이상 자동차가 많아지면 도로는 막히고 사고 위험도 높아진다. 하지만 똑같은 넓이의 도로에 똑같은 수의 자동차가 있더라도 모든 곳에서 똑같이 길이 막히는 건 아니다. 왜 그럴까.

세계의 물리학자들은 이 문제를 놓고 1990년대부터 자연적 체증을 이끌어내는 교통흐름과 교통량 속 복잡한 인자들의 상호작용을 수없이 연구해왔다. 그 결과 중 하나가 차량 운전자들의 습관이었다. 운전자들이 자신들의 판단대로 차량을 운전하기 때문에 차간거리가 불규칙해지면서 병목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잘 달리던 앞차가 갑자기 속도를 줄이면 그 뒤 차량은 급하게 브레이크를 잡아야 하고, 맨 뒤 차량은 아예 정지해야 한다. 교통량이 적으면 그 효과가 곧 없어지겠지만 교통량이 많을 경우엔 작은 정체 구역을 형성하고, 이러한 정체 구역은 점점 뒤로 전파되어 그 결과 흐름이 깨지면서 차가 막히게 된다는 것이다. 서행 차량이 추월차선에 들어서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그 뒤를 쫓던 고속 차량의 속도가 떨어지는 건 당연한 일. 결정적 순간에 이런 일이 벌어지면 ‘한 대의 차량’ 때문에 많은 차량들이 꼬리를 물고 기어가게 된다.

이동경로 최적화로 체증 없애

지난 8월 17일자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대니얼 골드먼(Daniel Goldman) 미국 조지아공대 물리학과 교수팀과 독일 막스플랑크 복잡계물리학연구소 국제 공동연구팀이 개미의 행동을 물리학적으로 연구해 이런 병목현상을 해결할 방법을 찾았다고 한다. 그중의 하나가 개미의 페로몬 방식이다. 동물의 몸에서 분비되는 페로몬은 같은 종끼리 의사소통이 가능하게 하는 화학물질. 개미들은 페로몬을 어떻게 사용할까.

예를 들어 임의로 오솔길에 과자나 사탕을 놓으면 개미들이 떼로 몰려든다. 먹이를 발견한 개미가 그 소식을 알리려고 길에 페로몬을 뿌려서 다른 개미들이 따라오게 만든다. 이때 페로몬 신호를 바탕으로 수많은 개미 떼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줄을 지어 간다. 이 일정한 간격 덕분에 개미들은 정체현상 없이 빠른 흐름을 유지하며 이동할 수 있다.

더 놀라운 사실은 개미들은 간격을 두고 줄지어 달려갈 때 절대 앞 개미를 추월하지 않는다는 것. 또 간격과 속도를 유지하지 못하는 개미는 우회로로 빠져서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다. 이런 시스템은 개미의 숫자가 늘어도 변화가 없다. 이런 놀라운 기능이 개미 떼의 원활한 흐름을 만들어내는 주요한 요소다.

이와 같은 개미의 페로몬 원리를 자동차 교통시스템 개선에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자동차와 자동차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일명 카투카(Car-to-Car) 시스템이 그것. 자율주행의 시대에는 네트워크를 통해 자동차끼리 연결돼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게 되는데 이를 이용해 마치 개미가 막힘 없이 이동하듯 차량 정체 없는 도로를 만들자는 것이다. 실제 독일은 국가 차원에서 이런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교차로의 파란 신호등이 15초 후에 붉은색 등으로 바뀐다고 차에 알리면 신호등까지의 거리, 그리고 앞차들의 흐름을 계산해서 자동차가 운전자에게 교차로 통과가 가능한지 아닌지 여부를 알려주게 된다. 차량 간 정보를 교환하게 될 경우 신호등 없이도 차량들이 복잡한 교차로를 바람처럼 자유롭게 비켜 지나갈 수 있게 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런 시스템을 적용받는 자율주행차들이 실제 운용될 경우 교통사고 발생률도 줄여 교통사고 또한 점점 사라질 것으로 연구팀은 기대하고 있다.

좁은 공간에서 30%만 일한다

이번에 공동 연구팀은 개미들이 집을 짓거나 터널을 뚫을 때 꼭 필요한 최소 인원만 일한다는 사실에도 주목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실험을 통해 막힘 없이 효율적으로 일을 진행하는 행동을 관찰한 결과 이런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연구팀은 진흙과 미세한 플라스틱 알갱이들로 가득 찬 유리상자에 150마리의 불개미 집단을 넣고 개미집을 짓는 과정을 지켜보았다. 그 결과 일을 나서는 개미는 20~30% 정도였지만 이 중 게으름을 피우다 그냥 나오는 개미들도 상당수였다. 실제로 땅속에서 유리알을 파내는 개미는 7〜10%에 불과했다. 일하는 개미들은 땅속의 유리알을 밖으로 파내며 수백 번씩 구멍을 드나들었다. 물론 일이 끝날 때까지 그 개미들이 계속 투입되는 것이 아니라 3~4개 그룹으로 나뉘어 일의 단계에 따라 돌아가면서 투입되었다. 이때도 일하는 개미 수는 마찬가지. 아예 한 번도 땅에 들어가지 않고 빈둥대는 개미도 22〜31%나 되었다. 불개미 수를 달리해 30마리를 넣은 실험에서도 결과는 똑같았다.

결국 전체 3분의 2 이상은 거의 일을 하지 않고, 약 30%의 개미들만이 굴 파는 작업에 매달렸다. 이런 노동환경은 매우 비효율적이고 불평등해 보인다. 하지만 기능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이는 원활한 굴착작업을 보장하는 최적화된 모델이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주방에 너무 많은 요리사들이 북적대면 효율이 떨어지듯, 개미들은 일하는 터널에 들어갔다 약간의 정체라도 빚어질 것 같으면 바로 되돌아 나왔다.

여기에서 일을 도맡은 30%의 개미가 능력이 가장 뛰어난 것은 아니다. 연구팀은 가장 열심히 일하는 개미 5마리를 빼내봤는데, 이후 나머지 개미들이 굴착작업을 최대화하기 위해 계속 빠르게 움직여 전체 생산성 효율은 똑같았다. 누가 일하고, 얼마나 잘하는지는 영향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개미의 최적화 전략은 현실에도 적용할 수 있다. 이를테면 터널과 같은 제한된 공간에 로봇들을 투입할 경우, 무작정 많이 투입할 게 아니라 정체를 빚지 않고 최고의 효율로 계속 움직일 수 있도록 분배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진이나 붕괴사고 등 재난 현장에서 잔해 더미를 치우며 사람을 구조하는 인공지능 군집 로봇에도 이 법칙을 응용할 수 있다.

개미의 일하는 방식은 자율 로봇을 이용한 우주탐사에 특히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예상된다. 화성처럼 수시로 먼지폭풍이 발생하는 곳을 탐사하는 과정에서 터널이나 건물을 빠르게 완성해야 할 때, 하나의 작업에 몇 개의 로봇을 투입해야 하는지 최적화 설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좁은 곳에서 동시에 너무 많은 수가 일하는 상황만큼은 꼭 피하는 것, 그것이 개미가 주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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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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