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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
[2523호] 2018.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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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매주 10곳씩! 노포가 사라지고 있다

황은순  기자 

화과자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안타까운 소식이 있다. 184년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 대표 화과자 브랜드 ‘하나조노 만주’가 지난 7월 도쿄 지방법원으로부터 파산개시 결정을 받았다. 도쿄 신주쿠 하나조노 신사 맞은편에 있는 하나조노 만주는 일본에서 가장 맛있고 가장 비싼 만주로 유명하다. 한국인에게도 신주쿠에 갈 때 꼭 들러야 할 맛집으로 여행 일정에 포함시킬 만큼 인기가 있는 곳이다. 이곳의 간판상품은 가게 이름과 같은 ‘하나조노 만주’이다. 팥 앙금을 듬뿍 넣어 찐 만주는 과하게 달지 않으면서 부드럽고 촉촉하다. 특이하게 길쭉한 모양인데 여성들이 입을 크게 벌리지 않고 먹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벚꽃을 소금에 절여 얹어놓은 벚꽃 만주, 팥을 넣은 푸딩도 인기 상품이다.
   
▲ 184년 된 ‘하나조노 만주’. photo 하나조노만주 사이트

   ‘하나조노 만주’는 1834년 창업, 7대째 내려오는 일본의 대표적인 노포(시니세)이다. 최고 매상을 올렸던 1989년 연매출은 36억엔에 달했다. 가나가와현을 중심으로 한때 전국에 46개 점포까지 확장했다. 동일본대지진 이후 급격한 판매부진이 이어지면서 22억엔의 부채를 해결하지 못하고 결국 파산에 이르렀다. 도쿄 긴자의 과일 도매 노포인 센비키야가 부분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시가현 히코네성은 일본 대표 고성(古城)으로, 국보인 천수(天守)각이 있다. 일본 최대의 호수인 비와호가 내려다보이는 성의 북쪽에는 번주의 개인 정원으로 에도시대 조성된 겐큐엔이 있다. 겐큐엔은 국가 명승지로 지정될 만큼 아름다운 정원이다. 이곳에서는 매년 9월이면 풀벌레소리듣기 행사가 벌어진다. 겐큐엔의 풀벌레 소리는 일본의 소리풍경 100선에 꼽힌다고 한다.
   
   겐큐엔의 정취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료칸이 있다. 130년 된 노포 료칸 ‘하케이테이(八景亭)’다. 비와호에서 잡은 생선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요리 료칸으로 유명한 하케이테이가 지난해 11월 폐업했다. 후계자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3대째인 다케나카(68) 대표가 운영하다 2016년 병으로 쓰러진 후 후계자를 구했지만 그의 음식 맛을 잇겠다는 사람이 나서지 않았다. 두 명의 자녀가 있었지만 아버지의 뒤를 이을 생각은 없었다. 부인 노리코(71)씨는 주위에 피해를 주기 싫다면서 폐업을 결정했다. 히코네시는 건물을 보존 수리해 유적지로 보존할 계획이다.
   
   나가사키시에서는 360년 된 요정 ‘후기로(富貴樓)’가 철거됐다. 후기로는 1655년 창업, 국가등록유형문화재로 등록된 곳이다. 이곳도 역시 후계자와 종업원을 구하지 못해 지난해 7월 휴업을 결정했다. ‘후기로’는 1889년 이토 히로부미가 새로 지어준 이름이다. 일본 메이지유신의 영웅 사카모도 료마, 미쓰비시 창업자 이와사키 쇼다로 등 유명인들이 앞다퉈 손님 명단에 이름을 올리던 곳이다. 명성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건물 수리비 등을 감당하겠다는 인수자를 찾지 못한 후기로는 결국 철거되는 운명을 맞았다.
   
▲ 철거되는 360년 된 요정 ‘후기로’. photo Ncctv

   지난 6월에는 야마나시현 니시야마 온천에 있는 ‘게이운칸(慶雲館) 료칸’이 해산했다. 게이운칸은 아스카시대인 705년 창업, 기네스북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여관으로 등록된 곳이다. 개설한 때부터 한 번도 온천물이 마른 적이 없었던 게이운칸은 한때 연매출이 10억엔에 달했지만 2016년부터 가격경쟁에 밀려 매출이 급감하면서 53대째에서 결국 멈추게 됐다.
   
▲ 1323년 된 ‘게이운칸 료칸’. photo 구글

   문 닫은 노포 지난해 461건으로 최대
   
   일본의 노포들이 사라지고 있다. 노포들의 도산, 휴폐업, 해산이 최근 3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다 지난해 2000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문을 닫은 노포는 461건에 달했다. 매일 1.3곳, 일주일이면 10곳에 해당한다. 업종별로는 소매업이 41.4%, 제조업이 21.0%, 도매업 17.4% 순이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430건, 동일본대지진 다음해인 417건보다도 높은 수치이다. 461건 중 도산은 79건으로 전년보다 줄어든 반면 휴·폐업, 해산 건수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소비자의 기호나 시대의 변화에 밀려 사라진 경우도 있지만 후계자 부재, 인력 부족 등으로 흑자에도 불구하고 문을 닫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다. 100년 이상 된 일본의 노포는 2018년 2만8000여곳에 달한다. 이 중 1000년 이상 된 곳도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곤고구미’(문화재 복원·보수 기업)를 비롯해 8곳이다.
   

   저출산·고령화의 그늘이 노포뿐만 아니라 일본 경제의 90%를 차지하고 있는 중소기업을 위협하고 있다. 지난 1월 NHK 보도에 따르면 중소기업 경영자의 고령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후계자가 없어 폐업하는 기업이 2025년까지 30%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0년 이내 전국 250만개사의 경영자가 평균 은퇴연령인 70세를 맞이한다. 이들이 후계자를 찾지 못해 문을 닫을 경우 일본 경제는 22조엔의 손실을 불러올 것으로 예측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에 따르면 노포를 비롯해 중소기업 경영자의 평균연령은 1995년 47세에서 2015년 66세로 높아졌다. 60세 이상 경영자 중 50% 이상은 폐업을 예정하고 있고, 개인사업자 중 70%는 자신의 대에서 사업을 그만둘 예정인 것으로 조사됐다. 폐업 예정 기업 중 28.6%는 후계자가 없는 것을 이유로 꼽았다. 후계자 부재율이 가장 높은 업종은 서비스업이다. 민간조사기관인 데이코쿠데이터뱅크 조사에 의하면 일본 전체 중소기업 중 후계자가 없다고 답한 비율은 서비스업 71.3%, 건설업 70%, 부동산업 68.9%로 조사됐다.
   
   일본에서 성장하는 도시로 꼽히는 후쿠오카시를 봐도 서비스업의 인력난은 심각하다. 후쿠오카 인력서비스센터 중앙점에 따르면 작년 음식점 조리직 구인 수는 2173명인 반면, 구직자는 520명에 불과했다. 접객직은 구인이 993명, 구직자는 423명이었다. 반면 일반 사무직은 구인이 2706명, 구직자는 6740명에 달했다.
   
   후쿠오카 중앙구 다이묘에 있는 요리점 치카에는 지난 45년간 유지해온 서비스 런치를 올 2월 중단했다. 덴진에 있는 소바점 도비우메는 40년간 영업을 했던 지점을 폐쇄했다. 두 곳 모두 줄을 서서 기다려야 먹을 수 있는 소문난 맛집이다. 이들이 영업을 축소한 것은 일손을 구하지 못해서이다. 이는 곧 대부분의 노포들에 닥칠 일이다. 일본 정부에서는 사업 계승을 지원하기 위해 세제혜택, 금융지원을 내놓고 있지만 노포의 퇴장을 막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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