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4일 인도 뭄바이에서 무슬림들이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9월 14일 인도 뭄바이에서 무슬림들이 중국의 위구르족 탄압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photo 뉴시스

중국이 전 세계에 18억명 신자를 둔 이슬람교의 ‘공적(公敵)’으로 떠오르고 있다. 무슬림(이슬람 신자) 민족 위구르에 대한 중국 정부의 탄압이 날로 거세지자 세계 이슬람권 국가와 단체들이 중국 정부를 규탄하고 나섰다. 그동안 경제적 갑을(甲乙) 관계 탓에 화나도 꾹 참았던 파키스탄 같은 나라들까지 들고일어났다. 위구르 탄압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그 강도가 부쩍 심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유엔이 고발한 ‘위구르 100만명 수용소’ 논란은 세계 무슬림의 분노의 도화선이 됐다. 유엔에 따르면, 중국 거주 위구르인 전체 1100여만명 가운데 약 100만명이 정치범수용소에 갇혀 고문을 당하고 있다. 위구르인 10분의 1이 감옥 신세라는 것이다. 이에 세계 이슬람 공동체에서 “중국이 위구르 민족을 말살하려 한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 위구르 문제로 이슬람권과 중국이 정면 충돌하는 양상이다.

이슬람권, 중국산 제품 불매운동

방글라데시에선 지난 9월 7일 오전 대규모 반(反)중국 시위가 열렸다. 중국과 인도 사이에 있는 방글라데시는 무슬림 인구가 1억5000명이다. 세계에서 4번째로 무슬림 인구가 많은 나라다. 덥수룩하게 수염을 기른 열혈 무슬림들은 이날 수도 다카의 대형 모스크(이슬람사원) 앞에 모여 “중국 정부는 비밀 수용소에 갇힌 위구르 형제들을 석방하라”고 외쳤다. “석방하지 않으면 중국산 제품 불매운동을 펼치겠다”고 했다.

이날 시위 규모는 오후가 되자 더 커졌다. 다카 전역 모스크에서 금요 예배를 마친 무슬림들이 합류했다. 시내 도로는 수천 명에 달하는 시위대로 가득 찼다. 이날 시위를 주도한 사회운동조직 ‘이슬람 안돌란 방글라데시’는 트위터에 “이슬람을 모욕하는 세력인 미얀마·이스라엘 그리고 중국에 대해 침묵하지 마라”면서 “무슬림 공동체는 이들에 맞서 목소리를 높여라”라고 했다. 미얀마는 무슬림 소수민족인 로힝야를 학살한다며 국제사회의 맹비난을 받고 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과의 갈등으로 지난 70년 내내 이슬람 공동체의 원수(怨讐) 같은 존재다. 이런 타도 대상 반열에 중국도 오른 것이다. 방글라데시에서 반미(反美)·반(反)서방이 아닌 경제·군사적 협력국인 중국에 대한 비난 시위는 이례적이다.

이슬람 공동체에서 반중 정서는 빠르게 퍼지고 있다. 다카 시위 일주일 뒤인 9월 14일 인접국가인 인도의 최대도시 뭄바이에서도 위구르 수용소 운영을 비난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규모는 150~200명으로 다카보다는 작았지만, 참석자들이 이슬람 학자·모스크 성직자 같은 오피니언 리더들이었다. 이들은 ‘중국 정부는 무슬림에 대한 잔혹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중국 제품을 쓰지 말자”고 외쳤다. 이 시위를 주관한 무슬림 사회운동 비영리단체 ‘라자아카데미’의 사이드 누리 소장은 기자회견에서 “공산주의 국가가 무슬림에게 신앙 포기를 강요하고 있다”면서 “이는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고 했다. 라자아카데미는 이슬람 연구·사회개선 운동 활동을 하면서도 종종 반이슬람 단체나 정부 관계자를 상대로 무력시위를 벌이는 단체다. 지지세력은 수십만 명에 달한다.

수용소 구금 파키스탄인의 아내 300명

파키스탄 반중 여론은 더 심각하다. 신장위구르인 여성과 결혼한 파키스탄 남성이 많기 때문이다. 정확히 얼마나 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수용소에 구금된 아내를 둔 파키스탄 남자만 최소 300명일 정도다. 파키스탄과 신장위구르는 사돈지간인 셈이다. 또한 양측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다 이슬람을 주요 종교로 삼는 공통점 때문에 예부터 교류가 활발했다. 이런 이유로 여론이 악화하자 누룰 하크 카다리 파키스탄 종교부 장관은 지난 9월 19일 현지 주재 중국대사를 만나 공식적으로 위구르 탄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했다. 시민단체가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중국에 항의 메시지를 전한 것은 드문 일이다.

파키스탄은 현 시진핑 국가주석의 핵심 사업인 ‘일대일로(一帶一路·신실크로드)’ 프로젝트의 주요 협력국이다. 중국은 파키스탄 전역에 철도·고속도로·송유관·통신망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에 돈을 대는 등 깊이 관여하고 있다. 파키스탄은 중국이 국력을 바다로 확장하는 데 필요한 전략적 요충지이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에 빠진 파키스탄에 중국은 빼놓을 수 없는 경제 파트너다. 이런 이유로 파키스탄을 비롯해 많은 이슬람권 국가들이 그동안 위구르 문제가 심각한 걸 알면서도 당장 챙겨야 할 국익 때문에 눈을 감았다. 국제인권단체·유엔은 물론 미국 정부와 의회의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던 중국이지만, 다른 나라도 아닌 우군 파키스탄의 항의는 뼈아팠다.

카자흐스탄 신문·방송에서도 연일 위구르 문제가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무슬림 시민단체와 변호사들은 현지 중국 대사관을 찾아가 항의하고, 정부 관계자도 만나 “중국 정부를 압박하라”면서 로비하고 있다. 카자흐스탄은 신장 지역 접경국으로 위구르인을 친인척으로 둔 가정이 많은 나라다. 전체 인구가 약 1800만명인 카자흐스탄의 위구르 인구는 20여만명이다. 이 나라에서 7번째로 큰 민족으로 정치적 영향력이 작지 않다. 게다가 무슬림 인구는 전체의 70%를 차지한다. 이웃나라의 위구르 민족이 이슬람 신앙 때문에 박해를 받는 현실을 카자흐스탄 정부와 시민단체가 외면할 수 없는 이유다.

세계 무슬림 공동체의 중국 압박이 거세지면서, 탄압 현실을 고발하는 위구르인의 증언도 속속 나오고 있다. 수용소에 수개월간 수감됐던 한 위구르 남성은 인권단체 조사관과의 인터뷰에서 “갑자기 아무 말도 없어 잡아가 수용소에 처넣었다”면서 “하루 보통 2시간, 어떨 때는 3~4시간씩 시 주석·공산당 찬양가를 큰소리로 부를 것을 강요받았다”고 했다. 그는 또 불시에 수용소 조사실로 끌려가 공안으로부터 ‘이슬람을 왜 믿느냐’ ‘집에 코란(이슬람 경전)은 있느냐’ ‘신이 진짜 있다고 믿느냐’는 질문에 반복해 답해야 했다. 수용소에선 이슬람의 다섯 기둥(의무)인 신앙고백·기도·금식·기부·순례 그 어떤 것도 지킬 수 없도록 철저한 통제를 받았다. 종교의 자유를 박탈당한 것이다. 그는 수개월 뒤 공산당 찬양가를 줄줄 외워 부르며 성실한 인민인 척을 한 뒤에야 수용소에서 출소할 수 있었다고 한다. 수용소를 통해 위구르인들의 ‘이슬람 물’을 빼고, 정부 말을 잘 듣는 인민으로 만들려는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지난 10월 1일 브뤼셀에서 중국의 위구르 수용소를 고발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 위구르 독립 단체 회원들. ⓒphoto 뉴시스
지난 10월 1일 브뤼셀에서 중국의 위구르 수용소를 고발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는 위구르 독립 단체 회원들. ⓒphoto 뉴시스

여성·아이까지 잡아가

공안 당국은 남성뿐 아니라 여성·어린아이까지 잡아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키스탄인 무역업자 바샤 칸은 올해 봄 해외 출장을 마치고 중국 서북부 신장에 있는 그의 집에 돌아갔다가 깜짝 놀랐다. 위구르인인 그의 아내와 자녀 셋이 집에 없었다. 게다가 그의 집은 폭격이라도 맞은 것처럼 허물어져 있었다. 칸은 그 자리에서 풀썩 주저앉았다. 너무 황당해 울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수소문해보니 아내와 자녀들은 체포돼 수용소에 끌려갔다. 그는 공안 사무실에 찾아가 어떻게 된 것이냐고 따졌지만, 아무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그의 아내는 특별한 사회활동을 하지 않고 평범한 주부로 살아왔다. 그런 여성과 자녀를 잡아간 이유는 단 하나였다. ‘교화 대상’인 위구르인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공안 당국은 현재 “수용소는 존재하지 않는다”면서 모든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당국은 사진 촬영 등으로 확인된 수용소 의심 시설에 대해선 “범죄자들을 위한 직업훈련소”라고 주장하고 있다.

중국 공안은 위구르 인구 증가를 막기 위해 낙태 강요를 서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굴나즈(가명)라는 위구르인은 최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 기고에서 “이웃에 사는 파티마가 임신 6개월인데도 공안에 의해 강제 낙태 수술을 받고, 결국 수술 도중 사망했다”면서 “이 사건을 옆에서 보고선 어떻게 해서든 이 나라를 탈출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했다. 굴나즈는 “지금 다행히 런던에 살고 있지만, 과거 공안의 감시에 시달린 기억 때문에 여전히 주위 사람에게 나의 정체를 알리길 꺼리게 된다”고 했다.

중국은 2015년 35년 동안 고수해온 ‘한 자녀 정책’을 폐지하고 두 자녀 출산을 허용했다. 위구르인도 두 자녀를 가질 수 있게 됐지만, 이를 어겼을 때 다른 어떤 지역 주민·민족보다 철저하게 처벌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지역·소수민족은 몰래 출산하기도 하지만, 위구르는 철통감시를 받아 셋째 임신 사실을 숨기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물론 위반 시 벌금을 내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공안은 이들이 벌금 낼 여력이 없다고 간주하고 ‘낙태를 하라’고 떠민다. 수술은 위험천만하다. 제대로 실력을 갖추지 않은 의료진이 수술을 맡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위구르는 중국 여러 곳에 흩어져 살지 않고 99%가 신장 지구에 밀집해 산다. 정부는 수적으로 절대다수이자 주류·기득권 민족인 한족(漢族)을 신장에 이주시키고 있다. 그럼에도 위구르는 이들과 섞여 살기보다는 어떻게든 자기네끼리 모여 살려고 한다. 이에 중국 정부는 수년 전부터 이들의 ‘단일대오’를 흐트리기 위해 ‘한족과 결혼시키기 전략’을 쓰고 있다. ‘결혼 시 1만위안(약 162만원)을 준다’는 인센티브를 내걸어 양측 간 결혼을 유도하는 것이다.

중국 연간 1인당 GDP(국내총생산)는 8100달러(약 907만원)이다. 경제적 낙후지역인 신장의 1인당 GDP는 평균 이하인 6700달러다. 게다가 이 수치는 신장의 부유층 한족을 포함해 계산한 것이다. 실질적으로 위구르의 연간 1인당 GDP는 5000달러도 안 될 것으로 추정된다. 즉 이들에게 1450달러 정도인 1만위안은 상당히 큰돈인 것이다. 정부는 돈뿐 아니라 주택, 건강보험, 취업, 교육 등 다양한 혜택을 아낌없이 제공하며, 한족 남성과 위구르 여성의 결혼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이 정책의 속셈이 무엇인지 알지만,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많은 여성이 한족 집안에 시집을 간다. 이렇게 이뤄진 부부의 자녀는 한족이 된다. 한족 사위를 들인 위구르 집안은 자연스럽게 한족에 동조·동화한다. 결혼을 통해 피같이 진한 위구르 민족 공동체의 정체성에 물타기를 하는 것이다. 이 같은 노력으로 신장 전체 거주민 중 위구르인 비율은 계속 줄어 현재 45%까지 떨어졌다. 거의 제로(0)에 가까웠던 한족 비율은 39%까지 치솟았다.

모스크 900여곳에 안면인식 CCTV 설치

세계 이슬람권의 반대에도 중국이 위구르 탄압을 거두지 않는 건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라고 보기 때문이다. 정부는 전국 55개 소수민족 가운데 위구르를 가장 위험한 민족으로 여긴다. 다른 민족은 한족과 피부색이 거의 같고 한자를 쓰는 등 유사점이 많지만, 위구르는 투르크족 계열이다. 외모도 아랍인처럼 털이 많고 눈이 크다. 언어는 투르크 어족에 속하는 위구르어를 쓴다. 문자도 한자가 아닌 아랍어 알파벳을 쓴다. 여느 소수민족보다 중국스럽지 않은, 매우 이질적인 존재다. 분리독립의 명분이 가장 확실하다 할 수 있는 민족이다.

위구르는 744년 제국을 건설하고 758년 ‘안사의 난’으로 당나라가 위기에 몰렸을 때 도움을 줬을 정도로 부강한 민족이었다. 비록 1세기 만인 840년 내부 갈등으로 제국을 잃고 분열됐지만, 이후로도 현 신장 지역을 중심으로 고창왕국(약 850~1280년)을 이루며 명맥을 이어갔다. 청나라의 지배에 들어간 적도 있으나, 16세기 민족이 이슬람화한 지 300년 뒤인 1933년 ‘동투르키스탄이슬람공화국’, 1944년 ‘동투르키스탄공화국’을 잠시나마 세우기도 했다. 1949년 중국에 편입된 뒤에도 이들은 끈질기게 독립운동을 했다. 1990~2001년 10년 사이에만 독립 세력의 무장 공격 사건이 200여건에 달한다.

중국 정부는 혹여나 이들이 분리독립할 경우 다른 소수민족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아예 독립의 ‘싹’을 자르려고 강도 높은 탄압정책을 펴는 것이다. 더불어 신장은 중국 육지 전체 면적의 6분의 1, 육지 국경선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데다 주변 8개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다. 정부가 확실히 장악해야 하는 지역인 것이다. 또 신장에는 석유·천연가스·석탄 등 지하광물 자원이 풍부해 경제·산업 그리고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곳이다.

중국은 첨단기술까지 동원해 신장 일대를 감시·통제하고 있다. 예컨대 고성능 드론 정찰기를 띄워 요주의 인물을 미행 감시하고, 집집이 도·감청 장치를 설치해 놓고 있다. 정부 시설을 겨냥해 폭탄 테러 공격 등을 모의하지 않는지도 모니터하기 위해서다. 조만간 정부는 신장 모위(墨玉)현 전체 967개 모스크 입구에 안면인식 카메라도 설치할 예정이다. 공안에는 안면인식 기능을 장착해 범죄 여부를 바로 감별하는 이른바 ‘터미네이터 안경’을 보급하고 있다. 공안은 이들이 해외에서 독립운동을 하지 못하도록 각국 수사 당국에 협조를 요청하는 등 위구르 체포 작전을 확대하고 있다. 예전엔 국외로 탈출만 하면 한시름 놓을 수 있었는데 이젠 그것도 안 되는 것이다.

위구르 수용소 건으로 불붙은 이슬람권과 중국의 갈등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중국이 경제적 협력 관계를 내세우며 논란을 일시적으로 잠재울 가능성이 크다. 세계 넘버 2인 중국의 힘을 무시하기란 어느 나라에나 쉽지 않다. 실제로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높은 이집트 같은 나라는 인구의 90%가 무슬림으로 명실상부한 이슬람권 국가다. 그런데도 위구르 건과 관련해 함구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역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슬람권 내에서 이집트같이 국익 때문에 ‘무슬림 형제’를 외면하는 나라들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동 전문매체 ‘미들이스트아이’에는 최근 ‘위구르를 돕기 위해 무슬림 세계는 연합해야 한다’는 제목의 기고가 실리기도 했다. 세계 40여개국에 100여만명의 회원을 둔 국제 이슬람 정치조직 ‘히즈붓 타흐리르’도 최근 “중국의 신장 통치를 반대하고 이들의 투자를 기피하라”고 촉구했다. 미얀마의 무슬림 소수민족 로힝야 탄압과 함께 위구르 사태가 이슬람 공동체에 “이대로 외면해선 안 된다”는 경종을 울리고 있다. 초승달(이슬람 상징)의 일격이 언제든 판다(중국 상징)로 향할 수 있는 것이다.

노석조 조선일보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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