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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 인 뉴스] 가짜뉴스 규제론의 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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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529호] 2018.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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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 뉴스]가짜뉴스 규제론의 함정

조현주  기자 

▲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10월 2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가짜뉴스 실태와 대책에 대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정부가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먼저 이낙연 국무총리가 신호탄을 쏘았다. 이낙연 총리는 지난 10월 2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가짜뉴스를 ‘민주주의 교란범’이라고 칭하며 긴급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이 총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가짜뉴스 창궐. 묵과할 수 없는 단계. 사회의 공적으로 규정하고 척결하겠다”고 밝히며 가짜뉴스 근절을 향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범정부 차원의 가짜뉴스 근절 방안도 조만간 마련될 예정이다. 정부는 10월 8일 가짜뉴스라 불리고 있는 ‘허위·조작정보’ 근절을 위한 범정부 대책 발표를 준비했다가 돌연 일정을 미뤘다. 정부의 가짜뉴스 대책 마련 방침에 대한 우려가 곳곳에서 쏟아지자 재정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인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경찰청, 법무부 등 유관기관은 가짜뉴스 대책 마련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법무부는 10월 16일 ‘허위·조작정보’ 처벌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이날 허위·조작된 정보가 끊임없이 생산되고 유포되는 가짜뉴스 문제를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하라고 검찰에 지시했다.
   
   박상기 장관은 “허위·조작정보 사범이 발생한 경우 초기 단계부터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 체계를 구축해 배후의 제작·유포 주도자까지 추적하고 정보의 허위성이 명백하고 사안이 중대하면 고소·고발 접수 전이라도 수사에 적극 착수하라”고 주문했다.
   
   앞서 경찰 역시 지난 9월부터 가짜뉴스를 대상으로 집중단속에 나섰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10월 8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9월 12일 특별단속을 시작해 지금까지 37건을 단속했다”며 “근래 들어 1인 미디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블로그 등 매체가 많아지고 전파성이 강해지면서 문제가 심각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는 7년 이하 징역부터 경범죄 처벌까지 법제화가 돼 있다”며 “악의적 조작과 의도적 생산·유포 근원을 찾아 발본색원하는 수사를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규제 둘러싼 뜨거운 공방
   
정부가 가짜뉴스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운 뒤 공방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검찰과 경찰의 연이은 발표가 나오자 언론·표현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이 아니냐는 반발이 거세다. 정부는 가짜뉴스에 대한 수사와 처벌 의지만 내비칠 뿐 가짜뉴스를 판단하는 기준에 대해서는 명확한 방침을 내놓지 않고 있다. 가짜뉴스가 자의적으로 해석될 경우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오는 이유다.
   
   10월 진행 중인 국정감사에서도 관련 지적이 쏟아졌다. 지난 10월 10일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언론 자유를 위해 싸우셨던 언론인 출신의 (이낙연) 국무총리께서 가짜뉴스가 사회적 공적이며 공동체 파괴라 단언하고 검·경의 신속한 수사와 처벌을 지시했다는 사실을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제윤경 민주당 의원 역시 “가짜뉴스, 허위·조작정보 유통에 대해 무언가를 하겠다는 식의 말은 굉장히 위험한 이야기일 수 있다”며 “우리 정부가 절대선이라고 기준을 잡고 허위조작을 판가름하는 것은 국민 보기에 불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에서도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법무부가 가짜뉴스 대처 방안을 발표한 이후 곧바로 이를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경실련은 ‘법무부 가짜뉴스 대책, 민주주의 파괴 우려’라는 제목의 성명서에서 “법무부 대책은 가짜뉴스를 예방한다는 취지를 넘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고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까지 과도하게 제약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미 가짜뉴스를 처벌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는 상황에서 사회적 합의 없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큰 법무부 대책은 철회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 5명 중 2명 가짜뉴스 구별 못 한다
   
   더 우려스러운 부분은 일반인들의 가짜뉴스 구별 능력이 아직 저조한 수준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0월 10일 발표한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5명 중 2명은 가짜뉴스를 구별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소비자연대와 김성수 의원실이 지난 9월 21~27일까지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이다.
   
   이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들이 ‘하루 중 가장 많이 이용하는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는 유튜브(78.6%)였으며 네이버(57.5%), 페이스북(35.7%), 카카오톡(33%)이 뒤를 이었다. 또 ‘모바일 동영상을 통해 얻은 정보 중 사실관계가 불명확하거나 거짓·허위정보를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81.5%가 ‘본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정보의 신뢰도를 판단하는 기준’으로는 ‘모바일 매체의 영향력’(49.7%)을 꼽았고 이 외에는 ‘좋아요·공감 수 등 매체 이용자들의 평가’(47.1%), ‘정보를 공유한 관리자의 신뢰도’(39.4%) 등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부분은 모바일을 통해 습득한 정보에 대한 판단능력과 관련된 답변이다. 응답자 대다수인 93.2%는 본인의 ‘모바일 동영상 정보에 대한 사실 판단 능력’을 ‘보통 이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실제 유튜브에서 이슈가 된 동영상을 사례로 들어 ‘가짜뉴스 등 허위정보 테스트’를 진행해본 결과, 정답률은 58.5%에 그쳤다. 결국 모바일 동영상 이용자 5명 중 2명은 정치·사회·경제 등 분야를 막론하고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허위정보를 구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보 소비자가 무엇이 가짜뉴스인지 제대로 구별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강력한 규제 방침은 섣부른 대책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가짜뉴스 규제에 대한 정부 방침이 이어지면서 강력한 규제만이 가짜뉴스 근절을 위한 해법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 여전히 힘을 받고 있다. ‘가짜뉴스 규제론’에 대한 찬성 측에서는 ‘독일의 가짜뉴스 유통금지법’ 사례를 들며 국내에도 관련법 도입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엄밀히 말하면 독일에 ‘가짜뉴스 유통금지법’이 있다는 것은 잘못된 정보이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다시 가짜뉴스 규제론이 유행이다. 규제방법을 말할 때마다 독일의 ‘가짜뉴스 규제법’을 인용한다. 독일에서는 ‘가짜뉴스’를 유통하면 벌금 5000만유로를 맞는다는 식이다. (하지만) 독일에 가짜뉴스 처벌법이란 건 없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어 “2017년 총선을 대비해서 당시 집권했던 기민련(기독교민주연합)과 사민당(사회민주당)이 입법한 ‘넷규제법’은 가짜뉴스 처벌법이 아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법 집행을 개선한 법’이라고 할 수 있다”며 “‘넷규제법’은 ‘독일 형법이 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불법행위 관련 내용물(위헌조직 선전물, 잔인한 폭력물, 명예훼손, 협박, 증오선동 등)이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만연하다’는 이용자의 불만 제기에 대해서 플랫폼 사업자가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 것을 규제하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해당 글에서 “이 법에 문제가 많다. 과도한 반자유적 규제라는 게 가장 큰 이유”라면서 “이와 함께 거대 플랫폼 사업자에게 어떤 내용물이 불법 게시물이고 어떤 건 아닌지를 판단해 규제할 권한을 주었다는 것. 즉 국가가 할 일을 사업자에게 시킨다는 것이 더 큰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가짜뉴스 근절, 규제만이 답인가?
   
   ‘가짜뉴스 규제론’을 둘러싼 공방은 앞으로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이 와중에도 가짜뉴스는 도처에 흘러넘치고 있다. 규제와 처벌에 앞서 가짜뉴스를 막기 위한 정보 생산자와 이용자, 매개자 등의 자율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미국은 앞서 2016년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가짜뉴스와의 전쟁을 치른 뒤 가짜뉴스를 구별하는 ‘팩트체크(사실확인)’의 필요성에 주목해왔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안넨버그 커뮤니케이션 스쿨이 만든 사이트 ‘FACTCHECK.ORG’에서는 다음 7개의 기준으로 정보의 사실성을 확인해보라고 제안한다.
   
   ‘1. 뉴스의 출처를 파악하라. 2. 글을 끝까지 읽어라. 3. 작성자를 확인하라. 4. 근거자료를 확인하라. 5. 작성 날짜를 확인하라. 6. 자신의 생각이 한쪽으로 치우친 것은 아닌가 생각해보라. 7. 전문가에게 물어보라.’
   
   물론 일상에서 공유되는 다양한 가짜뉴스를 모두 꼼꼼히 따져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때문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대중들이 가짜뉴스를 판별할 수 있는 눈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성수 민주당 의원은 “모바일을 통해 수많은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되면서 사실 여부를 분별하고 판단하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가짜뉴스’ 규제도 필요하지만 그에 앞서 교육을 통해 미디어의 올바른 기능과 역할에 대해 고민할 기회를 열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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