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가 중단된 창동민자역사. 2010년 이후 8년째 흉물로 방치되어 있다.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공사가 중단된 창동민자역사. 2010년 이후 8년째 흉물로 방치되어 있다.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임원 출신 퇴직자 A씨. 지난 3월에 퇴직한 그는 지난 9월 롯데역사㈜ 상임이사에 취임할 예정이었다. 롯데역사㈜는 롯데백화점이 들어가 있는 영등포민자역사와 대구역사를 관리하는 회사다. 2017년을 기준으로 코레일이 31.67%의 지분을 소유한 코레일 출자회사다. 하지만 A씨의 취업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 9월 27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퇴직공직자 9월 취업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심사 대상자 51명 중 7명이 취업불승인 결정을 받았다. 여기에 A씨도 포함되어 있었다. 취업불승인을 내렸다는 건 취업자의 업무가 퇴직 전 업무와 관련성이 있는 데다, 법에서 정한 취업승인 사유도 없다는 얘기다.

민자역사 사업은 코레일이 ‘국유철도의 운영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경영을 개선하기 위해 민간 자본을 유치해 역사를 현대화하는 사업이다. 민간 사업자는 자본을 투자해 신축한 역사를 코레일에 제공하고, 복합상업시설을 운영해 수익을 올린다. 롯데백화점이 지어 1990년 완공한 영등포민자역사가 그 시초다. 이후 서울역, 용산역, 왕십리역, 경기도 수원역, 평택역 등이 같은 형태로 들어섰다.

코레일은 지분을 출자하고 배당금을 받는다. 2018년 현재 코레일은 총 12개의 민자역사를 운영 중이다. 경영수지는 역사마다 다르다. 현대아이파크몰과 신세계의정부역사는 자본 잠식 상태다. 흥미로운 건 배당률도 제각각 다르다는 사실이다. 이익이 많이 난 곳의 배당금이 더 적었던 경우도 있다. 2011년의 경우다. 이해 롯데역사㈜는 7384억원의 이익잉여금을 보유하고 15억원을 코레일에 배당했다. 같은해 수원애경역사㈜의 이익잉여금은 779억원이었다. 애경역사는 코레일에 76억원을 배당했다. 이러한 배당액은 이노근 전 새누리당 의원이 2014년 코레일에서 제출받은 자료로 드러났다. 롯데역사㈜와 애경역사㈜에 출자한 코레일의 지분이 각각 31.67%. 12.82%라는 점을 감안해도 배당률에 차이가 난다.

앞서 언급한 코레일 퇴직 임원 A씨의 민자역사 관련회사 취업 시도는 일종의 ‘낙하산 관행’이었다. 이제야 제동이 걸렸을 뿐, 코레일 임원이 민자역사 관련 회사의 임원으로 옮겨간 건 한두 해의 일이 아니다. 2014년 국감 때도, 2016년 국감 때도 거듭 지적이 됐지만 관행처럼 이어져왔다. 이들은 심지어 사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최종적으로 부도가 난 사업장에서도 억대 연봉을 받아갔다. 바로 노량진민자역사다. 주간조선은 좌초된 노량진민자역사 사업 추진 과정에서 코레일 출신 낙하산 인사들이 연봉과 사업추진비를 받아간 내역을 확보했다.

노량진민자역사는 코레일이 철도청 시절이던 2002년부터 추진한 사업이다. 지하철 1호선 노량진역 철도용 부지 3만8650㎡에 역무시설과 함께 백화점, 대형할인점, 복합영화관 등 지하 2층~지상 17층 규모의 판매·문화·업무시설을 짓는 사업이었다. 이를 위해 노량진역사㈜가 설립됐다. 2017년 기준 코레일은 노량진역사㈜에 27%의 지분을 갖고 있었다.

2002년 12월 공모를 통해 진흥기업이 주관사로 선정됐다. 이후 과정은 총체적 난국이었다. 결국 진흥기업은 사업주관자 지위를 포기했고 1대 주주인 김모씨가 노량진역사㈜의 대표이사가 됐다. 김씨는 이후 불법적으로 사전분양을 하고 50여억원의 분양계약금을 횡령한 혐의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코레일은 2007년 김씨를 ‘단독 사업주관자’로 다시 선정한다. 서울 요지 금싸라기 땅의 개발을 하필이면 횡령 전과자에게 다시 맡긴 셈이다. 시공사도 수차례 바뀌었다. 최초엔 벽산건설과 시공약정을 맺었지만, 바로 약정해지를 당했다. 정우개발과 시공계약을 맺었는데 이번엔 정우개발이 공사실적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에도 여러 업체로 시공사가 바뀌었고 결국 사업은 좌초됐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상가분양이 이미 이뤄졌단 점이다. ‘노량진민자역사’란 이름으로 신문에 광고까지 나갔고 전국에서 130명의 일반인들이 상가분양 계약을 맺었다. 이들이 2008년, 2009년에 걸쳐 납부한 계약금은 총 150억원. 민자역사 사업은 초기에 상가분양을 해 그걸로 공사비를 대면서 진행하곤 한다. 문제는 노량진역사㈜처럼 사업 진행 과정에서 횡령 등의 문제가 생겨 사업이 지지부진해지는 경우다. 야금야금 법인 유지 비용으로 분양금이 지출돼버리고 만다. 결국 그대로 몇 년이 흐르면 자연히 사업은 좌초된다.

임원 2명은 늘 낙하산

노량진역사㈜가 2003년부터 2010년 1월까지 쓴 돈은 약 200억원이다. 7년 동안 한 해 평균 약 28억원을 썼다는 얘기다. 이 금액부터 이미 상가계약금 150억원을 넘어섰다. 200억원 중 직원 급여로 쓴 돈은 약 60억원이다. 노량진역사㈜에는 8명에서 9명의 직원이 근무했다고 한다. 이 중 임원 두 명은 늘 코레일에서 추천한 인사들로 채워졌다. 부사장과 감사다. 7년간 8명이 왔다 갔다. 굳이 이들의 임무를 따져보면, 코레일에서 쌓은 노하우를 활용해 역사 사업 추진 과정을 감독하고 중간에서 코레일과 업무 협의를 원활하게 하는 것일 터다.

8명의 코레일 출신 부사장과 감사가 그들의 업무를 충실히 했다고 볼 수 있을까. 이들이 7년간 받아간 급여는 총 20억원이 넘는다. 1인당 2억원 이상 받아갔다는 계산이 나온다. 자세히 살펴보면 연 8000만원이 넘는 정식 급여와 함께 ‘업무추진비 25만원, 체력단련비 30만원’ 하는 식으로 별도의 급여를 매월 받아갔다. 여기에 법인카드도 따로 사용했다. 시기마다 다르지만 100만원 안팎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법인카드 내역엔 패밀리레스토랑부터 종합병원까지 다양한 사용처가 등장한다. 노량진역사㈜는 최종적으로 부도가 났고, 130명의 상가 수분양자들은 현재까지도 계약금을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 이들 외에도 수백 명의 사기 분양 피해자들이 있다. 이들은 노량진역사㈜의 대표였던 김모씨와 상가 선분양 계약을 맺은 이들이다. 결과적으로 사기 분양이었다. 이들의 피해금액은 제대로 집계도 안 됐다. 수백억원으로 추산할 뿐이다.

서울 도봉구의 창동민자역사도 노량진민자역사와 마찬가지 경우다. 창동민자역사는 2010년 11월 사업이 중단됐다. 2004년 첫 삽을 뜬 이후 6년 만에 좌초됐다. 창동역사㈜ 임원들의 횡령·배임으로 인한 공사비 체납 때문이었다. 공정률 27.6%(지상 5층 높이)에서 공사가 중단돼 지금까지 8년째 흉물로 방치되어 있다. 창동역사㈜에도 역시 전직 코레일 임원들이 임원으로 일하고 있었다. 코레일 측은 “노량진역사㈜와 창동역사㈜는 상법상 주식회사이며 임원 및 임원보수는 주주총회에서 결정된 사항”이라고 답변했다. 민자역사의 배당에 관해서는 “이익잉여금 배당은 민자역사 운영회사의 이사회 및 주주총회 결의로 결정되며 법으로 정해진 배당기준은 없다”며 “공사는 롯데역사㈜와 수원애경역사㈜의 대주주가 아니므로 주주총회의 결의로 배당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하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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