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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529호] 2018.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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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방한한 맥 가드니어 국제어린이재단연맹 사무총장

“어른 변화시키는 건 아이들 아동 교류가 남북관계 지름길”

김효정  기자 

▲ 지난 10월 15일 서울 중구 무교동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맥 가드니어 국제어린이재단연맹 사무총장. 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9월 18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평양을 찾은 김정숙 여사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평양 문수지구에 있는 옥류아동병원이었다. 9월 19일 발표된 ‘9·19 평양공동선언’에는 보건·의료 분야의 남북 교류를 강조하는 내용이 담기기도 했다. 근 수십 년 동안 북한의 아동 문제는 다른 어떤 문제보다 심각하게 다뤄진 국제적 문제였다. 북한이 평화 기조로 태도를 바꾸면서 가장 먼저 보여준 단어가 아동·보건이라는 점은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한국과 국제사회에서 다시 대북 아동지원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전 세계 11개국 어린이재단을 총괄하는 국제어린이재단연맹(ChildFund Alliance)에서도 대북 아동지원은 오랜 고민거리 중 하나다. 국제어린이재단연맹은 미국·일본·독일·프랑스 등에 세워진 각국 어린이재단(ChildFund)을 하나로 잇는 단체다. 우리나라에서도 1948년 10월 세워진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국제어린이재단연맹에 가입돼 있다.
   
   지난 10월 15일 국제어린이재단연맹 임직원이 서울을 찾은 이유는 이날로 꼭 창립 70주년을 맞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을 격려하고 한국과 아시아의 어린이 문제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를 펼치기 위해서다. 2년 전 국제어린이재단연맹 연례회의가 처음으로 한국에서 열렸을 때 한국을 한 번 방문한 바 있는 맥 가드니어 사무총장은 이번 방한(訪韓) 기간 동안 대북 아동지원 문제에 특히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서울 중구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맥 가드니어 사무총장은 인터뷰를 진행할수록 진지하고 신중한 대답을 이어갔다. 그는 “북한 아동이 생존과 발달의 차원을 넘어서 참여의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아동지원의 단계를 한 차원 향상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간 대북 아동지원 사업은 보건·의료와 영양공급에 집중돼 이뤄졌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통계에 따르면 1998년 북한의 5세 미만 영유아 사망률은 92.3명이지만 지난해에는 24명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한국의 3명에 비해서는 여전히 매우 높은 수치이지만 당면한 위기는 넘겼다고 볼 수 있다.
   
   북한 아동의 상황이 좋아질 수 있었던 데는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지원이 큰 힘이 되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2001년 북한 육아원에 ‘사랑의 내복 보내기’를 시작으로 북한 아동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아동들이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빵공장을 건설하고 백신을 지원하며 병원 현대화 사업을 펼친 것이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이제는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다. 10월 15일 창립 70주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이제훈 초록우산어린이재단 회장은 “보다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상호 격차를 극복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려고 한다”면서 “북한 주민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사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맥 가드니어 사무총장 역시 같은 의견이다.
   
   “모든 국가가 준수해야 하는 유엔 아동권리협약에서 아동은 생존, 발달, 보호, 참여의 네 가지 권리를 갖습니다. 그런데 북한 아동이 참여의 측면에서 얼마나 권리를 행사하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북한이 그동안 아동의 생존과 발달에 발전을 이뤘다면 이제는 보호권과 참여권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유엔 아동권리협약(UNCRC)이란 아동을 단순한 보호 대상이 아닌 존엄성과 권리를 지닌 주체로 보고 기본적인 권리를 명시한 협약이다. 1989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돼 한국뿐 아니라 북한을 포함한 세계 193개국이 비준한 국제협약이다. 그러나 협약에 참가한 것과는 별개로 아동의 ‘참여’와 ‘권리’가 폐쇄적인 북한 사회에서 받아들여지기 쉽지 않다는 것을 맥 가드니어 사무총장도 잘 알고 있다. 그는 “많은 NGO와 남한 정부를 포함한 국제사회가 하나의 창구로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2014년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북한 아동과 임산부의 영양개선을 위해 200t의 식량을 지원하는 사업을 펼쳤다. photo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대북 아동지원은 권리를 알려주는 것”
   
   “가장 먼저 북한 정권에 아동의 참여를 증진시키고 아동이 스스로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은 ‘위협’이 아니라 ‘성장’의 기회라는 점을 잘 인식시켜야 합니다. 어린이재단연맹에서 그동안 진행해왔던 CFAcc(Child Friendly Accountability) 프로그램은 좋은 본보기가 될 것입니다.”
   
   CFAcc 프로그램이란 어린이재단연맹에서는 베트남, 인도, 파라과이, 멕시코 같은 국가에서 진행했던 아동 권리증진 지원 프로그램이다. 아동이 자신이 사는 사회를 이해하고 아동 보호에 대한 기본적인 교육을 받으며 지역과 국가에 대한 보고서를 쓰면서 스스로 변화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교육하는 작업이다. 맥 가드니어 사무총장은 “조금 이를지 몰라도 북한 정부에 이 프로그램을 제안하면서 아동의 참여를 이끄는 활동이 정부와 함께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서 국가경쟁력을 높이고 북한이 원하는 발전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가장 효과적인 것은 아이들이 직접 교류하는 일입니다. 1938년 세워진 어린이재단연맹은 오랜 기간 평화롭지 않은 지역에서 평화를 이끌어내는 사업을 계속해왔습니다. 저희의 오랜 경험에 따르면 어른을 변화시키는 것은 아이들입니다. 남북한 아이들의 교류 역시 남북한 정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겁니다. 정치가 아니라 문화적 교류를 하면서 아이들은, 서로에 대해 이해하고 서로를 본받게 될 겁니다.”
   
   맥 가드니어 사무총장이 염려하는 부분은 의외로 한국에 있었다. 가드니어 사무총장의 지난 방한 경험을 돌이켜봤을 때 한국 아동들의 통일 의식이나 북한 아동에 대한 이해도가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는 점 때문이다.
   
   “남북한 문제는 민족적인 의미에서 보면 통일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다른 사회·문화와 접한다는 측면에서는 요즘 많은 사회가 갈등을 겪고 있는 다문화 문제이기도 합니다. 보다 세계적인 관점에서 사회를 더 넓고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서 한국 아동들에게도 통일과 세계 시민 교육이 함께 이뤄져야 하겠지요.”
   
   
   아동보호 패러다임이 변했다
   
   25년 넘게 주요 비정부기구(NGO)에서 아동과 여성 문제에 천착해온 맥 가드니어 사무총장에게 지금은 아동 보호와 권리 증진을 위한 전환점이라고 볼 수 있다.
   
   “제가 일을 시작했던 1980년대에는 냉전시대였고 유엔 아동권리협약이 채택되기 전이라서 아동의 권리에 대한 인식조차 없었고 자연히 제가 할 수 있는 일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25년 동안 전 세계에서 아동의 권리를 인식하고 증진시키려는 노력이 계속돼왔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아동은 보호의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아동이 변화의 주체입니다.”
   
   아동보호의 패러다임은 그 사이 많이 변화했다. 2000년 9월 유엔에서 채택됐던 새천년개발목표(MDGs)는 아동 빈곤율을 감소시키고 질병을 퇴치하는 생존의 문제를 주로 다뤘다. 그러나 지금 세계 각국이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은 지속가능개발목표(SDGs)다. 2015년 채택된 이 목표는 빈곤 퇴치는 물론 인권, 성평등, 정의 같은 문제를 포괄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아동 보호는 빈곤 지원과 의료환경 개선 같은 목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아동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당당한 권리를 갖는 사회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이야말로 이런 아동 보호의 흐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기도 하다. 한국은 국제어린이재단연맹에 속한 국가 중 유일하게 ‘도움을 받던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발전한 곳이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맨 처음 불우한 아동을 구호하는 단체로 시작했다. 한국전쟁을 거치면서는 전쟁고아와 피란민을 돕고, 선진국 대열에 들어설 때까지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불우아동을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그러나 이제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해외 60개국 아동을 지원하는 단체가 됐다. 여전히 재단의 주요 사업은 빈곤아동을 지원하는 데 있지만 재능 있는 아이를 지원하고 아이들이 자신의 권리를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참여사업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이제는 한국도, 모든 국가와 함께 어렵고 오래 걸리지만 사회적인 통념을 바꾸는 일에 앞장서야 합니다. 참여와 권리 증진에 초점을 두는 대북 아동지원은 결코 쉽지 않을 것이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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