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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커스]  독도만큼 ‘이어도 지키기’도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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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533호] 2018.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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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독도만큼 ‘이어도 지키기’도 시급하다

윤명철  동국대 교수·유라시아실크로드연구소 소장 

▲ 이어도 한국종합과학기지 photo 뉴시스
지난 10월 29일 중국 군용기 1대가 이어도와 가까운 제주도 해역을 지나 한국의 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한 일이 벌어졌다. 이 중국 비행기는 방공식별구역 침범 후 한반도 가까이 진입하여 강원도 강릉 동쪽까지 북상했다.
   
   이런 소식을 들은 국민들은 처음에는 놀라기도 하면서 무슨 내용인지 몰라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예측했던 일이고, 이미 그 이전부터 있어왔던 일이다. 앞으로는 더욱 본격적이고 심각해질 일이기도 하다. 더불어 그동안의 관례로 보면 유감스럽지만 우리가 무감각해질 가능성도 농후하다. 더구나 중국의 이런 침범이 미국이 사드(THAAD)를 배치한 것과 연관이 있다고 은근히 중국 측을 비호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특별한’ 사람들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중국의 방공식별구역 침범은 군마저도 가볍게 여기는 한국의 영공 주권과 직접 연관이 있지만, 내 입장에서 보면 실은 이어도 문제와 직결된 것이다. 강의 시간에 학생들에게 질문을 해보았다. “한국이 주변국가와 영토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 지역은 어디 어디일까?”
   
   
   중국의 지속적인 방공식별구역 침범
   
   다수의 학생들은 사실 별 관심이 없다. 몇몇 학생들은 약간 움찔하는 기색을 느낄 수 있다. 독도 문제는 다들 알고 있지만, 그 이상은 언뜻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 사람들에게 질문해도 역시 유사한 반응들이 나온다. 학생과 국민들의 이런 반응에 나 또한 무감각해지는 걸 느낀다. 반복적으로 우리 영공을 침범하는 중국이 노리는 꼼수는 이런 걸까.
   
   놀라운 일이지만, 현재 동아시아에는 10개 이상의 장소에서 영토 갈등이 은밀하게, 폭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그 가운데 8개가 해양영토 분쟁이다. 일본과 러시아 간에는 홋카이도 북동쪽의 소위 ‘북방 4개 도서(남쿠릴 4개 섬)’ 분쟁이, 일본과 중국 간에는 동중국해의 센카쿠열도(중국명 조어도)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125만㎢에 달하는 소위 남중국해(동남아시아 지중해)의 섬들과 해역을 놓고 중국과 대만, 베트남, 필리핀,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 간에 벌어지는 분쟁이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은 중국과는 간도 문제가, 러시아와는 녹둔도 문제가 있고, 해양에서는 독도 문제와 함께 바로 이어도 문제가 있다.
   
   놀라운 사실이지만, 대다수 한국인들은 국제질서에 따른 위기의식이나 영토 문제에 대하여 경각심을 갖고 있지 못하다. 그런데 학자들에 따르면 오랫동안 주권을 상실했거나 자의식이 약한 국민들이 그러한 습성을 갖고 있다고 한다. 우리 역시 그런 습성에 젖어 있는 걸까.
   
   지난 11월 9일 동국대학교 유라시아실크로드연구소가 주최한 독도국제학술회의가 있었다. 5개국 학자들이 모여 독도 문제를 19세기 말~20세기 초에 전개된 세계질서의 재편과정 속에서 규명하자는 시도였다. 그때 국내외의 전문학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주장하였다. “이제는 내부에서 목소리만 높이는 것은 지양하고, 전문가들은 세계를 설득할 수 있는 구체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일반인들은 독도 사랑을 생활 속에서 다양하게 구현해야 한다.” 그런데 내가 판단하기에 독도 문제보다도 더 시급하고 절실한 것이 이어도 문제이다. 물론 독도 문제도 안심할 수는 없지만, 우리의 영토였다는 역사가 분명하고, 현재도 실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특별한 변수가 안 생긴다면 문제는 커지지 않는다. 반면에 이어도는 상대가 중국이다. 강대국을 향한 집념을 거칠게 폭발시키고 추진방식도 서툴 뿐만 아니라 주변국가들이 ‘속방’이었다는 역사 의식을 버리지 않은 독특한 체제를 유지하는 국가이기 때문에 사실 이어도 문제는 독도 문제보다 더 악질이다. 누구나 마찬가지이지만, 나 또한 이어도가 영토 갈등이 일어날 수 있는 대상이고, 이미 그런 영토 갈등이 시작됐다는 것을 알았을 때 놀라고 당혹스러웠다.
   
   이어도는 제주도민들에게는 조금만 위험을 무릅쓰고 배를 몰고 나가면 만선(滿船)으로 돌아올 수 있는 하늘이 준 어장이었다. 먼 옛날부터 희망과 환희를 일으키는 장소였다. 그런가 하면 먼바당(바다)에 나갔다가 끝내 돌아오지 못한 남편이나 아들들이 살고 있다는 전설의 섬, 피안의 섬이기도 했다. 그런 존재로서 슬픔과 그리움으로 채워진 곳이었다. 때문에 물질하는 잠녀(해녀)들은 ‘이엿사나 이여도사나 이엿사나 이여도사나. 우리 배는 잘도 간다 솔솔 가는 건 솔남의 배여’라고 노랫가락들을 뽑아냈다. 그래서인지 ‘파랑도’라는 이름도 지녔다.
   
   조선시대에 신숙주는 ‘해동제국기’에서 지금의 오키나와인 유구국(琉球國)에 이르는 길들을 표시하면서 이어도 해역의 섬들을 그렸다. 또 ‘최부’라는 연산군 때의 학자는 제주도를 출항해서 육지로 오다가 표류해서 중국의 저장 지방에 도착하였는데, 귀국한 후에 집필한 ‘표해록’에서 이어도 근처 바다를 ‘백해’라고 표현하였다. 나도 1997년에 ‘동아지중해호’라는 뗏목으로 중국의 저장성 저우산군도를 출항해서 한반도의 서남해안으로 항해하다가 바로 이어도 근처인 N 32도 49분 52초, E 124도 56분 17초를 통과했다.
   
   이어도는 제주도의 서남쪽에 있는 마라도에서 남서쪽으로 152㎞, 중국의 퉁타오에서 245㎞, 서산다오에서 287㎞ 떨어져 있고, 일본의 나가사키현 도리시마(鳥島)에서 276㎞ 떨어져 있다. 정확하게는 해수면의 4~6m 아래에 있는 수중암초이다. 쉽게 말하면 파도가 잔잔한 평상시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파도가 심해지면 주변의 바닷물 색이 하얗게 변하면서 그 존재가 드러난다. 그래서 ‘백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본다.
   
   

   이어도 해양과학기지에 대한 시비
   
   그 때문에 섬이나 암초의 자격을 논하는 데 다소 문제가 있을 수는 있다. 정부는 1952년에 ‘대한민국 인접해양의 주권선언’(일명 평화선)을 선포하면서 우리나라의 관할수역으로 포함시켰다. 그리고 2003년에는 이어도 위에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이 한국종합과학기지를 설치하였다. 지금도 이곳에서 7명 정도의 연구원들이 생활하면서 연구를 하는 중이다. 그러니까 우리 영토로서 큰 문제가 없었다는 얘기다. 그런데 일본은 이미 센카쿠열도를 자기 영토로 편입했을 때부터 이어도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간파하였던 것 같다. 왜냐하면 벌써 1938년에 이어도에 인공구조물을 설치할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참으로 놀라운 사실이고 탄복할 만하다. 반면에 중국은 1963년에야 비로소 이 해역을 측량하고 조사했다. 이후 일방적으로 중국의 영토라고 선포하였다.
   
   한·중어업협정이 2001년 6월 30일부터 발효됐는데, 그에 따르면 이어도 해역은 한·중이 공동으로 어업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중국은 이후 이어도에 한국이 해양과학기지를 설치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항의하면서 2006년부터는 이어도 근해 해역에서 감시비행을 실시하면서 방공식별구역을 침범하기 시작했다. 드디어 2012년 3월에는 중국 정부가 국가해양국장을 통해서 이렇게 발언하였다. “이어도는 중국 관할해역에 있고, 감시선과 항공기를 통한 정기순찰 범위에 포함돼 있다.” 그 직후 중국 외교부의 류웨이민(劉爲民) 대변인은 “쑤옌자오(蘇巖礁·이어도의 중국명)는 중국과 한국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에 위치해 있다”고 발언하였다. 뒤이어 2013년 11월 23일에 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CADIZ)’을 우리 정부와 사전에 협의도 안 한 채 일방적으로 선포하였다.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은 한국 방공식별구역과 일부 중첩될 뿐 아니라 이어도 수역과 센카쿠열도 상공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러한 중국의 도발에 맞서 그동안 한국 정부는 “이어도는 영토분쟁 대상이 아니다”라며 중국이 제기하는 관할권 논란을 일축하였다. 그 후 쌍방이 협의를 거치면서, 일단 공개적인 논의는 안 하기로 했다. 하지만 바로 얼마 전에 일어났던 상황처럼 방공식별구역 침범이라는 형태로 중국의 도발이 지금껏 지속되는 중이다.
   
   그런데 왜 동아시아의 해양에서 이렇듯 무력을 동반한 영토분쟁들이 심각해지고 있을까. 먼저 변화하는 국제질서, 특히 동아시아 질서에서 헤게모니를 미국으로부터 되찾아오겠다는 중국의 절박함이 있다. 미국도 ‘pivot to Asia’, 즉 ‘아시아 복귀’ 그리고 ‘동쪽으로 전략적 이동’ 등의 조치를 취하였고, 지금은 ‘자유롭게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Indo-Pacific stratergy)’을 발표하면서 군사적으로도 이 지역에서 전진배치와 해군력 증강 등을 추진 중이다. 중국은 자국의 영향력을 유라시아에서 확대하고 ‘중국몽(中國夢)’을 실현시키는 정책들을 추진하는데 주변국가들과 해양 갈등이 일어나는 것은 미국이 배후에서 개입하기 때문이라고 의심한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미국이 해양을 통해 자신들을 포위한다고 믿는다.
   
   이런 위기의식 때문인지 중국은 2013년 10월 인도네시아에서 ‘21세기 해상실크로드(一路·one road)’ 구축을 제의하였다. 중국 입장에서 이를 성공시키려면 아시아의 해양에 영향력을 극대화시키고, 특히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자국의 내해로 만들 필요성이 커졌다. 중국은 최소한 12개 지역에서 영토분쟁을 일으키고 있는데, 그 가운데 83% 이상이 해양영토 분쟁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군사력을 강화시킬 수밖에 없다. 현재 중국의 해군력은 총 톤수로 일본의 3배가 조금 못 된다. 거기에 항공모함이 1척 취역했고, 3척은 추가로 건조 중에 있다. 이지스함급이 9척이고, 해군항공기는 599대이다.
   
   
▲ 중국 해군이 항공모함 랴오닝함을 앞세워 남중국해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중국의 ‘지도를 통한 공격’
   
   중국은 왜 이어도에까지 자국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걸까. 이어도 해역을 포함한 한국 전역은 중국의 제1도련선 안에 있는데, 미국 일본의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이어도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적의 요충지를 건드릴 수 있는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물류의 문제도 있다. 세계 3대 석유수입국 중 하나인 중국은 원유와 원재료의 90% 이상을 해상운송에 의존하는데, 부분적으로는 이어도 해역과도 연관이 된다. 이어도 문제는 해저자원의 문제와도 연관이 있다. 이어도가 있는 동중국해와 한반도 주변 남해 대륙붕에는 석유가 약 1000억배럴 정도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연가스 매장량도 약 180조CF(Cubic Feet)로 걸프유전의 8.6배, 미국의 1.6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어도 문제는 우리도 산유국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주었던 7광구 문제와도 직접 연결되어 있다. 한국은 이미 1970년 1월 석유와 천연가스 매장량이 막대한 이 해역에 대한 영유권을 선포하였면서 이곳을 ‘7광구’로 지정해 유리한 위치를 차지했다. 한국의 재빠른 조치에 허를 찔린 일본은 재빨리 이의를 신청했고, 중국은 뒤늦게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숟가락을 얹어 놓은 상태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2028년이면 이 지역의 권한에 대한 재조정이 필요한데, 중국이 현재 이어도 문제를 지속적으로 일으키는 것은 2028년을 내다본 사전포석으로 볼 수 있다.
   
   사람들은 잘 모르는 사실이 있다. 중국인들은 오랫동안 동아시아에 있었던 대부분 국가들의 역사를 한자를 사용하여 자기식으로 기록했다. 한자를 배운 주변국가들 역시 왜곡된 중국 사료를 근거로 자국의 역사를 이해하면서 오히려 중국의 논리와 의도를 보완해주었다. 그 대표적인 나라가 조선이다. 때문에 영토분쟁을 일으킬 때 중국의 역사서를 맹종하면 반드시 중국에 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중국은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분쟁을 일으킬 때에는 반드시 몇 가지 전통적인 방법을 첨가한다. 분쟁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심지어는 소수민족들을 동원해서라도 자국에 유리한 상태로 해석한다. 다음 단계로 그 목적에 맞는 지도를 만든 후에 자국민들은 물론이고 주변국들에도 널리 유포한다. 그 다음에 그것을 근거로 삼아 분쟁지역화시킨다. 이를 ‘지도를 통한 공격’이라고 부른다.
   
   
   아직 빈곤한 중국의 역사적 근거
   
   중국은 사회과학원 산하에 ‘중국변강사지연구중심(中國邊疆史地硏究中心)’을 두고 영토 문제가 제기된 지역에 대해 중국에 유리한 역사적인 정당성과 명분을 확보하는 작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와 연관된 대표적인 것이 만주 지역의 역사왜곡 작업, 이른바 ‘동북공정’이다. 해양 국경 및 역사는 ‘해강연구실(海疆硏究室)’에서 독자적으로 연구하고 이론을 만든다. 그들이 제시한 놀라운(?) 논리와 증거들에 따르면 남중국해의 여러 섬들과 센카쿠열도(조어도)는 당연히 아득히 먼 선사시대부터 중국의 영토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어도에 관해서는 현재까지도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할 만한 학문적인 근거를 별로 찾지 못한 듯하다. 기원전 3세기 이전의 사서로 알려진 ‘산해경’에 기록된 ‘東海之外… 大荒之中 有山 名曰 蘇天蘇山’이라는 내용 가운데 ‘의천소산(蘇天蘇山)’이 이어도라고 주장하는 정도이다. 군색하기 이를 데 없지만, 중국의 정부와 영토 문제를 다루는 학계의 관례로 보아 안심할 수는 없다.
   
   우리는 자원이 부족한 전형적인 수출입국가지만 북으로는 통로가 막혀 있다. 현재까지는 해양을 이용한 물동량이 전체의 99% 이상이다. 이어도 해역은 해양교통로의 전략적인 중간에 있으며, 상호충돌의 가능성이 높은 중국 및 일본과도 일부를 공유하고 있다. 만약 동아시아에서 해양영토 갈등이 더욱 심각해져 중국이 이어도에 대한 영토적인 권리를 막무가내로 행사하려 한다면 우리의 생존은 어떻게 될까.
   
   제주도 의회는 2008년에 ‘이어도의 날’을 제정하려는 내용의 조례안을 상정하려다가 내외의 압력을 받아 실패하였다. 언젠가 ‘이어도의 날’이 제정되고 심각한 영토 갈등의 실상이 알려진다면 사람들은 이어도의 또 다른 의미를 깨닫게 될 것이다. 더 늦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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