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5일 열린 ‘소상공인 수수료 부담 제로 결제서비스’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식. ⓒphoto 뉴시스
지난 7월 25일 열린 ‘소상공인 수수료 부담 제로 결제서비스’ 도입을 위한 업무협약식. ⓒphoto 뉴시스

최근 소상공인의 결제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으로 이른바 ‘제로페이’의 도입이 진행 중이다. 제로페이란 소상공인 수수료 지급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중소벤처기업부와 서울시가 주관하는 간편결제시스템이다.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여주고자 하는 당초 정책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이 시스템에 내재한 한계가 존재한다는 비판적 시각도 적지 않다.

‘수수료 제로’가 아닌 ‘비용 이전’

제로페이가 지닌 한계점은 크게 4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수수료가 발생하지 않는 새로운 간편결제시스템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 시스템의 본질은 계좌이체 결제방식을 통해 소비자와 판매자 간 결제가 이루어지며 이 과정에서 ‘QR코드 결제방식’을 이용하는 점이다. 물론 제로페이가 신용카드 결제방식과 달리 VAN(Value Added Network)사의 개입이 없어 결제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은 있다.

하지만 계좌이체 수수료와 오프라인 결제수수료가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 비용은 해당 사업에 참여하는 은행과 플랫폼업체가 부담할 것으로 보인다. ‘수수료 제로’라기보다는 소상공인으로부터 은행 및 플랫폼업체로의 ‘비용 이전’에 불과한 것이다. 이는 수수료 수입을 포기해야 하는 사업체들의 자발적 참여를 낮추는 요인이 되고 있다.

둘째, QR코드 결제방식은 국민적 소비행태에 부합하지 않는다. QR코드 결제시스템의 성공모델로서 ‘알리페이’와 ‘위쳇페이’로 대변되는 중국 사례가 자주 인용된다. 이는 중국의 신용카드 보급률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국가적 특징이 반영된 결과이다. 10%가 되지 않는 신용카드 보급률을 갖춘 중국의 특성상, 결제방식이 모바일 결제로 전환되는 것에 대한 걸림돌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음식 주문, 공유서비스 결제에 이용되는 앱이 알리바바 또는 톈센트와 제휴하여 QR코드 결제방식을 도입하면서 중국 내 지급결제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한국의 사정은 다르다. 우리나라의 신용카드 보유비율은 80%를 상회하고 신용카드 이용률이 6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더욱이 소득이 높을수록 신용카드 이용률이 더 높아지는 결제행태도 보인다.(한국은행 ‘2017년 지급수단 이용행태 조사결과’ 연소득 6000만원 이상 소비자 신용카드 이용률 89.9%)

중국보다 월등히 높은 신용카드 이용률

실제로 후불결제기능과 부가서비스 혜택을 갖춘 신용카드 이용률(57.9%)이 30%의 소득공제율을 갖춘 체크·직불카드 이용률(18%)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는 한국과 중국의 결제행태가 다르다는 점을 보여주는 근거가 되고 있다. 제로페이 이용 시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높은 소득공제율(40%)로 인해 소비행태가 신용카드에서 QR코드로 급격하게 이동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드는 이유다.

셋째, 소비자 수요에 부합하는 다양한 지급결제 서비스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제로페이 이전에는 다양한 간편결제시스템이 개발되고 또 그 기능의 고도화가 진행 중이었다. 대표적으로 근거리무선통신방식(NFC·Near Field Communication), 마그네틱보안전송방식(MST·Magnetic Secure Transmission), QR코드방식 등을 들 수 있는데 각각 장단점을 가지고 있다. 이 가운데 MST는 국내 최대의 스마트폰 업체가 주도하는 기술로서 신용카드가 등록된 스마트폰만 있으면 대부분 매장에서 결제가 가능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단 애플의 아이폰은 해당 방식을 이용할 수 없다는 점과 보안상 취약한 점이 단점이다.

NFC는 MST에 비해 보안성이 높고 다양한 결제서비스가 가능한 장점이 있는 데 반해 새로운 결제용 단말기가 필요하여 가맹점의 시스템 구축비용이 증가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QR코드는 신용카드 결제망을 이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결제수수료가 낮은 장점이 있으나 NFC 방식처럼 전용단말기가 필요하다. 또 스마트폰 앱을 구동해 QR코드를 생성해야 하는 등 결제절차가 복잡한 것도 걸림돌이다.

이처럼 다양한 결제방식이 존재하지만 제로페이 도입으로 인해 QR코드 기반 결제방식으로의 쏠림현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소비자의 다양한 수요를 통해 이뤄졌던 간편결제 시장의 기술혁신 또한 제한될 우려가 있다.

넷째, 소비자의 편익 감소는 물론이고 카드업계 종사자의 생존이 위협받을 수 있다. 제로페이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소비자에게 제공되는 세액공제 등 과도한 인센티브 제공으로 신용카드 이용이 줄어들게 될 것이다. 이에 따른 카드업의 수익성 감소는 카드사로 하여금 소비자에 대한 부가혜택을 축소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문제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카드 배송자 및 모집인 등 카드산업에 종사하는 기간제 근로자가 카드사 비용절감 차원의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올해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하나·롯데·우리)의 직원 수는 전년동기 대비 1.8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같은 기간 기간제근로자의 경우 10.7% 줄어들어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컸다.

제로페이가 가진 한계점에도 불구하고 소상공인들의 지급결제비용 감소라는 순기능이 엄연히 존재한다. 국내 지급결제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이를 도입하고자 하는 정부의 세심한 노력이 필요하다. 필자는 제로페이의 성공적 안착을 위한 전제조건으로서 다음의 3가지를 제안해 본다.

지급결제 시장의 규제완화 필요

첫째, 지급결제 시장 경쟁이 강화되기 위한 규제완화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비은행권 전자금융 업체들의 금융시장 진입요건을 완화하는 조치가 취해져야 한다. 현재는 직불전자지급, 선불전자지급, 지급결제대행 등의 분야로 구분지어 차별화된 자본금 요건을 요구하고 있다. 기술력을 갖춘 간편결제 업체들이 자본금 부족으로 시장진입에 제한을 받고 있다. 이러한 제한의 문턱을 낮춘다면 지급결제 시장의 경쟁으로 기술혁신을 통한 새로운 서비스 개발이 이어질 것이다.

둘째, 다양한 지급결제수단이 이용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신용카드 이외의 앱투앱(App to App) 서비스 등과 같은 결제수단 이용을 제한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이하 여전법)의 개정이 요구된다. 특히 여전법 제19조 1항은 카드 의무수납과 지급수단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소비자가 제시하는 카드를 거부할 수 없으며 카드 이외의 지급수단을 권유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한다. 자칫 신용카드 가맹점에서 앱투앱 결제수단을 소비자에게 권유할 경우 해당 규정에 저촉될 개연성이 있다.

셋째, QR코드 결제방식의 한계점이라고 할 수 있는 ‘신용공여 및 부가서비스 혜택’을 갖추어야 한다. 즉 소비자가 무이자할부 등의 부가서비스 혜택과 신용기능을 선택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기능이 업그레이드될 필요가 있다. 제로페이는 소비자의 은행잔고에서 결제가 이뤄지는 방식이다. 소비자의 은행계좌에 잔고가 없을 경우에도 결제가 가능하도록 신용공여 기능이 제공되어야 소비자 유인이 가능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제로페이가 국내 지급결제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기능상 한계점과 역기능을 극복해야 한다. 특히 제로페이가 가지고 있는 기능상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앞으로의 관건일 것이다. 기능 개선 차원에서 정부 주도 사업 추진보다는 민간영역에서의 사업이 더 발전될 수 있도록 정부가 후원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제로페이에 담긴 정부의 의도가 충분히 빛을 발하기를 바란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금융감독원 금융감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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