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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
[2535호] 2018.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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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통신] 민진당에 뿔난 재중 대만 기업인들 투표하러 고향 앞으로

백춘미  통신원 

▲ 지난 11월 24일 치러진 대만 지방선거 유세장에서 국민당 치어리더들이 후보를 응원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11월 24일 대만 지방선거에서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이 참패했다. 민진당의 정치적 기반이자 지난 20년간 내준 적이 없는 남부 가오슝(高雄)마저 국민당 후보에게 내줬다.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은 선거 결과가 나온 11월 24일 당일 밤 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민진당 주석직(당 대표)에서 사퇴했다.
   
   지방선거와 동시에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민진당이 추진하던 2025년 탈원전 정책은 제동이 걸렸고, 2020년 도쿄올림픽 때 기존의 ‘중화 타이베이’ 대신 ‘대만’이란 간판으로 출전하려던 시도 역시 좌절됐다. 대만 역시 허울뿐인 명분보다 실리를 중시하는 중국의 일원임이 여실히 드러난 선거 결과였다.
   
   선거 실시 약 한 달 전쯤 상하이를 모항으로 하는 동방항공을 비롯해 대만 노선에 취항하는 15개 항공사들은 재중 대만상공회의소 격인 ‘대만동포투자기업협회’ 측과 협약을 맺고 대만 선거기간 중 대륙과 대만을 오가는 할인항공권을 속속 출시했다. 재중 대만기업인들이 고향에 돌아가 투표를 하는 소위 ‘반향(反鄕)투표’를 돕는다는 목적으로 최대 25% 할인항공권까지 출시됐다.
   
   그 결과 투표일인 11월 24일을 앞두고 대만 수도 타이베이의 대표 관문인 타오위안공항에는 일평균 입국자 수가 평소보다 월등히 늘어났다. 투표 전날인 11월 23일에는 상하이 등 대륙 주요 도시에서 대만으로 운항하는 항공기들이 대부분 만석으로 운항됐다.
   
   ‘반향투표’에 참여한 재중 대만 기업인들의 표심이 어디 있었는지 대략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2016년 대만 독립을 표방해온 민진당 차이잉원 정권 출범 후 양안관계는 악화일로에 있었다. 대중 투자 대만 기업들은 양안관계 경색에 따른 투자환경 악화, 매출감소 등 고충을 호소해왔다.
   
   실제 시진핑 주석과 마잉주 당시 대만 총통 간 국공(國共)내전 후 처음으로 양안 간 정상회담이 성사된 2015년, 418만명에 달했던 대만의 대륙 관광객들은 지난해 273만명으로 급감했다. 중국에 투자한 대만 기업인들은 전통적으로 친기업 성향의 국민당을 선호해왔다. 이에 선거를 앞두고 재중 대만 기업인들 사이에는 “투표로 민진당을 심판하자”라는 기류가 광범위하게 형성됐었다. 중국 측 역시 외교, 군사적 압박 등 각종 루트를 총동원해 반(反)민진당 투표를 독려해왔다. ‘하나의 중국’ 원칙에 입각해 양안 간 교류를 지지해온 국민당 후보의 당선을 겨냥한 일종의 선거 개입이었다.
   
   ‘반향투표’의 위력에서 드러나듯 대륙에 상주하는 대만인들은 양안관계의 무시 못 할 변수로 떠올랐다. 대만 통계당국에 따르면, 인구조사가 실시된 2015년 기준으로 대만의 해외취업자는 약 72만명, 이 중 58%에 해당하는 약 42만명이 대륙에서 근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대만 통계당국이 밝힌 42만명이란 숫자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보수적인 통계라는 지적이 줄곧 제기돼왔다. 중국에서 정식 거주증 등을 발급받지 않고 대만과 중국을 사실상 두 집 살림하듯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거주하는 대만인들이 실제로 상당하기 때문이다.
   
   
   대륙 상주 대만인 약 150만명
   
   재중 대만상공회의소 격인 대만동포투자기업협회 등 관련 기관에 따르면, 대륙에 상주하는 대만인은 150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상하이를 비롯한 쑤저우, 항저우 등 장강삼각주 일대에 약 80만명, IT제조기업들이 밀집한 광저우, 선전 등 주강삼각주 일대에 60만명, 여기에 수도 베이징 등 나머지 도시들을 더해 150만명 이상이 대륙에 상주한다는 계산이다. 일각에서는 대만 전체인구(2300만명)의 10%에 육박하는 200만명 이상이 대륙에 상주한다는 추정도 나온다.
   
   그중 대만인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곳이 상하이다. 민국(民國) 시절 ‘동양의 파리’로 최전성기를 구가한 상하이는 지금도 옛 향수 때문인지 대만 기업과 자본 진출이 왕성하다. 독특한 억양의 대만인들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지난해 상하이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873만명이다. 이 중 ‘대만동포’로 분류되는 대만인은 75만명으로, 일본(89만명) 다음으로 많다. 미국(73만명), 한국(60만명)을 앞선다. 상하이 대만동포투자기업협회 등 관련 기관에서는 75만명 중 20만~30만명 정도가 상하이에 상주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개혁개방 이후 지금의 상하이를 만드는 데 대만 자본이 혁혁한 기여를 했음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황푸강을 조망할 수 있는 상하이 최고가 아파트 ‘탕천이핀’은 대만에 뿌리를 둔 부동산 기업 탕천그룹이 개발한 아파트다. 탕천은 푸둥의 탕천금융타워를 비롯해 맞은편 탕천인터컨티넨탈호텔, 탕천비즈니스센터, 탕천골프장 등 1990년대 시작된 푸둥 개발의 한 축을 담당했다.
   
   황푸강변의 환상적인 스카이라인을 형성하는 황금빛 전단타워(오로라플라자) 역시 대만계 사무자동화 기업인 전단그룹 소유다. 황푸강변 금싸라기 땅에 해외에 유출된 중국 유물들을 재매입해 사설박물관까지 운영하는 전단그룹은 상하이의 보배 같은 존재다.
   
   상하이 최대 편의점인 ‘췐자(全家)’는 일본계 패밀리마트 간판을 달고 있지만 실제는 ‘캉스푸’ 라면으로 유명한 대만 최대 식음료 기업인 딩신그룹 소유다. 대만 최대 반도체 기업이자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TSMC는 상하이에 공장을 두고 있다.
   
   ‘캉스푸’와 13억 중국 라면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통이’와 대만의 유명 가공식품 기업인 ‘왕왕’도 모두 상하이를 근거로 중국 사업을 진행 중이다. 상하이 대만동포투자기업협회에 소속된 회원사만 1800곳으로 선전(1200곳), 샤먼(700곳), 베이징(300곳)을 월등히 앞선다. 심지어 상하이 한인타운 훙첸루의 랜드마크 격인 디존호텔 역시 실상은 대만 소유다.
   
   대륙과 대만 양안관계는 정치체제만 제외하면 양 지역 사람들이 자유롭게 오가고 투자하는 등 사실상 통일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덩샤오핑은 1979년 집권과 함께 ‘대만 동포들에게 고하는 편지’라는 공개서신을 보낸 바 있다. 이를 통해 1958년 진먼다오 포격전 이후 계속된 양안 간 적대적 대치를 중단하고 대만 기업인의 대중 투자를 촉구했다. 이후 가속화된 중국의 개혁개방은 양안관계의 변화를 만들어냈다. 2003년 춘절부터 상하이를 시작으로 양안 간 하늘길이 열린 뒤 중국 주요 도시에서는 대만 각지로 가는 비행기가 수시로 뜨고 내린다. 대만 독립을 주장하는 민진당이 양안관계 경색을 무릅쓰고 이 같은 흐름을 거꾸로 되돌리려 하니 강한 반발에 부딪힌 것이다.
   
   과거 상하이는 중국의 아킬레스건이었다. 대만 측은 중국의 무력침공 시 수도 베이징은 못 때려도 미사일과 전투기를 동원해 최대 경제도시 상하이를 쑥대밭으로 만들 수 있다는 엄포로 양안 간 무력충돌을 억지해왔다. 중국이 대만을 무력으로 접수한다고 해도 상처뿐인 승리가 될 가능성이 컸다. 요즘은 양안 교류가 확대되면서 상하이의 대만 기업들은 대만의 독립을 가로막는 새로운 억지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만 독립을 지지해온 민진당의 선거 참패는 이를 증명했다. 국공내전 때 피 터지게 싸운 공산당이 국민당을 지원하는 것도 아이러니지만, 상하이의 위상 변화 역시 역사의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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