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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
[2536호] 2018.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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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日 대기업 사무실이 사라진다

‘워크+라이프’ 공유오피스의 진화

글·사진 안순화  일본KDDI총합연구소 애널리스트 

▲ JR동일본 도쿄역 구내에 설치된 박스형 공유오피스.
도쿄역에서 전철로 약 1시간 거리의 가마쿠라시는 150여년 이어진 무신정권 가마쿠라막부가 자리를 잡았던 곳이다. 곳곳에 유명 고찰과 전통을 자랑하는 오래된 가게들, 그리고 최근 들어선 개성적인 카페와 음식점들이 신구 조화를 이루는 관광도시이다. 평일에도 국내외 관광객으로 붐비는 이곳 가마쿠라역을 빠져나와 메일로 건네받은 지도를 따라 2분가량 걸었을까, 나지막한 2층 건물 앞에 도착했다. 주뼛대며 낯선 건물 안으로 들어가 출입문 인증번호를 누르고 들어갔다. 메일 확인, 자료 수집, 보고서 작성 등 오늘 해야 할 업무를 해결하기 위해 찾은 이곳은 공유오피스이다. 한 인터넷기업이 최근 5년간 거래실적이 있는 파트너기업 사원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는 곳이다.
   
   일본의 공유오피스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초기 스타트업 기업들이 임대료를 줄이기 위해 주로 이용했던 것과는 달리 최근 들어서는 대기업들의 이용이 증가하고 있다. 배경에는 일본 정부가 적극 추진하고 있는 ‘하타라키 가이카쿠’로 불리는 근로개혁이 대기업을 중심으로 점차 침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근로개혁이 기업문화를 바꾸다
   
   일본 정부는 2016년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1억 총활약사회’ 구상을 내놓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여성의 사회진출, 고령자 활용,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근로개혁 방안 등을 제안했다. 이 가운데 가장 유효한 수단이 근로개혁으로 꼽히고 있는데, 이는 일할 의욕이 있는 사람들이 가능한 한 많이 일할 수 있도록 유연한 근로환경을 만들자는 것이다.
   
   이에 따라 언제 어디서나 일할 수 있는 텔레워크(원격근무)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지만 정작 생산성·유연성·보안성을 갖춘 업무공간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동안 텔레워크 장소로 많이 이용되어온 카페, 패스트푸드점 등은 점원의 눈치는 물론 기밀을 유지해야 할 자료 작성이나 전화통화 등에 어려움이 있었다. 또 기업들이 설치한 위성사무실(분소)은 선택의 폭이 적다는 한계가 있었다.
   
   최근 일본 대기업들이 이에 대한 대안으로 찾은 것이 공유오피스이다. 대기업이 적극 뛰어들면서 공유오피스 시장도 다양한 방향으로 확대되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식품기업인 아지노모토는 육아·노인간병 등을 해야 하는 직원을 위해 원격근무 실시 장소와 이용횟수의 상한을 대폭 완화했다. 주 1회 회사에 나와 근무하면 나머지는 근무장소를 불문하고 업무를 볼 수 있는 공유오피스를 활용할 수 있다. 히타치는 사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사외 오피스를 수도권에 48개 마련하고, 10만명가량의 사원들이 앞으로 자택이나 외출한 곳에서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정비해나간다는 계획이다.
   
   
▲ 파트너기업에 무료로 장소를 제공하고 있는 한 인터넷기업의 공유오피스.

   본사를 공유오피스로 옮기는 대기업도
   
   그런가 하면 아예 본사 오피스를 폐지하고, 공유오피스를 활용하는 기업도 등장했다. 기업용 관리업무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기업인 캐스터는 본사 오피스를 연내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는 위워크(Wework)와 계약을 맺고 지난 11월부터 등기상의 본사를 시부야에 있는 위워크의 공유오피스로 변경했다. 창업 당시부터 원격근무를 실시, 사원들의 출근을 자유롭게 했더니 방문객 외에는 회사에 출근하는 사원이 한 명도 없는 날도 많아 사실상 본사 오피스의 기능이 유명무실해진 게 공유오피스로 이전하게 된 이유라고 한다.
   
   수요가 늘면서 공유오피스 사업에 진출하는 기업들도 급증하고 있다. 대표적인 글로벌 공유오피스 기업인 위워크는 지난 11월 일본 통신사업자인 소프트뱅크그룹으로부터 30억달러를 추가조달하는 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이로써 위워크에 1조엔 가까이 투자하면서 대주주가 됐다. 위워크는 중국 등 아시아 지역 진출을 서두르고 있는데 이번 자금을 바탕으로 사업을 더욱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위워크는 현재 세계 24개국, 83개 도시에 진출했다. 일본에서는 지난 2월 롯폰기에 첫 공유오피스를 연 이래 등록회원 수 6000명을 넘어섰다. 내년에는 약 30개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철도회사인 JR동일본은 역 구내 등을 활용해 공유오피스 사업에 진출한다고 발표했다. 유동인구가 많은 도쿄역, 시나가와역 등에 있는 유휴공간을 활용하여 2020년 말까지 박스형 공유오피스 등을 30개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11월 말부터 실험을 시작한 박스형 오피스는 책상과 의자, 무료 와이파이, 난방설비 등이 갖춰져 있다. 이용시간은 15분 단위로, 전철 등 이동시간 틈틈이 간단한 업무를 볼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도시 근교 공유오피스도 선보여
   
   일본에서 공유오피스가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약 5년 전이다. 부동산업체인 CBRE재팬에 따르면, 도쿄도 내 공유오피스 시장규모는 346거점, 21만7800㎡(6만6000평)이다. 도쿄 23구의 임대오피스 시장 면적 대비 1.0%(2018년 9월 기준)에 불과하지만 올해 신규 계약한 임대오피스 면적 대비는 7.8%에 달할 전망이다.
   
   공유오피스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다양한 근로스타일과 지역 특성에 맞춘 시설, 서비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공유오피스는 주요 오피스가나 터미널, 역 등에 거점을 두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거주지와 직장 간 접근성을 중시하는 수요층을 잡기 위해 주택가에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장소를 제공하는 업체도 등장했다. 최근 일부 기업들이 사원들의 업무 외 부업을 허가하면서 평일 밤이나 주말에 이용할 수 있는 나이트&홀리데이 서비스도 등장했다.
   
   도쿄도 내에서 벗어나 ‘수도권의 시골’로 불리는 근교도시에도 공유오피스가 늘고 있다. 일상적인 업무공간에서 벗어나 자연을 느끼며 일을 할 수 있는 데다 도심부로 이동이 비교적 편리하다는 이점이 있다. 지역활성화를 위해 이주 지원정책을 펼치고 있는 지자체 등도 젊은층 유치를 위해 공유오피스 제공에 나서고 있다. 가와사키중공업은 지난 5월부터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외부로부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공유오피스를 활용하고 있다. 이는 연구개발, 생산, 비즈니스모델까지 모두 자체적으로 해결해온 일본 기업 특유의 오래된 ‘자전주의’에서 탈피한 것으로 기업문화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유연한 근로환경을 제공하고 통근시간 단축, 생산성 향상, 기업 간 교류 촉진, 지역활성화 등 다양한 장점을 무기로 일본의 공유오피스 시장은 지금도 진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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