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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
[2540호] 2019.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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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푸드 게릴라들 시장을 뒤집다

황은순  기자 

사례 1 15년 차 디자이너 엄수연씨는 1년여 전 퇴직을 고민하고 있었다. 잦은 출장도 힘들었고 작더라도 뭐든 내 손으로 만들어 파는 가게를 하고 싶었다. 막연히 베이킹 사업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던 차에 공유주방 ‘위쿡(Wecook)’의 푸드 사업 지망생을 위한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디저트 관련 사업계획서를 만들어 ‘위쿡’의 인터뷰를 거쳤다. 식품위생법부터 시작해 식품산업 트렌드, 제품 브랜딩, 마케팅 등 음식 사업을 하기 위한 기본 교육을 매주 2시간씩 3개월간 받았다. ‘위쿡’의 공유주방에서 직접 시제품을 만들어 품평회도 하고 제품에 대한 설문조사도 할 수 있었다. 교육을 받으면서 막연했던 사업이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처음에 만들었던 사업계획서의 내용은 완전히 달라졌다. 모양만 생각한 디저트에서 건강을 콘셉트로 한 수제 유기농 쿠키로 방향을 바꿨다. 현재 엄씨는 회사를 그만두고 ‘수키’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가게를 여는 대신 ‘위쿡’의 공유주방에서 제품을 만들어 ‘위쿡’에서 하는 온라인몰 ‘위쿡마켓’에 입점했다. 만일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면 시행착오로 지불해야 할 비용이 얼마가 들었을지 모를 일이다.
   
▲ ‘위쿡’의 공유주방. 시간제로 빌려 사용할 수 있다.

   사례 2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있는 공유오피스 ‘위워크(WeWork) 역삼역점’. 이곳 3층 라운지에서는 매일 모르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점심을 먹는다. 샐러드 배송 업체인 ‘프레시코드’가 기획한 점심 이벤트 ‘프코 런치’에 참가한 사람들이다. ‘프코 런치’는 위워크 입주자들을 대상으로 원하는 날짜를 신청받아 할인된 가격으로 샐러드를 배달해준다. 혼밥 대신 새로운 사람들과 건강한 점심을 즐기면서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는 기회이다. 자기소개로 시작해 샐러드라는 공통분모를 놓고 대화를 이어가다 보면 어색한 분위기는 금방 사라진다. 스타트업이 많다 보니 업계 정보를 교환하는 자리이기도 한다. 단골 멤버들은 서로 친구가 되기도 한다.
   
   사례 3 매일 점심 시간 직장인들의 고민, 오늘은 뭘 먹지? 오죽하면 해결사를 자처하는 모바일 앱까지 나왔을까. 미래식량 연구를 내세운 식품 스타트업 ‘인테이크’ 직원들은 그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매일 메뉴가 다른 구내식당이 휴게실로 찾아오기 때문이다. 인테이크는 ‘움직이는 구내식당’을 내건 외식중계 스타트업 ‘달리셔스’(이강용 대표)를 통해 점심 서비스를 받고 있다. 달리셔스는 기업, 개인이 원하는 음식에 맞춰 식당, 셰프를 O2O(Online to Offline)로 연결해준다. 서울 서초구의 한적한 동네에 위치한 인테이크는 주변 식당을 찾아나서기도 쉽지 않고 직원이 30명이 안 되기 때문에 구내식당을 만들기도 힘들었다. 그렇다고 매일 배달음식을 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직원들의 점심 고민을 단번에 해결해준 것이 ‘달리셔스’였다. 달리셔스는 서비스를 원하는 기업과 인근 요식업자들을 연결해 단가에 맞는 식단을 구성하고 매일 다른 음식을 원하는 시간, 원하는 장소에 배달해준다. 주 고객은 인테이크 같은 기업들이다. 말하자면 케이터링(출장음식)을 배달음식처럼 매일 주문해 먹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재 달리셔스가 확보하고 있는 푸드 메이커스는 700여팀이다. 매장은 없지만 거대한 규모의 온라인 식당인 셈이다.
   
   
   식음료업 생태계 지각변동 예고
   
   2019년 식음료업(F&B·Food & Beverage) 생태계에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변화에 불을 붙인 것은 연 15조원에 달하는 배달 시장이다. 특히 배달앱(3조원)의 질주로 소비자의 구매 패턴이 변하면서 견고했던 식음료업이 급속하게 재편되고 있다. 그 틈새로 공유경제가 들어오고, IT로 무장한 푸드 스타트업들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앞서 소개한 3가지 사례는 급변하는 식음료업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지금까지는 음식을 팔려면 무조건 공간이 필요했다. 잼을 하나 만들어 팔려고 해도 임대차 계약이 있어야 가능했다. 이젠 공간이 없어도 온라인으로 마케팅, 판매, 유통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이 많아졌다. 식음료업의 패러다임이 장소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식당이 없어도 식당을 할 수 있는 시대, 올해 식음료업의 변화를 주도할 키워드는 공유주방, 배달의 진화, 간편식의 급성장이다.
   
   첫 번째로 공유주방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2015년 국내에 들어온 공유주방이 2019년 본격적으로 외식산업을 파고들 것으로 보인다. 공유주방에 대해 정확한 개념을 알고 있는 사람은 아직 많지 않다. “뭐? 연예인 공유가 식당을 열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그러나 업계의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공유오피스의 급성장만큼 공유주방이 외식산업을 뒤흔들 것으로 보인다.
   
   공유주방은 설비를 모두 갖춘 주방을 만들어놓고 원하는 기간만큼 사용할 수 있도록 빌려주는 곳이다. 주방은 있지만 식당 손님들을 위한 홀(hall)은 없다. 그래서 ‘다크 키친(Dark Kitchen)’ ‘고스트 키친(Ghost Kitchen)’으로 불리기도 한다. 여러 사람이 함께 사용하기 때문에 공동 관리, 운영을 통해 비용은 낮추고 효율은 높게 만든 시스템이다. 주방을 빌려주는 것은 같지만 성격에 따라 종류가 다르다. 크게 분류하자면 배달 위주로 맛집을 모아놓은 배달 전문 공유주방이 있다. 창업자를 키우는 인큐베이팅에 중점을 둔 공유주방도 있다. 지자체에서 만든 공유주방은 커뮤니티 활동이 중심이다. 주방 갖춰놓고 이벤트, 모임을 위한 공간으로 빌려주는 임대 전문도 있다.
   
   배달의민족(대표 김봉진)에서 만든 ‘배민키친’과, 몸만 들어 오면 식당 창업이 가능하다는 ‘심플키친’(대표 임태윤)이 대표적인 배달 전문 공유주방이다. 바로 음식을 해서 팔 수 있는 개별 주방들을 갖추고 임대료(월 160만원 선)만 내면 배달은 물론이고 마케팅, 회계, 고객 데이터 관리까지 해준다. 식재료도 공동구매를 통해 단가를 낮출 수 있다.
   
   매장을 임대해 식당을 창업하려면 보증금, 임대료, 설비 등에 평균 1억원이 든다. 공유주방의 경우 초기비용 부담 없이 창업을 할 수 있고 회계 등 골치 아픈 문제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매장을 얻어 식당을 했다 실패한 경우 투자비용 중 절반도 회수하기 어려운 반면 공유주방은 실패비용이 거의 없다. 기존에 식당을 운영하면서 다른 지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경우도 해당 지역의 공유주방에 셰프만 파견하면 간단하게 분점을 낼 수 있다.
   
   ‘사례 1’처럼 심플프로젝트컴퍼니(대표 김기웅)에서 운영하는 공유주방 ‘위쿡’은 키친 인큐베이팅을 내세우고 있다. 오픈주방과 개별주방을 모두 갖추고 전문가가 참여한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자를 키운다. 대규모 오픈주방은 시간당 요금을 내고 원하는 시간만큼 사용할 수 있다. 음식을 만들어 동영상을 찍거나 신메뉴 개발, 소셜미디어 판매, 케이터링 서비스를 하는 푸드메이커들이 주로 이용한다. ‘푸드코트’ 같은 개별주방은 일정기간 메뉴 개발과 메뉴 테스트를 하면서 식당 운영을 해볼 수 있다.
   
   현행법상 공유주방을 사용하는 경우 개인사업자가 될 수 없다. 대신 공유주방 회사와 계약을 맺어서 판매를 해야 한다. 식품위생법상 일정 기준에 맞는 시설을 가지고 있어야 사업자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공유주방을 비롯해 시장은 5G 속도로 진화하는데 관련 법규나 제도는 아직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공유주방은 1980년대 미국에서 시작한 모델로 최근 급성장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2013년 130개에서 2016년 200개사로 늘었다. 김기웅 심플프로젝트컴퍼니 대표는 “공유주방 업체가 늘어나는 것보다 의미 있는 수치는 공유주방을 거쳐 창업한 경우 5년 생존율이 90%인 반면 거치지 않은 경우는 10%에 그쳤다는 보고이다”라고 말했다. 자영업자의 무덤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식당 폐업률이 높은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국내 음식점 수는 국민 86명당 1곳으로 세계 1위이다. 미국의 약 4배에 달한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식당 창업 이후 1년 내 폐업하는 확률이 56%, 5년 생존율은 18%에 달한다.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 소장을 맡고 있는 문정훈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공유주방의 핵심은 내가 가진 아이디어를 가장 저렴하게 파일럿 테스트(시범적용) 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실험도 못 하고 식당을 차린 경우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어간다. 공유주방은 주방이자 식품공장 역할을 할 수 있다. 오피스를 중심으로 배달, 판매를 한다면 동네 밥집은 점차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다. 자동차가 마차를 대체하는 것처럼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2019년은 그 시작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우버 창업자, 공유주방으로 한국 공략
   
   2018년 10월, 공유주방이 관심을 불러일으킨 사건이 있었다. 우버의 창업자인 공유경제의 거물 트래비스 캘러닉(42)이 공유주방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캘러닉은 지난해 10월 17일 비밀리에 서울을 방문해 한 호텔에서 비공개 설명회를 가졌다. 그는 서울 시내 빌딩 20여개를 곧 매입해 빌딩 전체를 공유주방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는 한국을 선택한 이유로 “배달 인프라가 세계 최고 수준이고 산업 규모도 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캘러닉이 폭탄 선언을 하고 간 이후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은 알려지지 않았다. 캘러닉은 우버에서 일부 지분을 팔아 1조5000억원을 들고 나온 후 2018년 3월 부동산 재개발 회사인 CSS(City Storage Service)를 인수했다. CSS는 주로 빈 빌딩을 사들여 온라인이나 배달 전문 빌딩으로 리모델링을 하는 회사이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임대 비즈니스에 무게가 실릴 공유주방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캘러닉 측은 최근 한국 사업을 위해 가장 먼저 부동산 전문가를 스카우트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내 대학의 한 건축학과 교수는 캘러닉이 한국을 방문하기 전 “함께 일해볼 생각이 없느냐”는 이메일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국 사업을 위해 다양한 전문가들을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워낙 진행 상황이 노출이 안 되다 보니 업계에서는 “분위기 타진을 위해 일단 말을 던져놓은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 ‘위쿡’ 서울창업허브 개별 주방의 푸드메이커들. 2~3개월 동안 메뉴 개발과 식당 운영을 경험해볼 수 있다.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배달시장의 진화·간편식의 급성장
   
   두 번째는 배달시장의 진화다. 새로운 물류 아이디어로 무장한 스타트업들이 발 빠르게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최근 돌풍의 주역은 ‘마켓컬리’(대표 김슬아)다. 마켓컬리는 신선한 식재료를 밤 11시에 주문하면 아침 7시에 문 앞에 배달하는 ‘샛별배송’으로 급성장했다. 2015년 설립, 3년 만에 월 매출 100억원을 달성했다. 획기적 배송 방법으로 시장을 잡고 새벽배송 시장에 불을 붙였다. 마켓컬리의 성공으로 스타트업은 물론 대기업들까지 속속 가세해 ‘오늘 배송’ ‘퀵배송’ ‘30분 배송’을 내걸고 격전을 벌이고 있다. 이제 안방에 앉아서 샐러드, 회, 수제맥주는 물론 갓 구운 빵까지 먹을 수 있게 됐다. 배송의 진화가 식탁을 바꾸고 신선식품 시장을 키우고 있다.
   
   세 번째로 간편식이 식음료업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1인가구, 혼밥족의 증가와 함께 급성장하고 있는 시장이다. 2010년 7700억원에서 2018년 약 4조원까지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 오는 2021년에는 7조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간편식 시장은 조리시간을 줄인 가정간편식(HMR·Home Meal Replacement)을 넘어 그릇도 조리기구도 필요 없는 간편대체식(CMR·Convenient Meal Replacement)으로 진화하고 있다. CMR은 물만 부어 흔들면 한 끼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분말이나 짜먹는 죽 등이 있다.
   
   지금 간편식 시장은 대기업, 푸드 스타트업에 대형마트, 백화점까지 뛰어들어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간편식 시장의 급성장은 슈퍼마켓 진열대까지 바꾸고 있다. 지난해 12월 27일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는 고객들이 많이 찾는 간편식, 신선식품 위주로 매장 구성을 바꾼다고 발표했다.
   
   문정훈 교수는 “1인가구 증가도 간편식 급증의 원인이지만 집값 상승으로 젊은 직장인들이 외곽으로 밀려나 출퇴근 시간이 길다 보니 요리할 시간이 없다. 국, 탕, 찌개류 등 재료손질이 복잡하고 시간이 많이 필요한 요리부터 간편식으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다. 동네 밥집들이 특히 타격을 많이 입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편되는 식음료 시장에서 눈에 띄는 것은 푸드 스타트업들의 약진이다. 오프라인 시장과는 달리 진입장벽이 낮은 온라인을 통해 최근 젊은 푸드 사업자들이 밀려들어오고 있다. 국내에 최초로 공유주방을 도입한 ‘위쿡’, ‘거점배송’이라는 혁신적인 방법으로 신선식품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온 ‘프레시코드’, 미래식량을 연구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간편식 시장을 선점한 ‘인테이크’, 이들을 보면 시장이 어떻게 바뀔지 진화의 현장이 보인다.
   
▲ 김기웅 대표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실패를 경험하게 해드립니다”
   
   지난해 12월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사직동, 한파 속에서 한창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건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심플프로젝트컴퍼니(김기웅 대표)가 만든 공유주방 ‘위쿡’ 사직점을 답사하기 위해 온 사람들이었다. 공유주방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내부를 둘러보고 질문을 던지느라 바빴다.
   
   오는 1월 24일 공식 오픈을 앞둔 ‘위쿡 사직’은 새로운 형태의 복합 공유주방이다. 지하 1층, 지상 5층으로 구성된 건물에는 공유주방, 개별주방은 물론 공유주방에서 만든 베이커리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카페, 푸드 메이커들이 만든 식음료 판매 라운지, 공유오피스, 제품 촬영을 위한 스튜디오를 갖추고 있다. 식음료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창업 교육부터 실습, 메뉴 개발, 제품 판매까지 한곳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다. 330여㎡(100여평)의 공유주방, 오피스 등은 시간제(시간당 9800원)로 빌릴 수 있고, 각각 16~33㎡(5~10평) 규모의 개별주방은 월 임대료(16㎡ 170만원)를 내면 독점 사용할 수 있다. 위쿡은 올해만 이런 형태의 거점을 12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공유주방은 실패를 경험하는 곳입니다.” 김기웅(39) 대표는 푸드 비즈니스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공유주방에서 가능한 실패를 많이 경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래야 실전에서 실패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2015년 국내에 처음으로 공유주방을 도입한 김 대표는 이력이 독특하다. 최장수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영남이’ 역할을 한 아역배우 출신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로도 일했다. 도시락 사업의 전망을 보고 덜컥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했다가 실패했다. 그때의 경험에서 공유주방 ‘위쿡’이 나왔다. 배달전문 공유주방과 달리 위쿡은 창업 인큐베이팅을 내세운 공유주방이다.
   
   서울 공덕동 서울창업허브에서 서울산업진흥원과 협업한 ‘위쿡’에서는 그동안 외식창업 플랫폼으로서 다양한 시도를 했다. 단지 주방만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인큐베이팅, 엑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통해 푸드 메이커들을 키웠다. 5개의 개별주방에서는 지원자를 뽑아 2~3개월씩 식당 운영 시뮬레이션을 할 수 있게 했다. 고객 반응을 직접 테스트해볼 수 있도록 푸드코트도 운영했다. 그동안 쌓은 노하우는 사직점에 녹였다.
   
   김 대표는 “공유주방은 공간, 설비만 빌려주는 것이 아니라 물류, 유통채널까지 결합된 푸드 혁신센터 같은 곳이다. 푸드메이커를 공간, 시간, 돈으로부터 자유롭게 만드는 것이 목표이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공유주방이 만든 가장 큰 변화는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진 것”이라고 말했다. 영세업자로 흩어져 있을 때는 불가능했지만 공유주방에 모아놓으면 식자재 구매, 물류 등을 통합해 효율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그동안 식음료업이 자본 중심의 대량생산 체제였다면 공유주방을 중심으로 사람 중심의 다품종 소량생산 체제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식품제조와 외식업의 경계도 허물어지고, 창업과 취업 사이에 다양한 선택지가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창업허브 위쿡은 1년6개월 동안 380명의 푸드메이커와 80팀이 인큐베이팅을 거쳐갔다.
   
   이곳 공유주방에서 만들어진 새로운 공유 모델도 있다. 서울 삼성동에 지난해 5월 만든 공유식당이다. 문을 열자마자 일식 돈가스 맛집으로 입소문이 나 점심때면 인근 직장인이 줄을 선다. 식당 입지 선정부터 임대, 브랜딩, 설비, 마케팅 모두 ‘위쿡’에서 했다. 주방은 ‘위쿡’ 공유주방을 거친 두 명의 셰프가 책임지고 있다. 수익은 일정 비율로 나눈다. 10년 경력의 박서원 셰프는 “창업 준비를 하기 위해 ‘위쿡’을 찾았다가 창업 대신 공유식당을 택했다. 모든 것을 위쿡에서 전문적으로 관리해주기 때문에 신경 쓸 일 없이 요리에만 전념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위쿡의 공유식당은 일종의 무대이다. 그 무대 위에 셰프들을 올린다. 그래서 식당 이름도 일본어로 무대를 뜻하는 ‘부타이’이다. 무대는 그대로지만 무대 위 주인공은 바뀐다. 고객은 공유식당이라는 것을 모른다. 식당 입구 간판에는 ‘부타이’ 옆에 ‘T.F.M’이라는 암호 같은 영문이 써 있다. ‘The Food Maker’의 약자이다. 일식 버전의 ‘부타이’는 위쿡의 공유식당 1호이다. 위쿡은 서울 시내 곳곳에 한식, 양식 등 다양한 버전으로 공유식당을 계속 열 계획이다. 그동안 다양한 실험을 통해 기초체력을 다진 위쿡은 새해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한다. 2~3년 후 해외진출도 계획 속에 있다. 푸드 비즈니스의 플랫폼을 자처한 공유주방이 어디까지 진화할지 지켜볼 일이다.
   
▲ 정유석 대표(왼쪽)와 유이경 마케팅 이사.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샐러드도 배부른 한 끼 식사”
   
   만일 배송하는 장소가 정해져 있다면? 수요가 있는 곳을 찾아낸다면? 신선식품 배달을 획기적인 방법으로 해결한 샐러드 배송업체 ‘프레시코드’의 ‘거점배송’ 방식은 이런 질문에서 시작됐다.
   
   30살 동갑내기 정유석 대표·유이경 마케팅 이사가 공동창업한 ‘프레시코드’는 샐러드도 든든한 한 끼 식사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2016년 10월 론칭한 푸드 스타트업이다. 관건은 배송이었다. 유통기한이 짧은 신선식품은 물류 비용이 비싸 단가를 맞추기 어려웠다. 두 사람은 치열하게 토론하며 세상에 없던 ‘거점배송’ 방식을 찾아냈다. 정유석 대표는 “문제를 풀기 위해 우리만큼 고민해본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거점배송으로 신선한 바람을 불러온 ‘프레시코드’는 업계에서 떠오르는 스타로 주목받고 있다.
   
   거점배송은 한 회사에서 5명 이상이 정기적으로 샐러드를 주문하겠다고 신청을 하면 거점으로 지정해준다. 이를 ‘프코 스팟’이라고 부른다. 일단 ‘프코 스팟’이 되면 1명만 주문해도 약속된 픽업 장소에 무료로 배달된다. ‘프코 스팟’은 론칭 당시 3곳에서 시작해 2019년 1월 현재 200곳을 돌파했다. 프레시 코드의 성장곡선은 가파르다. 회원수는 2만여명. 재구매율이 50%가 넘는다. ‘프코 스팟’ 요청 대기자는 1000여건이 넘는다. 샐러드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는 23㎡(7평)짜리 허브키친 한곳에서 만들었다. 물량을 소화하기 힘들어 요청대로 거점을 늘릴 수 없었다. 올해는 공유주방 ‘위쿡’ 사직점에 허브키친을 한 곳 더 늘리고 ‘프코 스팟’을 서울, 수도권 500곳까지 늘릴 계획이다. 현재는 4대의 차가 권역을 나눠 ‘스팟’을 돌고 있다. 최근에는 기업 거점뿐만 아니라 커피숍 같은 퍼블릭 거점도 늘고 있다. 샐러드를 픽업하면서 커피도 함께 사는 경우가 많아서 ‘윈윈’할 수 있다.
   
   정 대표는 “스팟이 늘어나면 배송방법도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효율적인 루트 개발 등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점배송 외에 5개 이상 주문하면 무료로 배송해주는 ‘퀵배송’, 전날 주문하면 다음날 새벽에 집 앞까지 가는 새벽배송도 하고 있다.
   
   프레시코드의 최대 강점은 회원들의 충성도이다. 유이경 이사는 “‘프코 스팟’이 마치 새로운 문화처럼 됐다. 스팟이 된 회원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진을 올리고 사진을 본 사람들이 또 ‘프코 스팟’ 신청을 해온다. 회원들이 최고의 홍보맨이다”고 말했다. ‘프코 스팟’을 통해 새로운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위워크, 패스트파이브 등 공유오피스 입주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코 런치’가 그렇다. 모르는 사람끼리 샐러드를 같이 먹으면서 정보를 교환하고 네트워크를 만든다. 다양한 콘텐츠를 결합한 ‘프코 런치’ 번개도 있다. 예를 들어 기업이 샐러드를 쏘고 기업설명회를 한다거나 한의사를 초청해 샐러드 점심을 먹으면서 건강 강의를 듣기도 한다.
   
   유 이사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2년간 스타트업에 근무하면서 미국인들이 시도 때도 없이 샐러드 먹는 것을 보고 한국도 머잖아 그런 문화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유 이사는 “사업에 속도가 붙었다. 소비자들의 인식이 생각보다 빨리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설문조사를 통해 고객 성향을 조사하고 위치별 주문량 등을 빅데이터로 만든 것은 프레시코드의 큰 자산이다. 다른 제품들을 프레시코드의 배송망에 얹어 상생하는 구조도 구상하고 있다. 무엇보다 유 이사는 샐러드의 가능성을 확신하고 있다. “5년 뒤 샐러드 시장은 엄청 클 겁니다. 아메리카노 마시듯 샐러드 한국이 될 거예요.”
   
▲ 한녹엽 대표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세상에서 가장 간편한 식사를”
   
   시간 없고 귀찮은데 밥 대신 약 한 알로 대신할 수는 없나. 이런 생각을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간편식 전문기업 ‘인테이크(intake)’는 실제로 한 끼 식사를 대체할 수 있는 알약 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인테이크는 간편식 시장에 CMR(Convenient Meal Replacement)이라는 용어를 처음 도입했다. 그릇, 기구가 필요 없는 간편대응식(CMR)은 간편가정식(HMR)보다 더 간편한 식사라고 보면 된다. 짜먹는 죽, 물만 부으면 밥 이상의 영양식이 되는 분말 제품 등이 해당된다.
   
   한녹엽(31) 대표는 “간편대응식은 먹는 즐거움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혀주는 것이다”고 말하고 “식품산업은 아주 보수적인 시장이다. 장수기업들이 장악한 슈퍼마켓 진열대는 수십 년간 변함이 없었다. 그동안 우리는 선택을 강요받아왔다. 라이프스타일이 변함에 따라 식사의 형태도 달라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식품공학을 전공한 한 대표는 서울대 창업 동아리에서 활동하다 6년 전 인테이크를 창업했다. 식품 스타트업 1세대이다. 인테이크 창업 전 젊은층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절반 이상이 아침을 안 먹는다고 했다. “귀찮고 시간이 없어서”가 이유였다. 그걸 해결해주면 분명 시장은 있다고 판단했다. ‘세상에서 가장 간편한 아침을’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만든 모닝죽, 하루 영양권장량의 33%를 맞춘 분말 제품 ‘밀스’로 간편식 시장을 흔들고 있다. 회원은 12만명에 이른다.
   
   한 대표는 “의외로 밥에 대한 욕구가 없는 사람이 많다. 식사 대체 알약을 요청하는 사람도 많아 연구를 해봤는데 한 알로는 어렵더라. 미국도 그렇고 한국도 대체식 시장이 급속하게 커지고 있다. 최근 1~2년은 분말대체식이 피크였다. 얼리어댑터들이 관심이 많다. 점점 더 간단하고 빨리 먹을 수 있는 것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인테이크의 주 고객은 18~38세, 여성이 65%이고 외근이나 야근하는 사람도 많다고 했다.
   
   스타트업이 새바람을 몰고 온 간편식 시장에 최근 대기업들도 가세하고 있다. 특히 올해 식품업계는 간편식의 프리미엄화를 키워드로 꼽았다. eat(먹는다)을 넘어 삶의 질을 높여주는 식품 연구를 목표로 내건 인테이크가 미래의 식탁에 무엇을 올려놓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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