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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
[2540호] 2019.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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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기고] 文정부가 짓밟은 ‘과학기술’ 과학자들이 살려내야 한다

이덕환  서강대 교수·에교협 공동대표 

▲ 지난해 11월 28일 한국형발사체 ‘누리호’의 시험발사체가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photo 뉴시스
교수신문이 지난 2018년 무술(戊戌)년의 우리 형편을 ‘임중도원(任重道遠)’으로 정리했다. 남북화해·소득주도성장·포용사회 등으로 화려하게 포장해놓은 ‘짐’은 무거운데 갈 길은 여전히 멀다는 뜻이라고 한다. 집요한 적폐청산의 피로가 누적되고, 일부 비현실적인 대선공약의 삐걱거림이 몹시 거슬리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도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희망의 끈은 놓아버릴 수 없다는 한 가닥 기대가 담긴 평가다.
   
   그런데 지난 한 해 과학기술계의 형편은 암울했다. 법과 제도를 무시하고 무작정 밀어붙인 탈원전의 충격을 온몸으로 견뎌내야만 했다. 의미조차 아리송한 ‘사람 중심의 과학기술’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다. 요란했던 4차 산업혁명의 열기도 시들해졌다. 출연연(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속의 정부출연연구기관)의 숙원인 PBS(연구과제중심제도)도 요지부동이고, 고질적인 재정난과 학령인구 감소와 청년 실업에 허덕이는 대학의 사정도 절망적이다.
   
   엎친 데 덮친다고 정부가 과학기술계에 대한 거부감을 조금도 감추지 않고 있다. 10여명의 기관장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하차했다. KAIST 신성철 총장에 대한 직무정지 요청도 황당했다. 선임직 이사들조차 설득시키지 못한 과기부의 충격적인 요구는 도를 넘어선 것이었다. 대학 내부의 절차에 문제가 있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런 문제를 걷잡을 수 없는 국제 문제로 비화시켜버린 것은 신 총장이 아니라 감사관의 어설픈 주장이었다. 이사회 의결 이후 과기부가 내놓은 ‘입장문’도 황당했다. 명백한 진실을 왜곡했고, 중앙부처의 품위에도 어울리지 않는 졸렬한 것이었다. 오히려 과기부의 무능한 졸속 감사를 감사해야만 할 형편이다.
   
   기초과학연구원의 김진수 단장도 기술이전에 관련된 절차 문제로 고초를 겪고 있다. 상업화되기 전의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정확한 가치 평가는 불가능한 것이다. 매각 이후에 값이 올랐다고 과거의 거래를 트집 잡는 것은 일반 상식을 완전히 벗어난 억지다. 창업을 권장하던 정부를 믿었던 세계적 과학자를 정부가 직접 나서서 궁지에 몰아넣는 현실은 어처구니없는 것이다. 중이온가속기 건설도 지지부진하고, 기초과학연구원의 위상도 위험스럽게 흔들리고 있다. 어느 한 곳 온전한 구석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산산이 깨져버린 과학기술 ‘온실’
   
   지난 60년 동안 애써 이룩해놓은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 기술을 한순간에 헌신짝처럼 내팽개쳐버린 탈원전은 사실 납득할 수 없는 ‘탈(脫)과학기술’ 선언이었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어렵사리 이룩한 경제적 성과가 오히려 양극화를 부추기고, 국민 안전과 환경을 망쳐놓았다는 비뚤어진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과학기술은 정치나 이념과 무관한 것이고, 어떤 경우에도 과학기술은 국가가 지켜줘야 한다는 주장은 이기적인 과학자들의 일방적인 푸념으로 퇴색되고 있다. 과학기술을 보호하고 키워주던 ‘온실’은 이미 산산이 깨져버린 상황이다.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뼛속까지 이해하는 영롱한 지도자에 대한 기대도 버릴 수밖에 없다. 반어법적 ‘문송이’ 출신의 정치인들이 모든 국가 권력을 확실하게 틀어쥐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과학기술부’가 독립적으로 힘을 얻어야 한다는 생각도 착각이다. 교과부와 미래부를 거치면서 극도로 오염된 과기부가 오히려 과학자들에게 규제의 채찍을 마구 휘두르고 있다. 국가의 미래를 위한 과학기술 정책은 오래전에 실종돼버린 상황이다.
   
   이제 과학자들도 살을 에는 북풍한파와 아스팔트를 녹여내는 폭염을 맨몸으로 극복할 수 있는 확실한 의지와 단단한 체력을 키워야 한다. 과학기술을 홀대하지 말아달라는 요구는 이미 사라져버린 따스한 온실에서나 의미가 있었던 유아적인 칭얼거림일 뿐이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국민에게 눈을 돌려야 한다. 겉으로는 국가·국민·민주주의를 외치면서 현실에서는 자신의 정치적·이념적 잣대만 휘두르는 오만한 정치인은 더 이상 믿을 수 없다. 실제로 정부가 탈법적으로 밀어붙인 신고리 5·6호기 건설 중단 결정을 뒤집어준 것은 정치인이나 과학자들이 아니었다. 아무도 감당할 수 없었던 최악의 상황을 피하게 만들어준 것은 공론화위원회에 참여했던 똑똑한 젊은이들의 정확한 현실 인식과 용감한 결단이었다.
   
   길은 하나뿐이다.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과학기술을 만드는 것이다. 가장 높은 수준의 연구윤리를 확실하게 지켜야 한다. 논문을 베끼고, 학생에게 갑질이나 하고, 연구비 유용·횡령에 눈독을 들이고, 관광 삼아 엉터리 학술대회나 기웃거리는 과학자에게는 더 이상 설 자리를 내주지 말아야 한다. 정부의 획일적인 규제가 아니라 과학자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그렇게 만들어야만 한다.
   
   물론 고도의 전문성도 필요하다. 그러나 우물 안 개구리 수준의 좁은 전문성으로는 부족하다. 과학자의 시야를 획기적으로 넓히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내 전공만 중요하다는 이기심을 버리도록 만들어야 한다. 파편화된 전문성은 우리가 당장 해결해야 할 기후변화·미세먼지·에너지와 같은 복합적인 사회문제에는 아무 소용이 되지 않는다. 국민의 안전과 건강을 위협하는 엉터리 가짜 과학기술이 넘쳐나는 현실도 과학자의 좁은 식견과 과도한 전공 이기주의와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800개에 이르는 학술단체 통폐합 필요
   
   우후죽순처럼 만들어진 전문학술단체에 대한 정비도 필요하다. 현대 과학기술의 분화가 아무리 심화되었다고 해도 과학기술 분야의 학술단체 수가 800개가 넘는 현실은 결코 정상이라고 할 수 없다. 영세 학회의 올챙이 ‘회장님’의 극단적인 전공 이기주의와 인맥이 극심한 분화의 원인이다. 자생력을 갖추지 못한 영세 학회들이 저마다 정부와 기업에 손을 벌리는 과정에서 불거지는 윤리 문제도 심각하다. 영세 학회의 학술대회와 학술지의 수준도 쉽게 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실망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과학기술계의 사회적 목소리도 중요하다. 전공 이기주의를 위한 목소리가 아니라 과학기술과 직·간접으로 관련된 사회문제에 대한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의견이 절실하다는 뜻이다. 물론 사회적 논란에 참여하는 일이 쉬울 수는 없다. 적극적인 관심과 부단한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합리적인 반론을 수용하는 용기도 있어야 한다.
   
   사회적 논란에 대한 과학자들의 자세를 확실하게 바꿔야 한다. ‘진실’이 확실하게 밝혀진 후에 ‘불편부당’한 주장만 내놓겠다는 자세는 겁쟁이의 비겁하고 옹색한 변명이다. 검찰 수사로도 밝혀내지 못하는 진실이 넘쳐나고, 누구나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불편부당한 주장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과학자는 문제 해결의 당사자가 될 수 없다. 오히려 과학적 합리주의를 바탕으로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원칙’을 제시해주는 것이 과학자의 무거운 사회적 책무다. 과학자가 정신을 차리고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암울할 수밖에 없다.
   
   세계 원전 시장이 러시아와 중국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모습을 넋 놓고 지켜봐야 하는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위험하고 더러운 개도국형 기술이라고 만천하에 공개적으로 낙인을 찍어 내팽개쳐버린 원전을 수출하겠다는 비윤리적인 발상은 온전하게 포기하는 것이 순리다. 우리 스스로 버리겠다고 공언한 기술을 돈 주고 사갈 국가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황망한 착각이다. 원전 폐로 사업을 미래의 먹거리로 삼겠다는 발상도 탈원전만큼이나 비현실적인 것이다.
   
   
   ‘누리호’ 엔진 등 불행 속 거둔 성과들
   
   오히려 애써 지어놓은 바라카 원전의 운영권을 따내기 위한 더욱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의 갑작스러운 탈원전 때문에 깊은 고민에 빠져 있을 UAE를 안심시키기 위한 확실한 대안을 제시해줘야만 한다. 남아 있는 원전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운전을 위한 절박한 노력도 필요하다. 앞으로 60년 동안 원전의 운영을 위한 인력과 기반을 온전하게 지키는 일이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워진 상황이다. 만약을 위해 앞으로 필요하게 될 작은 부품이라도 넉넉하게 마련하는 선제적 노력이 필요하다.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성과도 필요하다. 과학기술이 통째로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2021년에 쏘아 올릴 ‘누리호’의 25톤급 엔진 개발에 성공하고, 자력으로 개발한 기상관측 위성 ‘천리안 2A’호를 무사히 정지궤도에 올려놓고, 이동통신 3사가 세계 최초로 상업용 ‘5G’ 전파의 발사에 성공한 것은 불행 중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힘을 잃어가고 있는 반도체와 자동차를 대신할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위한 노력은 절대 소홀히해서는 안 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과학기술계가 자생력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상황은 정말 심각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결국 새싹은 돋아나는 법이다. 우리에게 어울리지 않는 선진국의 제도나 흉내 내겠다는 낡고 안이한 발상으로는 새 봄을 맞이할 수 없다. 많이 늦었지만 우리의 현실이 선진국과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유별나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인정해야 한다. 다른 어떤 나라에서보다 정치의 영향력이 크고, 개인적인 유대감이 강한 것이 우리 사회다.
   
   한때는 우리의 그런 유별남을 ‘한국병’이라고 스스로 비하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우리의 유별남을 억지로 고쳐보려던 노력은 확실하게 실패해버렸다. 오히려 유별난 우리 몸에 맞는 정책을 개발하는 새로운 노력이 훨씬 더 현실적이다. 자신의 유별난 체형에 맞는 독특한 스윙으로 명예의전당에 당당하게 입성한 박인비 선수의 독특한 경험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과학기술계가 스스로 나서서 우리의 현실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새 봄을 위한 정책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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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건의 글이 있습니다.
  menciuus  ( 2019-01-09 )    수정   삭제
적와대 빨갱이 끌어내지 않으면 이제 1년이면 이 나라 조장날 것이다.
  어수정  ( 2019-01-06 )    수정   삭제
대통령이라고 뽑아 놓은 작자는 나라를 다 망가뜨리고, 국민은 안간힘을 다해 복원, 방호하려고 하니, 이게 무슨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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