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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542호] 2019.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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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 뉴스]정권 넘나드는 산자부의 전관예우?

곽승한  수습기자 

▲ 2017년 2월 2일 ‘비선 의료’ 김영재·박채윤 부부에게 각종 특혜를 제공한 의혹을 받던 정만기 당시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박영수 특검 사무실에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는 모습. photo 뉴시스
지난 1월 4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이하 자동차협회)에 정만기 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선임된 것을 놓고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산자부 고위관료가 산하 기관의 장(長)으로 가는 것은 오래된 관행이지만, 정 회장의 경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되어 특검 수사까지 받았던 인사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가 자기 부처 출신 인사들을 밀어주고 끌어주는 관료 사회의 끈끈함을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자동차협회는 1988년 창설 이후 회원사가 돌아가면서 회장직을 맡았다. 회원사로는 현대차와 기아차, 쌍용자동차, GM대우, 르노삼성 등 5개 회사가 등록되어 있다. 그러나 2011년 이후부터는 산자부 고위 관료들이 이 자리를 꿰차기 시작했다. 산자부는 ‘협회 회장 은 철저하게 회원사들이 선출하는 것’이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공교롭게도 2011년 이후 선임된 3명의 협회장 모두 산자부 고위 관료 출신이다. 자동차협회장 연봉은 2억원 이상으로 산자부 산하 공공기관 및 유관 기관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MB정권에서는 산자부 기획조정실장을 지내며 자원외교 관련 업무들에 관여했고, 박근혜 정부에서는 청와대 산업통상비서관 및 산자부 1차관을 지냈다. 정 회장은 2017년 2월 최순실 국정농단 특검 당시 이른바 ‘비선 의료’와 관련해 조사를 받은 바 있다. 그가 ‘비선 의료’ 혐의를 받던 김영재 원장 부부에게 특혜 지원을 했다는 의혹으로 조사를 받은 것. 실제로 2015년 청와대 산업통상비서관이었던 정 회장은 당시 김 원장 아내 박채윤씨가 대표로 있는 ‘와이제이콥스’란 의료기기 업체에 15억원을 지원할 것을 산자부에 지시했던 내용이 특검 조사에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정 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청와대의 다른 핵심관계자가 요청해와 처리해준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그는 특검에서 “(와이제이콥스 지원과 관련해) 안종범 전 수석이 2015년 4월 박근혜 대통령 중남미 순방 때 와이제이콥스 관계자 전화번호를 주며 경제사절단 신청 안내를 해주라고 지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비선 의료’ 김 원장 부부에 대한 지원의 실무자였지만, 자신은 ‘지시대로 한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하지만 당시 특검 안팎에서는 정 회장이 단순히 안 전 수석의 지시를 전달하는 수준이었는지, 아니면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에 가담했는지 여부를 놓고 논란이 있었다. 당시 박채윤씨는 특검 조사에서 “정만기 비서관은 우리에게 ‘200억원짜리(지원)를 줘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걸 받으려면 전년도 매출이 100억원이어야 하는데 당시 우리는 아예 매출이 없던 때다. 그러자 정 비서관이 예전 매출을 소급해서 (기준을 맞춰) 줄 수는 없느냐”고 진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 회장은 사법처리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그가 지난 정권에서 청와대 산업통상비서관과 1차관까지 지내고 국정농단사태로 특검 조사도 받았지만, 현 정권에서 산자부 유관 기관장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산자부의 오랜 관행 덕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산자부는 정부 부처 가운데 가장 많은 산하 기관을 거느리고 있으며, 업무 연관성이 있는 협회까지 포함하면 100여개에 가까운 유관 단체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산자부 고위 관료들이 퇴직 후 유관 기관에 취업하는 사례가 워낙 많고, 전·현직 간 유대관계가 끈끈하다는 이유로 관가 밖에서는 이들을 ‘산피아(산자부 마피아)’라고 부르기도 한다. 고위 관료들이 퇴직 후 산하 기관에 취업하는 일은 다른 부처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지만, 산자부의 경우 그 숫자가 훨씬 많다는 평가를 받는다. 산자부 내부에서는 은퇴 후 두 번 정도 재취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일컬어 ‘두 번 만다’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전직 산자부 산하 공기업 고위직 임원 A씨는 “산자부 공무원들은 젊은 사무관 때부터 선배들이 은퇴 후 재취업하는 모습을 봐왔기 때문에 이를 당연시 여기는 문화가 있다”며 “갈 수 있는 자리도 많아서 내부에서 별다른 문제의식을 못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특히 ‘협회’ 자리는 더 좋다. 산자부 산하 각종 협회만 100여개 되는데 완전 깜깜이다. 국정감사를 안 받기 때문이다. 책임져야 할 부분도 적고. 은퇴 후 자리로 이보다 좋은 게 어디 있나. 한마디로 은퇴하고 ‘두 번만 말면’ 몇억은 그냥 챙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산자부 실국장급은 퇴직하면 곧바로 산하 공기업 사장을 2년 내지 3년 하고, 임기를 마치면 유관 협회 회장으로 또 몇 년 정도 일한다”며 “워낙 자리가 많아 서기관들도 퇴직 후 어렵지 않게 취업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 초기 정부 조직 개편 당시 외교부로부터 통상 업무를 받아와서 조직이 더욱 커진 것도 하나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한국수력원자력 정재훈 사장도 유사한 경우다. 정 사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지식경제부(현 산자부)에서 기획조정실장과 에너지자원실장을 지내 ‘자원외교’ 실무자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사장은 산자부에서 은퇴하고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을 지낸 뒤 한수원 사장으로 임명됐다. 한수원 사장 임명 이전에는 산자부 장관 후보로 하마평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산자부는 전직 고위 관료들의 유관 기관 재취업은 자신들과 무관한 일이라는 입장이다. 한 산자부 관계자는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협회장 선출은 이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회원사들이 판단하는 것이다. 산자부 차원에서 채용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며 “한마디로 그 업계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추천, 선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해명처럼 민간 부문에서 산자부 출신 공무원들에 대한 수요가 있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산자부의 관리 감독을 받아야 하는 기관 입장에서는 현직 공무원들의 ‘선배님’을 기관장으로 모셔오는 것이 여러 가지 면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산자부 입장에서도 이러한 ‘전관예우’가 있어야만 현직들이 퇴직 후 갈 곳이 생긴다.
   
   문제는 이런 문화가 기관의 방만한 경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례로 자본잠식으로 기관 통폐합을 앞두고 있는 한국광물자원공사의 경우 전직 산자부 고위직들이 연이어 사장을 맡는 바람에 산자부에서 적절한 관리 감독을 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바 있다. 자동차협회의 경우 2013년과 2014년, 산자부 공무원들과 똑같은 일정으로 해외 출장을 떠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빚기도 했다. 심지어 공무원들이 협회로부터 출장비용을 지원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전문성에 대한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산자부에서 부서별 1~2년 순환근무한 경력을 ‘전문성’으로 볼 수 있겠냐는 것이다. 산자부에서 근무한 ‘배경’ 외에 해당 기관과 관련된 산업에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산자부 관계자는 “자동차협회의 정 회장 같은 경우 워낙 여기저기 많이 거쳤기 때문에 관련 산업을 파악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다만 그 자리가 꼭 전문성이 있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자동차협회 관계자는 “회장님과 관련한 부분이라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조심스럽다. 죄송하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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