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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544호] 2019.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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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20대 파고든 생활 反中의 실체

김효정  기자 

지난 1월 29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대학 강의실. 대학 학보사 기자 2명과 재학생 10여명이 둘러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주제는 외국인 유학생의 학교 생활에 대한 것이었다. 개중에는 중국과 일본, 베트남과 캐나다에서 온 유학생도 섞여 있었다. 한국에 온 지 2년 됐다는 중국인 유학생 A씨는 “중국인으로 한국에서 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중국인 특유의 한국어 억양이 나오면 듣던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려요. 아르바이트 찾으러 갔다가 거절당하기도 했어요. 중국인이라는 이유로요.”
   
   베트남인 유학생과 일본인 유학생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얘기다. 베트남인 유학생 B씨는 “동남아인에 대한 고정관념이 분명히 존재하고 그렇게 느낄 때가 많지만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면 도리어 칭찬받을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일본인 유학생 C씨는 한국에서 거주한 4년 내내 한 번도 직접적으로 역사 문제를 거론하며 비판을 하는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며 “친해질수록 조심스러워하는 기색을 많이 보였다”고 말했다. 적어도 이들이 만난 한국인들은 대개 국가와 개인을 분리해 대하곤 했다는 얘기다.
   
   중국에 대해서는 다르다. 중국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중국인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문제는 부정적인 태도를 가진 사람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청년 세대로 갈수록 더 그렇다. 여러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정기적으로 조사한 바를 보면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2018년 15.0%로 2년 전 24.1%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주목할 만한 점은 ‘호감이 가지 않는다’라고 한 응답자가 더 크게 늘어났다는 점이다. 2016년에는 33.5%의 사람만이 중국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보였는데 2018년에는 58.3%로 대폭 늘어났다.
   
   아산정책연구원에서 실시하는 미국·중국·일본·북한 등 주변 4개국에 대한 호감도 조사를 봐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2016년 1월만 하더라도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5점대 후반으로 6점대 초반인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그러나 2018년 6월에는 판문점선언의 영향을 받은 북한에 밀려 세 번째가 됐다. 호감도는 4점대 초반으로 유일하게 하락했다.
   
   한국인의 반중(反中) 인식이 새로운 일은 아니다. 정문상 가천대 글로벌교양학부 교수에 따르면 일제강점기 이전부터 중국에 대한 복합적인 감정은 냉전시기를 거쳐 부정적 이미지로 고착화됐다.
   
   “중국에 대한 전통적 인식은 개화기를 거치며 근대화의 낙오자 내지는 동아시아의 근대화를 막는 병폐라는 인식으로 확산됐다. 독립운동기에는 연대와 협력의 대상으로 보는 시선이 없잖아 있었지만 6·25전쟁과 냉전기를 거치면서는 ‘중공’에 대한 반공 의식이 주된 부정적 요소로 자리 잡게 됐다.”
   
   ‘짱깨’라든지 ‘되놈’ 같은 부정적 언어가 생긴 것도 하루이틀 일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의 반중 인식에는 조금 더 새로운 점이 있다. 이전의 반중 인식이 정치적이고 역사적인 맥락에서 생겨난 것이라면 지금은 조금 다르다. 연령대를 살펴보아도 중장년층보다는 청년층에서 반중 의식이 더 강하게 드러난다. 말하자면 생활밀착적이고, 일상적이며, 반(反)다문화주의의 일환으로서 반중 인식이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미세먼지·관광객으로 커진 반중 정서
   
   사실 최근 2~3년을 제외하면 중국에 대한 인식은 점차적으로 개선되고 있었다. 일본 내각부대신 관방공보실이나 시카고 국제문제협회 같은 기관에서 내놓은 보고서나 아산정책연구원의 여론조사를 보면 비슷한 결과가 나타난다. 아산정책연구원의 주변국 호감도 조사를 보면 2013년 연초에만 해도 4.45점이었던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그해 7월 4.92, 2014년 7월에는 5.13점으로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미국에 살짝 못 미치는 수치였다.
   
   생각해보면 최근처럼 한·중 교류가 활발해진 적도 드물다.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도가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한·중 양국 간 일반인 교류도 활발해졌다. 그런데도 왜 다시 반중 의식이 강화됐을까. 더러는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보복 이후 경직된 한·중 관계의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동북공정이나 경제·군사적 위협을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인접국 간 갈등은 늘 있어왔던 일이다.
   
   대신 다른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다. 우선 ‘미세먼지’다. 몇 가지 여론조사 결과를 보자.
   
   한국인 대다수는 최근 심각해진 미세먼지의 주요 원인으로 중국을 꼽는다. 비율도 압도적이다. 노후 경유차 매연 때문에 미세먼지가 심각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8.0%로 그치지만 중국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78.3%로 10명 중 8명꼴이다. 중국의 노력이 국내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는 유일한 해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23.8%에 달한다.
   
   눈에 띄는 점은 중국을 미세먼지의 원인으로 생각하는 연령대다. 청년층으로 갈수록 중국의 책임을 강조하는 경향을 보인다. 국내 미세먼지의 주된 원인이 중국발 미세먼지라고 생각하더라도 동시에 중국만 핑계 댈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50대는 80.4%에 달한다. 국내 미세먼지 발생 요인도 줄여나가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생각하는 20대는 ‘겨우’ 54.4%에 그친다. 반면에 오로지 중국만이 국내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20대는 27.6%에 달했다. 50대의 18.8%만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다시 말하면 20대에게 중국은 일상생활의 불편함을 초래하는 ‘민폐’ 국가다. 중국의 ‘민폐’ 짓은 비단 미세먼지에만 그치지 않는다. 서울이나 제주도에서 단체로 몰려다니는 중국 관광객은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다. 지난 연말 제주도로 가족여행을 다녀온 36세 직장인 전현미씨는 “중국인이 없어서 쾌적한 여행이었다”고 말했다.
   
   “3년 전에 제주도로 놀러갔을 때는 중국인 관광객이 너무 많아 제대로 관광도 못 했어요. 성산일출봉에 가득 모인 중국 관광객들 사이에서 여기가 중국인지, 한국인지 헷갈릴 정도였습니다. 목소리 크고 떼로 몰려다니고 시민의식이 없어서 중국인 관광객이 보이면 피해가는 편이에요.”
   
   중국인 관광객의 수는 국내 소비에 영향을 미칠 정도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보고서 ‘외국인 국내 소비의 변동과 시사점’에 따르면 2017년 국내소비 증가율이 0.6%포인트 줄어들었던 것은 외국인의 국내소비가 27.9% 감소했던 것이 원인이 됐다. 연구원은 외국인 국내소비가 저조했던 이유로 그해 중국인 관광객 수가 이례적일 정도로 감소한 것을 들었다. 2016년에 807만명이었던 중국인 방한 관광객은 2017년에는 417만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중국인 관광객은 이제 한국 경제에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수입원 중 하나지만 이들을 보는 한국인들의 시선은 마냥 부드럽지만은 않다. 앞서 제주도를 찾았던 전현미씨와 마찬가지로 중국인 관광객의 ‘민폐’ 행동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시민들이 많다.
   
   중국인 관광객 수가 급증했던 2016년 제주도에서 잇따라 일어난 범죄 사건도 중국에 대한 여론을 부정적으로 만든 주된 요인이다. 중국인 관광객이 제주도 한 성당에서 기도 중이던 신자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관광객 8명이 음식점에서 벌인 폭행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제주도에서 발생하는 경범죄 사건이 해마다 늘어나고 그 대부분이 중국인 관광객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미 존재하고 있던 중국이라는 국가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중국인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와 통합되기 시작했다. 반일(反日) 감정과 최근 반중 정서의 차이점이 이 부분에서 시작한다.
   



   ‘생활 반중(反中)’의 등장
   
   반일이든 반중이든 인접국 간의 부정적인 인식은 역사적·정치적 맥락을 띠고 있다. 반일은 여전히 반중보다 강력하다. 그러나 반일 감정이 반(反)일본인 감정으로 번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일본인 관광객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는 한국인도 적다. ‘일본은 싫은데 일본인은 그렇지 않다’는 사람이 더욱 많고 일본 문화에 대한 호감도도 적지 않은 편이다.
   
   그러나 반중은 조금 다르다. 반중 감정은 국가와 개인을 명확히 분리하지 않는다. ‘되놈’ ‘중공군’으로 대표되던 예전의 반중 정서 때만 하더라도 ‘중국은 싫은데 중국인은 그다지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요즘의 반중은 중국과 중국인을 하나로 보는 경향이 짙다. 경험에서 비롯된 반중 감정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생활 반중’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생활 반중은 비교적 자발적으로 형성된 반중 정서다. 한·중 간의 정치적·경제적 관계와는 상관없이 작동한다. 한·중 간 우호적인 관계가 형성되더라도 중국과 중국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쉬이 없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중국 동포, 즉 조선족에 대한 반감이 생활 반중 정서를 형성하고 강화시키는 주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조선족은 한국 사회에 온전히 편입되지 못했다. 이질적인 문화와 말투, 생활환경이 문제였다. 한국인이라기보다 중국인에 가까운 정체성도 이질성을 강화시키는 데 한몫을 했다. 대중문화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확대재생산하는 데 일조했다. 류찬열 중앙대 교양학부 교수는 ‘혐오와 공포의 재현을 넘어 공감과 연대의 재현으로’ 논문에서 한국 영화가 조선족을 어떻게 부정적인 집단으로 고착화시켰는지 분석했다.
   
   “조선족에 대한 혐오와 공포가 영화산업으로 정착해가고 있다는 우려가 든다. 2010년 개봉한 영화 ‘황해’는 조선족을 부정적인 집단으로 그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신세계’는 ‘조선족 거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청년경찰’은 편견의 완성판이라고 할 수 있는데 조선족 밀집 거주지역인 서울 대림동을 문화적 다양성의 공간이 아니라 혐오와 공포의 공간으로 재현해버렸다.”
   
   이전에 대중문화에서 한국 사회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역할은 내부자인 조폭이 맡았다. 그러나 2010년대에 들어서는 외부에서 온 이들이 공포의 대상이다. 20대를 중심으로 커져가는 반(反)다문화 정서가 이 지점에서 궤를 같이하는데 조선족은 대표적인 공포와 혐오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조선족은 중국인과 거의 동일한 집단으로 취급된다. 실제로 청년층에서 조선족은 중국 ‘동포’가 아니다. 서울 서대문구의 한 사립대에서 2년째 유학 중인 조선족 대학생 D씨가 경험한 바도 그렇다.
   
   “한국말을 잘 쓰고 있어도 조선족은 절대 한국인으로 봐주지 않아요. 중국인으로 생각하고 중국에 대해 물어올 때가 많아요. ‘중국인들은 어떻게 생각해?’ 같은 질문도 여러 번 받아봤어요. 저 스스로도 중국인이 한국에 와서 소란을 일으킨다는 기사에는 움츠러들게 되더군요.”
   
   중국인 관광객이 저지른 사건과 조선족이 일으킨 강력범죄는 따로 구분돼 수용되지 않는다. 한국 사회에서 한국말을 쓰든 쓰지 않든 중국 국적을 가진 사람은 모두 ‘중국인’으로 간주된다. 외부인으로서 중국인은 한국 사회의 질서를 흐트러트리는 악역이 된다. 한국인의 일자리를 빼앗고 사회를 혼란시키고, 심지어는 숨 쉴 공기마저 앗아가는 게 중국인이다.
   
   
   악역이 된 중국, 중국인
   
   이렇게 형성된 생활 반중 정서는 정치적이라기보다 경제적이다. 사회 외부의 외교적인 문제와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라 내부의 이데올로기적 문제와 관련이 있다. 반일 감정을 예로 들어보면 한국 사회에서 반일 감정은 정치적이고 역사적이다. 딱히 한국 사회의 문제와 관련 있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한·일 양국 간의 관계와 관련 있는 외교적인 문제에 가깝다. 그러나 생활 반중 정서는 지극히 한국적이다.
   
   간혹 국내 미세먼지 문제를 중국의 탓으로 돌리는 데 비판적인 학자들도 있다.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장재연 아주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국내 미세먼지의 원인을 중국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한국 사회의 환경문제에 대한 책임을 중국에 전가하려는 의도에 있다는 점을 꾸준히 지적해왔다. 지난 1월 21일에 환경운동연합 홈페이지에 기고한 글 ‘여름철 미세먼지는 중국발이 아니어서 괜찮은 건가?’에서도 “겨울과 봄의 중국발 미세먼지가 문제 해결의 핵심이 아니라”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서는 “모든 분야에서 미세먼지 발생량을 근본적으로 줄여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자면 생활 반중의 뿌리에는 한국 사회의 문제를 외부의 책임으로 돌리고 싶은 심리가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위험하기도 하다. 정치적·문화적 교류로 생겨나는 부정적 감정이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굳어진 고정관념에 가깝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러한 고정관념은 대중문화와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형성돼 반복·재생산된다.
   
   미세먼지만 하더라도 한동안 한국 언론은 미세먼지의 원인을 쉽사리 중국 탓이라고 내놓지 않았다. 미세먼지의 원인을 측정하는 방식이 아직 확립되지 않은 탓에 과학적으로 증명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중국발 미세먼지’라는 말을 꼭 내놓는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결과도 있거니와 뉴스 소비자들의 비판을 이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뉴스 소비자들은 직접 기상 정보를 분석해 중국에서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고 난 후 편서풍을 타고 며칠 뒤 한국에서도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진다는 것을 반복해 입증했다. 단지 정보를 생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자발적으로 확산시키면서 ‘미세먼지는 중국 탓’이라는 여론을 굳건히 만들어냈다. 정부나 언론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대중 스스로가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만들어낸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 생활 반중 정서는 자발적이고 신념에 기반한, 굳건한 고정관념이 돼버렸다. 송원찬 한양대 인문과학대학 교수는 “표면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지만 지금의 반중 정서는 매우 깊어진 상태”라고 우려했다. 이대로는 한·중 간 정치적·경제적 관계는 어떻든 간에 문화적·정서적 괴리감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송 교수는 한 가지 문제를 더 짚어냈다.
   
   “어느 한 국가의 다른 국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일방적으로 일어나는 일은 아니기 때문에 반중 정서가 강하다는 것은 그만큼 중국의 반한 정서도 강하다는 얘기가 된다.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선입견으로 형성된 반한 정서가 많다. 이전의 민족주의적 경향과는 또 다르게 온라인상에서 주로 형성되었다는 측면에서 철저한 분석과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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