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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
[2544호] 2019.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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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한국에는 ‘CEO 시장’이 없다

재벌 순혈주의로 ‘고인물 현상’ “경영권 시장 키워야 경영자 시장이 커진다”

조현주  기자 

▲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사장(좌), 황창규 KT 회장(우) photo 뉴시스, KT그룹
# 한화그룹의 주력사업인 화약·방산부문을 맡고 있는 옥경석 사장은 30년간 삼성그룹에 몸을 담아온 ‘삼성맨’이다. 지난해 11월 한화그룹은 화약부문과 방산부문을 합치고 통합 대표이사에 옥 사장을 앉혔다. 두 부문은 2014년까지 통합 운영돼오다가 2015년 각 부문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 분리됐다가 3년 만에 재통합됐다.
   
   한화그룹이 외부 인사에게 화약과 방산부문 수장이란 중책을 맡긴 것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옥 사장은 삼성전자에서 LCD사업부 지원팀장,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경영지원실장을 거쳐 부사장까지 오른 인물이다. 2016년 한화그룹에 합류해 한화케미칼 폴리실리콘사업부 사장, 한화건설 관리담당 사장을 거쳤고 2017년엔 비(非)한화 출신 인사로는 처음으로 화약부문 대표를 맡아 주목을 받았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그룹의 핵심 사업을 삼성 출신에게 맡긴 것을 두고 화약·방산부문을 성장시키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 지난해 말 현대차그룹은 부회장 및 사장단 인사 교체를 대대적으로 단행했다. 이 인사 중 가장 돋보였던 인물은 알버트 비어만 현대·기아차 차량성능담당 사장이다. 그는 신임 연구개발본부장을 맡게 됐다. 외국인이 연구개발본부장에 오른 첫 사례였다. 비어만 본부장은 독일 BMW 출신으로 2015년 현대차그룹에 합류했다. 이후 현대차 시험·고성능차 개발담당(부사장) 등을 거쳤다.
   
   이에 앞서 LG그룹 역시 지난해 11월 LG화학 신임 대표이사 부회장에 3M 출신 신학철 수석부회장을 영입해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외부 영입 CEO 25%에 불과
   
   재계에서 이른바 ‘순혈주의’가 무너지고 있는 현상이 잇달아 포착되고 있다. 조직의 발전과 성과를 위해서라면 다른 기업 출신 인사들도 과감히 경영자로 영입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순혈주의 타파 움직임이 기업 전체로 이어질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한화그룹과 현대차그룹같이 외부 출신 CEO 영입이 이례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동안 국내 대기업의 경우 CEO는 내부 출신을 선호하는 경향이 워낙 강했기 때문이다.
   
   최근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절반이 내부 승진자이지만 외부에서 영입된 전문가도 4분의 1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외부 출신 CEO를 영입할 경우 범삼성 출신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전체 외부 영입 CEO의 16%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룹별로는 CJ·부영·대우조선해양 등이 외부 영입 CEO를 선호하고, 현대자동차·삼성 등은 반대로 내부 승진자를 중시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CEO스코어가 지난 1월 4일 기준 국내 500대 기업 현직 대표이사(내정자 반영) 657명 중 이력이 공개된 566명을 조사한 결과 절반이 넘는 51.8%(293명)가 공채 입사 후 내부 승진한 경우였다. 외부에서 영입한 CEO는 25.3%(143명)로 집계됐다. 나머지 23.0%(130명)는 오너 일가였다.
   
   외부 영입 CEO를 출신별로 보면, 범삼성 계열사 출신이 143명 중 16.1%(23명)로 가장 선호도가 높았다. 황창규 KT 회장과 옥경석 ㈜한화 화약·방산부문 사장, 이명우 동원산업 사장, 안중구 대우전자 대표 등이 삼성전자 출신이며, 조병익 흥국생명 사장(삼성생명), 홍현민 태광산업 사장(삼성정밀화학), 차정호 신세계인터내셔날 사장(삼성물산) 등도 삼성그룹 출신이다.
   
   다음으로는 외국계 출신 CEO가 12.6%(18명)로 2위이고, 주로 공기업에 포진해 있는 관료 출신 CEO가 10.5%(15명), 금융사 출신 CEO가 10.5%(15명) 순이었다. 이어 범현대가 7.7%(11명), 범대우·범LG 출신이 각각 4.2%(6명)였다.
   
   500대 기업을 그룹별로 나눠 보면, CJ가 CEO 12명 중 7명을 외부 영입 전문가로 채워 가장 많았고, 부영과 SK도 각각 4명씩이었다. CJ의 외부 영입 CEO는 신현재 CJ제일제당 사장(옛 제일합섬 출신)을 비롯해 박근태 CJ대한통운 사장(옛 대우인터내셔널 출신), 문종석 CJ프레시웨이 대표(동원홈푸드 출신) 등이 대표적이다.
   
   반대로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현대중공업, 현대백화점, 한진, 한국투자금융, 금호아시아나, KT&G, S-Oil, LS, KCC 등 10개 그룹은 500대 기업에 포함된 계열사 CEO를 100% 내부 출신으로 채웠다. 삼성도 18개 계열사의 대표이사 22명 중 20명(90.9%)이 내부 출신이었고, 롯데(92.3%)와 농협·신세계·GS(각 90.0%)도 내부 출신 비중이 90%를 넘었다.
   
   
   시장 장악한 삼성 출신 CEO
   
   국내 CEO 시장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 출신 가운데 가장 유명한 인물은 단연 황창규 KT그룹 회장이라 할 수 있다. 황 회장은 삼성전자 재직 시절 메모리반도체 용량이 1년에 두 배 증가한다는 ‘황의 법칙’을 통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신화를 이끌어냈다. 2014년 KT그룹 회장 취임 후 경영성과를 인정받아 2017년 3월 연임에 성공했다. 올해로 6년째 ‘장수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하지만 KT그룹에서의 재직기간이 길어지면서 그동안 쌓아온 명성에도 금이 가는 모습이다. KT는 지난 2002년 민영화됐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CEO들이 검·경 수사 대상에 오르며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황 회장 역시 마찬가지다. 황 회장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일각에선 중도사퇴 가능성도 제기하지만 황 회장은 최근 공개석상에서 내년 3월로 예정돼 있는 임기까지 KT 회장직을 유지하고 이후 퇴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황 회장은 지난 1월 25일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 폐막 직후 열린 현지 기자간담회에서 연임 관련 질문을 받자 “통신 기업을 6년간 이끈다는 것은 너무 힘든 일”이라며 “젊고 유능한 인재가 경영을 맡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또 “오는 3월부터 사장단과 부사장단을 대상으로 차세대 경영자 교육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 회장의 발언은 남은 임기를 지키겠다는 의지로 해석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KT 민영화 후 첫 CEO였던 이용경 전 사장은 2005년 연임 포기를 선언하고 8월 물러났다. 남중수 전 사장(2005년 8월~2008년 11월)과 이석채 전 회장(2009년 3월~2013년 11월)은 연임에 성공하기는 했지만 배임·횡령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아오다 중도 퇴진했다. 황 회장이 내년 3월 임기 만료에 맞춰 퇴진하면 연임 후 임기까지 무사히 마친 유일한 사례가 될 수 있다.
   
   앞서 경찰은 지난 1월 17일 회삿돈으로 비자금을 조성해 국회의원들에게 ‘쪼개기 후원’을 한 혐의로 황 회장을 비롯한 KT 전·현직 임원 7명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황 회장 등 임직원들은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19·20대 국회의원 99명에게 4억379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후원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재벌집단, CEO 재활용하는 이유
   
   삼성 출신 CEO 선호 경향과 함께 국내 CEO 시장에서 두드러진 현상은 내부 출신 CEO의 ‘재활용’이다. 특히 재벌기업의 CEO 재활용 경향이 짙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김수정 한국자산관리공사 책임연구원과 서강대 박종훈 교수, 김창수 교수가 발표한 논문 ‘기업집단의 최고경영자 활용 및 퇴출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일반 기업의 CEO는 퇴직하면 기업 외부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반면 재벌집단의 CEO는 다른 계열사에서 제2의 직장을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논문은 기업집단 수준에서 내부 인력시장을 통한 최고경영자의 활용 및 퇴출 현상이 어떻게 발생하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기업집단에 속한 계열사에서 최고경영자가 교체된 사례를 분석 표본으로 선정했다. 그 결과 기업집단에 속한 계열사 성과가 높을수록 최고경영자가 외부로 퇴출되는 것이 줄어드는 ‘마이너스’ 관계가 공통적으로 나타났다. 최고경영자의 외부 퇴출은 비(非)재벌집단에서 좀 더 빈번히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저자들은 이를 “재벌집단에서는 최고경영자 인력을 내부에서 활용하고자 하는 유인이 크다”고 분석했다.
   
   왜 재벌기업들은 내부 출신 CEO를 선호할까. 전문가들은 이를 재벌그룹 특유의 인재관리법이라기보다 재벌총수 일가의 문제와 연결해서 보고 있다. 내부 출신 인사를 선호하는 경향은 자칫 재벌비리의 고착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는 이도 있다. 공인회계사 출신 국회의원으로 재벌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을 주장해온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국내 재벌기업의 경우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각종 범법행위가 발생하는데 이를 가신그룹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이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사례를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재벌 총수의 ‘가신’ 역할을 담당하면서 각종 범법행위의 관리자 역할까지 도맡았던 삼성의 이학수 전 부회장이 대표적이다. 이학수 전 부회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체제에서 ‘이 회장의 그림자’이자 ‘2인자’로 불리던 인물이다. 40년간 몸담았던 삼성을 2010년 떠날 때까지 이 회장의 ‘오른팔’로 통했다. 이학수 전 부회장은 삼성이 초일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끈 주역이란 평가와 동시에 불법 경영승계, 정치자금 제공, 비자금 조성과 같은 삼성의 여러 논란을 주도한 인물로도 꼽힌다.
   
   이학수 전 부회장은 1997년 이건희 당시 회장의 비서실장으로 발탁되면서 그룹 내 실세로 부상했다.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당시엔 구조조정본부장을 맡아 삼성의 대대적인 사업 재편과 투자 재조정을 맡았다. 이 전 부회장과 함께 사업부문에선 윤종용 전 부회장, 황창규 전 사장 등이 글로벌 삼성의 기반을 맡으며 이건희 회장을 보좌했다. 이 전 부회장은 삼성물산 고문을 마지막으로 2010년 삼성을 떠났다.
   
   이건희 회장의 복심으로 군림하는 동안 이학수 전 부회장은 그동안 여러 차례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되기도 했다. 지난 2003년 불법 대선자금 수사와 2005년 안기부 X파일 사건, 2008년 삼성 법무팀장 출신 김용철 변호사가 폭로한 비자금 조성 의혹에 연루된 게 대표적이다.
   
   채 의원은 경영진의 불법 행위를 돕는 가신그룹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고 주장한다. 채 의원은 “더 심각한 문제는 법범 행위를 저지르는 경영진이 다시 복귀하는 경우다. 특히 총수 일가들 중에선 아무리 큰 범법 행위를 저질러도 곧 경영 일선에 복귀하는 이들이 많다”며 “범법 행위를 저지른 경영진의 복귀를 저지하는 법안이 이미 마련돼 있지만 단 한 번도 시행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채 의원의 지적대로 CEO 재활용의 치명적인 문제는 대부분 최고경영자가 총수 일가의 일원일 경우에 발생하고 있다. 범법 행위로 회사에 큰 손해를 끼쳐도 잠시 물러나 있다가 슬그머니 경영에 복귀하는 경우가 그러하다.
   
   
   재벌개혁 신호탄이 된 스튜어드십 코드
   
   이 때문에 최근에는 국민연금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통해 국내 재벌 일가의 경영에 대한 견제장치를 둬야 한다는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의 근거는 지난해 7월 국내 도입된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주주권 행사 지침).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가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 지침’을 말한다. 지분 보유 기업의 임원 선임과 해임, 정관 변경 등에 관여할 수 있어 주요 대기업들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을 대기업에 대한 ‘압박카드’로 활용 가능하다.
   
   기업 임원 인사권에 대한 권한도 행사할 수 있어 정부 역시 스튜어드십 코드에 대한 기대가 높다. 문재인 대통령도 최근 대기업에 대한 견제장치로 국민연금을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웠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23일 청와대에서 공정경제 전략회의를 열고 “정부는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과 위법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를 적극 행사해 국민이 맡긴 주주의 소임을 충실히 이행하겠다. 틀린 것은 바로잡고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그동안 관행처럼 자리 잡은 대기업의 갑질, 일감 몰아주기를 바로잡고 기형적인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재벌 경영은 창업주의 과감한 의사결정과 투자로 기업을 단기간에 글로벌 플레이어 지위에 올려놓았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으나 어두운 그림자 또한 많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그동안 재벌기업은 오너의 횡령과 배임 개연성이 높아 오너리스크로 인한 기업가치 훼손, 즉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고착화됐다”며 “게다가 경영 역량이 검증 안 된 재벌 2, 3세의 경영권 승계는 총수 일가의 갑질로 나타나기도 한다. 최근 한진그룹 지주회사인 한진칼과 대표 계열사인 대한항공이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대상이 된 배경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재벌개혁 전문가 채이배 의원 인터뷰
   
   “최우선 과제는 인수합병 통해 경영권 시장 만드는 것”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은 대표적인 재벌개혁 전문가로 꼽힌다. 공인회계사 출신이자 좋은기업지배연구소, 경제개혁연구소 등 시민단체에서 오랜 기간 연구위원으로 활동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채 의원은 최근 국내 재벌기업들이 연루된 범죄에 관한 정책자료집 ‘재벌범죄 백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지난 1월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채 의원을 만났다.
   
   - 국내 대기업은 여전히 내부 출신 CEO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내부 출신 인사가 가장 좋은 후보군이기 때문이다. 내부에서 좋은 성과를 내면서 성장한 이들이고 이 과정에서 조직에 대한 이해도도 높일 수 있다. 내부인사, 외부인사 중 어느 편이 더 좋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국내 대기업에서 내부 출신 인사를 특별히 더 선호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외부에 인력이 없어서다. 우리나라는 CEO 시장 인력풀이 그리 크지 않다. 더욱이 최고의사결정자인 CEO를 외부에서 데려오는 것은 좀 꺼려하는 분위기다.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외부에서 많이 영입하는 것과 반대되는 분위기다. 한국에 가족경영 형태의 재벌집단이 많다 보니 기업들이 내부 출신 CEO를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진 듯하다.”
   
   - 재벌기업이 유독 내부 출신 CEO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리나라 재벌의 경우 자녀에게 경영권을 세습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상속세를 회피하려는 것이다. 이 노력이 범법 행위로 이어진다. 두 번째로는 총수 일가 출신의 CEO 후보자들이 검증 과정을 충분히 거치지 않고 덜컥 CEO가 되는 점이다. 총수 일가의 젊은 자녀들이 해외 유학을 다녀오자마자 계열사 상무나 사장 등을 하다가 부사장 등 초고속 승진하는 경우가 많지 않나. 한국 재벌이 자녀에게 경영권을 대물림하는 과정에서 세금 문제, 경영능력에 대한 검증 문제가 동시에 터지고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그룹의 주요 계열사 CEO 자리에 외부 출신 인사를 잔뜩 앉혀 놓으면 가만히 있을 리 있나.”
   
   - 국내 CEO 시장이 크지 않다고 했는데 이들이 갈 곳도 많지 않은 듯하다. “그렇다. 전문경영인들이 설 자리가 많지 않은 이유 중 하나로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질러도 ‘은근슬쩍’ 경영에 복귀하는 이들이 많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사실 특경가법(특정경제가중처벌법)에 의하면 법원이 불법 행위를 저지른 경영진에 대한 리스트를 관리하고 (이들이) 경영에 복귀하는 것에 대해서 저지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미 법은 만들어져 있지만 아직 실행된 적이 없다는 게 문제다. 그래서 지난해 국감 때 왜 시스템은 마련되어 있는데 시행하지 않는지를 지적했었다. 법무부를 통해 법원이 관리 중인 (불법 경영진) 리스트를 받는 중이다. 이 작업이 마무리되면 아무리 총수 일가라고 하더라도 범법 행위를 저지른 경영진은 복귀할 수 없도록 더 촘촘하게 제도 개선에 나설 예정이다.”
   
   - 국내 CEO 시장의 선순환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무엇인가. “우선 기업 간 인수합병이 원활해져서 ‘경영권 시장’이 만들어져야 한다. 경영권 시장이 활성화되면 자연스레 ‘경영자 시장’이 활성화된다. 인수합병이 중요한 이유는 이 과정을 통해 전문성 있는 경영자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요건은 창업이다. 창업이 더 활발해져야 한다. 특히 공동창업이 중요하다. 공동창업을 통해 경영진의 육성이 용이해진다. 사실 아직까지도 국내에선 창업에 대한 두려움이 큰 분위기다. 신규 벤처기업들의 실패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기술을 가진 젊은 창업 지망생과 다양한 경험을 쌓은 은퇴자들을 연결해주는 매칭과 이를 통한 공동창업이 더 활발해져야 한다. 해외에선 이런 과정들을 적극 지원해 성공한 사례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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