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니워커와 윈저 등 고가 위스키와 스미노프 등 유명 보드카, 아일랜드 흑맥주 기네스를 수입해 팔고 있는 한 유명 외국계 주류회사가 이상한 ‘배당 잔치’를 벌여온 것이 확인됐다. 이 외국계 술 회사는 ‘디아지오코리아(Diageokorea·대표 이경우)’다. 디아지오코리아는 매년 적으면 500억원 이상, 많게는 2000억원 가까운 거액을 배당 명목으로 한국에서 해외로 빼갔다. ‘배당을 하는 것’이라며 해외로 빼내간 돈만 최근 4년간 무려 4351억378만원에 이른다. 연평균 1087억7594만원에 육박하는 현금을 해외로 빼간 것이다. ‘외국계 기업의 노골적인 한국 자산 빼먹기 아니냐’는 합리적 의혹을 피하기 힘든 상황이다. 디아지오코리아 측은 취재에 나선 기자에게 지난 수년간 벌여온 상식적이지 않은 배당 과정에 대해 제대로 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노골적인 한국 자산 빼먹기

사실 ‘주식회사 체제’로 운영되는 기업이 투자자이자 주인인 주주들에게 배당을 이유로 이익의 일부를 나눠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외국계든 한국계 기업이든, 제조업이든 금융·서비스업이든 국적과 업종에 무관하게 기업이 쌓아놓은 이익을 주주와 공유하는 것 역시 기업 경영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이런 배당 정책을 통해 기업은 기존 우량 투자자들의 이탈을 막는 것은 물론 원활한 추가 투자 유치에 나설 수 있다. 즉 안정적 자본 확보를 위해 배당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흔한 경우는 아니지만 기업 운영 등 경영 방식에 대한 주주들의 불만과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편으로 기업 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현금지급 등의 배당을 활용하기도 한다. 이렇게 배당은 기업의 투자 유치와 안정적 자본 확보, 원만한 기업 운영을 위해 필요한 대표적인 경영 활동 중 하나다.

그런데 이런 배당에는 일반적으로 지켜야 하는 기본적 원칙이 있다. 반드시 기업의 건전성과 수익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기업 성장 동력을 키우는 투자와 인력 확보, 고용유지 여력을 해칠 수 있을 만큼 위험성이 큰 배당은 거의 모든 기업들이 피하고 있다. 예컨대 기업이 1년 동안 번 순수익보다 많은 현금을 1인 혹은 소수의 특정인(주주)에게 배당금이라고 지급하거나, 특히 적자상태임을 알고서도 1인 혹은 소수의 특정인(주주)에게 현금 배당을 감행하는 경우가 기업 건전성과 수익성을 해치는 대표적 악성 배당이다.

이런 악성 배당은 불필요한 자본 유출을 넘어 자칫 재무적 위험에 대처하기 힘든 상황으로 기업을 몰아넣을 수 있다. 대표적인 비정상적 경영으로 꼽히는 이유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외국계든 한국계든 업종을 가리지 않고 거의 모든 기업이 이 같은 비정상적 악성 배당을 경영에서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

그런데 디아지오코리아의 경우는 이런 일반적인 기업 경영과는 전혀 다른 경영을 벌이고 있다. 자신들이 한국에서 벌어들인 수익 규모는 고려치 않고, 속된 말로 ‘막가파식 초고액 배당’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1년 동안 벌어들인 돈(연간 당기순이익)의 100%, 전액을 각종 이유를 내세워 해외로 고스란히 빼내가는 일로 비난받고 있는 일부 기업들 행태조차 디아지오코리아가 벌여온 비상식적 배당 행태와 비교하면 오히려 애교로 느껴질 정도다.

2015년, 1275억 벌어 1918억 넘게 배당

디아지오코리아가 벌여온 배당 행태가 도대체 어땠다는 것일까. 디아지오코리아의 이상한 배당은 2015년(배당금이 실제 해외로 빠져나간 때)부터 시작됐다. 2015년 상황을 보자. 2015년 디아지오코리아는 매출액 3726억213만원에 영업이익 967억3255만원이라는 실적을 올렸다. 그리고 배당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당기순이익은 1275억3724만원이었다. 사실 이 정도 순수익을 올린 기업이라면 일반적 수준의 배당, 특히 현금 배당을 하는 데 큰 무리가 없는 게 사실이다.

그런데 디아지오코리아는 일반적 수준으로 이해하거나 표현하기에는 상당히 부적절한 이상한 배당을 감행한다. 1년 동안 1275억3724만원을 번 회사가 배당을 한다며 2015년 한 해 무려 1918억7600만원의 현금을 외국에 소재한 특정 주주에게 빼준 것이다. 2015년 1년 동안 한국에서 번 총수입보다 643억3876만원이나 많은 돈을 배당 명목으로 해외로 빼간 것이다. 배당성향이 150.4%에 달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1주당 배당률이다.

현재 디아지오코리아는 비상장기업으로 시가배당률을 측정할 수 없다. 따라서 1주당 액면가를 기준으로 주당 배당률을 산정할 수 있다. 이렇게 산정한 2015년 1주당 액면배당률이 무려 2019.7%이다. 디아지오코리아의 1주당 가격(액면가)은 5000원이다. 즉 5000원짜리 디아지오코리아 주식 1주를 갖고 있는 주주에게 무려 10만990원에 이르는 현금을 배당금이라며 준 것이다.

2016년에도 디아지오코리아의 이상한 배당은 계속됐다. 3420억9669만원 매출에 영업이익이 800억7000만원을 조금 넘었고, 배당 여력을 평가할 때 중요한 지표인 당기순이익은 572억4128만원이었다. 1년 전인 2015년에 비해 당기순이익이 702억9596만원, 즉 55.12%나 폭락했다. 이렇게 순수익이 폭락한 상황에서도 디아지오코리아는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배당 정책을 꺼내든다.

2016년 자신들이 한국에서 번 순수익보다 두 배 이상 많은, 1354억100만원에 이르는 현금을 배당금이라며 해외로 빼내갔다. 배당성향이 무려 236.5%란 뜻이다. 이것은 ‘한국에서 1년 동안 번 순수익이 1억원인 회사가 배당금이라며 2억3650만원의 현금을 한 번에 해외로 빼내갔다’는 의미다.

배당률 역시 놀랍다. 1주당 액면배당률이 1425.3%에 이른다. 5000원짜리 디아지오코리아 주식 1주당 무려 7만1264원이나 되는 현금을 배당금이라며 준 것이다. 주식 가격보다 14배 이상 많은 돈을 빼갔다는 뜻이다. 이렇게 2015년과 2016년, 2년 동안 디아지오코리아가 ‘배당을 줘야 한다’는 명목으로 해외 로 빼내간 현금이 무려 3272억7700만원에 이른다.

지난해 순수익 308억인데 506억 현금 배당

2017년에도 디아지오코리아의 이상한 배당 행태는 변하지 않는다. 영업이익 568억3407만원을 올렸고 당기순이익은 562억606만원이었다. 이런 회사가 2017년, 1년 동안 번 수익보다 많은 572억4100만원을 배당금이라며 해외로 빼내갔다. 2016년보다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101.8%에 이르는 초고 배당성향을 그대로 유지했다. 배당률 역시 액면가를 기준으로 1주당 무려 602.5%에 이른다. 5000원짜리 디아지오코리아 주식 1주당 배당금이라 준 현금이 3만127원이었다.

가장 최근인 2018년 디아지오코리아의 배당 실태를 보자. 2018년 디아지오코리아의 매출액은 3000억원대로 이전과 비교해 크게 줄지 않지만 수익성은 추락한다. 영업이익이 372억2929만원이고, 당기순이익은 308억1958만원이었다. 2017년과 비교해 당기순이익이 45.17%, 즉 253억8600만원 이상 줄어들었다. 이렇게 수익성이 큰 폭으로 추락했지만 해외로 빼내간 배당금 규모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2018년 배당금이 505억8578만원을 넘는다. 전액 현금 배당이다.

2018년 순수익보다 200억원 정도 많은 505억8578만원을 현금 배당하며, 배당성향을 2017년 101.8%에서 164.1%로 대폭 끌어올린 것이다. 순수익 1억원을 벌어놓고, 배당 명목으로 1억6410만원의 현금을 해외로 빼갔다는 의미다. 1주당 액면배당률 역시 532.5%에 이른다.

이렇게 디아지오코리아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 동안 해외로 빼낸 배당금만 4351억378만원이다. 연평균 1087억7594만원으로, 모두 현금으로 빼갔다. 지난 4년 동안 디아지오코리아의 배당성향이 100%보다 낮았던 적이 없었다. 매년 한국에서 번 순수익보다 훨씬 많은 현금을 해외로 빼내갔다는 의미다.

참고로 디아지오코리아의 자본금은 95억원이다. 결국 위스키와 맥주를 파는 외국계 술 회사가 자본금 95억원짜리 술 수입·판매 회사를 한국에 만들어, 투자한 자본금보다 지난 4년 동안 45배나 많은 현금을 한국에서 해외로 빼내간 것이다.

디아지오 “더 말할 수 있는 건 없다”

지난 4년 동안 총 4351억378만원, 연평균 1087억7594만원에 이르는 디아지오코리아의 배당금은 어디로 갔을까. 영국에 소재한 디아지오코리아의 주주는 딱 하나다. 디아지오 본사(Diageo Plc)가 아니라 ‘디아지오 아틀란틱(Diageo Atlantic B.V)’이란 곳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현재 이 회사에 대해 알려진 것은 디아지오그룹 소유 회사라는 정도다. 디아지오코리아가 현금 배당을 하면 이 돈을 디아지오 본사가 아니라 해외에 만들어둔 디아지오 아틀란틱이라는 별도의 회사가 가져가는 것이다.

한국이나 외국 모두 통상 배당성향이 40~60% 정도면 상당한 수준의 배당으로 평가한다. 종종 배당성향이 100%를 웃도는 기업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1~2년 정도 일시적 고배당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3~4년 이상 벌어들인 순수익보다 많은 돈을 배당으로 빼가는 사례를 찾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순수익보다 2배 이상 많은 배당액(배당성향 200%)을 결정해 배당금을 현금으로 단 1명(곳)의 주주에게 몰아주는 기업을 찾기란 더더욱 힘들다.

디아지오코리아 측에 이 같은 비상식적 초고액 현금 배당을 수년째 지속하는 이유를 물었다. 디아지오코리아 홍보팀 관계자는 “(디아지오는) 영국과 미국에 상장된 글로벌 기업이라 주주가치 제고 차원에서 (고배당)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최근에는 매출이 안 좋아서 배당을 많이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 디아지오코리아 관계자에게 “최근에도 배당성향이 150% 이상, 배당액 역시 순이익보다 훨씬 많은 500억~2000억원에 육박하는 배당금을 특정 해외 주주에게 계속해서 현금으로 줬는데 이런 상황에서도 ‘배당이 적었다’고 생각하는지”를 묻자, 이 관계자는 “그 부분은 답변하기…”라며 답하지 않았다.

또 다른 디아지오 관계자에게 “영국과 미국에 상장된 디아지오 본사 혹은 해외 소재 또 다른 디아지오 측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이유로 한국 법인인 디아지오코리아에 수년간 초고액 배당을 요구한 것인지, 아니면 디아지오코리아가 단독 결정해 초고액 배당을 지속해온 것인지”를 물었다. 이 관계자는 “(그 내용에 답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다”며 “더 말할 수 있는 건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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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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