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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4호] 2019.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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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 뉴스]부산 기장 700억대 분양 사기 시행사 대표의 두 얼굴

곽승한  수습기자 

▲ 조은D&C에서 분양한 ‘조은클래스’ 상가 이미지 사진. 준공 직전 조은D&C의 부도로 건물은 현재 텅 비어 있는 상태다. photo 조은D&C 홈페이지
3만가구가 입주해 살고 있는 부산 기장군 정관신도시 내에 지어진 대형 상가 몇 곳에서 수백억원대 분양사기가 발생해 지역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해 1월 28일 현재 경찰에 접수된 고소장만 265건에 이르고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피해금액만 700억원대에 달한다. 송사를 진행하지 않은 소액투자자들까지 합하면 피해금액이 1000억원대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상가 분양을 명목으로 이뤄진 신종 유사수신행위인 데다, 피해자들 중 상당수가 70대 전후의 노인이라는 점에서 파장은 점차 커지고 있다. 퇴직금을 포함한 노후자금을 모두 쏟아부었다가 사기를 당한 피해자들은 부산시청과 기장군청을 비롯해 문재인 대통령 경남 양산 사저 앞에서까지 시위를 벌이고 있다. 피해자들은 시행사 대표와 지역 정관계 인사들의 유착설 및 경찰 부실수사까지 주장하고 있어서 사태는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현재 피해가 발생한 정관신도시 내 상가들은 모두 ‘조은D&C’(이하 조은·대표 조도현)라는 시행사 한 곳에서 분양했다. 직접 둘러본 정관신도시 내 상업지구는 ‘조은타운’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닐 정도로 조은이 분양한 상가 건물이 밀집해 있다. 사거리를 중심으로 주변에 7채의 ‘조은’ 상가가 있었다. 상가 내부로 들어가 보면 1층에 영업 중인 상점 몇 군데를 제외하고 모두 공실 상태였다. ‘조은타워’의 경우 11개층 가운데 4곳의 가게만 영업 중이었다. 유령상가나 다름없는 곳에서 문을 연 가게도 ‘울며 겨자 먹기’ 같은 심정일 수밖에 없었다. 이 건물에서 헬스장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무엇보다 큰 피해는 정관 사람들이 ‘조은’ 하면 거부감을 갖는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영업 자체에 타격이 온다”고 말했다.
   
▲ 지난 1월 28일 찾아간 조은D&C 본사 사무실 모습. 모든 사무실이 비어 있는 상태였다. photo 곽승한

   
   “연 8% 수익 보장해주겠다”
   
   피해자들은 분양업체 조은이 이 같은 대규모 사기행각을 저지를 수 있었던 배경으로 두 가지를 꼽는다. 우선 파격적 분양조건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조은은 2010년 첫 상가를 분양할 때 두 가지 형태의 조건을 내걸었다. 금전 투자를 하면 연 8%의 수익률을 보장하겠다는 것과 상가 점포를 분양받으면 분양자에게 월세 일부를 직접 보전해주겠다는 조건이었다. 워낙 조건이 좋았기 때문에 점포를 분양받는 동시에 조은 측에 직접 투자한 투자자들도 많았다. 주간조선이 만난 한 피해자는 “계약금, 중도금을 치른 상태에서, 잔금 치르려고 가지고 있던 돈을 조은에 (직접) 투자하라고 권유받았다”며 “조은 측에서 ‘어차피 잔금 치를 돈을 우리에게 투자하면 수익을 보장하겠다’는 방식으로 투자를 종용했다”고 말했다. 회사가 돈을 투자받고 이것을 얼마의 수익률로 보장해주겠다는 것은 전형적인 유사수신행위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대부분 노인들이었기 때문에 이를 곧이곧대로 믿고 회사 측에 돈을 준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조은은 이런 영업방식으로 정관신도시 내에만 총 8차례에 걸쳐 상가 건설을 계획했다. 유명 연예인들을 모델로 앞세우며 신뢰를 쌓아갔다. 그러나 분양자에게 임대료를 지원해주는 ‘파격조건’은 머지않아 ‘무리수’가 됐다. 투자자들의 돈으로 돌려막기를 하는 상황에서 상가 공실은 늘어갔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회사 채무가 정상 기준을 초과한 상태인데도 이를 숨기고 상가 입점 상인들을 상대로 “상가가 준공되면 수천억원의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연 30%의 수익금을 주겠다”며 투자금을 추가로 유치했다.
   
   곪아 있던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시점은 2018년 10월경 정관신도시 일대 ‘조은’ 상가들이 단전(斷電) 통보를 받으면서부터다. 조은 측에서 2억원이 넘는 전기료를 체납했기 때문이다. 꼬박꼬박 월세와 관리비를 내왔던 입주자들 입장에서는 황당한 일이었다. 그때부터 조은이 부실경영과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다는 사실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후 복합몰 ‘조은플러스’에 입점해 있던 CGV, 영풍문고가 문을 닫았다. 지하 5층, 지상 13층의 조은플러스 건물은 현재 모든 입점 업체가 빠져나간 상태로 사실상 ‘유령건물’에 가까웠다.
   
   피해자들은 시행사와 지역 정관계 인사들과의 유착의혹도 제기한다. 조 대표는 10년 전 정관신도시가 개발될 무렵만 해도 이 지역 부동산업체의 직원이었으나 이 업체가 부도가 난 후 자신이 직접 부동산 개발에 뛰어들었다. 현재는 정관신도시 내에 상가 여러 채를 소유하고 있다. 조은 소유 건물 기공식을 비롯한 각종 조은 관련 행사에 기장군수, 지역 언론사 대표가 참석하기도 했다. 당시 조은 관련 행사에 참석했던 군수는 현 오규석 기장군수다. 이와 관련 오 군수는 “군수로서 지역 행사 참석은 지극히 일반적인 일이고, 조 대표와 개인적인 친분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조은 소유의 건물 관리를 담당하는 자회사 조은BM 대표는 조도현 대표의 친형이 맡고 있다. 그는 18대 대통령 선거 당시 새누리당 부산대책위원장을 지냈고 2014년 부산광역시 시의원선거에 예비후보로 나서기도 했다. 또 부산 기장군 경찰발전위원회 위원, 부산시교육청 학교운영위원협의회 부회장 등의 직을 맡으며 2014년 부산시장 표창을 받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조 대표 친형이 기장군 경찰발전위원회 위원이었다는 점을 내세워 경찰의 부실수사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 대표 친형 조모씨 측은 “직함만 맡고 있었을 뿐 회사 경영에 직접적으로 관여한 바는 없다”고 해명했다.
   
   지역에서는 조 대표가 평소 자선활동에 적극적이었고 교회 장로였다는 점을 회사 안팎에 내세웠기 때문에 피해자가 더 많이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평생 모은 돈 다 날렸다”
   
   조 대표는 기장군 장애인협회 후원회장을 맡는 등 각종 자선활동을 활발하게 벌였다. 기공식 때 화환 대신 쌀을 기증받아 지역 불우이웃에게 나눠주고 연탄나눔활동을 하기도 했다. 그는 또 정관신도시 내 조은이 건설한 상가 ‘사랑샘프라자’ 안에 있는 사랑샘교회 설립에 관여하고 이 교회 장로를 맡았다. 교회 등기부등본을 보면 이 교회는 조 대표 소유다. 조은에서 영업사원으로 5년여 근무한 최모씨는 “영업사원들은 사실상 사랑샘교회 출석을 강요받았다. 대표가 직접 ‘나와라’고 하지는 않았지만 교회 출석 여부를 인사고과에 반영했기 때문에 나가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최씨는 또 “실적이 저조한 사원들은 평일 새벽 5시에 시작하는 새벽기도에 나가야 했다”고 전했다. 실제 조은 직원들이 사용한 내부 SNS를 보면 조 대표가 “제가 생각하는 내년 성가대 명단은 다음과 같다”며 성가대에 참여할 직원 명단을 직접 게시하기도 했다. 조은에서 근무한 직원들은 하나같이 “조 대표가 장로로 있는 교회나 이사장으로 있는 협동조합병원 모두 ‘돈세탁용’이라는 이야기는 직원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비기독교인 직원들도 매주 교회에 나가야 할 만큼 회사 분위기는 수직적이었고 조 대표의 사내 권위는 ‘황제에 가까웠다’고 한다. 조은에서 4년간 영업사원으로 근무한 이모씨는 “조 대표 바로 밑에 본부장이나 이사들도 대표의 말 한마디에 거역하거나 의견을 제시하지 못했다. 속된 말로 ‘까라면 까’ 문화였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또 “실적에 대한 압박이 비인간적이었다. 실적이 안 좋은 부서는 여름휴가를 아예 안 주고 한여름 땡볕에 하루 종일 길거리에서 호객행위를 해야 했다. 사원들 사이에는 ‘징벌’로 통했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임대인에게 임대료 수백억원을 지원해주는 경영 방식을 보며 직원들도 ‘이런 돈이 어디서 나오지?’ 같은 의문을 품었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결국 돌려막기식 운영이 아니었나 싶다”고 했다.
   
   2018년 여름부터 회사 경영이 점점 어려워지자 사측은 직원들에게 직접 돈을 끌어올 것을 지시했다. 자신이 모아둔 돈 수백만원부터 부모님의 돈 수억원을 투자한 직원까지 있었다. 6개월간 영업사원으로 근무한 김모씨는 “부모님 돈과 내가 모은 돈을 합쳐 회사에 3억원을 투자했다. 회사는 짓고 있는 건물이 곧 준공되면 큰 투자를 받을 거라고 말하면서 높은 이자를 주겠다고 호언장담했다. 그러나 그 투자조차 진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회사는 직원들에게 경영난이 해소되고 나면 높은 수익률을 보장해주겠다고 했지만, 정작 문제가 불거지자 조 대표는 사무실에 출근하지도 않고 잠적했다.
   
   지역에서 사건의 파장이 커지자 수사기관도 뒤늦게 수사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기장경찰서의 수사지휘를 맡고 있는 부산지검 동부지청은 1월 28일 조 대표를 유사수신 위반(사기)과 유사수신행위의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영장실질심사에 사건 주임검사가 직접 참석해 의견을 개진했다.
   
   하지만 조 대표에 대한 법적 판결이 피해구제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란 점에서 피해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분양 피해자 권모(55)씨는 “30년간 장사를 하면서 안 입고 안 먹어서 모은 돈 5억원가량을 투자해 상가를 분양받았다. 평생 힘들게 살았으니 노후에 상가 하나 가져보는 게 일생 꿈이었다. 그런데 지금 남편은 술 없이 못 버티다가 대장암 판정까지 받았다. 나도 다시 식당 서빙 일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권씨 같은 상가 분양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대부분 조은 측으로부터 30% 이자를 붙여주겠으니 40%의 잔금을 재투자할 것을 요구받았다. 그러나 회사가 사실상 부도상태에 이르며 투자금은 물거품이 됐다. 피해자들은 이 ‘잔금 투자 유도’가 조은 측에서 기업이 무너질 것을 이미 염두에 두고 현금을 끌어모으기 위해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한다.
   
   피해자들은 수백억원대 사기행각을 벌인 조 대표가 몇 년 감옥생활을 하다 나와 다시 호의호식하며 사는 모습은 두고 볼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피해자 이모씨는 “몇백억원 해먹고 2~3년 감옥 갔다가 숨겨놓은 돈으로 평생 떵떵거리며 살 수 있다면, 나 같아도 사기를 치겠다”고 했다. 이씨는 또 “피해 금액을 모두 돌려받을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계획적인 사기행각을 벌인 조도현 일당이 응분의 대가를 치르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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