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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4호] 2019.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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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하와이안 나무달팽이 ‘조지’의 죽음

또 하나의 종이 사라졌다!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 지난 1월 1일 지구상에서 사라진 ‘하와이안 나무달팽이’. photo poker-tisch.into
“세계에서 가장 외로운 달팽이는 더 이상 없다.”
   
   최근 미국 ‘하와이 토지자연보호부(DNLR)’는 지구상에 마지막으로 한 마리가 남았던 ‘하와이안 나무달팽이(학명 Achatinella apexfulva)’가 지난 1월 1일에 죽었다고 밝혔다. 달팽이의 이름은 조지(George). 그의 죽음으로 또 하나의 생물종이 지구에서 완전히 멸종되었다.
   
   화산 폭발로 만들어진 하와이에는 원래 생물이 없었다. 그런데 공중을 나는 새(조류)와 물 위를 떠다니는 배 같은 전달통로를 통해 외래종 생물이 하나둘씩 하와이섬으로 유입되기 시작했다. 이후 외래종들은 하와이 특유의 자연환경에서 서식하며 독특한 고유종으로 진화했다. 그중 하나가 ‘하와이안 나무달팽이’다. 이 달팽이는 19세기까지만 해도 하루에 1만마리를 잡을 수 있을 만큼 흔하디 흔했다. 그랬던 달팽이가 왜 멸종이라는 비극을 맞았을까.
   
   ‘하와이안 나무달팽이’는 하와이군도의 오아후섬 숲에 사는 고유종이다. 이들이 야생에서 감소된 주요 원인은 ‘늑대달팽이(Euglandina rosea)’의 육식성 포식이다. 늑대달팽이는 하와이의 다른 외래종 ‘아프리카 랜드달팽이(Achatina fulica)’를 퇴치하기 위해 1955년 중앙아메리카에서 들여왔는데, 애초 의도와 달리 자기 지역 안에 있는 토착종 달팽이들까지 마구 잡아먹었다. 생물학자들에 따르면 늑대달팽이가 등장하면서 적어도 하와이의 토착종 달팽이가 3분의 1쯤 멸종되었다고 한다.
   
   기후변화도 멸종 원인에 한몫했다. 기후변화로 강수량이 늘고 기온이 높아지면서 고산지대 피난처에 살아남은 나무 달팽이가 외래종의 사정권에 놓이게 된 것. 다른 달팽이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하와이의 여러 섬에 아직 남아 있는 달팽이들은 현재 높은 산의 능선이나 골짜기의 좁은 지역에서 근근이 종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1997년 10마리만 남아
   
   ‘하와이안 나무달팽이’가 감소한 또 하나의 원인은 남획이다. 20세기 초반 유럽인들 사이에서는 ‘달팽이 모으기’가 인기를 끌면서 하와이에 사는 달팽이들이 무차별적으로 잡혔다. 이 과정에서 개체수가 줄거나 일부 종이 멸종되었다. 결국 남획과 기후변화와 외래종의 침입으로 멸종의 길을 걷다 급기야 1997년에는 ‘하와이안 나무달팽이’가 10마리만 남게 되었다.
   
   DNLR 측은 고유 달팽이종을 보호하기 위해 대책을 마련했다. 먼저 자연에 남은 10마리를 하와이대학 마노아캠퍼스의 인공 증식시설로 옮겨 키우기 시작했다. 이후 개체수를 늘리려고 새끼들을 번식시켰다. 하지만 유일하게 ‘조지’만 살아남고 다른 달팽이 새끼들이 모두 죽어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하와이안 나무달팽이’의 명맥을 이어주기 위해 연구원들은 10년 넘게 야생에서 조지의 짝을 찾으려고도 했으나 그 또한 실패했다. 달팽이는 한 개체에 암수의 생식기를 모두 갖추고 있지만(자웅동체), 다른 개체 없이는 번식하지 못한다.
   
   ‘조지’라는 이름은 갈라파고스의 핀타섬에 살던 마지막 코끼리거북 ‘외로운 조지’에서 따왔다. 생물 보존의 아이콘인 이 거북은 혼자 외롭게 지내다 2012년 죽어 종의 멸종을 알렸다. 하와이안 나무달팽이 ‘조지’ 역시 혼자 살다 자손을 남기지 못한 채 14세 나이로 죽었다. 이로써 ‘Achatinella apexfulva’란 학명의 생물종이 지구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결국 조지의 죽음은 하와이섬에서 멸종을 맞고 있는 다른 달팽이종들의 절박한 운명의 암시이기도 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2017년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이 조지의 발에서 생체조직 두 곳을 채취해 냉동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언젠가 ‘하와이안 나무달팽이’가 복제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당장은 어렵지만 복제기술이 더 발달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종의 손실은 생태계에 큰 타격이다. 눈에 잘 띄지도 않는 달팽이 한 종의 멸종, 과학자들이 그것의 중요함을 알리는 이유는 뭘까. 인간의 입장에서는 코뿔소처럼 몸집이 큰 동물 종들의 멸종이 더 중요해 보이는데 말이다. 과학자들은 그 이유를 ‘하와이안 나무달팽이’ 조지가 바로 무척추동물이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말 그대로 척추가 없는 무척추동물은 지구상의 전체 동물 중 90% 이상을 차지한다. 포유류, 조류, 양서류, 파충류, 어류를 빼면 모두 무척추동물이다. 그런데 ‘무척추동물의 20%가 멸종위기 상태에 놓여 있다’고 런던동물학회가 운영하는 런던동물원(ZSL)의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특히 움직임이 둔한 무척추동물일수록 멸종의 위험성이 더 높다는 것. 앞으로는 바닷가에서 조개껍데기를 줍는 일이 옛날 이야기 속에서나 존재할 수도 있다.
   
   
   무척추동물의 귀중함
   
   무척추동물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다. 이를테면 꽃가루를 나르며 세계 식량 작물의 90% 이상을 책임지는 수분(受粉) 매개체인 꿀벌, 나비, 딱정벌레 등은 식량 안보에 중요한 기여를 한다. 지렁이의 분변토(배설물)는 땅을 기름지게 하고, 지렁이가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땅을 판 자리에는 공기가 들어와 식물이 숨을 쉴 수 있게 해준다. 지렁이가 많은 곳에 농사를 짓는 이유다. 지렁이는 죽어서도 땅에 양분으로 작용한다. 또 산호초는 다양한 해양생물에 서식지를 제공해 어류를 공급한다.
   
   생태계 기능에 있어서도 무척추동물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하와이안 나무달팽이’는 섬에서 여러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식물의 분해를 돕거나 나뭇잎의 곰팡이 등을 먹어 나무 숙주를 질병으로부터 보호한다. 달팽이는 나뭇잎의 조류, 곰팡이, 세균 등을 먹고 산다.
   
   더 중요한 이유는 무척추동물이 감소하는 만큼 이들을 잡아먹고 사는 새, 도마뱀, 개구리 등 척추동물의 수도 똑같이 급감한다는 데 있다. 특히 곤충만 먹고 사는 일부 조류의 경우 개체수가 40년 전보다 무려 90%나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무척추동물의 감소가 생태계의 먹이사슬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무척추동물만이 갖고 있는 헤모시아닌은 목재의 질긴 섬유소 리그닌(lignin)을 쉽게 분해하기 때문에 바이오연료를 대량 생산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잘것없어 보이는 무척추동물이 새로운 첨단기술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귀한 무척추동물들이 하나둘씩 사라져 모두 멸종한다면 어떻게 될까. 그 다음은 인간이 멸종할 차례라고 과학자들은 경고한다. 하루빨리 외래종의 습격과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조지의 죽음이 지구상의 수많은 생물종의 멸종을 막기 위한 촉매제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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