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주간조선 2541호에서 ‘박원순표 도시재생이 포퓰리즘인 다섯 가지 이유’라는 제목으로 서울시가 북부간선도로 상부 등에 짓겠다고 발표한 ‘공중주택’ 계획을 비판했다. 이에 대해 변창흠 교수가 반박문을 내어 필자의 견해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 글은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필자가 최초 주장한 내용과 이에 대해 변 교수가 반박한 내용(2543호 게재)을 소개한 뒤, 필자가 재반박하는 내용으로 구성했다.

자가보유율 감소는 투기가 아니라 멸실주택의 문제

필자는 서울의 자가보유율 감소 원인을, 1·2인가구의 증가율이 주택공급 증가율보다 높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대해 변 교수는 자가주택 보유율 하락은 투기꾼들의 주택 매입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변 교수의 말대로 서울의 주택공급량이 가구와 인구의 증가를 추월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2016년 현재 주택공급은 수도권 98.2%, 서울 96.3%로 아직 100%에 한참 미치지 못한다. 이런 현상이 발생한 원인은 멸실주택에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실질주택 증가량을 알 수 있다. 멸실주택의 수는 2011년 2만2626호에서 2017년 4만7534호로 2배 이상 증가했고 멸실 속도는 앞으로 더 빨라질 것이다. 필자가 주간조선 2538호(‘알맹이 없는 3기 신도시 계획: 서울 노후주택 개발부터’)에서 지적한 대로 30년을 넘은 노후주택이 16만7019동으로 전체 44만9064동의 37.2%나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연도별 준공주택에서 멸실주택을 뺀 순증주택은 멸실주택 증가로 감소 중이다.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앞으로 신축 주택의 감소는 불 보듯 뻔하고 ‘핫’한 지역의 집값은 다시 상승할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13년 말 발표한 ‘지역별 주택시장의 수급불균형에 관한 실증적 연구’는 ‘한국인들이 아파트를 선호하고, 경제적 능력 등에 따라 ‘자가와 임차’를 선택하며, 수급 불균형과 가구의 소득 및 소득 변화는 아파트 가격에 영향을 준다’고 결론 내렸다. 즉 자가보유율은 가구의 소득, 주택 기호, 수급 상황 등 수많은 변수에 영향을 받는다는 얘기다. 변 교수가 주장하듯이 자가보유율이 오직 소득과 투기의 영향만 받는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한편, 변 교수가 지적한 다주택자의 비율은 2012년과 비교해 2017년 증가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여기서도 변 교수가 간과한 사실이 있다. 다주택자의 비율 증가는 과거 정부의 정책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부터 선진국들은 재정 부족 때문에 임대주택의 직접 공급에서 민간의 공급을 지원하는 쪽으로 정책을 전환했다. 우리 정부도 선진국들의 주택정책 전환을 확인하고 임대주택사업 전문인 LH공사의 천문학적 부채를 고려해 마침내 민간 임대주택은 민간 부문이 공급하도록 결정했다. 개인·민간기업의 투자를 유인하기 위해 임대 목적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사람과 법인에 정부가 취득세 완화 등의 세제혜택과 금융지원도 제공했다. 민간기업이 대규모의 임대주택사업을 할 수 있는 ‘기업형 민간임대주택사업(뉴스테이 사업)’을 허용한 것이다. 그 정책을 시행하던 시기의 서울 시장이 현 박원순 시장이다. 따라서 박 시장은 ‘자가보유율 하락’의 배경을 누구보다 잘 아는 위치에 있다. 그런 위치에 있던 박 시장이 자가보유율 하락 배경을 알면서도 투기꾼 탓을 했으니 ‘포퓰리스트’라는 혹평을 받는 것이다.

변 교수도 마찬가지다. 당시 변 교수는 SH공사 사장으로서 박 시장의 주택정책을 일선에서 실행한 인물이다. 이런 변 교수가 더불어민주당 이규희 의원실 자료를 인용해 자가보유율 하락을 투기 탓으로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스스로 ‘폴리페서(polifessor)’라고 인정한 셈이다. 변 교수의 일방적인 주장과는 달리 자가주택 보유율 하락은 집값이 비쌀 때도 나타나는 현상이다. 강남구가 대표적인 사례다. 변 교수는 통계청의 ‘인구·가구 구조와 주거 특성 변화(1985~2015년)’를 인용하면서 자가주택 보유율 하락의 원인이 ‘1·2인가구의 증가보다는 투기적 수요와 다주택자의 주택 매집’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 자료의 105쪽에는 ‘전국과 서울의 자가점유율은 높은 반면 강남구는 자가점유율이 감소하고 월세점유율은 증가해 2015년 기준 강남구의 월세점유율(34.4%)은 자가점유율(34.1%)보다 높았다’고 적혀 있다. 정말 중요한 내용을 놓친 셈이다. 강남구는 집값은 비싸지만 생활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많은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동네다. 그런 이유로 월세점유율이 전국 최고인 것이다.

부동산은 경제가 성장하고 물가가 올라갈수록 상승한다. 이것이 바로 GDP 3만달러 시대의 집값이 GDP 2만달러 시대의 집값과 같을 수 없는 배경이다. 지금은 사람, 사물, 서비스가 모두 연결되는 ‘초연결사회(hyper-connected society)’다. 산업 현장은 디지털화·로봇화가 진행 중이어서 인건비는 중요하지 않은 변수가 됐다. 세상이 하나의 시장이 되면서 국가별 인건비 격차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한국의 실질소득 증가율은 1990년대 3.7%에서 2012~2016년 1.3%로 떨어졌다. 이것은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2012년도 기준 미국의 상위 1%는 국민 총소득의 22% 이상을 가져갔으나 중간층의 소득은 1999년 이후 감소했다. 스웨덴, 핀란드, 독일처럼 가장 발전한 나라들에서 소득 불평등은 더 빨리 진행됐다. 노동을 기계 혹은 로봇으로 대체하는 기술 변화는 자본의 이익을 늘리고 노동자의 소득을 줄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양극화의 심화와 계층 간 소득분배의 격차가 확대된 이유다.

따라서 변 교수가 주장하는 것처럼 서울의 자가주택 보유율 하락을 투기 탓으로 단정하는 것은 곤란하다. 주택은 내구 소비재인 동시에 자산이다. 어느 한 측면에서 본 현상만을 가지고 시장을 평가할 수는 없다. 설령 투기세력이 주택가격 상승의 원흉이라 해도 투기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는 없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과연 투기가 없었던 때가 있었을까. 강력한 통제국가인 중국에서도 주민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사람은 주택을 구입할 수 없도록 규제하지만 주택가격 급등을 막지 못했다. 문제는 투기가 아니다. 어떻게 자가보유율을 끌어올리느냐는 것이다. 당국이 집값 상승을 투기 탓으로 몰아서는 집값도 잡을 수 없고 자가보유율도 올리지 못한다.

부동산 세율을 강화하면 집값이 안정된다는 주장에 대해

필자는 부동산 세율을 강화하면 단기적으로는 주택가격이 하락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변 교수는 부동산 세율을 강화하면 집값 안정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과연 그의 주장은 타당한 것일까.

홍남기 부총리는 최근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의 주택보유세는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평균보다 낮지만 ‘거래세는 굉장히 높다’고 말했다. 선진국에서도 부동산 세율과 관련된 논란은 진행형이다. 영국은 2018년 주택 임대인의 담보대출 이자 공제를 없애고 임대인이 임대소득의 66%를 세금으로 납부토록 했다. 그러자 임대인들은 임대사업을 포기하거나 임차인에게 그 부담을 떠넘겨 임대료가 폭등했다. 이 같은 해프닝은 캐나다의 몬트리올,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Jackson)시 등 세계 곳곳에서 벌어졌다. 부동산 세율이 오르면 그 부담을 임차인이 떠안는 부작용이 확인된 셈이다. 지난 1월 28일 국토부 관계자는 주택 공시가격과 관련된 인터뷰에서 “다가구주택은 서민 임대용으로 주로 쓰여 보유세가 크게 오르면 세입자의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인상폭을 하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변 교수의 주장은 현실을 모르는 탁상이론인 것이다.

지난해 ‘평(3.3㎡)당 1억’ 논란을 빚었던 서울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아파트 단지 전경. ⓒphoto 뉴시스
지난해 ‘평(3.3㎡)당 1억’ 논란을 빚었던 서울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 아파트 단지 전경. ⓒphoto 뉴시스

부동산 양극화는 그릇된 정부 정책이 그 원인

필자는 지난 글에서 ‘상위 부자 1%가 나머지 99%의 집 또는 자산을 소유’했다고 한 박원순 시장의 발언이 매우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변 교수는 마치 필자가 부자들의 주택 매집을 옹호하는 듯이 의견을 제시한 뒤 ‘가계소득의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부동산 자산 양극화’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변 교수가 말한 대로 가계소득 불평등과 부동산 자산의 양극화 해소는 우리 시대에 꼭 필요한 사항이다. 그러나 변 교수는 해결책은 제시하지 못한 채 자신의 주장만을 되풀이했다. 아무리 아름다운 문장이라도 해결책이 없으면 정치적 구호에 불과하다. 그 해결책을 찾기에 앞서 부동산 자산 양극화가 발생한 배경부터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난 정부 시절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역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세월호 참사(2014년), 중동호흡기증후군(2015년) 등을 겪으며 국가 경제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는 경기침체를 돌파하기 위한 수단으로 부동산 시장 부양을 선택했다. 그 과정에서 ‘5060 세대’가 2015년 이후 주택시장의 큰손으로 등장했다. 주택시장의 큰손들이 노후준비를 겸해 금융자산 대신 ‘부동산 임대업’을 선택했다는 것이 키움증권의 분석이다. 결과적으로 당시의 정부 정책이 최근의 부동산 자산 양극화에 큰 영향을 미친 셈이다. 당시 SH공사 사장의 위치에 있으면서 이런 저간의 사정을 뻔히 아는 변 교수가 과거 정부 정책의 잘못은 전혀 모른다는 듯이 정책 방향에 충실히 따른 투자자들을 투기꾼으로 매도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도로 위의 공중주택 건설보다 시급한 것

필자는 도로 위에 인공섬을 조성하는 공중주택 개발은 가성비가 낮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했다. 이에 대해 변 교수는 실험적인 주택은 도시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파리에서 가능하니까 서울이 안 된다는 시각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항변했다. 그렇다면 파리에서 하면 우리도 따라해야 하고, 파리에서 하지 않으면 우리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인가.

변 교수의 주장은 자칫 사대주의적 시각으로 비쳐질 수 있다. 프랑스는 지금 공중주택을 건설 중인 단계다. 프랑스의 공주주택이 준공된 뒤 운영 과정의 문제점 등을 관찰하며 그때 가서 우리도 시작하면 될 일이다. 필자는 서울시의 실험적인 주택 건설을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실험적인 주택보다 더 시급한 것이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싶은 것이다. 필자는 노후주택이 빠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주민 합의 어려움 등의 이유로 낡은 주택은 방치한 채 공중주택을 건설하는 것이 그렇게 시급한 일인지 이해할 수 없다. 최근 서울시는 광화문 이순신 동상·세종대왕상 이전 계획을 발표했다가 하루 만에 번복했다. 또 2년 전에 ‘세운 재정비지구 사업’의 사업시행인가를 내준 뒤 철거 직전에 일부 노포(老鋪)의 보존을 명목으로 전면 재검토에 들어갔다. 모두 다 박 시장의 말 한마디로 변경된 사안이다. 세운 3구역에 있는 상당수 시설은 소위 ‘푸세식 화장실’도 없는 열악한 환경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곳에 대한 사업승인을 해준 뒤 일부가 반대한다고 해서 사업을 접고 원점으로 돌리는 정책은 대단히 우려스럽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서울 시정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문제는 정책을 담당하고 인허가권을 쥔 서울시의 자세다. 서울시는 용도지역·용적률 책정과 인허가의 교부 시간을 지연(혹은 단축)시킴으로써 사업성에 영향을 끼쳐 결과적으로 분양가와 임대료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투기꾼들만 탓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변 교수는 또한 재정비사업에 대한 규제완화와 ‘부담금 감소’ 정책이 발표되면 ‘해당 사업장의 수익성을 높여 대상 주택의 가격이 급등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 결과 주택 가격이 급등해 ‘높은 분양가격’ 때문에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진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이 주장은 실무를 전혀 모르는 백면서생의 탁상이론에 불과하다. 아파트 개발 사업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건설금융(PF) 보증서’를 받아야 은행에서 건설자금을 빌릴 수 있다. 만일 시행사가 HUG의 ‘분양가 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면 보증서를 못 받으므로 은행에서 자금을 빌리지 못한다. 분양가는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110% 이상 높으면 분양가 심사를 통과할 수 없다. 따라서 대다수의 시행사는 HUG, 즉 정부의 분양가 규제를 따른다. 결국 정부가 분양가를 통제하기 때문에 수분양자가 ‘분양 로또’를 맞아 입주 전후 차익을 남길지언정 ‘높은 분양가격’ 때문에 내 집 마련을 할 수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토머스 소웰(Thomas Sowell)은 ‘경제적 실체 및 오류(Economic Facts and Fallacies)’에서 미국 정부의 ‘성장 억제 법령’ 시행 이후 주택 공급은 감소했고, 정부의 ‘시장 개입’과 ‘주택 가격 급등’은 상관관계가 높다고 서술했다. 그는 정치적으로 매력적인 구호인 ‘공개 공지(open space)’ 혹은 ‘스마트 성장(smart growth)’이라는 명분 아래 규제가 심해진 지역의 주택가격은 오히려 더 높았다고 지적했다. 건물 신축을 막는 것이 기존 거주자에게는 좋은 생각일지 모르지만 새 아파트에 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비용의 증가를 뜻한다는 얘기다. 이것이 바로 ‘건축 제한은 도시를 과거에 묶어놓으면서 도시의 미래 잠재력을 제한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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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중 부동산학 박사·건국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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