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 구호단체 리제너레이션무브먼트 김종대·최자현 공동대표.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난민 구호단체 리제너레이션무브먼트 김종대·최자현 공동대표.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지난해 제주로 들어온 난민 이슈는 우리 사회에 잠재되어 있던 다양한 의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여기에는 종교·인종·계층 간 갈등 등 휘발성 있는 주제들이 녹아 있다. 하지만 인구절벽으로 인해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필요성이 점점 커져가고 있고, 우리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면서 더 이상 난민 문제를 모른 척할 수만은 없는 상황에 마주하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제주 난민을 둘러싼 우리 사회의 갈등과 충돌은 언젠가는 한 번 겪어야 하는 통과의례의 성격이 있다. 사실 제주 난민 문제는 우리 정치만큼이나 극단적 입장이 맞부딪치는 이슈다. 어떤 사람들은 직접 난민 가족과 함께 살면서까지 포용적 자세를 보여주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청와대 청원게시판에까지 글을 올려 난민을 반대한다.

이와 관련한 주제로 지난 3월 9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에 있는 김대중도서관 지하 강당에서 북콘서트가 열렸다. ‘교회, 난민을 품다’라는 책의 번역·출간을 기념해 열린 북콘서트의 주인공은 김대중 대통령의 손자이자 김홍업 전 국회의원의 장남인 김종대(33) 리제너레이션무브먼트 대표였다. 미국에서 난민을 돕는 활동을 하는 그는 이 책의 출간을 제안하고 번역까지 했다. ‘교회, 난민을 품다’는 스티브 바우만 등 난민정책 전문가 3명의 공저다.

김 대표는 미국 조지아주에 있는 애틀랜타 클라크스턴(Clarkston)이란 곳에서 난민 2세들을 돕는 활동을 하고 있다. 2017년 12월에는 아내 최자현씨와 함께 ‘리제너레이션무브먼트(regeneration movement)’란 난민 청소년 교육단체를 설립했다. 두 사람은 단체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이 단체는 난민 청소년들이 진로와 적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미국 대입시험인 SAT를 준비할 수 있도록 영어와 수학을 가르친다. 국제구호위원회(IRC) 등 다른 난민 지원 단체에 교육 프로그램도 제공하고 있다. 그는 이번 북콘서트 출연을 위해 약 2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했다.

- 난민을 보다 적극적으로 포용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알고 있다. 한국 사회는 왜 난민을 수용해야 하나. “여러 이유를 들 수 있지만 크게 명분, 기반, 실리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다. 우선 명분의 관점에서 본다면, 20세기의 대한민국 역사만 보더라도 일제 침략하에 ‘난민’의 역사를 겪었다. 한국전쟁으로 인해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가족을 보지 못하는 수많은 분들도 있다. 어떻게 보면 한국 사회가 난민의 실정을 누구보다 공감할 수 있고, 이런 아픔을 딛고 경제강국으로 발돋움한 만큼 난민을 받아들이는 인도적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는 의외로 제도적 기반 또한 잘 마련되어 있다. 한국은 지난 수십 년간 제도적으로 3만2000명이 넘는 탈북민을 우리 사회에 정착시켜온 경험이 있다. 또한 2006년 다문화정책을 처음 수립한 후 다문화가족 또는 이주민들의 한국 사회로의 정착을 도와온 노력과 경험이 있다.

실리적인 관점에서도, 난민을 포함한 이민자들은 국가에 비용을 발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장기적인 이득을 가져온다는 것이 거의 모든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실제로 유럽 15개국에 유입된 난민이 경제적으로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난민 인정을 받고 3~5년 뒤부터 이들은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증가시켰다는 결과도 있다.”

- 미국에서 난민 문제를 돕는 일을 한다고 들었다. 미국 사회는 ‘멜팅폿’이라고 부를 정도로 다양한 인종이 섞여 살아가는 사회다. 그럼에도 미국에서도 난민 문제가 이슈가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은 나라의 출발부터 정체성이 ‘이민자의 나라’였지만 아직도 인종 간의 갈등이 존재한다. 이 연장선상에서 난민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크고, 반이민 정서도 많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그런 분위기가 강해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미국 사회는 다양한 인종이 함께 살아온 경험이 풍부하기 때문에 반대의 기반(난민을 포용하려는) 또한 꽤 탄탄하다. 즉 다양성을 뒷받침하는 ‘기초체력’이 있는 것을 느낀다. 그런 맥락 속에서 한국에 온 예멘인들로 인해 난민 문제에 대한 공론화가 진행된 것은 우리의 ‘기초체력’을 기르는 데 있어서 장기적으로 볼 때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 이슬람 문화권과 접점이 거의 없는 한국 사회에서 무슬림 난민에 대한 반감이 심한 이유가 뭐라고 보나. “일단 ‘이슬람’이라고 하면 ‘테러리즘’이 표면적으로 연상된다. 또 문화적으로도 이슬람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엄격하고 구시대적 관습을 따르는 모습 등을 연상하기 때문인 것 같다. 가령 시간에 맞추어 무조건 하루에 다섯 번씩, 타협 없이 메카를 향하여 절을 하는 모습을 떠올리며 문화적으로도 섞이기 어렵다는 반감이 생길 수 있다. 한국 사회가 이슬람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가짜 뉴스’ 내지 ‘극단적 테러 이미지’ 등이 결합했을 때 안 좋은 쪽으로 시너지 효과가 나기 마련이다. 결국 이슬람 문화, 난민이란 존재가 낯설기 때문에 포비아가 생겨났다.”

- 일부 개신교 집단에서 난민에 대한 공포를 키웠다는 분석이 많다. 왜 이들은 난민을 ‘적’으로 간주했을까. “어찌 보면 작년에 한꺼번에 들어온 난민들이 이슬람 문화권인 예멘에서 온 이들이었기에, ‘난민’이라는 인식보다 ‘이슬람’이라는 인식이 더 앞섰던 것이 아닐까 싶다. 사실 일부 개신교집단에서 이슬람에 대한 예민함은 꽤 오랜 기간 재생산되어오지 않았나 생각된다. 무슬림국가로는 선교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나아가지만, 정작 선교 대상으로 여기는 무슬림이 한국에 오는 상황은 꺼린다. 선교 대상자들을 두 팔 벌려 환영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위협으로 간주하는 태도는, 어쩌면 내재된 큰 두려움 때문이 아닐까.”

- 20대 일각에서도 난민에 대한 강한 반감이 있다. 20대는 극우 개신교 집단에 다소 비판적인데도 불구하고 난민에 대한 비난에는 동의한다. 약간 모순 같기도 하다. “요즘은 한국의 청년이 곧 난민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취업이 어려운 데서 오는 상대적 박탈감 때문으로 보이는데 난민을 받아들인다고 해서 일자리에 위협을 받는 것도 아니고 덜 안전해지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사회 전체의 질을 개선시키기 위해서는 그 사회의 가장 소외받는 이들의 상황을 개선시키면 된다. 일터에서 부상을 당해도 보험도 안 되고 어찌할 도리가 없는 외국인 노동자의 상황이 일단 개선이 되면, 한국인 노동자가 더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는 명분은 자연스럽게 생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난민을 받아들이고 이들이 한국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어쩌면 우리 모두를 위한 일이 아닐까 싶다.”

박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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