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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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를 탄 스티븐 호킹(작년 3월 사망)은 가장 유명한 이론물리학자였다. 그런데 “호킹이 왜 위대한가를 알고 있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미국 캘리포니아 공대 물리학자 오구리 히로시의 책 ‘중력’) 호킹이 업적을 남긴 분야 중 하나는 블랙홀 연구다. 지난 2월 26일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난 김석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는 “내 연구는 1970년대 호킹이 한 연구를 기초로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블랙홀의 양자물리, 열(熱)역학을 연구하는 이론물리학자다. 양자물리는 원자와 같은 작은 입자의 세계를 연구하는 분야이며 열역학은 에너지, 일, 열, 엔트로피를 다루는 물리학이다.

블랙홀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만든 일반상대성이론을 통해 예측됐다. 아인슈타인이 1915년 일반상대성이론을 내놓자 독일 물리학자 슈바르츠실트라는 사람이 일반상대성이론의 중력장방정식을 연구했고, 그 복잡한 방정식의 해(解) 중 하나가 블랙홀이라는 걸 알아냈다. 김석 교수는 “질량을 작은 공간 안에 충분히 집어넣을 수 있으면 블랙홀을 만들 수 있다. 그 공간의 반경을 ‘슈바르츠실트 반경(radius)’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태양은 반지름 크기 3㎞로, 지구는 9㎜로 압축할 수 있으면 블랙홀이 될 수 있다. 아인슈타인은 슈바르츠실트의 해가 수학적으로는 옳을지 모르나 실제로 자연에는 그 같은 괴물이 있을 수 없다며 무시했다. 그때가 1916년이었다.

호킹 박사의 연구가 왜 중요한가

시간이 흘러 1930년대 천체물리학계는 별의 운명을 연구하기 시작했고 결국 블랙홀 발견으로 가는 길을 닦았다. 수브라마니안 찬드라세카르(1983년 노벨상)의 백색왜성 연구, 프리츠 츠비키의 초신성-중성자별 연구, 로버트 오펜하이머(미국 원자폭탄의 아버지)의 ‘질량이 커서 안으로 무너지는(內波) 별’ 예측(1939년)이 그 일부다. 그리고 또 시간이 지나 1964년부터 1970년 중반까지 ‘블랙홀 연구의 황금시대’(2017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킵 손의 책 ‘블랙홀과 시간여행’)가 열렸다.

블랙홀은 좁은 공간에 엄청난 질량을 갖고 있는 괴물이어서 주변 물질을 빨아들인다. 빛마저 빨아들여 블랙홀에서는 빛도 새어나오지 않는다. 그러니 눈으로는 볼 수 없는 천체다. 킵 손에 따르면 블랙홀 연구의 황금시대를 지나면서 물리학자들은 “블랙홀이 고요한 구멍이 아닌 다소 역동적인 대상”이라는 걸 알게 됐다. 블랙홀이 질량, 각운동량, 전하라는 3가지 물리량만을 갖고 있다는 걸 알아낸 게 1975년까지의 성과다.

그런데 스티븐 호킹이 상대성이론가들의 연구와는 다른 주장을 내놓았다. 호킹은 블랙홀에서 물질이나 빛이 빠져나올 수 있다는 ‘호킹복사(Hawking Radiation)’를 1974년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석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호킹은 블랙홀 표면 근처에서의 양자역학을 생각했다. 양자역학의 중요한 성질 중 하나는 진공 속에서 입자가 쌍생성하고 쌍소멸하는 것이다. 가상의 입자들이 생겨났다 없어진다고 생각한다. 블랙홀 표면 인근에서 일어나는 양자물리학을 생각한 결과, 호킹은 쌍생성된 입자 중 하나가 블랙홀 밖으로 나오고, 하나는 블랙홀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걸 알아냈다. 방출되는 입자는 열복사를 하듯이 나온다.”

호킹의 연구는 제이콥 베켄슈타인이라는 프린스턴대학의 연구자에게서 자극받은 것이었다. 블랙홀에는 ‘사건 지평면’(event horizon·‘사건의 지평선’이라고도 한다)이 있는데, 이 면을 넘어 들어간 정보는 되돌아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베켄슈타인은 1972년 블랙홀의 사건 지평면이라는 표면 넓이에 주목, 그 넓이가 해당 블랙홀의 내부 정보, 즉 엔트로피를 측정할 수 있는 척도라고 주장했다. 엔트로피는 열역학적 상태의 수를 가리킨다.

호킹은 그의 베스트셀러 ‘시간의 역사’에 당시 이야기를 써놓았다. “블랙홀이 엔트로피를 가진다면, 그 블랙홀은 온도를 가져야 한다. 온도를 가지는 물체는 복사를 방출해야 한다. 그러나 블랙홀 정의에 의하면, 블랙홀은 아무것도 방출하지 않아야 했다.” 호킹은 베켄슈타인의 연구(사건 지평면의 넓이가 블랙홀 엔트로피에 비례한다)를 논박하기 위해 연구를 시작했는데 자신이 틀렸음을 알았다. 호킹은 블랙홀이 ‘열역학’ 물체임을 확인했다. 블랙홀의 ‘지평면 면적’이라는 말은 ‘엔트로피’로, ‘사건의 지평면 표면중력’은 ‘온도’로 바꾸면 블랙홀 법칙은 열역학법칙과 동일했다.

블랙홀의 열역학 탄생

호킹 연구는 블랙홀의 열역학 탄생 순간이기도 했다. 김 교수는 “사람들이 놀란 건 블랙홀의 열역학적인 성질이 넓이라는 블랙홀의 기하학에 반영되어 있다는 점이었다”고 말했다. ‘사건의 지평면’이라는 블랙홀의 기하학적 특성을 보면, 블랙홀의 열역학을 알 수 있다는 건 충격이었다.

김석 교수는 ‘엔트로피’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엔트로피는 ‘상태 수’이다. 열역학적인 물체가 갖고 있는 열역학적인 경우의 수를 가리킨다. 이 열역학적인 ‘상태’는 (뉴턴의) 고전역학에서 엄밀하게 정의할 수 없는 양이다. 상태의 수를 하나둘 세는 건 고전역학이 아니라 양자역학으로 할 수 있다. 블랙홀이 열역학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은 블랙홀의 양자역학적인 거동을 보여준다는 걸로 이해됐다. 블랙홀 열역학을 미시적으로 제대로 연구하는 게 블랙홀의 양자역학을 이해하는 것이며, 더 나아가서는 양자역학으로 중력을 이해할 수 있는 길로 접어들었다.”

중력이란 힘은 뉴턴의 중력법칙, 그리고 그보다 개선된 아인슈타인의 중력장방정식으로 설명된다. 하지만 중력은 양자역학으로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를 물리학자는 모르고 있다. 양자역학은 아주 작은 세계, 즉 원자세계에서 작동하는 역학이고, 이 원자세계를 지배하는 중력 현상을 인간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우주에는 크게 4가지 힘이 있다. 이 중 중력을 제외한 전자기력, 약력, 강력은 양자역학으로 잘 설명된다. 원자세계에서 이들 세 힘이 작동하는 역학을 잘 이해하고 있다. 그런데 물리학자가 양자역학으로 중력을 기술하려고 하면, 그 방정식의 해는 무한대로 나오고 만다. 물리학자에게 ‘무한대’란 값은 재앙이다. 때문에 양자중력법칙의 발견은 물리학자의 최대 과제 중 하나이며, 물리학의 ‘성배(聖杯)’라고 얘기된다.

김 교수에 따르면 뭔가 특이한 성질 때문에 중력은 다른 힘과 같은 방식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게 알려져 있고 그 중력을 설명하기 위한 아이디어가 많이 나와 있다. 끈이론(string theory)도 한 아이디어다. 끈이론은 우주가 진동하는 아주 작은 끈으로 이뤄져 있다고 생각한다. 끈이론은 원자세계의 중력 현상을 설명하는 ‘양자중력’ 이론에 가장 근접해 있다고 오래전부터 얘기되어 왔다. 김석 교수도 ‘끈이론가’이다. 그는 “양자중력의 핵심 화두로서 블랙홀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킹과 베켄슈타인의 1970년대 블랙홀 연구 이후, 미시적인 방법을 동원해서 블랙홀의 열물리를 이해할 수 있느냐가 물리학계의 이슈였다. 1990년대 중반 돌파구가 마련됐다. 1996년 하버드대학 물리학자 앤드루 스트로밍거와 쿠므룬 바파(Cumrun Vafa)가 매우 특수한 종류의 블랙홀을 미시적으로 이해하는 데 성공했다. 양자역학과 통계역학의 기본법칙을 써서 그 블랙홀의 열역학을 정확하게 규명했다. 블랙홀이 갖고 있는 양자역학적인 계의 수를 셌고, 그 수가 그 블랙홀의 사건의 지평면 면적과 정확히 비례한다는 걸 정량적으로 확인했다.

김석 교수는 서울대 물리학과 1995년 학번으로 2004년 서울대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의 연구는 베켄슈타인-호킹-스트로밍거-바파라는 앞 세대 연구자의 블랙홀 이해란 성과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후안 말다세나라는 뛰어난 끈이론가의 ‘홀로그램 양자중력’ 연구에 기초한다. 김 교수는 그간 블랙홀 양자중력 연구를 이렇게 말했다. “지난 20년간 블랙홀을 양자역학과 통계역학을 써서 미시적으로 이해하려는 어마어마하게 많은 일이 있었다. 내가 기여하고 싶은 게 있었다. 박사학위를 받고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하던 고등과학원(KIAS)에서 블랙홀 관련 논문을 몇 개 썼다. 하지만 당시에는 한계가 있었다. 양자역학적인 기술법이 충분히 개발되어 있지 않았고, 내게도 몇 개의 아이디어가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초 연구를 다시 시작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프리프린트를 써 올렸다. 앞으로 계속 결과가 나올 것이다.”

(좌) 스티븐 호킹. photo 위키피디아 / (우) 후안 말다세나.
(좌) 스티븐 호킹. photo 위키피디아 / (우) 후안 말다세나.

“블랙홀을 체계적으로 기술하고 싶다”

그는 이론적으로 보면 블랙홀이 다양할 수 있다고 했다. 크기는 다르겠지만, 그 밖에 뭐가 다른 게 있을까. 김 교수는 “사건의 지평면이 하나인, 즉 중심이 하나인 블랙홀도 있고, 중심이 여러 개인 블랙홀도 있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다양한 블랙홀을 한 가지 기술법으로, 체계적으로 기술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각각의 블랙홀을 따로 따로 두서 없이 양자역학적으로 기술하고 있는 게 지금의 상황이다. 이 말이 어려워서 다시 물었다. 김 교수는 “양자역학적으로 미시적 방법으로 일관되게 하나의 방법으로 체계적으로 기술하기가 힘들었다. 다양한 블랙홀은 서로 다른 열역학적 상태에 있고, 이때 매우 중요한 이슈 중 하나는 블랙홀 상태들 사이의 상전이다”라고 말했다.

블랙홀에 ‘상전이(phase transition)’가 있다는 말이 낯설다. 상전이는 흔히 물에서 나타난다. 물이 액체에서 기체로, 혹은 얼음으로 변하는 게 상전이다. 김 교수는 블랙홀 상전이가 어떤 경우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재미있는 블랙홀 상전이가 있다”며 “내 연구를 갖고 설명해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1997년 아르헨티나 물리학자 후안 말다세나가 제안한 ‘양자역학의 홀로그램 원리’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말다세나 선생이 혁신적인 제안을 했다. 끈이론은 양자중력 현상을 기술한다고 했다. 허나 평평한 시공간 근방의 약한 중력을 잘 기술하지, 블랙홀과 같은 극단적으로 중력이 큰 상황을 체계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방법론이 개발되지 않았다. 말다세나 선생의 아이디어는 특정한 배경에서는 양자중력 현상을 미시적으로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김 교수의 연구와 블랙홀 중력이론 설명이 깊숙하게 들어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드 지터 시공간이라는 게 있다. 우리 우주는 시간이 지날수록 빠른 속도로 팽창하고 있는데, 이런 우주 공간이 ‘드 지터 공간’이다. 20세기 초반 네덜란드 물리학자 빌럼 드 지터가 찾아냈다. 드 지터 공간과는 반대되는 시공간이 ‘반(反) 드 지터(Anti de Sitter·AdS) 공간’이다. “AdS 공간은 양자중력을 연구할 때 이론적으로 훌륭한 사고실험터를 제공한다. 이 AdS 시공간에서 양자중력을 정의하는 법을 말다세나 선생이 알아냈다.“

김 교수에 따르면, AdS 공간에서는 모든 물질, 심지어 블랙홀조차도 중력 때문에 박스와 같은 공간에 몰려 있다. 그래서 중력 현상을 연구하는 데 이상적이다. 이 상자와 같은 AdS 시공간에는 경계면이 있다. 말다세나는 이 경계면, 다시 말해 중력의 경계면의 양자역학계를 연구했다. 그리고 경계면 연구를 하면, 경계면 내부에서 일어나는 중력 현상을 이해할 수 있다는 걸 알아냈다. 예컨대 공간 크기가 3차원이라면, 경계면은 2차원인데, 2차원 세계만 잘 보면 3차원 공간의 중력 현상을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게 말다세나의 홀로그램 원리이다. 홀로그램은 3차원 물체의 정보가 2차원에 들어가 있고, 그래서 실제로는 2차원인데 3차원인 것처럼 우리 눈에 보인다.

말다세나의 연구 이후 경계면상의 블랙홀 연구가 체계적으로 이뤄졌다. 김석 교수는 “AdS 시공간의 경계면에 정의된 양자역학적인 방법을 통해 그 안의 모든 블랙홀을 체계적으로 이해해보자는 게 당시 학계의 문제의식이었다. 그러나 정량적으로 연구하기 힘들었다. 강한 상호작용하는 이슈가 있어 양자중력은 풀기 힘들다. 강하게 상호작용하는 계에서 정확히 풀어야 하는데 그러하려면 관련 테크닉과 직관이 필요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그게 없었다”라고 말했다.

32살에 서울대 정교수

김 교수 말은 이 대목에서 또 어려웠다. 물리학에서 강하게 상호작용하는 힘은 ‘강력’이라고 하며, 양성자 안에 들어있는 세 개의 쿼크 입자가 서로를 잡아당기는 현상을 설명한다. “강력을 미시적으로 이해하는 게 지금까지는 해석적으로 되지 않는다. 손으로 계산할 정도의 복잡도를 넘어서니, 컴퓨터를 써서 계산한다. 강한 상호작용을 보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기법이 추가로 필요하다. 경계면상의 양자역학 현상 이해를 통해 그 내부의 중력 현상을 들여다보려면 ‘강한 상호작용’ 영역을 탐구해야 한다. 그렇다고 중력 자체가 강한 상호작용한다는 건 아니다.”

김 교수는 고등과학원 연구원 시절 이후 블랙홀 연구는 손을 내려놨고, 강한 상호작용 기술법을 연구했다고 했다. 그러던 지난해 초 김 교수는 블랙홀을 다시 들여다볼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간 강력 관련 연구 성과가 쌓였고, 몇 가지 아이디어가 떠올라 블랙홀에 적용할 수 있었다.

“가장 간단한 군들의 블랙홀이 있다. 초대칭 블랙홀이라고 한다. 특정한 대칭성을 갖고 있는 블랙홀은 그 대칭성을 이용해서 강한 상호작용 영역에서 계산할 수 있다. 그 결과 나는 블랙홀의 놀라운 상전이를 발견했다.”

물의 온도를 올렸다 내렸다 하면 기체와 고체로 변하는 상전이를 일으킬 수 있다. 블랙홀도 마찬가지다. 특정한 계(system)에 들어 있는 입자의 개수와 전하의 양은 물의 온도와 같은 열역학 변수를 수반하는데, 이를 전문용어로 ‘화학 포텐셜’이라고 한다. 김 교수는 이 화학 포텐셜을 조절해가면서 정량적으로 블랙홀을 연구했다. 그 결과 경계면상의 양자역학에서 어떤 때는 블랙홀이 있고, 어떤 때는 블랙홀이 없는지를 알아냈다. 즉 양자임계현상이 일어나는 기준을 알아냈다. 그건 경계면상의 양자역학에 포함되는 쿼크와 글루온의 상태를 보는 것이었다.

논문은 지난해 10월에 2개, 11월에 1개를 썼다. 논문 프리프린트 사이트(arXiv.org)에 올렸다. 아직 학술지에 실리지는 않았다.

“시공간에서 블랙홀을 홀로그램 원리를 통해 정량적으로 이해하는 게 정체된 상태였다. 내가 이런 상황에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블랙홀 상전이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고, 물성을 규명했다.”

그는 “내 연구는 중요하다고 본다. 끈이론 학계에서는 내 논문을 중요하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끈이론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이 물리학계에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양자중력 및 블랙홀의 수수께끼를 규명하기 위해 끈이론은 매우 유용한 도구이다”라고 말했다.

95학번인 그는 32살이던 2009년 서울대 교수가 됐다. 이른 나이다. 그는 “나보다 더 적은 나이에 물리학과 교수가 된 분도 있다”며 30대 초반의 서울대 교수 임용이 그렇게 대단하지 않다는 식으로 얘기했다. 출신 고교를 물어보니, 김 교수는 연구실 창밖을 가리키며 “저 너머에 학교가 있다”고 했다. 광신고. “고교 시절 물리 선생님 때문에 대학 물리학과에 진학했다. 그 선생님은 본인이 모르면 ‘모른다. 같이 생각해보자’ 하는 식으로 얘기해주셨다. 그런 게 좋았다.” 최명현 선생님이라고 했다. 김석 교수의 블랙홀 열역학과 양자중력 이야기는 따라가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힘들었던 만큼 새롭게 배운 게 많았다. 호킹복사에서 시작한 블랙홀 열역학 연구가 후안 말다세나의 홀로그램 양자중력 연구와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

최준석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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