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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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봉 1억원’.

대부분의 직장인이 꿈꾸는 목표지만 현실적으로 회사로부터 쉽게 받아내기 힘든 돈이다. 그래서인지 언젠가부터 연봉 1억원이 고소득 직장인의 기준처럼 불리고 있다.

기자는 한국의 수많은 기업 중 과연 어떤 기업들이 연봉 1억원을 주는지 취재해봤다. 그동안 신문과 방송 등 많은 언론들이 기업정보 회사나 리서치 회사들을 통해 가공된 연봉 자료를 받아 ‘평균연봉 1~5위’, 혹은 ‘1~10위’를 보도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기자는 이것보다 조사의 대상을 더 넓혔다. 그룹 전체가 아닌 단일 기업 매출 기준 상위 30대 기업의 평균연봉을 직접 확인했다. 단 매출 기준 상위 30위까지의 기업에서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등 금융사는 제외했다.

평균연봉 1억 넘긴 정유·화학社

조사 결과 1위는 총 2654명(2018년 연평균 근로자수 기준)이 근무한 SK에너지로 평균연봉이 1억5200만원이었다. 2위는 평균연봉 1억4200만원인 SK인천석유화학, 3위는 2위와 불과 100만원 차인 평균연봉 1억4100만원의 SK종합화학이었다. 4위는 S-Oil(에쓰오일)로 평균연봉 1억3759만원이었고, 5위는 SK이노베이션으로 평균 1억2800만원의 연봉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6위는 평균연봉 1억2546만원의 GS칼텍스였다.

7위는 한국 최대기업으로 최근 몇 년 반도체 대활황으로 덩치를 키운 삼성전자였다. 평균연봉이 1억1900만원이나 된다. 8위는 2015년 4월까지 삼성그룹 계열사였지만 같은 해 5월 한화그룹으로 편입된 한화토탈도 평균연봉 1억1800만원이었다. 9위는 SK그룹의 주력사인 SK텔레콤(평균연봉 1억1600만원), 10위는 평균연봉 1억1500만원의 현대오일뱅크였다.

상위 10위 안에 든 기업 모두 평균연봉이 1억원을 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평균연봉 상위 10위까지의 기업들을 살펴보면 몇 가지 눈에 띄는 특징이 있다. 거의 모든 정유사들의 평균연봉이 1억원을 넘고 있다는 점이다. 또 정유사와 연계된 석유화학 기업들의 평균연봉 역시 1억원 이상의 높은 수준이라는 사실이다. 평균연봉 상위 10개 기업 중 7위인 삼성전자와 9위 SK텔레콤을 빼면 모조리 정유사이거나 석유·화학 기업들이다. ‘검은 황금’으로 불리는 석유를 수입·가공해 장사를 하고 있는 기업들의 머니파워가 평균연봉 순위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 SK그룹 계열사들이 상위권에 대거 포진한 것도 역시 눈길이 간다. 평균연봉 순위 최상위권에 SK그룹 주요 계열사 5곳이 이름을 올렸다. 다른 산업들과 비교해 높은 연봉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정유와 화학, 이동통신 기업을 주력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는 게 주된 이유로 보인다.

다시 평균연봉 11위부터 살펴보자. 11위는 최근 2년여 초호황을 맞았던 반도체 기업 SK하이닉스였다. 평균연봉이 1억737만원이다. 12위는 롯데그룹 계열인 롯데케미칼로, 최근 몇 년 동안 회사의 덩치를 빠르게 불린 기업이다. 평균연봉이 1억600만원이었다. 13위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삼성물산이다. 평균 1억500만원의 연봉을 지급한 것이 확인됐다.

매출 기준 상위 30곳 중 평균연봉 1억원 이상 기업은 총 13개 기업이다. 4월 초 몇몇 경제지와 인터넷 매체, 심지어 상당수 신문과 방송까지 ‘매출 상위 30개 기업 중 평균연봉 1억원 이상 기업이 9곳’이라는 기사를 쏟아냈는데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사실과 다른 통계와 정보를 검증 없이 기사로 만든 결과로 보인다. 어쨌든 1위부터 13위까지, 평균연봉 1억원이 넘는 기업들 사이에서도 1위와 13위 간 평균연봉 격차가 4700만원이나 됐다.

그렇다면 2018년 연봉 1억원 이상인 직장인은 얼마나 될까. 이 궁금증에 대한 답은 국세청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018년 연말정산 환급 근로자 중 과세 근로소득을 기준으로 1억원을 넘는 직장인이 41만2000명에 이른다. 물론 이것은 평균연봉이 다른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금융사와 특수업종에서 일하는 모든 근로소득자(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생산직·야근·휴일근무 많은 곳 연봉 높아

평균연봉 나머지 순위는 어떨까. 포스코는 1억원에서 불과 200만원 모자란 평균연봉 9800만원으로 14위를 차지했다. 15위와 16위는 현대자동차그룹의 핵심 기업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였다. 현대차는 평균 9200만원의 연봉을 지급했고, 기아차는 이보다 200만원 적은 9000만원이 평균연봉이었다. 17위 역시 현대·기아차와 함께 현대자동차그룹의 주력 계열사이자 특히 지배구조의 핵심인 현대모비스였다. 평균연봉은 8800만원이었다.

18위는 LG그룹 최대 계열사인 LG화학으로 8800만원의 평균연봉을 지급했다. 19위인 현대건설은 평균연봉이 8600만원이었다. 고액의 평균연봉을 주고 있는 건설사로는 래미안 브랜드로 건설 사업을 하는 삼성물산(13위, 평균연봉 1억500만원)이 있지만 원래 종합상사로 출발한 점을 고려하면 정통 건설사 중에서는 현대건설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평균연봉을 나타내고 있다. 20위는 현대제철로 평균연봉이 8400만원이었다.

평균연봉 1위부터 20위까지 기업들을 살펴보면 정유·화학·자동차·철강·건설업 관련 기업이 주류임을 알 수 있다. 제조·건설업 특성상 공장 등 현장의 생산직 비중이 크고, 야근과 휴일근무 등 추가근무로 인한 급여 증가가 서비스·사무직 중심의 기업들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평균연봉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21위는 LG전자로 8300만원의 평균연봉이 지급됐다. 22위와 23위, 24위는 각각 KT와 한국전력, 포스코대우로 평균연봉 8100만원 수준이었다. 25위는 LG디스플레이로 8000만원, 26위는 평균 7900만원을 받은 두산이었다. 27위부터 30위는 한국가스공사(7671만원), 현대글로비스(6725만원), 한화(6600만원), CJ제일제당(5700만원) 순이었다.

평균연봉과 실제 연봉 괴리

사실 이번에 조사된 평균연봉에 대해 의문을 품는 직장인이 많을 수 있다. “나는 실제 이 정도 연봉을 받지 못하는데”라거나 “정말 이만큼 받는 직장인이 우리 회사에 있어?”라는 의문이다. 평균연봉은 그야말로 ‘평균’이라는 전제 뒤에 숨겨진 왜곡 현상이 있을 수밖에 없다.

대다수 직원이 3000만~4000만원 정도의 연봉을 받고 있지만 일부 소수 직원이 몇억원에 이르는 연봉을 받으면 평균연봉이 높아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 경우 대다수 직원들의 연봉은 수치로 드러나는 평균연봉과 상당한 괴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또 같은 회사에서 비슷한 수준의 연봉을 받는 직원들이라 할지라도 종종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성과급 격차가 발생하는 일도 존재한다. 이 경우 수치로 드러난 평균연봉과 자신이 실제 받는 연봉 사이에 상당한 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사실 누구라도 정당한 평가와 공정한 분배 기준 아래 좀 더 높은 연봉을 받고 싶어한다. 또 기업들 역시 그렇게 해야 한다. 2019년에는 대한민국에서 땀흘려 일하는 모든 샐러리맨들의 연봉이 기대 이상으로 솟아오르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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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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