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6일 상하이 모터쇼 프레스데이에 선보인 현대차 신형 쏘나타.
지난 4월 16일 상하이 모터쇼 프레스데이에 선보인 현대차 신형 쏘나타.

올해 중국 상하이 모터쇼에서 현대차는 중국 측 합작파트너인 베이징차 바로 옆에 부스를 꾸렸다. 신형 쏘나타와 신형 SUV ix25를 중국에서 최초로 공개한 데 이어, 수소연료전지차 넥쏘를 비롯해 전기차 엔시노(코나),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링동(아반떼) 등 모두 13대 차량을 모터쇼에서 선보였다. 알버트 비어만 현대차 연구개발본부장(사장)이 모터쇼에서 발표를 담당했는데 역시 방점은 현대차의 친환경차 기술에 모아졌다.

이날 모터쇼에서 현대차가 가장 부각시킨 것도 수소연료전지 기술이었다. 특히 수소연료전지차 넥쏘를 밀폐된 부스에 넣고 주행을 하는 전시가 돋보였다. 배기가스 배출이 거의 전무한 수소연료전지차의 특성상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가 아주 낮은 수치를 유지한 것이 관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미세먼지에 거의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중국인들을 겨냥한 전시로 보였다.

현대차 부스 한편에 마련된 ‘넥쏘 과학교실’에서는 증류수만으로 움직이는 초소형 자동차를 선보여 많은 관심을 끌었다. 증류수(H2O)에서 수소(H)와 산소(O)를 분리한 뒤 이를 연료전지에 저장해 자동차가 움직이게 하는 원리였다. 중국형 신형 쏘나타에 탑재된 인공지능(AI) 아폴로 시스템도 실제로 사용해볼 수 있었다. 아폴로는 현대차가 중국 최대 검색엔진인 바이두(百度)와 협업으로 만든 차량용 인공지능 시스템으로, 바이두 지도를 기반으로 운전자의 음성을 인식해 길안내를 하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기자가 “샤오두(바이두의 애칭), 푸둥(浦東)공항으로 가자”라고 말하니까, 푸둥공항으로 가는 여러 경로를 제시한 뒤 최적의 경로를 선택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이 밖에 현대차는 고성능 브랜드인 ‘N’의 모형 운전체험실도 마련했고, 큰소리로 고함을 질러 경주용 자동차를 움직이는 샤우팅레이스도 운영하는 등 체험형 부스 구축에 심혈을 기울인 듯 보였다.

기아차 역시 중국 측 합작파트너인 둥펑(東風)차와 함께 전시관에 부스를 꾸렸는데, 실시간으로 운전자의 동작과 안면을 인식하는 ‘리드’ 체험장이 인기를 끌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자율주행을 한다는 가정하에 운전자가 손가락만 움직이면 목적지와 주변 정보 등을 얻을 수 있었다. 에어컨, 음악 등 각종 제어도 손가락 하나로 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였다.

리드는 차량에 탑승한 기자의 안면 표정을 분석해 주행 중 지루한 표정이 나오면, 차량 내 스크린에 풍선 터뜨리기 게임을 띄워주기도 했다. 손가락 동작 인식이 생각처럼 원활하지는 않았지만 운전자가 필요 없는 미래형 무인자동차를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 체험형 전시관 구성에서만큼은 한국을 대표하는 완성차 기업으로 손색이 없었다.

하지만 현대차나 기아차는 브랜드 하나로 구름 같은 관람객을 끌어모은 중국 수입차 시장 1, 2위인 BMW나 벤츠를 추격하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였다. 과거에 비해 괄목상대한 모습으로 관중들을 모은 중국 브랜드에 비해서도 부족한 점이 많아 보였다. 가장 아쉬운 점은 현대기아차 최고경영진의 중국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 부족이다. 비록 미·중 무역전쟁 등의 여파로 중국 자동차 시장이 28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했다고 하나 중국은 여전히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이다. 특히 상하이는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가장 치열한 격전지다.

하지만 현대차는 알버트 비어만 연구개발본부장(사장), 기아차는 박한우 사장이 모습을 드러내는 정도에 그쳤다. 현대차의 합작 파트너인 베이징차의 쉬허이(徐和誼) 동사장(회장)이 모습을 드러냈지만 한국 측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부재가 아쉬운 대목이었다. 비야디(BYD)의 왕촨푸(王傳福) 회장이나 창안의 주화룽(朱華榮) 회장이 직접 마이크를 잡고 자동차와 기업의 미래에 관해 소개한 것과도 대비가 됐다. BYD나 창안은 현대차와 기아차의 중국 내 시장점유율을 야금야금 잡아먹고 있는 강력한 추격자들이다.

현대기아차의 도전과 고민

현대차와 기아차 모두 중국 시장에 선보인 주력 차종이 중형 이하에 머문 점도 아쉬운 대목이었다. 현대차의 경우 신형 쏘나타와 싼타페(중국명 셩다) 정도가 그나마 가장 큰 모델이었다. 폭스바겐이나 GM, 도요타, 혼다 등 현대차와 직접 경쟁을 벌이는 완성차 업체들이 초대형 부스에 신차건 이미 오래전에 출시한 모델이건 체급별로 늘어놓고 중국 소비자와 접점을 늘려나가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중형 이하 차종은 중국 2~3선 도시를 공략하는 데는 효과적일지 몰라도 크고 비싼 것을 선호하는 상하이 등 고급시장에서는 한계가 있다.

독립 브랜드인 ‘제네시스’를 이번 모터쇼에서 선보이지 않은 것도 상당히 아쉬운 대목이었다. 일본 차들이 렉서스(도요타), 어큐라(혼다), 인피니티(닛산) 등 브랜드별로 별도의 부스를 구성해 차별화된 디자인과 기술력을 뽐낸 것과도 많은 대비가 됐다. 고급 브랜드 독립은 중국에서도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다.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이제 걸음마 단계에 있는 중국 토종차들도 웨이(하발), 링크(지리), MG(로위) 등 별도의 독립부스를 꾸려서 자사의 차별화된 브랜드를 선보였다. 비록 제네시스가 현대차에서 독립한 지 얼마되지 않았다고는 하나, 과거 상하이나 베이징에서 열린 모터쇼에서 현대차 부스 한편에 제네시스를 선보였던 것에 비해서도 후퇴한 대목이었다.

이번 상하이 모터쇼를 통해 현대차의 중국 합작사명인 ‘베이징현대(北京現代)’라는 이름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 필요성도 부상했다. 중국 자동차 관련 법규에 따라 중국에서 현지 생산되는 모든 현대차 후미에는 ‘베이징현대’라는 합작사의 이름이 붙는다. 하지만 ‘베이징’이란 이름 때문에 현대차는 베이징 등 북방 지역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마케팅에 한계를 노출했다. 이는 상하이차와 합작한 상하이폭스바겐, 상하이GM, 광저우차와 합작한 광저우도요타, 광저우혼다도 마찬가지였다.

이번 모터쇼에서 현대차를 제외한 유력 합작사들은 모두 과거 합작사명에 붙던 도시 이름을 떼고 ‘상치폭스바겐’ ‘상치GM’ ‘광치도요타’ ‘광치혼다’ 식으로 브랜드명을 교체한 것으로 확인됐다. 상치(上汽)와 광치(廣汽)는 각각 상하이기차(자동차)와 광저우기차의 줄임말이다. 상하이나 광저우라는 지역색을 희석하고 전 중국을 상대로 자동차 판매를 늘려가기 위한 재정비를 마친 셈이다.

‘베이징현대’는 2002년 중국 진출 초기부터 써온 합작사명(베이징현대)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다. 최첨단 유행을 달리는 자동차 시장에서 ‘베이징’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중국인이 그다지 선호하는 편은 아니다. 상하이의 경우 ‘베이징’이란 이름은 오히려 거부감이 강하다. 이는 현대차가 중국 최대 자동차 소비시장인 상하이에서 판매가 부진한 또 다른 이유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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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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