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한 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합계출산율’이라고 한다. 통계청이 지난 2월 발표한 ‘2018 인구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98명이었다. 여성 한 명이 아이 한 명을 낳지 않는다는 얘기다. 합계출산율이 1명 아래로 떨어진 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이 유일하다. 통계적으로 현재 인구를 유지할 수 있는 합계출산율은 2.1명이라고 한다.

태어나는 아이들은 줄어드는데 평균 임신 기간 38주를 채우지 못한 채 예상보다 더 이르게 세상 빛을 보는 아이들의 비중은 점점 늘고 있다. 예전에는 미숙아라고 불렀던 ‘이른둥이’가 전체 출생아 중에 차지하는 비율을 보면 2017년 기준 전체의 7.2%다. 2009년까지만 해도 전체의 5.7%였는데 해마다 조금씩 늘어 현재는 100명 중 7명 이상이 이른둥이로 태어난다. 이 추세라면 2025년에는 10명 중 1명의 아이가 이른둥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른둥이가 늘고 있는 이유에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의료기술의 발달을 빼놓을 수 없다. 한국의 이른둥이 생존율은 86%다. 28주 미만 이른둥이의 생존율이 매우 낮은데도 불구하고 전체 이른둥이들의 생존율은 의외로 높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른둥이의 의학적 원인은 아주 명확하지는 않다. 태아의 염색체 이상이나 산모의 감염도 원인이 된다. 전반적으로는 산모의 연령대가 높아지는 것이 이른둥이 비중을 늘리는 한 이유로 꼽히고 있다. 산모의 나이가 많아지면 임신성 고혈압·임신성 당뇨 같은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는데 이에 따라 이른둥이가 탄생하기도 한다.

홍정화씨가 31주5일 만에 딸을 낳은 이유는 임신 기간 중에 임신중독증과 임신성 당뇨를 앓았기 때문이다.

“20주 무렵에는 양수가 흘러내려 입원해서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만 있기도 했어요. 결국에는 31주 만에 아이를 낳았는데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갑작스럽다는 생각은 안 들었어요.”

다만 태어난 딸이 겪어야 할 어려움이 문제였다. 홍씨의 딸은 주수(週數)에 비해 유독 몸무게가 적게 나갔다.

“그래도 다행히 다른 큰 문제가 없어서 인큐베이터에서는 빨리 나올 수 있었어요. 문제는 퇴원하고 나서예요. 딸은 또래 아이들보다 유독 발달이 느렸어요. 자주 아파서 세 번 더 입원하기도 했어요.”

홍씨는 30개월이 넘은 딸이 발달장애가 있는 것이 아닌지 걱정스럽다. 아직 잘 걷지 못하는데 이른둥이로 태어나 근육 발달이 다른 아이들보다 느리게 진행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재활치료를 꾸준히 받아야 한다는데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집에서 멀지 않아 매일 갈 수 있는 사설 재활센터는 하루에 8만원이 들어요. 무조건 보내긴 할 건데, 돈 생각만 하면 한숨부터 나와요.”

홍씨의 딸이 태어나 지금까지 쓴 돈은 수백만원이 넘는다. 정확히 얼마가 들었는지 기자가 묻자 홍씨는 “계산해본 적 없다”며 추후에 알려주겠다고 했다. 인터뷰를 마친 다음날 홍씨는 “남아 있는 영수증으로만 계산했다”며 각종 진료비와 입원비, 재활치료비까지 포함한 의료비 총액을 적어 보냈다. 2년 반 사이에 325만원이 들었다고 한다.

162.3건. 32주 미만 이른둥이가 신생아집중치료실(NICU)에서 퇴원하고 나서 3년 반 사이에 병원을 방문한 횟수를 평균 낸 숫자다. 42개월 동안 162번 입원하거나 외래진료를 받았다는 것이니, 한 달에 4번꼴로 병원을 찾은 셈이다. 그 사이에 외래진료와 입원비로 든 비용만 따져도 평균 1523만원이다.

평균 162번 병원 찾아 1523만원 써

그러나 이른둥이에 대한 의료비 지원제도는 거의 없다. 정부는 전국 가구 월평균소득 150% 이하의 가정에 한 해 출생아의 몸무게에 따라 최고 500만원에서 1000만원까지 지원한다. 대한신생아학회의 조사에 따르면 충분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학회에서 조사한 결과를 보면 1000g 이하로 태어난 이른둥이가 정부 지원금을 초과해 진료를 받은 경우는 전체의 39%나 됐다. 1500g 이하의 이른둥이는 20%가 지원금보다 더 많은 치료비를 썼다.

예를 들어 이른둥이는 제때 태어난 출생아에 비해 면역력이 약해 쉽게 바이러스에 감염되곤 한다. 이 중 RS바이러스는 치명적이기까지 하다.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RS바이러스는 성인에게는 가벼운 감기를 겪게 하지만 영유아, 특히 이른둥이에게는 심각한 폐렴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른둥이는 대개 폐 기능이 채 발달되지 않은 상태에서 태어나기 때문에 호흡기감염에 취약한 경우가 많다. 신생아학회가 조사해보니 바이러스에 감염돼 입원한 이른둥이 중 31.2%는 RS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RS바이러스 예방접종을 한 이른둥이는 44.2%에 그쳤다.

RS바이러스 예방접종의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5회 맞아야 하는데 한 번 맞을 때마다 100만원 정도가 든다. 정부에서 지원해주기는 한다. 그러나 조건이 까다롭다. 32주 이상 지나 태어난 이른둥이라면 형제자매가 있어야만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른둥이 중 손위 형제자매가 없는 이른둥이는 67.9%나 됐다.

사실 이른둥이의 출산과 육아 문제는 NICU 안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NICU 안에서 이른둥이들은 작은 몸에 생존의 문제를 걸고 싸우지만 이건 시작일 뿐이다. 병원을 나오고 나서 이른둥이는 제때에 태어난 친구들만큼 건강해지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고주연 대구보건대 물리치료과 교수는 이른둥이가 ‘위험군’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재활치료의 관점에서 보면 이른둥이는 운동발달에 차이가 납니다. 꼭 명확한 뇌손상이 없더라도 그렇습니다. 산모의 뱃속에서 시간을 충분히 보내지 못했기 때문에 근육이나 기관을 인위적으로 성장시켜줘야 합니다. 그러니 움직임의 발달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고 이를 예방하려면 아주 초기부터 재활치료가 필요합니다.”

이른둥이가 퇴원 후 다시 병원을 찾는 이유를 살펴보면 소아청소년과(35.7%)를 방문할 때가 많지만 매우 높은 빈도로 재활의학과(18.4%)도 찾는다. 이른둥이 자녀를 둔 부모가 가장 걱정하는 것도 발달 문제다. 63%의 이른둥이 부모가 다른 무엇보다 자녀의 신체발달 문제가 걱정된다고 답했다.

그런데 재활은 돈이 든다. 현재의 제도하에서 이른둥이는 NICU에 있을 때만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른둥이에 드는 의료적 부담은 NICU 퇴원 후가 더 큰데도 불구하고 병원 밖에서 병원을 오가는 이른둥이 가정의 문제는 개별적인 문제로만 간주되는 것이다.

올해 63개월, 만 5살을 넘긴 아들을 두고 있는 김윤아(가명)씨는 31주 이른둥이로 태어난 아들의 발달장애 문제를 뒤늦게야 알게 됐다.

“남편의 직장 문제로 이사가 잦다 보니 연속성 있는 진료를 받을 수가 없었습니다. 아들이 뛰어다니지 않고 얌전히 있으려고만 하는 건 알았는데 그게 다리 근육의 문제 때문인지는 몰랐어요.”

김씨의 사례처럼 이른둥이 부모들은 보건 당국의 관리 없이 알아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 고주연 교수는 한국의 의료시스템에서는 조기발견과 지속적인 재활치료를 받기가 어렵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국의 모자보건법은 ‘미숙아’에 대해 ‘보건관리에 필요한 조치’를 하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필요한 조치를 받는 사람은 거의 없지요. 지금으로선 이른둥이의 부모들이 직접 아이를 평가하고 판단해 필요한 조치를 하는 수준입니다.”

1000명의 이른둥이는 3.5조원 가치 창출

외국은 그렇지 않다. 이유리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주요 선진국의 이른둥이 지원 인프라를 조사해봤다. 그 결과 한국처럼 아주 기본적인 제도만 갖추고 있는 나라는 찾기 힘들었다. 일본은 임신 22주에서 출산 전까지를 일컫는 주산기(周産期) 산모와 태아를 지원하는 종합 주산기 모자의료센터와 정보센터를 운영한다. 이곳에서는 주산기 산모와 가족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상황에 맞는 상담을 한다. 제반 비용은 정부가 담당한다. 이른둥이에게는 정해진 양육 의료기관이 있고 거의 모든 의료비가 지원된다. 가정방문을 통해 의료와 양육 지원이 이뤄진다.

이른둥이 가정의 경제적 부담이 매우 크기 때문에 선진국에서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국가 차원의 보장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캐나다와 스페인은 출생 시 체중에 따라 매우 다양하고 광범위한 급여 혜택을 준다.

의료·경제적 지원 말고도 독일과 영국, 스웨덴에서는 양육과 관련된 지원도 다양하게 이뤄진다. 이른둥이의 출산휴가는 다른 경우보다 길다든가 가정방문을 통해 육아상담을 해주는 등의 방법이 있다. 호주는 출산 후 1년까지 정신건강을 포함한 건강검진도 지원한다.

이유리 교수는 “한국의 이른둥이 지원 정책 예산은 매우 적은 수준”이라며 “저출산 시대에는 임신이 가능하도록 지원하는 것만큼이나 이미 태어난 아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선진국의 경우에는 이른둥이 출산 전부터 출산에 필요한 것, 출산 당시의 의료적·경제적 지원, 출산 이후의 심리적인 지원까지 단계별로 체계적인 지원 정책이 마련돼 있습니다. 한국은 이른둥이 아이에 대한 인식 자체도 매우 낮은 편입니다.”

이 교수는 “1000명의 건강한 이른둥이는 매년 최대 3.5조원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른둥이의 문제가 한 개별 가정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얘기다.

저출산 시대에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이른둥이들이 건강하게 자라나는 일은 사회 전체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이른둥이에 대한 지원이 체계적일수록 출산과 보육 정책 시스템이 굳건하게 갖춰진다.

학회에서 2016년 조사한 결과를 보자. 이른둥이를 출산한 가정의 가족계획을 물어보았다. 이른둥이를 낳고 나서 “더 이상 출산하고 싶지 않아졌다”는 가정이 전체의 62%였다. “가족계획이 바뀌지 않았다”고 답한 가정은 20.9%에 불과했다.

프랑스에서 같은 질문을 던졌을 때는 다른 결과가 나온다. 프랑스의 이른둥이 부모들의 71%는 이른둥이 출산 후에도 “가족계획에 변화가 없다”고 답했다. 프랑스의 출산·보육 정책에는 이른둥이에 대한 지원이 기본적으로 포함돼 있다. 프랑스의 2017년 합계출산율은 1.90명이었다. 유럽연합(EU) 국가 중 가장 높다.

김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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