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새로 문을 연 중국 광저우 바이윈공항 2터미널. ⓒphoto 바이두
지난해 새로 문을 연 중국 광저우 바이윈공항 2터미널. ⓒphoto 바이두

중국 남부 광저우 바이윈(白雲)공항과 선전 바오안(寶安)공항이 지난 5월 1일자로 144시간 무비자 환승을 선포하면서 인천공항의 환승경쟁력에 빨간불이 켜졌다. 광저우 바이윈공항과 선전 바오안공항을 경유해 제3국(홍콩·마카오·대만 포함)으로 이동 시 53개 주요 국가 여권 소지자에 한해 144시간, 무려 6일간 비자 없이 체류할 수 있게 한 것이다. 한국과 일본 여권 소지자 역시 여기에 포함된다.

앞서 베이징 서우두(首都)공항, 상하이 푸둥(浦東)공항, 훙차오(虹橋)공항 등은 53개국 여권 소지자에 한해 144시간 무비자 환승을 허용해왔다. 여기에 중국 최대 항공사인 중국남방항공의 모항이자 중국 3대 허브공항인 광저우 바이윈공항과, 지역 항공사인 선전항공의 모항인 선전 바오안공항이 가세한 것이다.

중국 3대 허브공항(베이징·상하이·광저우)을 비롯 선전·난징·항저우·톈진·스자좡·선양·다롄 등 주요 거점공항들이 일제히 144시간 무비자 환승체제를 구축하면서 무비자 환승시간이 72시간에 불과한 인천공항을 압도하게 됐다. 인천공항의 경우 인천공항 경유 일반 환승객의 제3국 이동 시 무비자 환승 허용시간이 환승 관광 프로그램 참여와 수도권(서울·인천·경기) 체류를 조건으로 72시간에 그친다.

제주도를 경유하는 중국 단체관광객의 경우 120시간(5일)까지 무비자 환승을 허용하고 있지만, 중국 여권을 소지한 단체관광객에 한해서라는 조건이 붙는다. 강원도 양양공항으로 입국하는 제주도 경유 중국 단체관광객에게는 240시간(10일)까지 무비자 입국이 허용되지만 어차피 국제선 자체가 많지 않아 허울뿐이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속초출장소의 한 관계자는 “제도 자체는 살아있는데, 중국에서 양양으로 들어오는 비행기가 없다”고 말했다.

광저우 바이윈공항과 선전 바오안공항이 무비자 환승 144시간 체제에 합류할 수 있었던 배경은 최근 공항 확장으로 여객처리량을 대폭 늘리면서다. 광저우 바이윈공항은 지난해 4월 제2여객터미널을 완공했다. 그 결과 지난해 6900만명의 여객을 처리하면서 베이징 서우두공항(1억명), 상하이 푸둥공항(7400만명)에 이어 중국 내 3위 공항에 올랐다.

선전 바오안공항도 2013년 새 여객터미널로 옮기면서 여객처리량이 비약적으로 늘었다. 선전 바오안공항은 지난해 4900만명을 처리해 청두 솽류공항(5200만명)에 이어 중국 내 5위 공항에 올랐다.

광저우·선전 경유 상품 대거 출시

광저우 바이윈공항과 선전 바오안공항의 144시간 무비자 환승이 가능해지면서 국내 여행사들도 광저우와 선전을 경유해 홍콩과 마카오 등지로 나가는 상품을 대거 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치로 광저우 바이윈공항과 선전 바오안공항 등 광둥성 내 3개 지정 공항으로 입국한 외국인은 출입국 수속이 가능한 육로, 철로, 해로 등 32개 관문으로 출국하면 되도록 했다.

자연히 광둥성을 경유한 홍콩·마카오로 이동이 간편해졌다. 홍콩·마카오는 항공편이 많고 비자 없이 방문할 수 있어 한국 여행객들이 가장 선호하는 관광 목적지 중 하나다. 하지만 그간 광저우, 선전은 홍콩, 마카오와 가까운 거리에도 불구하고 비자발급 부담으로 연계 관광이 활성화되지 못했다.

144시간 무비자 환승이 가능해진 광저우나 선전을 경유해 호주, 뉴질랜드 등 대양주로 떠나는 여행객들도 많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남방항공편으로 인천에서 광저우를 경유해 호주나 뉴질랜드로 향할 경우 인천 직항에 비해 돌아가는 거리가 멀지 않고 가격도 저렴해 이용하는 승객들이 꽤 됐다.

남방항공은 인천에서 출발해 광저우에서 환승한 뒤 호주나 뉴질랜드로 향하는 대양주 노선을 국내에서 적극적으로 판매 중이다. 심지어 광저우 경유 50만원대 특가항공권까지 내놓고 있다. 환승 대기시간이 8시간 이상, 48시간 이하면 무료 환승 호텔도 제공한다.

광저우 바이윈공항을 모항으로 하는 남방항공은 해외 직항노선도 대폭 늘리고 있다. 특히 남방항공은 세계 최대 항공사인 미국 아메리칸항공(AA)의 지분투자를 받아 그간 약점으로 지목됐던 미주 직항노선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시간만 있으면 중국 비자 발급부담 없이 중국 여행까지 덤으로 즐길 수 있는 셈이다.

직접 경쟁관계에 있는 중국 주요 공항의 환승경쟁력 강화로 직격탄을 맞은 인천공항은 지난해 제2여객터미널 개항 후 환승경쟁력이 오히려 약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터미널 개항과 함께 기존 터미널의 포화상태는 상당 부분 해소됐지만 대한항공과 같은 항공동맹체인 스카이팀에 속한 동방항공과 베트남항공 같은 주요 외항사가 차로 15분가량 떨어진 두 개의 터미널로 쪼개져 분산 배치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

국제선을 담당하는 인천공항과 국내선을 처리하는 김포공항과의 연결 문제도 2001년 개항 직후부터 줄곧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환승 전용 내항기가 도입됐지만 인천~부산, 인천~대구 노선에 그치고 시간대도 많지 않다. 인천~양양은 평창 동계올림픽 때 한시 운항에 그쳤고,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제주도의 경우 환승 전용 내항기조차 없다.

인천공항 2터미널 개항 후에는 인천공항의 최대 약점인 서울과의 접근성이 더 멀어지는 문제마저 발생했다. 지난해 2터미널 개항 후 공항버스 이용 시 서울과 인천공항 간 이동시간은 약 15~20분씩 더 소요되고 배차간격은 오히려 더 길어졌다. 지방 출발 인천공항 이용객들의 경우 지난해 9월 인천공항행 KTX가 수익이 안 난다는 이유로 폐지되면서 접근성이 더욱 악화됐다.

양대 국적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이 경영위기로 흔들리면서 오는 7월 인천~하바롭스크, 인천~사할린, 인천~델리, 10월 인천~시카고 등 비수익 노선이 차례로 운휴에 들어가는 등 허브공항의 핵심요건인 국제노선마저 줄어들 위기다.

제도 변경만으로도 추가 환승객 유인이 가능한 일반 환승객 무비자 입국 제도는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 24시간으로 시범운영된 후 그 효과를 인정받아 이듬해인 2013년 72시간으로 늘어났다. 하지만 그 이후로 6년째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72시간 무비자 환승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인천공항 환승 투어에 참가한 인원은 7만854명이다. 인천공항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시간을 늘릴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법무부 대변인실의 한 관계자는 “현재 체류기간 확대 등에 대해 별도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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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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