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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한한 제임스 울시 전 미국 CIA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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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559호] 2019.05.27

방한한 제임스 울시 전 미국 CIA 국장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아무리 작고 간단한 구조의 핵무기라도 서울 혹은 뉴욕 상공에서 터뜨린다면 넓은 범위의 전력망을 효과적으로 파괴할 수 있다. EMP(Electro Magnetic Pulse·전자기펄스) 공격을 받으면, 변압기부터 인공심장까지 전기로 움직이는 어떤 것도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우리의 목표는 북한이 어떤 종류의 핵무기도 갖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래야 한국이든 미국이든 EMP 공격을 당할 위험을 없앨 수 있다.”
   
   클린턴 행정부 때인 1993년부터 1995년까지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을 지낸 제임스 울시(77)는 지난 5월 16일 기자와 만나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핵무기를 모두 포기하는 것을 꺼린다. 핵무기를 부분적으로만 제한하려는 북한과 협상하는 것은 아주 끔찍한 발상”이라고 했다. 미국이 왜 FFVD(Final, Fully Verifed Denuclearization·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를 비핵화 협상의 조건으로 내놓았는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이 주최한 ‘국제지도자회의’ 행사 참석차 최근 방한한 그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만났다. 그는 미국 정부가 북한 폭격을 검토했던 1994년 한국에 비밀리에 입국해 김영삼 전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을 만나 북한이 우라늄을 농축하는 영변 지역에 제한폭격을 하겠다는 클린턴 행정부의 메시지를 전했던 사람이다.
   
   울시 전 국장은 “핵무기와 핵 탑재 미사일의 정확도가 어느 정도인지, 핵무기의 위력이 얼마나 강한지를 강조하는 각국 정부 당국들의 발표(statements)는 완전히 틀렸다”고 말했다. 핵무기는 전통적인 무기와 완전히 다르고, 아주 작은 폭탄만 있어도 EMP 효과를 통해 각국의 국가 전력망에 심대한 타격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방식의 파괴력 계측이 완전히 무의미하다는 설명이다. EMP 효과는 핵폭발에 의해 생기는 전자기 충격파로, 사람에게는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도 모든 통신망과 전력망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울시 전 국장은 자신이 이처럼 분석하는 이유에 대해 “매우 간단하고 작은 핵무기 하나만 있어도, SA-2 같은 작은 로켓, 심지어 기상 관측 기구를 통해서도 반경 30~50마일(48~80㎞) 범위에 EMP 공격이 가능하다”고 했다.
   
   “EMP는 국가 전력망을 눈 깜짝할 사이에 파괴할 수 있다. 1962년경 러시아는 이미 EMP의 위력에 대해 지상 실험을 했다. 이때 참관한 많은 전문가와 관계자들은 EMP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직접 보고 이해했다.”
   
   울시 전 국장은 “EMP에 대응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모든 핵무기를 포기시키는 것만이 해결책”이라고 했다. “한국이든 미국이든 EMP 공격을 하는 핵탄두를 직접 요격해 떨어뜨리는 건 효과적인 대응책이 아니다. 왜냐면 그때는 이미 핵탄두가 터진 뒤일 테니까. EMP 효과는 종말 단계 한참 전에 발휘된다.” 주한미군이 국내에 배치한 사드(THAAD)의 경우 미사일을 종말 단계에서 요격하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EMP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책이 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울시 전 국장은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의 미·북 정상회담 협상이 결렬된 뒤 최근 북한이 미사일(혹은 발사체)을 쏜 의도에 대해 “김정은은 그의 생애 동안 계속 힘을 갖기를 원할 것이고,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은 그것을 이루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그는 핵무기를 포기하는 것을 극도로 꺼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측과의 회담을 통해 핵무기를 효과적으로 제한할 수 없다고 확신했는지가 분명하진 않다”면서도 “어쨌든 트럼프는 회담을 계속 하는 게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하노이 회담장을) 떠났다”고 했다. 그는 “나도 회담에 수차례 참가해봤는데, 때로는 그냥 회담장을 박차고 나가야 할 때가 있다”고도 했다.
   
   
   “중국은 러시아보다 교묘하다”
   
   하노이에서의 협상이 결렬된 뒤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의 움직임은 점차 빨라지고 있다. 최근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초청으로 러시아에 가기도 했다. 울시 전 국장은 이에 대해 “러시아가 타국의 고위 정부 관리를 초대하는 것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라며 “나 역시 러시아의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 재임 시기에 초대를 받아 중요한 문제들을 논의한 적이 있다”고 했다.
   
   “러시아는 푸틴 집권 시기 이전에도 하나 이상의 협약을 파기한 적이 있고, 유럽에서 군 병력을 철수하기로 했던 협약을 취소한 적도 있다. 그러지 않기를 희망하지만, 러시아는 여태까지 많은 이웃 국가들, 이를테면 조지아(그루지야)나 크림반도에 진주하거나 점령한 적이 있다. 내 생각에 러시아는 이웃 국가들을 점령하려는 욕망을 갖고 있다. 특히 1980년대 이후에는 이웃을 삼키려는 욕망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좋지 않은 상황이다.” 울시 전 국장은 “러시아가 북한을 점령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도 “시간이 흐르면 이상한 일들이 생기기 마련”이라며 모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울시 전 국장은 최근 중국의 동향에 대해서는 “중국은 제국의 힘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러시아보다 교묘하다(subtle)”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 업체들이 미국 회사들과 기관들을 거액에 인수한 것이나 (시진핑) 주석이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는 점들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미국 대통령은 중국을 멈춰 세워야 한다”며 “최근에 있었던 (무역전쟁 관련) 트럼프 대통령의 필수 행정명령은 중국의 관심사가 무엇인지를 확인하는 데 상당한 도움을 줄 것”이라고 했다.
   
   울시 전 국장은 미국을 필두로 한 국제연합(UN)의 대북 경제봉쇄 효과에 대해 “나는 그게 체제 붕괴(regime collapse)를 불러오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그는 “나의 희망사항인 것이지 실제로 체제 붕괴가 일어날 거라고 예측하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붕괴됐으면 한다. 그들은 전체주의 살인자들(totalitarian killers)이다”라고 말했다.
   
   “나는 김정은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만일 그가 핵무기를 포기한다면 우리는 평화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수십 년 전 유럽 몇 개 국가에서는 평화로운 외교 정책이 성공한 경험이 있다. 이후 유럽은 전쟁이 발발할 위험이 있는 곳에서 평화로운 지역으로 여러 측면에서 상당히 변화했다.”
   
   울시 전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는 “그간 전체적으로 잘해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중국에 대해 강도 높은 요구들을 해온 것에 대해 “매우 잘한 일이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전통적인 대통령이 아니다. 그는 부동산 비즈니스맨이고 그가 활동해온 영역은 비전통적인 협상들이 이뤄지는 곳이다. 그가 쓴 책 ‘거래의 기술’을 보면 굉장히 창의적인 방법들이 들어 있다.”
   
   울시 전 국장은 교착 상태에 접어든 한반도 정세를 풀기 위해 한국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묻는 질문에는 “나는 각국의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제안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나는 평생 정보기관에서 일했고, 내가 가장 잘하는 건 사람들에게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인지, 역사적으로 어떤 일들이 문제가 되어왔고 실패했는지 각국의 정책을 분석하고 한국·미국 측의 이해를 돕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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