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유튜브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세대는 누구일까. 50대 이상이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분석업체 와이즈앱이 지난 4월 스마트폰 이용자의 이용 현황을 분석해본 결과다. 스마트폰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 앱은 카카오톡이나 네이버 같은 포털, 소셜미디어가 아니라 유튜브였는데 그중에서도 유튜브를 가장 많이 사용한 연령집단은 50대 이상이었다. 50대 이상 이용자가 한 달 동안 유튜브 앱을 사용한 시간을 모두 합하면 101억분이나 됐다.

50대 이상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다른 어떤 앱보다 유튜브를 많이 이용했다. 카카오톡 총 이용시간은 60억분, 포털사이트 네이버 이용시간은 39억분인 것과 비교해보면 유튜브 이용시간이 압도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1인당 평균 시청시간으로 따져봐도 상당하다. 50대 이상 이용자는 한 달간 1045분 동안 유튜브를 봤다. 18시간 정도 되는 셈이다. 젊은층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던 유튜브의 이용자 중 유독 50대 이상 인구가 많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유튜브를 많이 이용하는 이용자들에게 직접 물어봤다.

69세 황정희씨는 3년 전 처음으로 스마트폰을 샀다. 이전에는 PC를 다루는 것도 어려워 이메일을 보내는 데도 자녀의 도움이 필요하던 그였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구입하고 나서 “인생이 바뀌었다”고 했다.

“맨 처음에는 카카오톡으로 친구들과 소통하는 데서 재미를 붙였어요. 그러다가 친구들이 계속 링크를 보내줘서 유튜브를 보게 됐죠. 신세계가 거기 있더군요.”

황씨는 기자와의 대화 도중 계속해서 유튜브의 특정 영상을 본 적 있는지를 물어봤다. 그러고는 ‘왜 아직도 그 영상을 안 봤어’라는 시선으로 영상을 같이 관람하기를 권했다. 주로 정치평론가나 정치인 등이 출연해 정치 이슈에 대해 논하는 영상이었다.

“유튜브를 보면서 저는 정말 많이 배웠어요. 제가 모르던 세계가 이 안에 있더군요. 요즘은 일어나서 새 영상이 올라왔는지 확인하고 헬스장에 가서 영상을 보면서 자전거를 타다가 돌아와서 유튜브 틀어놓고 밥하는 게 일상이에요.”

그러면서 황정희씨는 스스로의 사회적 지위와 자의식이 향상된 것처럼 말했다.

“남편과도 술 한잔 하면서 정치 얘기를 해요. 의견이 같을 때도 있고 다를 때도 있는데 토론을 하다 보면 남편이 ‘당신 참 많이 똑똑해졌다’고 해요.”

황씨의 이야기는 50대 이상 유튜브 이용자들이라면 어느 정도 공감할 만한 이야기다. 유튜브를 보는 50대 이용자들에게 유튜브는 소셜미디어 이상의 역할을 한다. 세상을 새롭게 알고 이해하고 설명하는 매개체다.

개인화된 5070, 유튜브에 빠지다

오대영 가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가 연구한 바에 따르면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유튜브 이용자 중 정치나 뉴스 장르 영상을 보는 사람의 비중이 커진다. 젊은 이용자들은 문화·게임·미용 장르 같은 영상을 즐겨보지만 정치·뉴스 영상을 보는 사람 중에는 중년층 이상 장·노년층이 압도적으로 많다. 왜 이들은 뉴스를 TV가 아닌 유튜브로 볼까. 정선형씨의 연세대 정보대학원 석사학위 논문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정씨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유튜브로 정치 뉴스를 보는 사람들은 유튜브의 정치적 성향이 자신의 성향과 같다고 인식했다. 반면 TV 뉴스의 정치적 성향은 자신과 다르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보수적 이용자라면 유튜브 뉴스를 보수적, TV 뉴스는 진보적이라고 인식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게이트키퍼에 대한 불신은 이미 팽배한 상황이다. 게이트키퍼란 세상의 뉴스를 취사선택하는 뉴스 결정자를 일컫는 단어다. 어떤 사건을 뉴스로 다룰 것인지 결정하는 기자와 언론사 담당자를 말하는 것인데, 기존 언론에 대한 불신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전통적인 게이트키핑 자체를 믿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반면에 추천 알고리즘으로 구성된 유튜브의 개인화된 환경은 이용자의 지식배경이나 정치적 성향에 확신을 주는 역할을 했다.

한때는 팟캐스트가 전통 언론에 실망한 사람들의 목마름을 해결해줬다. 온라인으로 듣는 라디오라고 설명할 수 있는 팟캐스트는 그러나, 유튜브만큼 접근성이 좋지 않았다. 따로 애플리케이션을 깔아야 하고 앱마다 제공되는 콘텐츠가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유튜브는 다르다. 스마트폰을 사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기본 애플리케이션에서, 별다른 조작 없이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데다가 영상과 음성이 함께 제공되는 방식이라 누구나 어색함 없이 시청할 수 있었다.

서울 성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5년 넘게 경비원 일을 하는 72세 박금석(가명)씨는 원래 경비 일을 하면서 라디오를 즐겨 들었다고 한다.

“순찰 한 번 돌고 오면 라디오가 끝나 있거든요. 뉴스를 진득하게 듣고 있기도 힘들었어요. 그런데 유튜브는 꼭 시간에 맞춰 들을 필요가 없으니까 좋더라고요. 다 보고 나면 다음 동영상도 추천이 되고, 보기 싫으면 안 봐도 되고. 여기저기서 다양한 것들을 접할 수 있는 젊은 애들이 아니라 저희 같은 나이 많은 사람에게 오히려 더 맞는 것 같아요.”

‘나’ 중심의 개인화된 온라인 환경이 5070에게 더 적합할 수 있다는 사실은 새롭다. 큐레이션(추천)과 하이퍼링크로 연결되는 온라인 동영상과 텍스트는 젊은층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등학교 교사로 35년 일하다가 퇴직한 안규석씨는 나름의 분석을 내놓았다.

“오히려 나이가 들면 들수록 탐색하는 활동을 잘 못해요. 유튜브처럼 자신의 취향을 알아서 분석해 동영상을 가져다주는 서비스가 우리에게 더 맞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가만히 이 영상, 저 영상 보다가 보면 시간이 가는 줄 모르거든요.”

생각해보면 5070의 TV 시청 방식은 유튜브 시청 방식과 꼭 닮아 있다. 원하는 TV 프로그램을 찾아서 기다리다가 TV 앞에 앉아 보는 것이 아니라 리모컨을 들고 이리저리 탐색하다가 그럭저럭 마음에 드는 채널에 고정하는 방식이다. 특히 5070 여성들이 선호하는 일일드라마는 하루쯤 시청하지 않아도 이해하는 데 별 지장이 없는 줄거리로 만들어져 있다. 시청 시간과 장소가 고정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청하다가 TV 앞을 떠날 때도 많다는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 유튜브야말로 이런 산만하고 개별적인 시청 방식을 가지고 있는 5070에게 적합한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정보 격차는 옛말

그것만이라면 5070이 유튜브에 푹 빠지지 않았을 것이다. 유튜브를 보는 5070이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됐다” “비로소 깨달았다”는 말을 많이 쓴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기존의 언론과 사회에 불신을 가지고 있던 5070에게 유튜브는 숨겨진 정보를 얻는 방법이다.

태어날 때부터 ‘정보란 공개돼 있고 찾아낼 수 있는 것’으로, ‘나는 온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항상 연결돼 있다’고 생각하는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인 젊은 세대와는 다르다. ‘내’가 얻을 수 있는 정보란 정부나 언론사로부터 가공돼 적당히 걸러진 것으로만 알고 있던 5070에게 ‘내가 미처 몰랐던’ ‘숨겨져 있던’ 세계를 보여주는 유튜브는 늘 신선하고 놀라울 수밖에 없다.

이강진 용인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스마트폰을 주로 이용하는 70대 여성들에 대해 연구해봤다. 그 결과 이 교수가 얻어낸 결론 중 하나는 유튜브 같은 스마트폰 앱이 노인들의 소외감을 해소시켜준다는 점이다.

바로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정보 격차’는 사회적 문제로 지적받았다. 5070은 젊은층에 비해 훨씬 떨어지는 정보 접근성으로 사회의 일부분에서 밀려나는 듯한 소외감을 맛보았다. 그러나 유튜브는 이런 정보 격차 문제를 해결해준다. 유튜브를 보는 5070은 종종 자신의 지식을 뽐내기도 한다. 하루에 2시간 넘게 유튜브를 본다는 전직 공무원 정근혁씨가 그렇다.

“제가 유튜브를 열심히 보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식들도 모르는 내용을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유튜브를 보다 보면 세상의 거의 모든 것을 다룬다는 느낌을 받거든요. 그래서인지 자식들과의 대화도 좀 더 쉽게 되는 것 같아요. 방탄소년단이 누구인지도 압니다. 유튜브에서는 노래를 금방 찾아볼 수 있으니까요.”

예전이라면 TV 뉴스에서 방탄소년단에 대해 다루더라도 그들이 직접 출연하지 않는 이상 방탄소년단이 누구인지 짐작할 수조차 없었다. 자녀들에게 물어봐도 두루뭉술한 답이 돌아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유튜브는 자식들에게 의존하지 않아도 직접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친구들끼리도 모이면 유튜브 영상을 서로 보여주곤 합니다. 이제는 현재 벌어지는 일에 대해 얘기할 수 있어요.”

유튜브 이용자들은 거의 모두 자신이 좀 더 최신의,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혼자 있는 시간에는 대부분 유튜브를 틀어놓고 지낸다는 황정희씨는 “친구들에게는 일부러 보라고 설득하기도 한다”면서 “그렇게 같은 영상을 본 친구들과는 커피를 마시면서 토론을 하기도 하는데, 굉장히 재미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5070의 유튜브 이용 행태를 보면 ‘비판적 수용’이라는 부분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유튜브는 ‘프레이밍’, 즉 틀 짓기가 없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이용자의 취향을 분석해 그에 맞는 영상만을 추천하기 때문에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수집하는 확증편향에 빠지기 쉽다.

비판적 수용은 부족

문제는 기존 콘텐츠 제작자들은 공공성에 대한 책임의식이 있어 기계적으로나마 객관성을 추구하려는 데 비해 유튜브 콘텐츠 제작자들에게는 그러한 의식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결국 수용자가 모든 것을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유튜브 이용자들 모두가 그런 판단 능력을 갖추고 있을 리가 없다.

김미경 청운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유튜브는 플랫폼의 특성상 확증편향을 강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지적했다.

“유튜브를 보면서 새로운 정보를 얻는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자신의 생각과 맞는 영상을 골라 보는 것일 가능성이 높거든요. 그런 의식이 없다면 기존의 생각과 다름없는 정보를 ‘새 정보’로 인식하면서 계속해서 자신의 주장을 강화시키는 수단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알아듣기 쉽고 구어체로 제작하는 유튜브 영상의 특성상 정제되지 않은 정보가 생략된 논리 전개과정을 거쳐서 제공될 수도 있다. 특정 부분만 강조한 영상도 많고 제작자의 의도가 강하게 반영돼 있는 영상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를 수용하고 이해하는 이른바 리터러시(literacy) 교육을 받은 5070은 거의 없다. 5070의 유튜브 이용시간이 급격하게 늘고 있는 것을 단순히 문화·사회적 현상으로 방관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김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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