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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560호] 2019.06.03

꺾이고 뒤틀리고… 지하철 3호선은 괴롭다

▲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가좌마을에 내걸린 현수막. photo 이동훈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가좌마을은 일산신도시 속의 섬이다. 5000가구 가까운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서 있는데 일산신도시 중심지와는 미니 신도시 하나가 족히 들어설 만한 논밭으로 뚝 떨어져 있다. 요즘 가좌마을에는 지역구 현역 의원인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성토하는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다. 지난 20대 총선 때 3호선 ‘가좌마을역’을 신설해준다며 선거공보에까지 적시했는데 감감무소식이라서다. 1999년 민간 개발로 대단지 아파트를 조성할 때부터 들어온다고 20년째 소문만 무성했던 3호선이다.
   
   요즘 이곳 주민들의 불안은 더 커졌다. 국토부가 3기 신도시를 지정하면서 2기 신도시의 불만을 해소한다고 3호선을 파주 운정신도시(2기 신도시)까지 연장하기로 하면서다. 일산서구 대화역에서 끝나는 3호선을 파주 운정으로 방향을 돌리면 노선 설계상 가좌마을은 노선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대화역에서 가좌마을을 거쳐 운정으로 향하면 가뜩이나 굴곡이 심한 3호선이 급격히 꺾여야 한다. 지난 5월 23일 국토부가 발표한 ‘수도권 서북부 광역교통개선 구상(안)’에도 3호선은 가좌마을을 거치지 않고 운정으로 곧장 올라가는 것으로 돼 있다.
   
   정부가 또다시 서울지하철 3호선 연장을 만지작거리면서 안 그래도 굴곡이 심한 3호선의 모양이 다시 뒤틀릴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가 3호선 연장 카드를 꺼낸 것은 최근 3기 신도시 발표 후 홀대 논란이 고조된 파주 운정신도시(2기 신도시)의 불만을 해결하고, 3기 신도시로 지정된 하남 교산신도시의 교통망 확충을 위해서다. 국토부는 현재 서울 송파구 오금역과 고양시 일산서구 대화역에서 끝나는 3호선을 각각 10㎞, 7.6㎞가량 연장해 하남 교산신도시, 파주 운정신도시까지 이을 계획이다. 하남 교산신도시까지는 3개 역, 파주 운정신도시까지도 3개 역이 추가된다.
   
   
   운영 비효율, 2017년 514억원 적자
   
   하지만 3호선 추가 연장은 비용 대비 효과 면에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3호선은 1·2기 서울지하철(1~8호선)을 통틀어 가장 굴곡이 심하고 선형이 불량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3호선 양 끝을 추가 연장해본들 신도시에서 서울 도심으로 빠른 접근을 보장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다. 지금도 일산 대화역에서 서울 종로3가역까지는 1시간이 소요된다. 노선 추가 연장에는 대략 ㎞당 1000억원 내외가 들어간다. 국토부는 10㎞의 교산연장선에는 약 1조원, 7.6㎞ 운정연장선에는 약 8383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노태우 정부 때 성남 분당 등과 함께 1기 신도시로 조성된 일산의 가치를 가장 떨어뜨리는 요인도 3호선의 굴곡 선형이다. 당초 3호선은 차량기지가 있는 지축에서 통일로를 따라 교외선 벽제역까지 연장을 염두에 두고 방향을 잡았었다. 하지만 일산신도시 교통대책으로 일산선(지축~대화)을 신설하면서 지축에서 기존의 서울지하철 3호선과 직결시켰다. 지축에서 서북쪽으로 뻗어가려던 당초 구상이 서남 방향으로 크게 휘어져버린 것이다.
   
   일산선을 놓는 과정에서도 노선이 크게 변형됐다. 당초 계획은 지축에서 삼송을 거쳐 화정으로 직결하는 노선으로 설계됐다. 하지만 원당지구 등에서 지하철을 넣어달라는 요구가 빗발치면서, 삼송에서 원당을 경유한 뒤 크게 꺾어서 화정으로 들어가는 기형적인 모양이 됐다. 2015년에는 원당역에서 삼송역 사이에 원흥역까지 추가로 들어섰다. 기형적 선형에 정차역마저 추가되면서 일산선(3호선 일산구간)은 광역철도 기능에 크게 못 미쳐 외면받는 노선이 되어버렸다. 일산선은 코레일이 운영하는 광역철도 중 적자폭이 가장 크다. 2017년에만 514억원의 적자를 냈다.
   
   3호선의 굴곡선형은 남쪽도 마찬가지다. 1985년 3호선 개통 당시 양재에서 끝나는 노선을 수서지구 개발에 따라 수서역까지 연장하면서 강남구간 선형은 일산 쪽과 마찬가지로 크게 틀어져버렸다. 2010년 수서역에서 송파구 오금역까지 추가 연장된 3호선 강남 구간에는 지하철역 신설 요구로 지하철역이 불과 1㎞도 안 되는 거리에 촘촘히 들어서 있다. 빈번한 정차에 속도를 제대로 낼 수 없어 ‘마을버스’라는 소리를 듣는다. 추후에는 이 노선이 3기 신도시인 하남 교산까지 연장되는데 과연 도심까지 진입하는 데 속도 면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과거 3호선의 선형을 바로잡으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음성직 전 서울도시철도공사 사장에 따르면, 2000년 초 감사원은 서울시 등을 상대로 ‘수도권 지하철 전철의 연계운행 방안’을 감사한 후 3호선과 분당선을 직결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당시 건교부(현 국토부)에 주문하기도 했다. 3호선 압구정역과 분당선 강남구청역 간에 불과 1.64㎞의 선로를 추가해 3호선 선형을 곧게 펴는 획기적 아이디어였다. 당시 기획예산처(현 기획재정부)가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의뢰한 결과 비용 대비 편익이 무려 2.34가 나왔다.
   
   하지만 관련 기관들의 이해관계 충돌 끝에 기획예산처가 “일부 구간의 운행간격이 연장되고, 건물 밀집지역 관통 공사가 어렵다”는 등의 이유로 ‘추진보류’ 결론을 내리면서 유야무야되고 말았다. 철도평론가 한우진씨는 “2002년 3호선과 분당선을 직결하는 기존 아이디어에 몇 가지를 추가해 서울시 공모전에서 장려상을 받기도 했는데, 후속 사업은 없었다”고 말했다.
   
   
   급행열차 도입도 감감무소식
   
   3호선의 불합리한 선형을 바로잡을 길은 현재로서는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결국 선로 양 끝에 신도시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3호선의 경쟁력을 높이는 가장 현실적 방안은 급행열차 도입이다. 서울과 경기도를 넘나드는 1기 지하철(1·3·4호선) 중 급행열차가 없는 노선은 3호선밖에 없다. 1호선과 4호선은 서울 외곽 일부 구간에 급행열차가 이미 운행 중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인 2017년 7월,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수도권 통근시간이 평균 1시간36분에 달하는 등 수도권 교통혼잡 문제가 이제 국민의 가장 큰 걱정거리”라며 ‘수도권 전철 급행화 추진방안’을 내놨다. 여기에는 3호선 일산구간(지축~대화) 19.2㎞의 급행열차 도입 방안이 포함됐다. 3호선 일산구간(일산선)인 정발산역, 화정역, 원흥역에 대피선을 설치해 급행열차를 투입한다는 계획이었다.
   
   당초 계획은 2018년 하반기 예비타당성 조사에 착수해 2020년 상반기 설계와 착공을 하고, 2022년에 완공 및 개통을 한다는 계획이었다. 국토부 철도투자개발과의 한 관계자는 “당시 급행화 사업이 필요하다고 한 노선을 일괄 발표했고, 우선 여건이 좋고 사업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과천선(4호선 과천구간), 분당선에 대해 예비타당성 신청을 한 상태”라며 “일산선(3호선 일산구간)은 아직 보완할 부분이 있어 예타 신청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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