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소리(VOA) 방송이 보도한 북한 노동당 고위 장교 교육 목적 비밀 문건인 ‘강습제강’.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보도한 북한 노동당 고위 장교 교육 목적 비밀 문건인 ‘강습제강’.

지난 6월 18일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북한 노동당에서 고위 장교 교육 목적으로 제작한 비밀 문건 ‘강습제강’을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2018년 11월 작성되었다는 이 문건에는 “조선로동당의 전략적 선택에 따라 결정될 미국과의 핵 담판의 결과가 무엇이든 그것은 우리가 만난신고를 다 극복하면서 만들어낸 핵무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세계적인 핵전력 국가의 위상을 드높이는 최후의 결과를 얻기 위한 첫걸음”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이 문건의 내용이 맞다면 하노이회담을 2~3달 앞둔 김정은이 미국으로부터 핵보유국 지위를 얻기 위해 미·북 정상회담에 응했다는 얘기가 된다.

이 문건은 곧장 진위 여부 논란에 휩싸였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언론을 통해 북한의 모든 대외비 문건에는 표지에 ‘대내에 한함’ 등의 문구가 반드시 들어가야 하는데 이 ‘강습제강’ 문건에는 그렇지 않은 점, 군 장교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문건을 ‘노동당 출판사’에서 발간했다는 점 등이 문건을 신뢰하기 어렵게 한다고 밝혔다. 북한 내부 사정에 정통한 탈북자 A씨 역시 기자와의 통화에서 “해당 문건은 어느 탈북자가 ‘정의감’에 스스로 만든 것 같다”며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얻어내려 한다는 것은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내용인데 국내 언론에서 그렇게 쓰지 않으니 ‘내가 만들어서 알려야겠다’는 취지로 한 것 같다”고 했다.

김흥광 대표 4월에도 비슷한 내용 언급

다만 A씨는 “문건은 누군가가 만들어낸 것일지라도, 여러 경로를 통해 본 다른 문건과 비교해봤을 때 내용 자체는 사실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고 했다. 김정은이 하노이회담을 통해 노리려 했던 것이 핵보유국 지위가 맞는다는 분석이다. 앞서 NK지식인연대 김흥광 대표는 지난 4월 30일 미국에서 열린 헤리티지재단 주최 토론회에서 “하노이회담에 가기 전 김정은은 북한 고위간부들을 모아놓고 비밀리에 한 강연에서 우리가 힘들게 만들어놓은 세계적인 핵전략 국가는 어떤 어려움에도 끝까지 지키겠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내용 보면 진짜”

김 대표는 통화에서 “내가 그 사실을 파악한 문건과 며칠 전 알려진 ‘강습제강’의 내용이 매우 흡사하다”면서 “‘강습제강’의 문법 체계나 문서 형식 등을 보면 가짜일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군사 교육자료를 노동당에서 출판했다고 가짜라고 하는 건 무리한 주장이다. 노동당은 북한의 시작이자 끝인데 이상할 게 없다”고 했다. 김 대표는 “‘대내에 한함’이라는 문구도 보통 교육자료에는 써 있지 않은 경우도 많다”며 “비슷한 시기에 나온 군사 교육자료들과 비교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고 했다.

현재로선 ‘강습제강’ 문건 자체의 진위 여부를 명확히 가려내기는 어려워 보인다. 다만 탈북자 출신 인사들은 “북한이 핵보유국이 되고자 하는 야욕은 이미 사실에 가깝다”고 입을 모았다. 북한은 2012년 5월 헌법을 개정할 때부터 서문에 ‘불패의 정치사상강국, 핵보유국, 무적의 군사강국’이라는 내용을 추가했다. 또 2016년 5월 조선노동당 제7차 대회에서는 ‘핵무력·경제 병진 노선’에 대한 내용을 당 규약에 보충하기도 했다.

곽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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