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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564호] 2019.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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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케네스 배 “올해 북한 주민 300명 탈출 목표”

▲ 북한 노동교화소에서 735일을 보내고 풀려난 케네스 배 느헤미야글로벌이니셔티브 대표. 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어떤 사람은 같은 사건에서 다른 의미를 찾는다. 지난 6월 14일 ‘북한종교와신앙의자유국제연대’가 출범했다.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창립대회에 들렀다 반가운 얼굴을 봤다. 케네스 배(51) 선교사다.
   
   미국 국적의 그는 2012년 11월 북한에서 체포됐다. 당시 그는 중국에서 출발해 북한을 방문하는 선교여행팀을 인솔하던 중이었다. 실수로 들고 간 외장하드가 문제였다. 안에는 북한의 현실을 다룬 영상물들과 선교 관련 기록이 빼곡히 실려 있었다. 2013년 4월 국가전복음모죄로 노동교화형 15년형을 선고받았고 북한 노동교화소에 수용됐다. 미국 국적자로는 최초의 교화소행이었다.
   
   2014년 11월 9일 억류에서 풀려났다. 735일을 북한 정권을 전복하려 한 ‘범죄자’로 보낸 셈이다. 미국인으론 한국전쟁 이후 최장기간 억류였다.(이 기록은 김동철 목사가 경신했다. 김 목사는 952일간 억류됐다 지난해 풀려났다.) 2016년 한국에 정착한 케네스 배 선교사의 근황이 궁금했다. 지난 6월 24일 서울 신정동에 있는 느헤미야글로벌이니셔티브(NGI) 사무실에서 다시 만났다. NGI는 그가 설립한 국제 선교단체다.
   
   - 북에서 구출된 지 거의 5년이 되어간다. 그동안 어떤 게 가장 힘들었나. “가족의 회복이다. 1년간은 푹 쉬면서 가정을 돌봤다. 책(‘잊지 않았다’)도 썼다. 사실 가장 큰 고민은 미래였다.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나 고민이 컸다. 이제 난 무엇을 해야 할까. 어머니는 내가 평범하게 살길 원하셨다. 여행가이드 하면서 살라고 하셨다. 한국에 가겠다고 하니 가족들이 심하게 반대했다. ‘할 만큼 하지 않았냐, 왜 또 같은 길을 가려고 하냐’고 하더라.”
   
   - 그 일을 겪고도 왜 북한 문제에 천착하나. “선교사로서 북한 같은 나라가 세상에 남아 있는 걸 용납할 수 없다. 기독교 자체를 아예 접할 수도 없게 막아놨다. 지옥으로 가는 열차에 모든 주민을 태운 꼴 아니냐. 탈북자 문제도 마찬가지다. 기구한 사연이 너무 많다. 열아홉 살짜리 딸이 가족을 위해 스스로를 중국인에게 판다. 한국은 선진국 아닌가. 왜 한반도 한쪽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데 침묵하나. 오로지 생존을 위해 탈북해 떠도는 이들이라도 구해야 하지 않나.”
   
   - 그래서 북한 주민들 탈출을 돕고 있나. “내가 유명해져서 그런지 가족을 도와달라며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들을 외면할 수 없었다. 정보가 유입되거나 대량 탈북 사태가 일어나야 북한이 무너진다. 북한 자유화에 가장 기여하는 게 되도록 많은 사람을 데리고 나오는 거라고 본다. 돈만 있으면 북에서 빼내올 수 있더라.”
   
   - 지금까지 몇 명을 구출했나. “2017년 10월부터 시작해 89명을 구출했다. 올해는 300명이 목표다. 북에서 빼내오려면 1인당 총 1700만원에서 2000만원이 든다. 비공개 인원들이 현지 브로커와 함께 움직이는 거라 깎을 수도 없다. 전체 비용을 우리가 지불하진 않는다. NGI는 전체 과정 중 국경에서부터 한국까지의 이동을 책임진다. 우리 활동을 기준으로 하면 330만원만 있으면 한 사람을 북에서 탈출시킬 수 있다. 10억원이 있으면 300명을 구한다. 탈출을 기다리고 있는 대기자들 명단도 있다.”
   
   - 최근에 하고 있는 ‘100만인 기도서명운동’은 뭔가. “나의 석방을 위해 17만7300명이 백악관에 청원했다.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할 역할은 뭘까. 2500만 북한 주민을 위해 기도하자고 호소하기로 결심했다. 성경책을 보내는 운동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한 달에 한 번 조류의 흐름이 좋을 때 쌀과 편지, 성경책을 플라스틱통에 넣어 보낸다. 작년에 1300권을 보냈다. 강화도에서 점심때 보내면 6시간 후엔 황해도 앞바다에 도착한다. 이것을 예상하고 건지려고 기다리는 북한 사람들도 있다. 북한 700만가구에 성경을 1권씩 보내는 캠페인을 준비 중이다.”
   
   담담한 표정의 그를 보고 있으니 다른 장기 억류자들이 떠올랐다. 2010년에 억류됐다가 카터 대통령이 구출해온 아이잘론 곰즈는 2017년에 사망했다. 구출된 뒤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겪은 곰즈는 사망 당시엔 노숙자로 길거리를 떠돌고 있었다.
   
   2009년 억류됐던 로버트 박은 이후 정신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으며 트라우마와 싸워왔다.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에반 헌지커가 있다. 간첩 혐의로 3개월간 억류됐던 그는 미국으로 돌아오고 한 달 후 자살했다. 한반도에 다시 돌아와 공개적으로 북한 정권을 비판하는 이는 배 선교사밖에 없다. 그의 말이다.
   
   “석방되고 2년 후에 앨리스 후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한반도보좌관을 만났다. ‘막판까지도 못 데려오는 줄 알았다. 구출해온 게 기적’이라고 하더라. 출소한 이후 미 국무부, 상하원, 유엔을 돌며 북한 인권 실태를 증언했다. 나도 모르는 새 그런 역할을 하고 있더라. 북한이 바늘 도둑이었던 나를 소 도둑으로 만들었다.”
   
   - 교화소에서의 2년5일을 어떻게 견뎠나. “내겐 신앙이 있었다. 억류 3일째 추위에 떨며 심문을 기다리는데 갑자기 왼쪽 손에 온기가 퍼지더라. 주님의 음성이 들렸다. ‘성령이 너의 손을 붙잡고 계신다. 너는 혼자가 아니다. 네 염려를 내게 맡겨라.’ 억류 기간 내내 기도와 찬송을 멈추지 않았다. 교화소에선 밤 10시 전엔 못 자게 한다. 그런데 밤마다 정전이 되는 거다. 저녁 8시부터 2시간 동안 어두운데 가만히 앉아 있어야 했다. 그때마다 찬송가를 불렀다.”
   
   - 간수들이 뭐라 하지 않았나. “신기하다고 하더라. ‘당신이 믿는 예수가 누구길래 당신은 왜 행복해 보이냐’면서 묻더라. ‘예수는 어디 사는 사람이냐. 중국에 사나?’ 예수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는 거다.”
   
   - 북한 정권은 왜 기독교를 경계하나. “기독교도 유일신을 믿고 북한도 김일성 유일신을 믿는다. 하나님을 믿으면 김일성을 섬길 수가 없는 거다. 잡혀서 심문받을 때 조사관이 이런 말을 하더라. ‘예수 믿는 한 사람이 고아원을 만들면 백 명의 신자가 생긴다. 그런 식으로 사상이 변질되면 주체사상은 무너진다. 수령 숭배도 무너지면서 하나님 나라가 되는 거다.’”
   
   - 평양은 일제강점기 때 대표적인 기독교 부흥 지역 아니었나. “당시 평양은 동방의 예루살렘이라 불렸다. 북한에 수감되어 있는 동안 주체사상을 매일 공부해야 했다. 방송, 영화를 보고 노래도 들었다. 김일성 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전집은 두 번 읽었다. 성경 교리에서 좋은 건 다 골라서 짜깁기를 해놨더라. 단지 하나님 자리에 김일성을 올려놨을 뿐이다. 김일성 외할아버지가 기독교 장로 아니었나. 그 영향을 많이 받았을 거다. 예를 들면 성령·성부·성자의 삼위일체는 이렇게 변용했다. ‘아버지 수령님과 어머니인 당의 은덕으로 아들인 김정일이 우리를 지켜준다.’ 개신교에서 ‘셀(cell) 모임’이라는 걸 하지 않나. 이게 북한에선 ‘세포 조직’이 된 거다. 조직의 기본단위를 말한다. 탈북자들이 성경을 좀 공부하면 식상해한다. 다 아는 내용이라고 하더라.”
   
   - 그럼에도 북한에 지하교회가 있을까. “있다고 본다. ‘지하교회가 있냐’고 보위부에 대놓고 물어본 적이 있다. ‘지하교회 찾는 게 우리 일’이라고 하더라. 우리가 생각하는 교회는 아닐 거다. 여러 사람이 정기적으로 모여 예배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고난의 행군 시절 탈북해 중국에서 신앙을 갖고 북한으로 돌아간 후에도 하나님을 믿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배 선교사는 “2020년엔 평양에 가 살고 싶다”고 했다. 무슨 말일까. “짧게는 몇 년 사이에 북한에 큰 변화가 있으리라 본다. 역사적으로도 저런 정권이 오래간 적이 없다. 소련도 70년을 못 채우고 무너지지 않았나. 지난 고난의 행군 때는 북한 주민들이 몰라서 다 죽었지만, 이젠 안 그런다. 강한 제재가 계속되면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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