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란에 수출한 가디르급 소형 잠수함. 천안함을 어뢰로 공격한 것으로 알려진 연어급 잠수정의 이란 수출형이다.
북한이 이란에 수출한 가디르급 소형 잠수함. 천안함을 어뢰로 공격한 것으로 알려진 연어급 잠수정의 이란 수출형이다.

2010년 3월 천안함이 북한 연어급 잠수정의 어뢰 공격에 의해 폭침된 뒤 이란의 잠수함정 전력이 주목을 받았다. 북한의 연어급 잠수정이 ‘가디르 잠수함’이란 명칭으로 이란에 수출됐기 때문이다. 연어급은 길이 29m, 폭 2.75m, 수중 배수량 130t인 작은 잠수정이지만 533㎜ 어뢰발사관을 2문이나 장착하고 있다. 크기로 보면 잠수정이라 부르는 게 맞지만 이란은 이를 잠수함으로 분류해 운용하고 있다.

이란 해군은 이밖에 북한제 대동B급 반잠수정도 도입해 운용하고 있다. 북한은 수많은 대남 침투 경험을 토대로 반잠수정의 성능도 꾸준히 발전시켜왔다. 가자미급으로도 불리는 대동B급은 반잠수 시 60㎝ 정도만 물 위로 노출돼 탐지가 어렵다. 레이더에 잘 잡히지 않도록 스텔스 도료(페인트)도 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길이 12.5m로 물속 20m까지 잠수할 수 있고, 6~8명의 승조원을 태운다. 특히 324㎜ 경어뢰 발사관 2문을 장착해 공격능력도 갖추고 있다.

지난 6월 20일 이란이 호르무즈해협 인근에서 미국의 장거리 고고도 전략 무인정찰기인 ‘글로벌 호크’(해상감시형은 트리톤)를 격추한 뒤 북한-이란 커넥션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글로벌 호크를 우리 공군도 8월 이후 도입할 예정이고 이란과 가까운 북한도 다양한 대공미사일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SA-2, SA-5 등 구소련 구형 미사일들과 ‘북한판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KN-06 미사일 등이 글로벌 호크 격추 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에 글로벌 호크를 격추한 미사일은 당초 이란이 러시아로부터 도입한 S-300 계열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이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이란 국산 대공미사일인 코다드(Khordad)3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코다드3 미사일은 2014년 처음으로 공개됐다. 최대사거리는 75~100㎞ 이상, 최대 요격고도는 25~30㎞가량이다. 이란은 이 미사일 8발로 4개 표적을 동시에 요격하는 능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글로벌 호크가 미국의 대표적인 첨단 고고도 전략 무인정찰기이고 격추된 게 처음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호크 자체의 성능만 놓고 보면 격추하는 게 그리 어려운 건 아니다. 글로벌 호크는 기동성이 뛰어난 전투기가 아니라 오랫동안 하늘에 떠 있으면서 적진을 정찰하는 게 주된 목적이다. 이에 따라 속도도 느리고 기동성도 약하다.

글로벌 호크는 중고도 무인기(고도 13㎞ 이내)보다 훨씬 높은 18㎞ 안팎의 고도를 비행한다. 고고도에서 최대 32시간 이상 비행하며 30㎝ 크기의 물체를 식별할 수 있다. 최신형인 블록 40형은 첨단 능동형 전자주사식 레이더(AESA)를 장착해 오스트레일리아 대륙 면적에 가까운 최대 700만㎢의 면적을 탐지할 수 있다. 하지만 최대속도가 시속 629㎞(순항속도는 시속 575㎞)에 불과, 음속보다 느리다. 스텔스 성능도 없어 상대방 레이더에 쉽게 탐지된다는 게 약점이다.

이란은 대공미사일뿐 아니라 지대지 탄도·순항미사일, 무인기, 전투기, 전차 등 각종 국산 육해공 무기를 개발 보유해 세계적 수준의 국방과학 기술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란은 2011년 미국의 극비 스텔스 무인기인 RQ-170 ‘센티넬’을 확보했다. 그 뒤 이를 복제한 무인 공격기를 개발·양산해 미국 등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당시 이란이 레이더에도 잘 잡히지 않는 미국의 최신형 스텔스 무인기를 어떻게 확보했느냐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일각에선 무인기가 추락했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추락한 무인기치고는 너무 멀쩡했다. 때문에 이란이 고도로 암호화된 미국의 ‘센티넬’ 지령 코드를 해킹, 센티넬을 사실상 나포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란이 실제로 미국의 무인기 지령 코드를 해킹했다면 해킹 등 사이버전 수준도 상당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란은 1970년대 미국의 최강 함재 전투기였던 F-14 ‘톰캣’을 도입하면서 강력한 공대공미사일 ‘피닉스’도 함께 도입했었다. 1980년대 이후 미국의 지원이 끊기자 피닉스 미사일의 복제품도 개발, 2017년 공개했다.

열병식에 등장한 북한 대함 탄도미사일.
열병식에 등장한 북한 대함 탄도미사일.

이란의 대함 탄도미사일.
이란의 대함 탄도미사일.

대함 탄도미사일 커넥션 부각

전문가와 군 당국은 북한과 이란의 긴밀한 커넥션을 과거부터 주시하며 우려해왔다.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분야의 협력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1990년대부터 긴밀한 협력이 이뤄진 탄도미사일의 경우 신형 미사일 시험발사 정보를 교환하며 시간과 돈을 절약하기도 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기 어려운 상황이면 이란이 시험발사를 한 뒤 시험 결과를 북한에 알려주는 식이었다.

2017년 1월 이란이 코람샤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을 때 미 국방부는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 설계에 기초한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 일간지 빌트는 2005년 12월 북한의 무수단 미사일 18기가 ‘BM-25’라는 이름으로 이란에 수출됐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노동 미사일은 이란의 샤하브3 미사일과 모양이 매우 흡사하다. 미사일 전문가인 제프리 루이스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연구원은 “과거에는 북한에서 먼저 발견된 무기들이 나중에 이란에서 나타났는데 최근 몇 년 사이엔 이란에서 먼저 발견된 무기들이 이후 북한에서 나타나는 양상”이라며 “북한에서 이란을 향하던 기술이전이 그 반대가 됐을 것으로 의심된다”고 말했다.

북·이란 미사일 커넥션 중 군 당국이 최근 가장 주목하고 있는 것이 대함 탄도미사일(ASBM)이다. 대함 탄도미사일은 대함 순항미사일보다 속도가 훨씬 빨라 요격이 어렵다는 게 강점이다. 중국의 DF-21D 대함 탄도미사일은 ‘항모 킬러’로 불리며 미 항모 전단에 가장 위협적인 존재로 부상하고 있다.

이란은 사거리 300㎞ 이상의 해상 목표물을 타격하는 파테(Fateh)-110 대함 탄도미사일 개발에 성공했다. 이 미사일은 2012년쯤 북한으로 넘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2010년대 들어 KN-17이라 불리는 대함 탄도미사일을 몇 차례 시험발사했지만 실패했다. 그러다가 2017년 5월 북한의 대함 탄도미사일은 최고 고도 120여㎞, 비행거리 450여㎞를 기록하며 발사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이 미사일이 오차범위 7m에 불과한 놀라운 정확도를 기록했다고 주장했다. 열병식에 등장한 북 대함 탄도미사일은 스커드미사일 앞부분에 보조 조종날개를 단 형태로 이란의 대함 탄도미사일과 닮은 점이 많다. 군 소식통은 “북한의 대함 탄도미사일은 우리 함정들은 물론 미 항모 전단에도 위협이 되기 때문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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