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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차 미·북 협상은 ‘비핵화’ 모자 쓴 가면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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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565호] 2019.07.08

4차 미·북 협상은 ‘비핵화’ 모자 쓴 가면극

이교관  전략국가연구원 연구위원 

▲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회동한 남·북·미 정상. photo 뉴시스·AP
“역사는 금언(maxim)이 아닌 유추(analogy)에 의해서 가르친다.”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이 냉전 종식 직후인 1994년에 출간한 저서 ‘외교(Diplomacy)’에서 한 말이다. 어떤 외교 현안이든 똑같은 사례가 없는 만큼 주요 분야에서 축적된 과거와 현재의 역사를 통해 유추를 할 수 있어야 올바른 분석과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의미의 역사 유추를 필요로 하는 현안은 단연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열린 3차 미·북 정상회담과 사상 첫 남·북·미 정상회동이다. 지난 2월 28일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미·북 간엔 비핵화를 둘러싼 갈등이 지속돼왔다. 그런데도 트럼프와 김정은이 4개월 만에 판문점 군사분계선상에서 66년간의 정전체제를 일거에 무너뜨리기라도 할 듯 극적인 회동 장면을 연출한 것은 예사롭지 않다. 미·북이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뭔가 ‘불온한’ 타협을 시도한다는 느낌부터 준다. 트럼프가 협상 목표를 하향 조정하자 김정은이 그에게 내년 재선에 도움이 될 만한 ‘그림’을 만들어준 것이라는 의심이 드는 것이다. 이날 나온 미 뉴욕타임스의 ‘북핵동결설’ 보도도 이 같은 의심을 더욱 부추긴다.
   
   
   트럼프, 빅딜 철회했나
   
   만약 트럼프가 협상 목표를 조정했다면 그 방향은 다음 두 가지 중 하나일 개연성이 높다. 하나는 실제 핵동결이다. 미국이 북한에 핵시설 일부의 해체와 핵물질 생산 중단, 핵무기 해외 이전 금지 등을 전제로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해주는 대신 미 본토 전역을 사정권으로 하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생산 및 발사 능력을 완전 폐기시킨다는 데 북한과 합의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단계적 비핵화다. ‘모든 핵시설과 물질, 무기를 일괄 폐기한다’는 빅딜(big deal 또는 그랜드딜) 방안을 철회하고 북한이 요구해온 단계적 비핵화를 수용한다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하노이 정상회담은 파국으로 끝났다. 당시 김정은은 핵보유 의지를 보이면서 트럼프의 빅딜 방안을 거부했다. 대신 그는 트럼프에게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중단 약속을 준수하고 있는 데 대한 대가로 안보리 제재 해제를 요구했다. 그는 영변 핵시설의 일부 또는 전체를 폐기할 수 있다는 뉘앙스의 언급을 몇 차례 했다. 하지만 그것은 실제 그러겠다는 것이 아니라 제재 해제를 끌어내기 위한 ‘페인트 모션’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의 협상 전략은 철저하게 핵동결을 노린 것이었다. 트럼프는 하노이에서 이러한 김정은의 의중을 간파하고 격노해 회담장에서 걸어 나왔다. 하노이 회담의 파국은 이처럼 트럼프의 ‘빅딜 전략’과 김정은의 ‘핵동결 전략’이 충돌한 데서 기인한다. 그 후 북한은 ‘만대의 보검’인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도발을 재개했다. 5월 들어 신형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두 차례나 감행한 것이다. 이는 안보리 제재를 위반하는 도발이었다.
   
   하지만 트럼프는 참모들의 우려와 달리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별것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과 김정은의 관계가 좋다면서 다시 만나게 되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계속 보냈다. 그러나 북한은 응하지 않았다. 김정은은 대신 중·러와의 관계를 강화했다. 그는 지난 4월 25일 푸틴과의 블라디보스토크 회담에 이어 6월 20일 방북한 시진핑과의 5차 회담을 통해 핵동결을 위한 단계적 비핵화 방안에 대한 지지를 요청했다.
   
   
   기존 협상 국면과 배치되는 판문점 회담
   
   이런 상황에서 판문점 3차 미·북 정상회담이 개최되리라 예상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실제 판문점 정상회담까지의 과정을 보면 한 편의 비현실극을 보는 것 같다. 트럼프는 일본 오사카 G20 회의 폐막일인 6월 28일 ‘내일 방한하는데 판문점에서 김정은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트윗을 띄웠다. 이날 오후 북한은 뜻밖에도 트윗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6월 29일 방한한 트럼프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청와대 만찬 즈음 김정은과의 회동 가능성을 언급했고, 이날 오후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을 판문점에서 만나 남측 자유의집에서 3차 정상회담을 갖기로 합의했다.
   
   6월 30일 오후 판문점을 방문한 트럼프는 북측 판문각에서 다가온 김정은의 권유에 따라 국경을 넘어 판문각 앞까지 함께 걸었다. 이는 문 대통령에게서 받은 코치를 따른 것이기도 했다. 트럼프와 김정은은 판문각 앞에서 포즈를 취한 뒤 함께 분계선을 넘어 자유의집에 도착해 3시53분부터 53분간 3차 정상회담을 가졌다. 두 사람이 도착할 때와 김정은이 북측 지역으로 돌아갈 때 자유의집 앞에서는 문 대통령까지 합류한 남·북·미 정상회동까지 이루어졌다. 이 때문에 TV를 시청하던 사람들은 엄청난 ‘현상 변경’이 일어나기라도 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문제는 이런 흥분된 분위기에서 열린 판문점 미·북 정상회담이 미국의 빅딜론과 북한의 핵군축론이 맞서면서 정체되어온 그간의 협상 국면과 배치된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협상 목표를 핵동결이나 단계적 비핵화 중 하나로 조정하기로 하면서 김정은과 의기투합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는 5월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지켜보면서 자칫 빅딜 방안을 고집할 경우 북한이 핵실험과 대륙간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까지 재개할 가능성을 염려했을 수 있다. 그럴 경우 자신의 업적이라고 자랑했던 북한 문제가 재선 가능성을 집어삼킬 재앙으로 변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그를 덮쳤을 수 있다.
   
   동서양 외교사를 통틀어 들여다봐도 판문점 미·북 정상회담과 남·북·미 정상회동에 비교되는 사례는 없다. 키신저의 말대로 역사는 ‘맞춤형 요리책’이 아닌 것이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19세기 프로이센 군사전략가인 클라우제비츠가 서구 군주들이 행한 수많은 전쟁 연구를 통해 도출한 패러다임이 오히려 이번의 특이 사례 유추를 위한 좋은 틀이 될 수 있다. ‘전쟁은 국내 정치의 연장’이라는 패러다임이 바로 그것이다.
   
   클라우제비츠는 ‘전쟁론’에서 ‘전쟁은 힘을 통해 상대방으로 하여금 내가 원하는 것을 하도록 만드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북한과의 핵 협상이 결국 ‘전쟁’인 이유는 직접 관련된 남·북·미·중 간에 서로 유리한 협상 목표를 설정하려는 힘의 경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들의 협상 전략이 각자의 국내 정치 연장으로서 수립하고 조정된다는 것이다. 어떤 나라의 정치권력이든지 자신들이 보유한 힘의 크기와 국민의 의사를 불문하고 전쟁에서 목표를 달성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한·미·중 세 나라 정부가 각자의 국내 정치적 상황에 따라 북한과의 핵 협상 목표를 어떻게 조정해 정치권력을 유지하려고 하는지를 비교 분석해야 한다. 이들 세 나라는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로 인해 역내에서 국내 정치적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나라들이다.
   
   먼저 미국의 현 국내 정치 상황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계층별 소득구조에 대한 파악이 우선되어야 한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정치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2013년 출간된 그의 저서 ‘21세기 자본’에서 2010년 전후 미국의 소득 상위 1%가 미국의 국민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3%까지 달했는데 이는 1929년 대공황 당시와 같다고 지적한다. 소득 상위 10%의 비중이 50%를 넘은 것도 그때와 비슷하다. 문제는 이렇게 악화하고 있는 양극화 구조가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도 변화가 없다는 데 있다. 최근 그가 자랑하는 3%대 경제성장률 달성도 전혀 영향을 못 미친다. 현재 미국 국민의 과반수가 더 이상 해외에서의 군사적 대외 개입에 반대하고 있는 것은 이 같은 경제 상황에서 비롯된다. 지난해 말 트럼프가 시리아와 아프간 철군을 선언함으로써 미국의 대(大)전략이 자유주의 패권 전략에서 미국 국익 우선주의로 이행한 것은 이 때문이다.
   
   
▲ 지난 7월 1일 몽골 울란바토르 칭기즈칸 국제공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존 볼턴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 photo 뉴시스

   재선 노리는 트럼프의 딜레마
   
   이런 상황에서 내년 하반기 대선에서 재선을 목표로 하고 있는 트럼프가 김정은을 상대로 빅딜 방안을 고수하기는 어렵다. 그랬다가는 김정은이 또다시 핵실험과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재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트럼프는 항모와 전략폭격기 등 큰 비용이 드는 전략 자산을 한반도로 전개해야 한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가면 미 유권자들은 자신들의 복지에 투입되어야 할 아까운 달러가 북한의 도발을 막는 데 낭비된다는 불만을 가지게 될 것이고, 이는 그의 재선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그런 만큼 트럼프로서는 재선을 위해 어떻게든 이 같은 시나리오는 피해야 한다. 따라서 북한과의 핵 협상에서 트럼프가 취할 수 있는 최고의 재선 전략은 김정은이 도발을 재개하지 않도록 제재 일부 해제와 완화를 통해 다독이고 협상 목표를 빅딜에서 김정은이 원하는 단계적 비핵화로 조정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럴 경우 트럼프와 김정은은 ‘윈-윈’ 할 수 있다. 트럼프는 미 유권자들에게 자신을 재선시켜주면 임기 8년 간 북한이 단계적으로 핵시설 폐기와 핵물질 생산 중단, 핵무기 폐기 등을 해나가게끔 만듦으로써 북한의 핵탄도미사일 위협 제거에 성공할 수 있다고 홍보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은 김정은이 거두게 될 승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김정은의 경우 단계적 비핵화 과정에서 끝없는 살라미 전술을 통해 최소한의 핵시설 폐기와 핵물질 생산 중단 등만 내주고 경제개발 자금 지원과 미·북 평화협정을 통한 주한미군 지위 변경 또는 철수 등을 달성하는 데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물론 미국도 이 같은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김정은이 빅딜을 거부하고 하노이 회담 이후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 등의 도발을 재개하고 있는 상황에서 달리 해결 방법이 없다는 데 트럼프의 고민이 있다. 경제 제재도 김정은의 무릎을 꿇리지 못한다. 중국이 막후 지원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트럼프는 부의 양극화 심화로 고통받는 국민을 외면하고 막대한 재정이 소요되는 군사적 공격 카드를 선택할 수도 없다.
   
   지난 6월 30일 뉴욕타임스의 핵동결설 보도는 이 같은 배경에서 설득력을 갖는다. 외교안보 베테랑 저널리스트로 평가받는 데이비드 생어 기자는 이 날 보도에서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한과의 핵 협상을 놓고 핵동결 수준에서 타협할 수 있는 안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대북 강경파인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즉각 ‘완벽한 추측’이라며 부인했다. 하지만 다음날 이 신문은 추가 보도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일부 고위 관료들 간에 핵시설 폐쇄를 통한 핵물질의 추가 생산을 막으면서도 핵무기는 놔두는 ‘점진적 접근법’을 북한과 협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 보도는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이 접근법 쪽에 열려 있다’고 덧붙였다. 그의 직계인 비건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가 최근 제기한 ‘동시적·병진적 해결’도 점진적 접근법의 또 다른 이름으로 보인다. 이 방안은 6·12 1차 정상회담 때 합의한 ‘미·북 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북한의 비핵화’를 동시적으로, 병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 의제가 북한이 핵동결 목표를 관철하기 위해 면밀하게 계산해서 제기했던 것들이라는 데 있다.
   
   
   볼턴이 협상 라인에서 배제된 의미
   
   리비아식 모델인 ‘선폐기 후 보상’을 주장해온 볼턴이 협상 라인에서 배제된 것도 이들 보도가 진실일 수 있다는 것을 뒷받침한다. 트럼프는 김정은과의 판문점 회담에 폼페이오만 배석시켰다. 하노이 때까지만 해도 회담에 참석했던 볼턴이 협상에서 완전히 배제된 것은 트럼프가 협상 목표를 핵동결로 조정한 데서 말미암았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미국이 북한의 핵동결을 수용하기로 한 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불량국가 독재 정권들의 위협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온 볼턴에겐 굴욕이다. 이 점에서 뉴욕타임스의 ‘딥스롯(deep throat)’이 볼턴일 개연성도 적지 않다. 폼페이오와 국무부가 주도했던 1·2차 정상회담 준비 과정에서도 여러 차례 협상 정보 누출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국무부는 공공연히 볼턴을 누출자로 지목했다.
   
   시진핑이 G20 정상회의 직전인 6월20~21일 방북한 목적도 북한의 핵 문제가 중국의 국내 정치에 불리하게 돌아가지 않도록 관리하는 데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방북 기간 중 비핵화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강조했는데 그것은 단계적 비핵화 방안으로 미국과 타협하라는 의미로 읽힌다. 그는 비핵화에 따른 북한의 안보 불안은 한반도 평화협정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중국부터 북한의 안보를 지원하겠다고 그는 덧붙였다.
   
   시진핑이 북한의 비핵화를 촉구하는 데는 자신의 국내 정치적 기반을 공고히 하기 위한 목적이 숨어 있다. 북한의 비핵화가 완전히 무산돼 일본과 한국이 핵무장에 나서게 될 경우 이는 중국이 역내 패권을 잡기 위해 내해(內海)화하고 있는 남중국해 주변 국가들의 핵도미노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이 현실화하면 중국은 패권 확보에 실패할 수 있다. 미 중국 전문가 아론 L. 프리드버그는 저서 ‘패권을 향한 결전’에서 중국의 역내 패권 도전은 공산당의 지배 체제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문제는 시진핑이 북한의 핵보유로 인해 중국의 패권 확보에 실패할 경우 자신의 장기 집권에 대한 구상이 흔들릴까 우려한다는 것이다. 그가 핵동결이 됐든 단계적 비핵화가 됐든 일단 북한이 비핵화에 착수하게 만들고자 하는 것은 이 때문일 수 있다.
   
   물론 시진핑이 단계적 비핵화가 핵동결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그가 단계적 비핵화를 촉구하는 데는 다음과 같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즉 북한으로 하여금 현재와 미래 핵능력의 일정 수준을 폐기하게끔 만든다면 북한의 비핵화는 사실상 이루어졌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만약 역내 국가들 간에 그 같은 평가가 나올 수 있다면 북한발 핵도미노를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 시진핑의 기대일 수 있다.
   
   
   북한발 핵도미노 차단이 시진핑의 목표
   
   문재인 정부도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국내 정치의 연장으로 다루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무엇보다 정부가 ‘판문점 미·북 정상회담 개최가 미·북 간 적대 관계 청산의 증거’라고까지 평가하는 것은 ‘왜곡’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비등하다. 정부가 첫 남·북·미 3자 정상회동과 북한 땅을 밟은 최초의 미국 대통령 등 한반도의 냉전 상태와 괴리된 파편적 이미지만을 마치 북한의 비핵화가 달성된 증거인 것처럼 홍보하는 것 자체가 북핵 문제를 국내 정치의 연장에서 다루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 같은 유추를 통해 분석해 보면 한·미·중 3국 모두 협상 목표를 핵동결로 후퇴시켰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는 ‘북한 비핵화’를 내세우지만 속내는 결국 핵동결을 용인하는 선까지 물러서 있는 셈이다. 어찌 보면 비핵화 모자를 쓴 가면극이 벌어지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한다면 북한의 비핵화는 정말 불가능해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이젠 북한의 비핵화보다는 북한이 ‘단계적 비핵화’랍시고 온갖 살라미 전술을 구사해가면서 미국과의 평화협정 체결을 통해 주한미군 지위 변경 또는 철수 등의 성과를 이끌어내려 할 경우 이를 어떻게 저지하느냐는 것이 더 중요한 과제가 돼버렸다. 과연 우리는 한·미 동맹을 공고히 함으로써 김정은의 기만전술을 막아낼 수 있을 것인가. 여기서 실패할 경우 미국의 역내 철수가 가속화하면서 중·북·러 전체주의 3각 동맹 체제에 의한 역내 비자유주의 질서가 본격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일본이 비자유주의 진영으로 한국을 떠넘기면서 중국과의 패권 쟁탈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일본의 경제 제재는 이 같은 패권 전략의 서막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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