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7월 24일 첫 공개한 신형 잠수함. 대형 함교에 3발가량의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함교의 SLBM들이 탑재되는 부분은 보안 등의 이유로 모자이크 처리해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 ⓒphoto 조선중앙TV
북한이 7월 24일 첫 공개한 신형 잠수함. 대형 함교에 3발가량의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함교의 SLBM들이 탑재되는 부분은 보안 등의 이유로 모자이크 처리해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 ⓒphoto 조선중앙TV

지난 7월 23일 오후 북한 조선중앙TV는 신형 잠수함을 김정은이 시찰한 사진과 동영상을 공개했다. 동영상에는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 탑재되는 잠수함의 함교(艦橋) 부분 등이 비교적 명확하게 나타나 있었다. 앞서 조선중앙통신은 3장의 신형 잠수함 사진을 공개했었는데 여기엔 포함되지 않았던 부분이었다. 3장의 사진들은 함정 뒤쪽과 아래쪽만 나와 있어 잠수함의 전체 형태를 가늠하기 힘들었다.

‘고철’로 사들인 구소련 골프급 잠수함과 유사

북한이 추가 공개한 영상을 통해 드러난 신형 잠수함의 모습은 구소련의 골프급 SLBM 잠수함과 유사해 그 개조형으로 보인다는 평가가 나왔다. 골프급의 가장 큰 특징은 함교가 여느 잠수함보다 크고 길다는 것이다. 골프급은 195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구소련이 실전 배치했던 구형 재래식 잠수함이다. 길이 98.9m, 수중배수량 3500t급으로, 함교에 SLBM 3발을 탑재했다. 미 CNN 기자도 북한의 새 잠수함이 구형 잠수함을 개조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미국 정부가 평가한다고 밝혔다.

북한을 19차례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 윌 리플리 기자는 지난 7월 23일 트위터 글에서 “김정은의 사진에서 보이는 북 잠수함에 대한 미국의 평가는 미국이 1년 이상 알고 있던, 개조한 구형 잠수함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평가에 관해 직접 알고 있는 미 정부 고위 관리가 CNN 바바라 스타에게 말했다”고 밝혔다. 바바라 스타는 CNN 국방부 출입기자다. 여기서 구형 잠수함은 구소련의 골프급을 지칭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7월 23일 “김정은 동지께서 새로 건조한 잠수함을 돌아보셨다”며 “잠수함을 돌아보시며 함의 작전전술적 제원과 무기 전투체계들을 구체적으로 요해(파악)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이어 “건조된 잠수함은 동해 작전수역에서 임무를 수행하게 되며 작전배치를 앞두고 있다”고 밝혀 실전배치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그러면 북한이 첫 공개한 신형 잠수함의 성능은 어느 정도이고 북한 주장처럼 실제 실전배치가 임박한 것일까? 우선 북한 신형 잠수함은 기존 신포급(고래급) SLBM 잠수함보다 훨씬 커 3000t급일 것으로 추정된다. 제임스마틴 비확산연구소의 데이브 시멀러 선임연구원은 미 CNN에 이번에 공개된 잠수함이 2016년 8월 SLBM 시험발사 때 사용된 잠수함(신포급)보다 훨씬 크다고 지적했다. 신포급은 2000t급으로 함교에 SLBM 1발을 탑재한다.

3000t급 잠수함 건조 정황은 수년 전부터 함경북도 신포 조선소에서 지속적으로 포착됐었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36노스는 대형 원형구조물 등이 조선소 건물 외부에 쌓여 있는 모습 등을 찍은 위성사진을 입수, 북한이 신포급보다 큰 잠수함을 건조 중일 가능성을 제기해왔다. 이번에 그 실체가 처음으로 확인된 셈이다.

북한과 러 골프급 잠수함과의 인연은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러시아는 1994년 골프 Ⅱ급 잠수함 10척과 폭스트롯급 잠수함 4척을 ‘고철’로 북한에 판매하려고 했다. 구소련 붕괴 이후 경제난으로 잠수함들이 대거 퇴역한 데 따른 것이었다. 하지만 러시아의 ‘고철 잠수함’ 북한 판매는 서방국가의 비난 때문에 그 수가 크게 줄었다. 러시아는 결국 골프급 잠수함 1척만 북한에 넘겼다. 당시 러시아와 북한의 ‘고철 잠수함’ 거래는 일본 중개상을 통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고철’로 도입했지만 이를 폐기하지 않았다. 당시 북한에 인도된 잠수함은 사격통제장치는 빠졌지만 SLBM 미사일 발사관은 제거되지 않은 상태였다. 선체도 20년 이상 더 사용할 수 있을 정도의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이 골프급을 집중적으로 연구해 함교에 SLBM 1발을 탑재하는 신포급을 건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다 이번에 골프급을 개조한 것으로 추정되는 신형 잠수함을 공개한 것이다.

미 본토 타격 뒤 복귀 가능할 듯

신형 잠수함에 탑재될 SLBM은 일단 신포급과 같은 북극성-1형 고체연료 SLBM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북극성-1형은 지난 2016년 8월 시험발사에 성공했다. 당시 북극성-1형은 고각(高角)발사로 500여㎞를 날아갔다. 정상비행을 할 경우 최대 1500~2000㎞를 비행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북한은 북극성-1형보다 사거리가 긴 북극성-3형을 개발 중이지만 개념도만 공개됐을 뿐 아직 시험발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북극성-3형의 개발이 끝나면 신형 잠수함에 탑재될 가능성이 크다. 북극성-3형의 최대사거리는 2500㎞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앞으로 북극성-3형을 탑재할 경우 북 신형 잠수함은 미 본토에서 보다 멀리 떨어진 비교적 안전한 해역에서 미 본토나 하와이를 타격할 수 있게 된다.

북 신형 잠수함은 선체가 커져 기존 북 잠수함에 비해 항속거리도 길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핵심은 이 잠수함이 SLBM으로 미 본토를 타격하고 북한으로 복귀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느냐다. 북한에서 미 본토 서해안까지의 거리는 대략 1만㎞ 안팎이다. 북 신형 잠수함의 모델로 알려진 골프급의 항속 거리는 1만7600㎞에 달한다. SLBM의 사거리가 1500~2000㎞(북극성-1형) 정도라면 북한을 출발해 미 본토에서 1500~2000㎞ 떨어진 곳에서 타격을 한 뒤 복귀할 수 있는 수준이다. 잠수함장 출신인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대외협력국장은 “북 신형 잠수함은 재보급 없이 하와이 인근은 물론 미 본토에서 2000㎞쯤 떨어진 곳까지 가 미사일을 쏜 뒤 다시 북한으로 복귀할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북 잠수함은 수중 항해를 하다 하루에 한 번 정도 디젤전지 충전용 발전기 가동을 위해 물 위로 떠오르는 스노클링 항해를 하며 이동할 수 있다. 스노클링을 위해 잠수함이 부상하는 순간 대잠수함 항공기 등에 탐지될 수 있기 때문에 취약하다. 하지만 스노클링은 보통 감시가 취약한 심야에 망망대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탐지가 매우 어렵다고 한다. 북 잠수함이 AIP(공기불요장치)를 갖추고 있다면 1주일에 한 번 정도만 물 위로 떠오르면 되지만 AIP까지 갖췄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북한은 실전 배치가 임박한 것처럼 발표했지만 북 신형 잠수함의 건조가 아직 완전히 끝나지 않았으며 실전 배치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도 나오고 있다. 조셉 버뮤데즈 미 CSIS 선임연구원은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잠수함의) 실전 배치를 위해서는 (시험 단계에만) 1~3년이 소요된다”며 “북한이 탄도미사일 잠수함을 새로 건조했다고 해도 즉각적 위험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문근식 KODEF 국장도 “북 잠수함 선체 외부에 여러 구조물들이 붙어 있는데 이는 아직 건조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연말쯤에야 제대로 진수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건조가 끝나지 않은 잠수함을 공개한 데 대해 그만큼 비핵화 협상을 위한 대미 압박 메시지가 급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아무튼 북한이 이 신형 잠수함을 실전배치할 경우 북한은 초강대국이나 보유한 3대 핵전력 중에서 2개나 보유하게 되는 것이다. 3대 핵전력은 ICBM과 SLBM, 전략폭격기 등을 의미한다. 군 당국과 전문가들은 북한이 궁극적으로 핵추진 잠수함도 보유하려 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보고 있다. 수년 전부터 핵추진 잠수함 건조설이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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