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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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창적인 콘텐츠가 있어야 합니다. 다른 기성언론의 콘텐츠를 짜깁기하거나 논평하는 식으로는 한계가 있어요. 한마디로 ‘단독’이 있어야 합니다.”

지난 7월 24일 경기 고양시 향동동의 사무실에서 신인균(52)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를 만났다.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부설 한반도전략문제연구소 부소장인 그는 군사·안보 전문가로 유명하다. 자주국방네트워크라는 이름의 밀리터리 커뮤니티도 운영해왔다.

신 대표는 현재 구독자 약 44만명(7월 24일 기준)의 유튜브 채널인 ‘신인균의 국방TV’를 운영하고 있다. 구독자 약 12만명의 유튜브 채널 ‘신인균의 군사TV’ 역시 그가 운영하는 채널이다. 지난해 10월 유튜브 방송을 시작한 그는 업계에서는 비교적 후발주자로 꼽힌다. 하지만 방송 시작 9개월 만인 현재, 두 채널을 합쳐 60만명 가까운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짧은 기간 동안 수십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하며 무섭게 치고 올라온 비결은 무엇일까. 신 대표는 “우리 독자들은 기성언론에 나왔던 정보를 원치 않는다”며 “무언가 여기에만 있는 정보를 원한다”고 했다.

“군사 지식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게 많습니다. 저는 정치학을 전공한 정치학자이기 때문에 방위산업의 움직임, 무기의 이동을 봅니다. 이런 걸 보면 국제정치의 틀이 보이고 국방정책이 보입니다. 전쟁이란 건 결국 정치의 끝단이니까요.”

신 대표의 ‘국방TV’는 기성언론에서 말하는 소위 ‘단독’을 연거푸 터뜨려왔다. 대표적 사례가 최근 발생한 ‘북한 목선 사태’에 대한 국방부 설명이 거짓이라는 점을 제일 먼저 밝혀낸 것이다. 국방부는 처음 목선이 발견됐을 때 북한 목선이 표류해왔다고 했는데, 신 대표는 “여름인 지금은 동해안 해류가 남에서 북으로 올라가는 시기”라며 반박했다. 당시 “파고가 높아 목선 발견이 늦었다”는 국방부의 해명에 대해서도 신 대표는 당시 기상청 자료를 분석해 거짓임을 밝혀냈다. 이후 관련 제보가 이어지면서 신 대표는 북한 목선 사태의 담당 부대인 23사단 소속 병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 지상작전사령관이 음주 회식했다는 사실 등을 제보받아 단독으로 방영했다. 그는 쉴 새 없는 단독의 비결로 “남들이 살펴보지 않는 걸 살펴보는 것”이라고 했다.

다른 곳에는 없는 새로운 소식을 소개하기 위해서 신 대표는 어떻게 정보를 수집할까. 첫째가 ‘부지런함’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와 2명의 직원은 전 세계 정치·안보 관련 뉴스를 매일 섭렵한다. 전 세계 미군 동향, 방산뉴스 등을 중점적으로 본다. 과테말라·아르헨티나 뉴스, 미군 트위터까지 검색해 분석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저는 없는 이야기를 지어내지 않습니다. 몇 년도 국감에 보고된 내용, 혹은 어느 신문, 어느 방송사에서 보도한 내용인지 등 자료를 제시하고 그에 대한 평론을 합니다.”

까다롭게 주제를 선정하다 보니 무엇을 방송할지 정하는 아이템 회의에만 2~3시간이 걸리고, 자료를 바탕으로 PPT를 만드는 데에는 3~4시간이 걸린다. 정리된 PPT를 바로 방송할 수 있게 신 대표가 정리를 하고 이해를 하는 데 다시 30분, 촬영과 편집에 1시간 이상이 걸린다. 이러다 보니 콘텐츠 하나를 만드는 데 평균 9시간 정도가 걸린다는 것이 신 대표의 설명이다.

다만 단독을 좇으려 앞서가다 보니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유통한 경우도 종종 있었던 게 사실이다. 신 대표는 “자극적인 이야기가 단기적으로 조회수에는 도움이 되지만 장기적으로 좋지 않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신 대표가 올리는 영상의 특징은 콘텐츠들의 길이가 20분 안팎으로 상당히 길다는 점이다. ‘국방TV’의 영상 중에는 조회수 130만이 넘는 영상이 여럿이다. 조회수가 월등한 ‘인기 콘텐츠’의 경우 길이가 30분 안팎인 장편 영상들도 꽤 있다. “영상 콘텐츠는 짧고 간결해야 한다”는 통념과는 정면으로 배치된다. 신 대표에게 이유를 물었다.

“흔히들 유튜브에서 먹히는 콘텐츠는 5~7분 내외로 시간이 짧아야 한다고들 얘기합니다. 하지만 제 콘텐츠들은 30분 안팎의 영상들이 가장 인기가 많습니다. 많은 구독자분들이 짧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하십니다. 하지만 제가 해본 결과 양날의 검이었습니다. 짧으면 깊이가 얕아질 수밖에 없어요.”

30분 길이 영상이 조회수 130만

신 대표는 “내 유튜브 채널은 깊이로 승부한다”며 “풍자가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깊이 있는 안보에 대한 지식을 심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로 그는 “15분 이하의 짧은 콘텐츠를 실험적으로 시도해본 결과 조회수가 오히려 낮아지는 현상을 겪었다”고 했다.

신 대표는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이후부터 지상파와 종편에 출연해 군사·안보 관련 해설을 했다. 아무데나 틀면 나온다고 해서 한때 ‘수도꼭지’라고 불리기도 했다. 그는 유튜브 출연 이후 달라진 주위의 반응에 대해 “예전에는 ‘TV에 나오는 사람이다’ 정도였다면, 지금은 팬클럽 비슷하게 저를 알아보고 좋아해주신다”며 “저를 좋아해주시는 분들의 기대에 어긋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고 스스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 여론을 형성하고 주도하는 것을 느낄 때 가장 보람이 있다”고 했다.

신 대표가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그간 출연한 방송에서 대부분 섭외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뀌면서 보수 성향인 그의 운신 폭은 갈수록 좁아졌다. 그는 “사실 유튜브를 방송에서 실패한 패배자의 공간으로 생각했다”며 “그래서 권유가 많았는데 한동안 유튜브 방송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10년 이상 방송에 출연하면서 장비를 보는 눈이 상당히 높아져 있었던 것도 유튜브 방송을 쉽게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는 “친구들의 권유로 작은 오피스텔에서 처음 유튜브 방송을 시작했다”며 “콘텐츠가 중요하지 방송장비나 인테리어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그때 절감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군사·안보 평론가로 유명하지만 군사 분야에 조예가 깊은 일부 ‘밀리터리 매니아’들에게는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한다. 그는 스스로 이 점에 대해 인정했다. “기본적으로 유명한 ‘밀덕(밀리터리 덕후)’들이 저보다 더 실력이 좋습니다. 저는 밀덕계에선 ‘중상’ 정도죠. 이 분야에는 숨은 고수들이 많습니다. 저의 장점은 정치학과 접목을 시킨다는 점이죠. 제 군사TV도 매니아들을 대상으로 한 게 아닙니다. 일반 국민들이 무기에 대해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게 하는 정도죠. 다만 그분들은 자기가 아는 분야만 잘 알고, 저는 다양한 분야를 폭넓게 다룬다는 게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전달력 측면에서도 장점이 있고요.”

신 대표의 고향은 경남 양산이다. 그는 지난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경선에 나서기도 했다. 당시 9명이 나선 경선에서 최종 2인까지 올랐지만 최종후보로 선정되지는 못했다. 최종 선정된 다른 후보는 민주당 서형수 의원(양산을)에게 밀려 낙선했다.

“최근에도 지역에서 출마 제의가 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이 제일 좋아요. 제가 당시에 출마했던 건, 방송 출연만으로는 도저히 국방·안보 분야의 잘못된 점을 바꿀 수 없다는 생각이 컸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선거판에서 너무 지저분한 일을 많이 겪었어요. 유튜브에 전념하는 지금이 더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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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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