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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커스] 충동적인 청소년 자살, 스마트폰이 해결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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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569호] 2019.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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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충동적인 청소년 자살, 스마트폰이 해결사로!

▲ 일러스트 허인회
10대 청소년의 사망원인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은 자살이다. 통계청의 2017년 사망원인 통계표를 보면 자살로 사망한 10대 청소년은 전체 사망자의 30.9%에 달했다. 2015년을 기준으로 10대 청소년의 인구 10만명당 자살사망률은 7.9명이다. OECD 평균 7.4명보다 높다. 한국보다 10대 청소년 자살사망률이 높은 국가는 더러 있지만 그중에서 한국처럼 꾸준히 자살사망률이 늘어난 경우는 몇 없다. 1990년과 2000년, 2015년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사망률이 올라간 국가는 한국을 빼면 일본, 폴란드, 라트비아, 뉴질랜드 정도다.
   
   사실 드러난 숫자만 놓고 보면 청소년 자살자가 많은 것은 아니다. 2017년 자살로 사망한 10대 청소년의 수는 전체 10대 사망자 823명 중 254명이다. 적은 숫자 때문에 종종 10대 청소년 자살 문제는 다른 문제들에 밀려 덜 중요한 것으로 취급됐다.
   
   하지만 또 다른 통계를 보자.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6년을 기준으로 지난 한 해 동안 자살 생각을 해본 적 있다는 사람은 전체의 1.55%, 자살 시도를 해본 적 있다는 사람은 0.09%였다. 청소년건강행태 조사를 보면 조금 놀랍다. 자살 생각을 한 적이 있는 청소년은 12.1%나 됐다. 자살을 시도한 청소년은 2.4%였다. 일반인에 비해 훨씬 많은 수다.
   
   그런데 청소년의 자살 생각과 행동은 다른 연령층의 것과 확연히 구별되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OECD 가입국 중 자살률이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는 여러 자살 예방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청소년들에게는 거의 효과를 보지 못한다.
   
   이를테면 자살 방법에서 연령별 차이가 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자살자의 자살 수단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이 목을 매는 것으로 52.3%다. 투신이 15.2%이고 가스중독이나 농약음독이 그 뒤를 잇는다. 청소년 자살은 좀 다르다. 청소년 자살의 55.5%가 투신자살이다. 목맴은 29.1%에 그친다. 목을 매 죽는 것은 도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계획적이다. 그러나 투신은 충동적인 경우가 많다.
   
   
   충동적이고 극단적인 청소년
   
   홍현주 한림대 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청소년 자살은 충동적일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한림대에서 자살과 학생 정신건강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몇 안 되는 ‘청소년 자살 전문가’다.
   
   “청소년 자살 사건을 살펴보면 60~70%는 자살을 예고하는 징후가 없이 일어납니다. 유서나 신변정리 같은 것이 없다는 얘기죠. 정말 큰 스트레스 요인이나 문제에 부닥치지 않더라도 자살이 일어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엇’ 하는 사이에 자살 시도를 하고 자살을 하는 학생이 생깁니다.”
   
   청소년기의 심리적·정서적 특성에서 그 이유를 찾아볼 수 있다.
   
   “청소년의 문제 인식과 해결 능력은 성인에 비해 한참 못 미칩니다. 그들에게는 학교와 또래집단이 세상의 전부처럼 느껴집니다. 그곳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쉽게 찾지 못하죠. 어른들이 내뱉는 힘들다, 도저히 해결책이 안 보인다, 공허하다는 표현이 청소년에게는 ‘죽고 싶다’는 말로 표현됩니다.”
   
   한 사례가 있다. 담임교사에게서 선정적인 만화책을 보고 있다고 꾸지람을 들은 학생이 학교에서 뛰어내려 사망한 사건이다. 사실 학생이 보고 있던 책은 소설책이었지만 담임교사는 표지의 그림을 지적하면서 체벌을 가했다. 학생은 체벌이 끝나자 곧바로 학교 옥상에 올라갔다.
   
   “청소년 자살 문제는 청소년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합니다. 청소년은 분쟁 해결 경험이 지극히 적습니다. 그래서 분쟁이 생겼을 때 극단적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홍현주 교수의 말처럼 성인의 ‘죽고 싶다’와 청소년의 ‘죽고 싶다’는 다르다. 성인은 이유와 실행 계획이 다소 분명히 존재한다. 노인 자살의 경우를 보면 자살 생각을 한 적 있는 노인의 대다수가 건강 문제, 경제적 어려움, 외로움 같은 구체적인 이유를 짚어냈다. 그러나 청소년은 사소한 스트레스 요인에도 매우 쉽게 ‘죽는다’는 생각을 한다.
   
   다만 이 ‘죽는다’는 생각은 실제 죽음과는 거리가 있을 때도 많다. 자살생각률과 자살시도율 간의 간극이 큰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자살 생각이 곧바로 자살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청소년의 자살 생각을 쉽게 생각할 것은 아니다. 청소년의 자살 생각은 성인이 되어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래집단의 영향을 쉽게 받는 청소년의 특성상 한 청소년의 자살 생각은 다른 청소년들에게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청소년 자살의 특성이 다른 연령대와 확연히 차이가 난다는 점을 알고 나면 현재 시행되고 있는 자살예방정책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대개 자살예방정책은 전수조사 등을 통해 자살위험군을 가려내고 상담 등의 활동을 통해 자살 생각을 억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청소년에게 이 정책은 잘 통하지 않는다. 서울 양천구 한 중학교 교사의 말이다.
   
   “지난해 습관적으로 자해를 하는 학생을 맡은 적이 있습니다. 학생의 손목에 자해 흔적이 발견된 적이 있었기 때문에 특별히 신경 써서 자살예방 활동을 하려고 했습니다만 별 소용이 없었습니다. 학교에서 하는 생명존중 프로그램은 그 학생에게 아예 감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아무리 설득해도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지도 않고 학교 상담교사에게도 찾아가려 하지 않았습니다.”
   
   2015년부터 청소년 상담사로 일해온 김태경 상담사는 “청소년들은 자신의 감정을 잘 털어놓지 못하고, 털어놓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상담교사가 기다리고 있어도 막상 문을 두드리고 상담하러 찾아오는 학생은 적습니다. 상담실에서도 있는 그대로 털어놓으려 하지 않죠. 충동적인 감정이 많기 때문에 시간을 내서 상담하러 온 상황에서는 이미 갈무리돼 있을 때도 많습니다.”
   
   
   청소년에게는 통하지 않는 예방정책
   
더군다나 요즘 청소년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기성세대와 확연히 다르다는 점도 문제가 된다. 청소년 사이버상담센터 1388과 같은 상담전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만 전화로 상담을 청하는 청소년은 많지 않다. 한국생명의 전화나 서울시 자살예방센터 같은 전화상담 이용 건수는 한 해 4만8000여건에 달하지만 이 중 10대 청소년 상담 건수는 2300여건으로 5%에 그친다. 대면상담도 전화상담도 청소년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아니다. 스마트폰을 벗 삼아 소셜미디어를 통해 소통하는 청소년에게 얼굴을 맞대고 대화를 나누는 것은 오히려 더 용기를 내야 하는 소통 방식이다.
   
   이런 점에서 기존의 자살예방정책은 청소년에 맞게 재고돼야 할 필요가 있다. 홍현주 교수는 “청소년 자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다른 연령층과 동일하게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간 스마트폰을 비롯한 IT 기기는 청소년 자살 문제의 주범으로 인식돼왔다. 스마트폰 중독이 청소년 자살 생각을 강화시킨다는 게 학계의 일반적인 연구 결과였다. 그러나 IT 기술을 일상생활에 적용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해온 김상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같은 인식을 전환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소년들이 충동적으로 자살 생각을 하는 이유 중 하나는 문제해결 능력이 떨어지고 삶의 시야가 좁기 때문이다. 청소년의 삶에 밀착돼 있는 IT 기술은 청소년의 충동적인 자살 생각을 대체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고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한다.
   
   “청소년 자살 문제의 복합적인 인과관계를 단순히 디지털 기기의 문제로만 연결해서는 ‘규제해야 한다’는 결론만 나오게 됩니다. 그러나 규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오히려 IT 기술을 통해 자살 생각을 억제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디지털 기기 사용을 제한하고 기성세대의 시선에 맞게 디지털 사용 내역을 조율하는 것이 아니다. 청소년에게 필요한 디지털 환경을 만들어주면서 자살 문제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해 9월부터 본격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한 ‘다 들어줄 개’ 시스템은 정확히 청소년 자살 문제에 초점을 맞춘 해결방안 중 하나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 맺기를 통해 위기 청소년에게 제공되는 이 서비스는 출시 1년도 안 돼 상담 건수가 5만건이 넘을 정도로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청소년 자살을 확실히 줄이려면
   
   맨 처음 ‘다 들어줄 개’는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춘 인식개선 프로그램으로 시작했다. 청소년의 자살이 충동적이라고 한다면 자살 생각이 드는 상황에서도 자살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게 인식을 개선하는 일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동안의 인식개선 프로그램은 당위적이고 교조적인 경향이 강했다. ‘다 들어줄 개’는 청소년의 관심을 끌기 위한 콘텐츠를 마련했다. 연예인과 함께 하는 노래 제작, 웹드라마 같은 것이다. 그리고 가장 핵심적인 시스템,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했다.
   
   지난 7월 31일 ‘다 들어줄 개’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사무실을 찾았다. 사무실 한쪽 LED 패널에서는 실시간으로 운영 현황이 게시되고 있었다. 정오 무렵까지 접수된 상담 건수만 50건이 넘었는데 모두 응답이 완료된 상태였다. 어떤 경로로, 어느 지역에서 상담이 접수되고 있는지도 실시간으로 집계된다. 이 시스템을 총괄 운영하는 조경연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전무는 “24시간 3교대로 배치된 상담사들이 청소년이 상담을 요청하면 실시간으로 응답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육 당국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전국 모든 학교에 자살예방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홍보되고 있는데, 실제로 홍보 포스터를 배부하고 난 직후 상담 요청이 급격히 늘었다고 합니다.”
   
   상담은 간편하게 이뤄진다. 언제 어디서나 도움이 필요한 청소년이라면 스마트폰을 꺼내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거나 카카오톡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면 된다. 페이스북이나 문자로도 상담 가능하다. 상담사가 대기하고 있다가 상담 요청이 들어오면 즉시 배치되어 위기 청소년과 대화를 이어나간다.
   
   7월 28일 기준으로 11개월간 진행된 상담 건수는 5만건이 넘었다. 그중 절반이 넘는 2만6000여건이 카카오톡을 통해 진행됐고 앱으로 상담을 요청한 것도 1만8000건이 넘는다.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를 맺은 청소년은 6만5000명이 넘었고 매일 평균 150건이 넘는 상담이 전국 각지에서 이뤄진다.
   
   ‘다 들어줄 개’ 서비스가 시작될 때부터 상담사로 일해온 김태경 상담사의 말에 의하면 한 청소년당 짧게는 20~30분, 길게는 2시간30분 정도 상담이 이뤄진다고 한다. “이 시스템의 가장 큰 장점은 청소년의 자살 생각을 즉각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청소년이 접근하기 쉬운 방식으로 소통한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홍현주 한림대 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에 따르면 자살 생각을 하는 청소년들이 바라는 것은 의외로 “이야기를 들어주는 어른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청소년의 심리적 문제는 대인관계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많고 특히 부모나 교사 같은 기성세대로부터 갈등을 주로 얻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은 결코 청소년의 상담 상대가 되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대신 위기 청소년들은 감정을 털어놓고 이 문제를 ‘죽음’ 같은 극단적인 방법으로 해결하지 않아도 풀어나갈 수 있다는 확신을 얻고 싶어한다.
   
   ‘다 들어줄 개’에서 제공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김태경 상담사는 한 위기 청소년의 사례를 언급했다.
   
   “제3자가 보면 아주 사소한 일로 부모와 갈등을 겪은 청소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원래 이 학생은 심리적으로 문제를 겪고 있던 터였어요. 사소한 스트레스도 견딜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자살을 시도하게 됐지요. 높은 곳에 가서는 저희에게 연락을 해왔습니다. 많은 청소년이 그렇습니다. 정말 계획하고 죽으려고 하기보다는 양가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죽고 싶을 만큼 힘들지만 누군가 들어주고 말려줘요’라는 생각이죠.”
   
   그리고 다행히 즉각적으로 응답한 상담사와 구조시스템 덕분에 무사히 위기 청소년을 구조할 수 있었다.
   
   청소년들이 원할 때 상담할 수 있는 시스템의 특성상 상담은 청소년이 주로 위기를 겪는 시간에 활발하게 이뤄진다. 학교와 학원 수업이 이뤄지는 낮 시간대에는 거의 상담 요청이 없는 편이다. 그러나 밤 10시가 넘어가면 ‘죽고 싶다’며 말을 걸어오는 청소년이 수십~수백 명씩 쏟아진다. 200명 넘는 전문 상담원이 일일이 대응하는데 상담운영팀과 관리자가 따로 있어 사례를 관리하고 상담 내용을 매번 점검한다. 그중에서 특히 긴급하거나 주의해야 할 상황에 놓인 청소년이나 학교 현장에서 의뢰가 들어온 학생들을 상대로는 의료 지원도 이뤄지고 있다.
   
   이 시스템은 즉각적인 효과를 내고 있기도 하다. 조경연 전무는 “실제로 학교 현장과 교육 당국의 통계에 따르면 자살시도율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 채 1년이 되지 않은 시스템이지만 효과를 보고 있는 이유는 바로 청소년 자살 문제를 청소년의 입장에서 봤기 때문이다.
   
   “청소년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청소년의 입장에서 해결책을 찾았어야 합니다. 스마트폰 없이는 살 수 없는 청소년들에게 스마트폰 중독이 자살 생각을 늘린다고 지적해봤자 별 도움이 안 될 겁니다. 대신 자살 생각을 하는 청소년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파악해서 그것만을 제공해주는 게 중요합니다.”
   
   ‘다 들어줄 개’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중에도 현황판은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었다.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도움을 호소하는 청소년들의 요청에 곧바로 응답하기 위해 상담사들의 손놀림도 바빠졌다.
   

   도움이 필요할 땐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등에 전화하면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청소년의 경우에는 ‘다 들어줄 개’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용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스마트폰에서 ‘다 들어줄 개’ 애플리케이션을 다운
   2) 카카오톡 플러스 친구 ‘다 들어줄 개’를 검색, 친구 맺기
   3) 페이스북 ‘다 들어줄 개’ 메시지 보내기
   4) 1661-5004 번호로 문자 보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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