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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570호] 2019.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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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6800원에서 1200원으로! 영월군 버스비의 비밀

▲ 최명서 영월군수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선출직인 지방자치단체장은 정치인이다. 대다수의 정치인들은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럽다. 지난 8월 7일 강원 영월군청에서 만난 최명서(63) 영월군수는 그렇지 않았다. 카메라 앞에서 표정이 굳고 포즈가 어색한 게 일반적인 지자체장들과 달랐다. 알고 보니 그는 영월군 행정공무원으로 공직을 시작해 20년간 강원도청에서 근무한 ‘늘공(늘 공무원)’ 출신이었다. 강원도의원을 지내다 지난해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 후보로 나서 군수에 당선됐다. 30년의 공직 경험을 지닌 ‘늘공’ 출신이어서 그런지 카메라 앞에서는 어색했지만 지역 현안을 설명할 때는 목소리가 커지고 눈이 반짝였다.
   
   최 군수가 취임 뒤 가장 먼저 바꾼 것은 영월군청의 부서별 배치 구조였다. 일반적으로 관청은 1층 민원접수 창구를 제외하면 대부분 실·국·과별 사무실이 층층이 나뉘어 있다. 민원인이 업무를 보기 위해서는 층을 오르내리며 각 사무실의 담당자를 만나야 한다. 최 군수는 취임하면서 영월군청의 13개 과 중 6개 과를 1층에 모두 배치하고 칸막이를 없앴다. 공무원이든 민간인이든 복도를 지나 문을 열고 남의 사무실에 들어갈 때 느끼는 위압감을 없애자는 의도였다는 설명이다. 1층에 배치된 6개 과는 대민접촉이 많고 민원인들이 자주 찾는 과들이다. 2층부터 4층까지의 7개 과는 1층 부서들을 지원하거나 특정 사업들만 하는 부서다. “영월군청은 영월 공무원들의 재산이 아니라 영월 군민의 재산이기 때문에 청사를 전면 개방형으로 새로 꾸민 것”이라는 게 최 군수의 설명이다. 최 군수는 이와 함께 신속허가처리과를 만들어 여러 과의 협조가 필요한 일을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별도 조직 개편 작업도 했다.
   
   
   공영 마을버스가 간다!
   
   1956년 영월군에서 태어난 최 군수는 영월군에서 시작해 30년 이상 공직 생활을 해왔다. 이 중 절반 이상을 강원도청에서 근무했다. 최 군수는 “강원도 각 시군별 문화와 지역의 장단점을 나름대로 파악하고 분석하는 데 도청에서 오래 근무한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됐다”며 “‘우리 영월에는 이런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왔던 것들을 하나하나 실천해나가는 단계”라고 말했다.
   
   최 군수가 이끄는 영월군청이 최근 역점을 두고 시행하는 사업은 영월군 대중교통 운행체계를 혁신하는 것이다. 최근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인해 주52시간 근무제가 확산되고 시간당 최저임금이 상승하면서 버스업계도 경영이 어려워진 것이 배경이다.
   
   영월군에 따르면, 대중교통의 한 축을 담당하던 버스회사가 운행을 줄이게 되면서 원주, 충북 제천 등 인접 지역에 기반을 둔 버스회사들도 영월군 운행을 줄이게 됐다. 최 군수는 “우리 영월군 입장에서는 동쪽 끝과 서쪽 끝에 사는 군민들의 이동이 어려워지는 문제가 생겼다”며 “그렇다고 해서 영월에 있는 회사들이 버스를 늘려 배정하기에는 필요한 예산이 너무 많아 다른 개선방안을 찾아야만 했다”고 말했다.
   
   민간 버스회사가 운행하는 버스 편수가 줄어들면서 그 대안으로 영월군이 선택한 방식은 공영 마을버스였다. 전북·전남 등 농촌이 많은 일부 지자체에서도 운영하는 공영 마을버스는 지자체가 직접 버스를 소유하고 기사를 채용해 운영하는 방식이다.
   
   영월군은 지역 특성상 동서로의 길이가 매우 긴 편이다. 언덕도 많아 가장 서쪽의 무릉도원면에서 동쪽의 상동읍까지는 차량을 이용해도 한참을 가야 한다. 이 때문에 공영 마을버스는 군소재지인 영월읍을 기준으로 서쪽에 세 대, 동쪽에 두 대가 다닌다. 최 군수는 “기존에는 버스를 타려면 끝쪽에 있는 군민들이 걸어나와야 했다”며 “공영 마을버스 도입으로 농촌에 길게 형성된 촌락의 구석진 곳까지 마을버스가 들어가면서 군민 이동권을 보장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영월군은 지난 7월 1일부터 공영 마을버스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대중교통을 민간 업체가 아니라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공영 마을버스의 경우 사업 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는 방안이 가장 큰 관건이다. 영월군은 이 문제를 국토교통부와 강원도의 지원에 힘입어 해결했다. “마침 국토부가 대중교통 운행체계 개선 예비컨설팅을 공모했는데 여기서 타당성을 확인받아 국비와 도비를 모두 지원받게 됐다. 사업 시행에 많은 도움이 됐다.”
   
   영월군에 따르면 공영 마을버스 사업 도입을 위한 예산 약 8억원 중 4억원을 국토부가, 2억원을 강원도가 지원한다. 영월군은 25%인 나머지 2억원만 부담하면 된다. 최 군수는 “새로운 농촌형 교통 모델을 발굴하는 데 국토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지원을 해주고 있어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토부와 광역지자체가 영월군을 지원해주면서 공영 마을버스를 이용하는 영월군민은 상당한 혜택을 보게 됐다. 일례로 영월군 내에서 군청 소재지인 영월읍까지 가장 먼 곳이 동쪽 끝 상동읍인데 여기서 영월읍에 오려면 이전에는 버스비로 6800원을 내야 했다. 반면 지금은 한 번 환승을 해야 하지만 현금으로 1400원, 카드로는 1200원이면 상동읍에서 영월읍까지 올 수 있게 됐다. “이전에는 요금이 너무 비싸다 보니 자가용을 이용하거나 다른 사람이 읍내에 나갈 때 차를 얻어타고 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 이용 요금을 대폭 낮추면서 버스 탑승률을 많이 높였다. 요금이 획기적으로 싸지니까 군민들에게 좋은 평도 얻고 또 군민 이동권을 보장함에 따라 군 간 교류도 늘어나게 됐다.”
   
   공영 버스 기사들은 영월군이 운영하는 시설관리공단 소속 직원으로 근무하는데 현재 11명의 기사가 새로 채용돼 일하고 있다고 한다.
   
   최 군수에 따르면 공영 마을버스가 주민 생활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면서 호평도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민간사업자가 버스를 운영할 때는 하루에 3~4회밖에 들어가지 못하던 지역에도 공영 마을버스가 투입되면서 하루 7~8회로 두 배 이상 운행횟수가 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최 군수는 “주민들이 좋아해주시는 건 감사한데 호평을 받다 보니 더 많은 요구사항이 쏟아지는 경향이 있다”며 “가구 수가 얼마 안 되는 곳에 버스 노선을 배정하거나 웬만하면 자기 집 앞에 지나가도록 해달라는 민원이 끊임없이 이어진다”고 했다. 그는 “모든 민원사항을 다 들어줄 수는 없기 때문에 이 문제를 협의할 협의체를 만들었다”며 “2개의 협의체에서 마을버스 운행시간과 요구되는 편수 등을 자율적으로 협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했다.
   
   공영 버스와 함께 영월군이 새로 시행하고 있는 교통사업이 ‘영택시’ 사업이다. 현재 7대가 운영되는 영택시는 기존 간선버스보다 더 촘촘히 읍내 구석구석 다니는 공영 마을버스의 확충으로 인해 택시 수요가 줄면서 생활고를 겪는 택시기사와 관광객을 연결시켜주는 사업이다. 관광객들이 이용을 예약하고 5만원을 지불하면 3시간 동안 영월군 내 어디든 이동할 수 있다. “이전에는 사실 택시요금에 대한 기준이랄 게 별로 없었다. 사실상 택시기사가 부르는 게 요금이었다. 먼 거리를 가면 너무 많은 요금이 나와 관광객들의 불만이 가중됐고, 비싼 요금 때문에 관광객 수요가 줄면서 택시기사들의 수입도 적어지는 악순환이 있었다.”
   
   
▲ 지난 7월 1일부터 영월군이 선보인 ‘공영 마을버스’들이 도로를 달리고 있다. photo 영월군청

   “20·30대 늘리는 게 핵심”
   
   한국의 농어촌이면 으레 그렇듯 영월군에서도 가장 큰 고민은 인구 감소 문제다. 영월군에서는 한 해 평균 130명의 아이가 태어나고 400명 안팎의 노인이 사망한다. 가만히 있어도 한 해 270명 정도의 인구가 줄어드는 셈이다. 그나마 7년째 인구 4만명대를 유지해온 것은 도시로부터 귀농·귀촌 인구가 꾸준히 유입됐기 때문이다. 영월은 서울로부터 거리가 250㎞ 내외로 승용차로 2시간30분 이내면 도착한다.
   
   하지만 귀농·귀촌 인구의 경우 대도시 일자리에서 은퇴한 50·60대가 주를 이룬다는 약점이 있다. 이 때문에 최 군수는 군의 미래를 위해 절대적 인구수보다 20·30대 인구수에 초점을 맞춰 정책을 설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귀농·귀촌도 중요하지만 젊은 청년 영농인과 소상공인을 받아들이는 게 중요하다. 젊은 인구가 많아야 아이도 낳고 태어난 아이들이 학교도 간다. 인구 4만명이라는 절대 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20·30대 젊은 인구가 얼마큼 들어오냐에 따라 도시의 지속가능성이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최 군수는 이를 위해 ‘청년이 정착하기 좋은 생태계’라는 의미의 ‘청정생태계’를 구축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 현재 서울특별시와 제휴해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창업지원형 연계사업이다. 서울 청년들이 영월에 와서 사업아이템을 찾도록 정주 여건을 지원하고 서울시는 이들에게 예산지원을 하는 방식이다.
   
   전국 8개군이 비슷한 사업을 하는데 강원도에서는 영월군이 대표적으로 서울시와 연계 사업을 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고용지원형 청년지원사업도 시작한다. 영월에 있는 일자리에서 청년이 1년간 인턴으로 근무하다가 자리가 생기면 정규직으로 취업하는 형태다.
   
   최 군수는 강원도의원을 지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승리해 군수가 됐다. 당시 선거에서는 전국적으로 민주당 바람이 불어 자유한국당 당적으로 출마한 최 군수에게는 쉽지 않은 선거였다. 당초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후보가 앞선 경우도 있었다. “선거운동을 잘해서 당선된 게 아니냐”는 말에 최 군수는 “내가 잘한 게 아니라 운이 좋았다고 생각한다”며 “지금도 생각하면 아찔했던 선거였다”고 했다. “선거를 많이 경험해보지는 않았지만 선거는 자신이 잘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 운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 좋은 운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니까 열심히 최선을 다하겠다고 매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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