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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570호] 2019.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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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료용 대마’ 합법화에 나선 목사

▲ 지난 5년간 한국도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강성석 목사.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국내에서 수년 전부터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종교인이 있다. 바로 강성석(40) 목사다. 사회적 해악으로 인식되곤 하는 대마를 종교인이 직접 거론하는 모습이 낯설기도 하지만, 대마 허용을 목표로 삼은 그의 활동은 올해로 벌써 5년째다. 현재는 신경질환 등을 앓고 있는 환자, 환자 가족, 의료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시민사회단체 ‘의료용대마합법화운동본부’ 대표직도 맡고 있다. 그는 “종교인 신분이었기에 그동안 비난이나 법적 제재 없이 합법화에 앞장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의 노력 덕이었을까. 지난해 11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내 처음으로 의료용 대마가 합법화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승인을 받고 의료 목적으로 대마를 사용할 경우 이를 허용한다는 내용이다. 1970년 주한미군의 요청으로 규제 대상이 된 대마의 순기능을 48년 만에 인정한 셈이다. 이와 관련한 시행령·시행규칙은 올 3월에 개정, 공포됐다. 의료 현장엔 의료용 대마가 도입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강 목사는 의료용 대마가 상용화되려면 아직 멀었다고 지적한다. 제도적으로 미흡한 점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8월 6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그의 사무실에서 그간의 합법화 노력과 의료용 대마의 효능, 상용화 과제 등에 대해 물었다.
   
   
   ‘정쟁’으로 지지부진했던 의료용 대마 논의
   
   강성석 목사가 의료용 대마에 관심을 갖게 된 시기는 지난 2015년이다. 당시 그는 급작스러운 허리 디스크 파열로 수술을 받고 1년간 요양생활을 해야만 했다. 강 목사는 고통과 사투를 벌여야만 했는데, 그러던 중 눈에 들어온 것이 의료용 대마였다고 한다.
   
   “입원해 있던 6인실엔 모두 중증 환자만 있었다. 새벽이면 진통제를 다들 맞아야 했는데 중독 위험성 등으로 의료진이 이를 적정 수준 이상 놔주지 못했다. 환자들은 고통을 그대로 감수해야 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에 알게 된 것이 의료용 대마였다. 뉴스를 보니 미국·캐나다에선 이미 의료용 대마 성분을 사용하고 있었다. 진통 효과가 크다고 들었다. 국내엔 프로포폴, 옥시콘틴, 졸피뎀 등 대마보다 수십 배 위험한 의약품이 처방되고 있는데 대마는 왜 안 될까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친가와 외가 친척 대부분이 목사인 기독교 집안에서 자랐던 그는, 당시 평범한 목사의 길을 걷고 있던 중이었다. 하지만 이날부터 의료용 대마에 관심을 갖고 의료 공부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그의 허리 부상이 인생의 전환점이 된 것이다.
   
   강 목사는 의료용 대마가 여타 향정신성의약품들보다 월등하다고 본다. 대마의 칸나비디올(CBD) 성분이 뇌전증이나 간질, 우울증, 알츠하이머, 다발성경화증 등의 신경질환과 면역질환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평가 때문이다. 중독 증상도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고 한다. 강 목사는 “대마엔 CBD 외에도 유용한 의료용 성분이 상당하다. 환각을 일으키는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HC) 성분만 주의하면 된다. 해외엔 이미 알려진 지 오래된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강 목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이런 의료용 대마 도입이 처음 논의되기 시작한 건 2015년이다.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의료용 대마를 허용하자는 내용의 개정안을 정부안으로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당시엔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2015년 11월 17일 19대 국회 보건복지위 3차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대부분의 의원들이 ‘대마 허용이 말이 되냐’ ‘정부가 이런 걸 추진하면 어쩌냐’라는 식의 반발이 컸다.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의식한 발언들이었다. 더군다나 당시 의료계 출신 의원은 한 명뿐이었다. 의학적 판단을 기대하기란 무리였다. 정부안은 곧바로 폐기됐다.”
   
   그러다 의료용 대마 논의가 다시 시작된 것이 지난해였다. 2018년 1월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련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9월이 다 돼서야 법안심사가 이뤄졌고, 2015년 때처럼 여론을 의식한 일부 의원들의 반대가 적지 않았다.
   
   강 목사는 “그때 여기 운동본부와 신경질환 등으로 고통받는 환자 가족들이 보건복지위 위원장과 소속 의원들에게 법안 도입 필요성 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설명하고 항의했다. 11월에야 겨우겨우 본회의에 올라 통과했다. 우여곡절 끝에 합법화된 셈”이라고 말했다.
   
   
▲ 대마의 CBD 성분이 함유된 동일 제품들. 국내에선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에서 공급하는 왼쪽 제품의 사용만 허용하고, 오른쪽 해외 제품군의 사용은 금지한다. photo 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까다로운 절차, 처방받는 데만 2개월
   
   강 목사는 의료용 대마를 허용하는 제도가 만들어졌지만, 여러 제약 등으로 현장에선 아직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의료용 대마인 CBD 내복약을 처방받기까지의 절차가 까다롭고, 이를 취급하는 기관도 극히 일부이기 때문이다. 처방을 위해선 의사소견서, 환자의 병원기록, 식약처 승인서 등을 준비해야 한다. 이를 검토해 약을 공급하는 곳은 서울에 위치한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 단 한 곳이다.
   
   그는 “약을 받으려면 길게는 두 달, 짧게는 일주일이 소요된다. 환자들 반발로 약을 배송받을 수 있는 취급 거점약국이 생겼지만 이 또한 전국 30곳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는 희귀질환 환자들을 위한 약품을 공급하는 곳인데, 의료용 대마는 적용 폭이 큰 의약품이다”고 말했다.
   
   강 목사는 건강보험 미적용에 따른 비싼 가격, 취급 제한도 문제라고 말한다. 현재 센터에서 공급하는 100mL 용량의 CBD 의약품 가격은 약 150만원이다. 해외에선 절반 용량의 동일 성분 제품을 약 10만~15만원에 판매 중이다. 해외 의약품은 여전히 국내에서 사용할 수 없다.
   
   그는 “의료용 대마는 합법화했지만 해외 제품 구입, 사용은 여전히 제한하고 있다. 환자들은 국내에서 제공하는 비싼 제품만 살 수 있다. 우리나라는 대마에서 추출해 만든 여타 CBD 제품을 CBD 제품으로 보지 않고 여전히 대마추출물로 보고 있어서다. 해외에서 이들 제품을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판매 가능한 건강기능식품으로까지 취급하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의사들이 이 약을 아직까지 잘 모르며, 안다 해도 절차가 까다롭다 보니 잘 처방하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3월 대한의사협회에서 관련 보수교육을 진행했지만 교육에 참석한 의사는 30여명에 불과했다. 이 약을 알고 있는 의사는 얼마 안 된다. 그렇다고 환자가 이 약을 처방해달라고 부탁한다 해서 이를 들어주는 것도 아니다. 사실상의 진료 거부다.”
   
   대마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도 아직 부정적이다. 그렇다 보니 의료용 대마 상용화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대마 하면 떠오르는 것이 ‘연예인 마약’ ‘재벌 3세 일탈’ 등이다. 그래서인지 국회나 정부 모두 계속해서 보수적으로만 이를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의학·과학적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다. 지난해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금지약물 목록에서 CBD를 제외한 이유 등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강 목사에 따르면, 이번 국내 의료용 대마 합법화는 ‘아시아 최초’다. 하지만 관련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내용은 최근 뒤늦게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한 태국보다도 실용성·상용성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 강 목사는 제도 개선을 위해 계속해서 목소리를 낼 계획이다. 그는 “지난 7월 국민대에서 ‘의료용 대마 전문가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의약품의 올바른 사용과 효능 등을 알리고 있다. 의료 현장에 의료용 대마가 제대로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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