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중기계획 중 대량의 함대지 미사일을 탑재하는 합동화력함은 효용성 등과 관련해 논란이 적지 않다. 사진은 합동화력함의 모델이 된 것으로 알려진 미 아스널 십.
국방중기계획 중 대량의 함대지 미사일을 탑재하는 합동화력함은 효용성 등과 관련해 논란이 적지 않다. 사진은 합동화력함의 모델이 된 것으로 알려진 미 아스널 십.

해군 독도급 대형상륙함(대형수송함) 마라도함에 헬기와 수직이착륙기가 탑재된 개념도. 해군에 2030년대 초까지 보유할 경항모(차기 대형상륙함)는 마라도함의 1.5배 이상 크기에 F-35B 스텔스 수직이착륙기도 탑재된다.
해군 독도급 대형상륙함(대형수송함) 마라도함에 헬기와 수직이착륙기가 탑재된 개념도. 해군에 2030년대 초까지 보유할 경항모(차기 대형상륙함)는 마라도함의 1.5배 이상 크기에 F-35B 스텔스 수직이착륙기도 탑재된다.

“(항모 보유)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예산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을 때 지금 당장 추진하기는 무리가 있습니다.”

지난 2012년 10월 당시 김관진 국방장관은 국회 국정감사에서 항모 보유 필요성을 묻는 의원들의 질의에 이렇게 답변했다. 당시 중국 첫 항모 랴오닝함의 J-15 함재기 이착함 성공 등 예상보다 빠른 중국 항모 전력화 등에 따라 우리나라의 항모 보유 필요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었다. 국회 국방위는 우리 군의 항모 도입 여부에 대한 1억원 규모의 연구 용역 예산을 반영하기도 했다.

항모 보유는 우리 해군의 오랜 꿈이었다. 1996년 독도사태를 계기로 당시 김영삼 대통령의 지시로 극비리에 수립된 ‘대양해군 건설계획’엔 이지스함, 3000t급 중잠수함, 대형상륙함(대형수송함) 외에 1만~2만t급 경항모도 포함돼 있었다. 이 대양해군 건설계획은 대부분 실현됐지만 경항모 도입은 계속 장기계획, 즉 언제 실현될지 모르는 ‘희망사항’으로 남아 있었다. 같은 맥락에서 7년 전에도 국방장관의 이 같은 답변이 나온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해군의 항모 도입 꿈이 국방부 차원에서 처음으로 공식화하면서 10여년 뒤 실현될 전망이다. 국방부가 지난 8월 14일 발표한 ‘2020~2024년 국방중기계획’을 통해서다. 국방중기계획은 향후 5년간 무기개발과 도입, 국방운용 등에 대한 청사진을 담고 있다. 매년 달라지는 예산사정에 따라 실현이 되지 않을 수도 있고 매년 내용이 달라질 수도 있다. 이번엔 총 290조5000억원(연평균 증가율 7.1%)으로 5년간 예산규모가 잡혔다.

국방부가 이번에 발표한 국방중기계획 보도자료엔 경항모라는 표현은 없다. 국방부는 보도자료에서 “다목적 대형수송함을 추가로 확보함으로써 상륙작전 지원뿐만 아니라 원해 해상기동작전 능력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게 된다”며 “특히 단거리 이·착륙 전투기의 탑재 능력을 고려하여 국내 건조를 목표로 2020년부터 선행연구를 통해 개념설계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기서 대형수송함은 독도함, 마라도함과 같은 대형상륙함을 의미한다. 특히 주목을 받은 것은 ‘단거리 이·착륙 전투기의 탑재 능력을 고려’라는 표현이 들어 있는 점이다. 단거리 이·착륙 전투기를 탑재하겠다는 것은 수직이착륙 전투기를 탑재하는 경항모를 건조하겠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일본이 이즈모급 헬기항모를 개조해 F-35B 스텔스 수직이착륙기를 탑재하는 경항모를 만들겠다고 밝힌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군 당국은 내년부터 개념설계에 착수, 2030년대 초반까지는 한국형 경항모를 도입할 계획이다. 한국형 경항모는 당초 호주 캔버라급이나 스페인 후안 카를로스급 다목적 대형상륙함을 모델로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는 이보다 클 수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두 함정은 기준 배수량 2만7000t, 만재배수량 3만t급이다. 3만t급이면 기존 독도함과 마라도함(1만9000t급)의 1.5배에 달하는 크기다. 한국형 경항모는 길이 250여m로, 일본이 경항모로 개조하려고 하는 이즈모급보다 약간 크다. 신형 대형상륙함은 F-35B 스텔스 수직이착륙기 16대와 해병대 병력 3000여명, 상륙 장갑차 20대를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이즈모급 2척을 2023년까지 F-35B 스텔스 전투기 10여대를 탑재하는 경항모로 개조할 계획이다.

이번 중기계획에선 이색적인 존재로 눈길을 끌면서 군사 매니아들을 중심으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사업도 있다. 유사시 북한 등 적 지상 표적을 지원 타격하는 임무를 맡는 ‘합동화력함’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번에 처음으로 수면 위로 드러난 합동화력함은 한국형 구축함(KDX-Ⅱ급)과 같은 4000~5000t급 규모로 국내에서 건조된다. 현무-2·3급 함대지 탄도·순항 미사일 100발 이상을 탑재해 유사시 북 핵·미사일 시설, 지휘시설 등에 ‘미사일의 비’를 퍼붓는 함정이다. 미국의 ‘아스널 십(Arsenal Ship)’을 모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함정은 유사시 지상에 배치돼 있는 현무-2·3급 미사일 등 우리 군의 킬 체인 및 대량응징보복 전력이 북한의 기습 공격으로 타격을 입었을 경우 육지에서 수백㎞ 떨어진 해상에서 북 목표물들을 타격, 응징보복을 하게 된다.

하지만 유사시 이 함정이 4000~ 5000t급 크기로 북한의 각종 공격을 방어하고 강력한 타격을 가할 수 있는 무기와 장비들을 다 실을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한 소식통은 “북한이 대함 탄도미사일 개발에 성공할 경우 합동화력함의 생존성은 큰 위협을 받게 된다”며 “미국도 ‘아스널 십’ 건조를 포기했는데 우리만 시대에 뒤떨어진 개념의 함정을 만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유사시 북 수뇌부 제거 임무를 맡은 특전사 특임여단(일명 참수작전 부대)의 전력 확보와 관련된 내용도 발표에서 빠져 이들 부대 사업이 중단 또는 연기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하지만 특임여단의 핵심 전력사업인 MH-47급(級) 특수전 헬기, 자폭형 소형 무인기, 다연발 유탄발사기, 야간투시경, 신형 저격총 등의 사업이 이번 중기계획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무인기를 격추하거나 적 위성을 마비시킬 수 있는 레이저 무기, 북 핵·미사일 지휘통제 시설을 무력화하는 EMP(전자기펄스)탄, 북 전력시스템을 무력화하는 정전탄 등도 주목을 받고 있다.

‘안보 붕괴’ ‘무장 해제’ 비판을 받아온 정부가 매년 7.1%의 국방비 증액을 전제로 이번 국방중기계획을 짠 배경도 관심을 끈다. 국방부는 특히 ‘현 정부 임기 내’를 목표로 하고 있는 전작권 전환을 위해 감시정찰 및 정밀타격 등 한국군 핵심군사 능력 확보에 역점을 뒀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판 이스칸데르, 북한판 에이태킴스(ATACMS), 신형 400㎜급 대구경 방사포 등 이른바 ‘신무기 3종’ 위협에 대응해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 개발 등 하·중층 다층 KAMD(한국형미사일방어) 체계도 구축된다. 군 소식통은 “현 정부가 좌파정부여서 안보를 소홀히 하고 있다는 일각의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청와대가 오히려 국방비 증액에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안다”며 “내년 4월 총선 때의 안보 이슈 제기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의미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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