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면 ‘DanoTV’의 ‘눈뜨스’ ‘아침에 눈뜨자마자 따라하는 스트레칭’을 10분간 따라한다. 출근하면서는 ‘피지컬갤러리’의 ‘리얼헬창(헬스중독자)다큐, 헬창의 삶’을 보며 낄낄 웃는다. 업무시간 중간중간 ‘제이제이살롱드핏’의 ‘유산소 다이어트 진실’ 영상을 보면서 정보를 습득한다. 퇴근 후 수영장에 가기 전에는 ‘Lovely swimmer’의 ‘접영 웨이브 배우기’ 영상을 보며 접영 동작을 익힌다. 틈틈이 집에서 요가 매트를 깔아놓고 ‘땅끄부부’의 ‘칼소폭’ 영상을 따라하며 유산소운동을 한다.

유튜브가 일상이 된 사회에서 최근 주목받는 유튜브 채널들이 있다. 2016년 즈음부터 한창 유행했던 것이 ‘먹방’이라면 요즘은 ‘홈트’ 채널이 대세다. 홈트란 ‘홈 트레이닝’의 준말로 집에서 혼자 운동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홈트를 하는 사람들, 즉 ‘홈트족’이라는 말이 신조어로 생겨났다.

분야도 다양하다. 스트레칭은 늘 인기가 많은 콘텐츠다. 홈트 콘텐츠의 선구자적인 위치에 있는 ‘강하나 스트레칭’은 외국에서 만들어진 다이어트 영상에만 의존하고 있던 국내 유튜브 시청자들에게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특히 2008년 처음 업로드된 ‘강하나 하체 스트레칭’ 영상은 저작권 개념이 확실하지 않았던 당시의 분위기를 타고 여러 경로로 퍼져 홈트족의 선택을 받았다.

스트레칭 강사인 강하나씨는 첫 영상을 내놓은 지 10년 후인 2018년 다시 유튜브를 시작했다. 그의 새로운 영상이 공개되자마자 유튜브 시청자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그는 여러 언론 인터뷰에서 출산과 육아를 거치면서 ‘경력 단절’이 있었지만 예전 영상을 마냥 되돌려보는 시청자들을 위해 새로운 영상을 제작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홈트족 중에는 강하나씨와 같은 사람이 많다. 처음에 홈트족은 여러 이유로 집 밖에서 운동하기 어려운 사람들로부터 시작했다. 출산·육아 때문에 시간이 부족한 여성들, 출퇴근에 많은 시간을 쏟는 직장인 같은 사람들이다. 그러다가 자신의 몸에 맞는 운동법을 찾아 나름대로 운동을 구성할 수 있는 홈트의 장점을 깨닫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홈트족의 외연(外延)이 넓어졌다.

유튜브 크리에이터 ‘땅끄부부’는 홈트족을 위한 대표적인 크리에이터로 꼽힌다. ‘땅끄’와 ‘오드리’라는 닉네임을 가진 두 사람이 나와 여러 운동 동작을 선보이는 이 채널은 구독자 수만 161만명이 넘는다. 이들이 유행시킨 대표적인 ‘칼소폭(칼로리 소모 폭탄)’ 영상의 조회수는 1000만이 훌쩍 넘었다. 땅끄부부가 홈트 영상을 올리기 시작한 것이 3년 전부터인데 그간 올린 영상 94개 중 42개가 100만 조회수를 넘었다.

다른 누구보다 땅끄부부가 인기 있는 이유로, 따라하기 쉬운 운동 동작을 군더더기 없이 구성한 영상을 꼽는 사람들이 많다. 잡담이나 별도의 동작 설명 없이 곧바로 운동을 시작할 수 있도록 영상이 구성돼 있다. 언제 어디서든 유튜브를 켜서 따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이다.

땅끄부부와는 달리 운동 동작을 설명하고 원리를 해설해주는 운동 유튜브 크리에이터도 서서히 생겨나기 시작했다. 유튜버 ‘피지컬갤러리’와 ‘제이제이살롱드핏’은 남성과 여성 트레이너가 올바른 운동 방법과 동작 원리 등을 설명해주며 인기를 얻었다. 230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한 ‘피지컬갤러리’의 ‘하지 마세요’ 영상들은 잘못된 트레이닝 상식을 바로잡기 위해 만들어진 영상이다. ‘제이제이살롱드핏’ 채널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영상은 ‘하복부 운동 제대로 하는 꿀팁’으로 올바르게 동작을 따라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영상이다.

그러니까 최근의 홈트 유튜브 콘텐츠들의 특징은 올바른 정보를 전해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같은 동작을 보여주더라도 올바른 자세와 정확한 자극점을 설명하는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이 많다.

골프로, 수영으로 넓어지는 유튜브

거기다 얼핏 생각해서는 유튜브로는 배우기 어려울 것 같은 운동 종목도 유튜브로 설명하는 크리에이터들이 늘어나고 있다. 수영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수영 유튜브 크리에이터 중 가장 구독자 수가 많은 ‘Lovely swimmer’ 채널의 접영 강습 영상은 146만회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골프 분야에서 가장 구독자 수가 많은 ‘심짱골프’ 채널의 드라이버 스윙 강습 영상 역시 111만회가 조회되었다.

유튜브에서는 거의 모든 운동에 대한 공부를 할 수 있다. 농구 드리블하는 방법부터 축구 킥 차는 방법, 낚시바늘 묶는 방법에서 등산스틱 사용법까지 다양하다. 단순히 유튜브가 이용 시간이 늘어났기 때문에 콘텐츠가 풍부해졌다고만 생각하면 원인을 단순화해서 보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런 운동 콘텐츠의 다양화에는 ‘운동의 개인화’라는 문화적 맥락이 숨어 있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필라테스라는 운동은 개인별 맞춤 강습을 기본으로 한다. 헬스장에서도 PT, 즉 개인 트레이닝(Personal Training) 수업을 받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수영·골프 같은 운동에서도 소규모 그룹 혹은 개인별 맞춤 강습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에서 추세를 읽을 수 있다. 사람들은 이제 나에게 맞는 운동을 하는 것을 선호한다. 단순히 뜀박질하고 기구를 만지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몸을 관찰하고 탐구하며 몸 상태에 맞는 운동 방법을 찾아가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운동 유튜브 채널들은 이런 수요를 콘텐츠 생산에 적극 반영한다. 아예 몇몇 유튜브 크리에이터 중에는 실시간 방송을 하면서 그때그때 들어오는 질문에 대답해주는 사람도 있다. 마치 개인강습을 받는 것처럼 자신이 겪고 있는 운동의 문제점과 과제를 던져주면 강사가 해결해주는 식이다.

운동 유튜브 채널이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각 분야의 유명 스포츠선수들 역시 운동 유튜브 채널로 뛰어드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탁구 국가대표 출신인 김정훈씨가 유튜브를 개설했고, 수영 국가대표였던 백승호씨의 유튜브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간 엘리트 체육 중심이던 한국 체육계에 유튜브가 거꾸로 생활체육의 기반을 넓히는 모양새다.

이런 점에서 운동 유튜브 채널이 늘어나는 것을 한때의 유행으로만 볼 수 없다. 운동 인구가 늘어날수록 개인화된 운동 강습에 대한 욕구는 커질 것이고, 그 수요의 대부분을 유튜브 영상이 채워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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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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