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비행 중인 공군 F-35 스텔스기 1호기. 기체에 태극 마크가 선명하다.
시험비행 중인 공군 F-35 스텔스기 1호기. 기체에 태극 마크가 선명하다.

일요일이었던 지난 8월 25일 오후 충북 청주 공군기지에 F-35A 스텔스 전투기 2대가 차례로 내려앉았다. 꼬리날개에 한국 공군용 F-35A 1·2호기를 의미하는 ‘001’ ‘002’ 숫자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이날 F-35A의 청주기지 도착은 올 들어 네 번째였다. 미 록히드마틴사가 만든 F-35 A의 한국 도착은 지난 3월 29일(5·6호기)을 시작으로 7월 15일(7·8호기), 8월 21일(3·4호기) 각각 이뤄졌다. 지금까지 총 8대가 공군에 도입된 것이다.

하지만 지난 3월 첫 도착을 제외하곤 언론에 공개되지 않았다. 8대가 도입됐지만 아직까지 전력화 행사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외형상 이유는 “우리 군의 무기도입 상황을 중계방송하듯이 일일이 공개하지 않아왔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내면적으로는 북한이 F-35A의 도입에 강력 반발한 것도 큰 영향을 끼쳤다. 이런 태도가 지나친 북 눈치 보기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지자 국방부는 오는 10월 1일 국군의 날 행사 때 F-35A를 처음으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국군의 날 행사는 처음으로 공군기지(대구)에서 개최된다.

더구나 오는 10월 1일은 공군 창군 70주년을 맞는 날이어서 공군엔 각별한 의미가 있다. 창군 70주년 ‘생일’에 처음으로 공군기지에서 군 통수권자와 군 수뇌부가 참석한 가운데 국군의 날 행사를 개최하고, 공군의 오랜 꿈이었던 스텔스 전투기를 공개하는 것이다. 1949년 10월 1일 공군이 창군될 때 병력은 1600여명, 항공기는 프로펠러 추진 연락기 20여대에 불과했다. 하지만 건군(1948년) 1년 만에 공군을 창설했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200만명 이상의 병력과 수만 대의 항공기를 운용했던 미국도 공군의 독립은 1947년에야 이뤄졌었다.

창군 직후 한 대의 전투기도 없이 6·25전쟁을 맞은 공군은 연락기에서 폭탄을 손으로 투하하며 고전분투했지만, 전쟁 발발 직후 F-51 ‘머스탱’ 전투기를 도입해 ‘승호리 철교 차단작전’ 등 혁혁한 전공을 세웠다. 그뒤 변화와 성장을 지속해온 공군은 T-50, KT-1 등 국산 훈련기와 FA-50 국산 경공격기를 전력화해 운용하고 있다. KF-X(한국형 차기 전투기) 개발도 진행하면서 우리 손으로 만든 국산 항공기로 조국 영공을 수호하는 ‘대한민국을 지키는 가장 높은 힘’으로 도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창군 70주년을 맞은 올해는 공군엔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전략무기 3총사가 한꺼번에 도입되거나 전력화가 시작되는, 유례를 찾기 힘든 한 해가 되고 있다. 전략무기 3총사는 F-35A 스텔스기를 비롯, A330 MRTT 공중급유기, 글로벌 호크 장거리 고고도 무인정찰기 등이다. 원래 이들 무기는 지난해부터 순차적으로 들어올 예정이었다. 하지만 계획이 지연되면서 창군 70주년인 올해 집중되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공군 관계자는 “원래 창군 70주년에 맞춰 이들 무기를 한꺼번에 도입할 계획은 아니었는데 결과적으로 3대 무기의 도입 또는 전력화 시기가 겹쳐 창군 70주년의 의미를 더하게 됐다”고 전했다.

공군 A330 MRTT 공중급유기
공군 A330 MRTT 공중급유기

글로벌호크 장거리 고고도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 장거리 고고도 무인정찰기

3종 세트 도입(전력화)의 출발선은 공중급유기가 끊었다. 공군은 지난 1월 말 김해기지에서 정경두 국방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A330 MRTT 공중급유기 ‘시그너스(Cygnus·백조)’ 전력화 행사를 개최했다. 공중급유기는 원래 지난해 11월 김해기지에 도착했는데 준비 기간을 거쳐 이날 전력화 행사를 한 것이다. 총 4대가 도입되는 공중급유기는 유럽 에어버스D&S사 제품이다. 전장 59m, 전폭 60m에 달하는 대형 기체로 적재할 수 있는 최대 연료량은 24만파운드(108t)에 달한다. 공중급유기를 운용하면 전투기가 이륙할 때 연료 탑재량을 줄이고 대신 무장을 더 달 수 있어 전투력은 그만큼 향상된다. 독도·이어도에서의 작전시간도 1시간가량 늘어날 수 있다. 현재 KF-16 전투기에 연료를 가득 채우면 독도에서 10여분, 이어도에서 5분가량 작전할 수 있다. F-15K도 독도 30여분, 이어도에서 20여분밖에 작전할 수 없다. 하지만 공중급유기에서 연료 공급을 한 차례 받으면 F-15K의 작전시간은 독도 90여분, 이어도 80여분으로 늘어난다.

3종 세트의 2번 타자는 F-35A이 있다. 연말까지 10여대가 도입되고, 오는 2021년까지 총 40대가 도입될 예정이다. F-35A는 미국은 물론 세계 각국이 도입 중이거나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자타공인 ‘대세’ 스텔스 전투기다. 유사시 북한 방공망을 피해 평양 주석궁이나 핵·미사일 기지 등을 정밀타격할 수 있는 ‘킬 체인(Kill Chain)’의 핵심무기다. 적 전파를 교란하는 미니 전자전기, 1000㎞ 떨어진 미사일 발사도 탐지하는 감시·정찰기 역할도 할 수 있다.

공군은 20대의 F-35A 추가도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최근 해군의 경항모(대형 강습상륙함) 건조계획이 발표되면서 미묘한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경항모에 F-35B 스텔스 수직이착륙기 10여대를 탑재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 F-35B 도입을 해군 예산이 아니라 기존 F-35A 20대 추가도입 예산 중 일부를 돌려 추진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공군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번 타자인 글로벌 호크는 당초 지난 8월 말 1호기가 도입될 예정이었지만 9월 말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F-35A에 이어 북한의 예민한 반응을 우려해 도입시기를 늦추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군의 한 소식통은 “도입 전에 꼼꼼히 점검하다 보니 시간이 더 걸리고 있다”고 했다. 연말에 집중적으로 4대가 도입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창군 70주년에 전략무기 3총사를 갖게 됐지만 공군이 갖고 있는 숙제도 적지 않다. 우선 현재 전투기 전력이 공군이 판단하고 있는 적정 전투기 규모에 못 미치고 노후했거나 성능이 떨어지는 전투기가 많다는 점이다. 공군이 북한은 물론 중국·일본 등 잠재적인 위협국에 대응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보는 최소 전투기 규모는 430여대 정도다. 전략적 타격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하이(F-35A, F-15K)급 전투기 120여대, 다양한 작전에 투입 가능한 미디엄(KF-16, F-16, F-4)급 전투기 220여대, 지상군 지원에 주로 쓰이는 로(KF-5, F-5, FA-50)급 전투기 90여대 등이다. 하지만 현재 공군이 보유 중인 전투기는 400여대로 공군이 필요로 하는 수량의 93% 수준이다.

외형상 큰 문제가 없는 것 같지만 좀 더 들여다보면 구조적인 문제가 적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의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공군의 하이급 전투기는 50여대로 공군 적정 보유량의 41.7%, 미디엄급 전투기는 170여대로 적정 보유량의 77.3% 수준에 불과했다. 반면 로급 전투기는 170여대로 적정 보유량의 188.9%에 달했다. 기형적인 구조인 셈이다. KF-X 개발 지연 등에 따라 KF-5와 F-5, F-4 등 노후 전투기들의 퇴역시기가 늦춰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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