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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576호] 2019.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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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북한이 흔드는 유엔사 존재의 이유

이장훈  국제문제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 청년민중당원들이 지난 4월 26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자주평화한반도만들기 운동본부 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반대 및 유엔사 해체를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남조선 주둔 유엔군사령부는 북·남 사이의 판문점선언의 이행까지 가로막는 심상찮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유엔군사령부는 유엔의 통제 밖에서 미국의 지휘에 복종하는 연합군 사령부에 불과하지만 아직까지도 신성한 유엔의 명칭을 도용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지난해 9월 29일 유엔 총회 일반토의 연설에서 유엔군사령부(United Nations Command·이하 유엔사)를 비난한 내용이다. 당시 리 외무상의 발언은 남북한이 북한의 철도 구간에서 열차를 시범운행하며 현지 조사를 하려던 계획을 불허했던 것을 겨냥했을 뿐만 아니라 유엔사의 지위 자체를 문제 삼은 것이었다. 유엔 주재 북한 대표부의 김인철 서기관도 지난해 10월 12일 유엔 총회 제6위원회(법률) 회의에서 “유엔사는 유엔의 이름을 악용하고 유엔 헌장의 목적에 반하는 괴물 같은(monster-like) 조직”이라며 “긴장 완화와 평화를 향한 한반도 상황전개에 근거해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유엔사는 해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6·25전쟁 정전협정 66주년을 맞은 지난 7월 27일 경기 파주 비무장지대 내 판문점 자유의집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로버트 에이브럼스 유엔사사령관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북한 “유엔사는 괴물 같은 조직”
   
   북한이 그동안 줄기차게 유엔사 해체를 주장해온 이유는 역사적 교훈 때문이다. 유엔사는 6·25전쟁 발발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북한에 대한 군사제재와 통합사령부 설치 결의에 따라 만들어진 군사기구다. 북한이 1950년 6월 25일 남침하자, 미국은 즉각 유엔 안보리 소집을 요구했다. 안보리는 같은 해 6월 27일 북한을 침략자로 규정하고 적절한 군사적 조치를 취할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결의 제1511호를 통과시켰다. 미국 등 16개국은 전투 병력을, 6개국은 병참 및 의료지원 등 비전투 지원 병력을 각각 파견했다. 22개국이 참전함에 따라 통합사령부의 필요성이 제기되자 안보리는 회원국들의 병력 및 기타 지원을 미국 주도의 통합군사령부가 이용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의 결의 제1588호를 통과시켰다. 그 내용은 가장 많은 병력을 파견한 미국에 사령관 임명과 유엔 깃발 사용권한을 부여하는 한편 유엔군 사령부의 제반 활동에 대한 보고서를 안보리에 제출하라는 것이었다. 이후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은 1950년 7월 8일 더글러스 맥아더 연합군 최고사령관을 유엔군 사령관에 임명했고, 트리그베 할브단 리 유엔 사무총장은 유엔기를 미국에 이양했다. 유엔사는 1950년 7월 24일 일본 수도 도쿄에서 창설됐다. 유엔사는 한국군에 대한 작전지휘권도 행사했다. 이승만 대통령이 1950년 7월 14일 국군의 작전지휘권을 맥아더 유엔군 사령관에게 이양했기 때문이다.
   
   6·25전쟁 당시 북한이 유엔사 때문에 한국을 적화하지 못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북한은 6·25전쟁 발발 3일 만에 서울을 빼앗고 두 달도 되지 않아 파죽지세로 경상도 일부 지역과 부산 지역을 제외한 한국의 전 지역을 점령했다. 하지만 미군 등 유엔군이 1950년 9월 15일 인천상륙작전에 성공한 것을 계기로 전세는 역전되기 시작했다. 유엔군과 한국군은 북한군을 압록강과 두만강까지 밀어붙였다. 하지만 중국이 북한을 지원하기 위해 인민지원군을 파견하면서 유엔군과 한국군은 후퇴를 해야만 했다. 이후 유엔군과 한국군은 38선을 중심으로 중국 인민지원군과 북한군에 맞서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벌였다.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을 체결하기까지 6·25전쟁에 참전한 유엔군은 연인원 195만여명이나 됐다. 이 중에서 전사는 4만670명, 부상은 10만4280명이나 됐다. 이처럼 한국의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각국의 고귀한 인명이 희생됐다.
   
   당시 옛 소련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안보리에서 유엔사 구성 결의가 통과된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다. 김일성의 6·25 남침을 사전에 동의한 소련이 한국에 파견될 유엔군의 결성에 찬성할 리 만무했기 때문이었다. 유엔사 설치 결정은 소련이 안보리 회의에 불참했기 때문에 가능했었다. 소련은 대만(중화민국) 대신 중공(중국)의 유엔 대표권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1950년 1월부터 안보리 회의 참석을 보이콧해왔다. 소련이 이런 전략적 실수를 저지르는 틈을 활용해 미국은 유엔의 이름으로 정당성을 확보하면서 군사력을 제때 동원했다. 뒤늦게 잘못을 깨달은 소련은 이후 안보리 회의에 적극 참석해서 중공군 철수를 다룬 1950년 12월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만약 소련이 유엔군의 참전을 반대해 거부권을 행사했었다면 김일성은 한반도를 무력 통일했을 것이다. 이 때문에 북한은 그동안 눈엣가시인 유엔사의 해체를 끊임없이 주장해왔고, 러시아와 중국도 이를 적극 지지해왔다.
   
   유엔사는 1957년 7월 도쿄에서 서울 용산 기지로 옮긴 데 이어 지난해 평택 캠프 험프리스 기지로 이전했다. 유엔사는 미국·영국·호주와 한국 등 6·25전쟁 참전국 중심의 18개 회원국으로 구성돼 있다. 평상시 정전협정·체제를 유지, 관리하는 것이 주 임무다. 하지만 한반도 전면전이 발발할 경우 전력(戰力) 제공국들로부터 병력과 장비를 받아 한·미 연합사의 작전을 지원하는 임무도 맡고 있다. 유엔사는 1978년 11월 7일 한·미 연합사령부가 창설됨에 따라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한·미 연합사령부로 넘겼다. 이런 변화는 유엔 총회에서 통과된 결의 때문이었다. 중국이 주도하고 북한이 비동맹국들을 부추겨 1975년 9월 제30차 유엔 총회에서 유엔사의 무조건 해체, 주한 외국군 철수,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 대체 등을 요구하는 결의안 제3390 B호가 제출됐다. 이에 맞서 한국 정부는 남북대화의 계속 촉구, 정전협정 대안 및 항구적 평화 보장 마련을 위한 협상 개시 등의 내용을 담은 결의안 제3390 A호를 제출했다. 당시 유엔 총회는 같은 해 11월 18일 남북한 결의안을 모두 통과시켰다. 당시 결의는 법적 구속력은 없었지만, 유엔사는 한국군에 대한 작전통제권을 한·미 연합사령부로 이양한 이후 군사정전위원회 가동, 중립국 감독위원회 운영,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 파견, 비무장지대(DMZ) 경계초소 운영, 북한과의 장성급 회담을 비롯해 정전협정의 유지와 이행 등으로 역할을 축소했다.
   
   
▲ 비무장지대(DMZ) 국군 감시초소(GP)에 태극기와 함께 유엔기가 게양돼 있다. photo 육군본부

   유엔사 해체→미군 철수?
   
   유엔사가 이런 업무를 수행하는 이유는 정전협정의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정전협정은 ‘유엔군 총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 최고사령관 및 중국 인민지원군 사령원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이다. 때문에 유엔사가 해체된다면 정전체제의 한 주체가 사라지게 된다. 게다가 중국은 정전협정의 주체가 아니다. 정전협정 서명 당사자는 중국 정부나 중국 인민해방군 사령관이 아닌 중국 인민지원군 사령원이다. 중국은 인민지원군에 대해 정부군이 아니라 ‘자발적 참전 지원군’이라고 주장해왔다. 중국 인민지원군은 1958년 10월 북한에서 철수해 인민해방군으로 다시 흡수됐으며, 판문점 군사정전위원회의 중국 인민지원군 대표단도 1994년 12월 철수해버렸다. 이에 따라 중국 인민지원군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며, 중국 정부가 그 계승자임을 주장할 근거도 없다.
   
   북한이 유엔사 해제를 주장해온 속내는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려는 의도 때문이다. 특히 북한은 유엔사를 미군과 동일시하며 정전체제를 무력화하려고 노력해왔다. 그랬던 북한이 미국과 핵협상에서 종전선언에 동의하는 모습을 보이는 이유는 종전선언이 정전협정의 산물인 유엔사를 해체하는 명분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런 빌미는 문재인 정부가 제공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19일 김정은과의 평양 정상회담에서 북한과 남북군사합의서를 체결했다. 문 대통령은 이를 “사실상의 종전선언”이라고 평가하고, 남북 간 적대관계가 종식됐다고 선언했었다. 그런데 종전선언만으로는 정전협정을 대체할 수 없다. 종전선언은 정치적 선언이고 법적 효력을 가지려면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한다. 평화협정을 체결하려면 북한의 비핵화가 선행돼야 한다. 북한의 비핵화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문 대통령은 남북군사합의서 채택을 정전선언이라고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하고 있다. 말 그대로 북한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한 것이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종전선언이 유엔사나 주한미군의 지위에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지적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면서 변명해왔다.
   
   하지만 북한은 유엔사를 인정할 수 없다면서 9·19 남북군사합의서에 따라 판문점 JSA 비무장화를 통제할 JSA 공동관리기구 구성에 응하지 않고 있다. 종전선언을 하더라도 평화협정이 체결되지 않는 한 JSA를 포함한 DMZ의 관리는 유엔사가 맡을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북한의 주장처럼 유엔사를 JSA 관리에서 뺀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말이 되지 않는다. 문 대통령은 평양 남북 정상회담 직후 “종전선언은 유엔사나 주한미군의 지위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면서 “이번 방북에서 김정은도 (종전선언을) 똑같은 개념으로 생각함을 확인했다”고 강조했었다. 문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북한의 현재 행동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결국 북한의 의도는 종전선언을 통해 정전협정을 무력화시켜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면서 유엔사를 해체하고 주한미군을 철수시키려는 것이다. 캐나다군 중장인 웨인 에어 전 유엔군사령부 부사령관은 “북한이 왜 그렇게 열심히 종전선언을 추진하는지 의문을 품어야 한다”면서 “종전선언은 한반도에 미군이 주둔하는 것을 문제로 삼는 ‘위험한 비탈길(slippery slope)’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유엔군 사령관 겸 주한미군 사령관도 지난해 9월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DMZ 내 모든 활동은 유엔사 소관”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 유엔군과 한국군 및 북한군이 지난해 10월 JSA 비무장화 이행을 위한 제1차 회의를 갖고 있다. photo USFK

   유엔사를 ‘냉전의 유물’로 대하는 문 정부
   
   그런데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는 지난 9월 18일 강원도 양구KCP호텔에서 열린 제15회 DMZ평화상 시상식 연설을 통해 “남북 관계의 가장 큰 장애물은 유엔사”라면서 문재인 정부의 속내를 그대로 드러냈다. 문 특보는 “유엔사는 정전협정의 성실한 이행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인데 지금은 남북 교류협력 분야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곳이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문 특보는 이어 “얼마 전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독일에서 온 방문단과 함께 고성 통일전망대를 방문하려다 유엔사에서 제동을 걸어 가지 못했다”면서 “평화 촉진의 임무를 갖고 있는 유엔사가 평화를 위한 교류와 협력에 자꾸 제동을 걸어 오히려 한반도 평화를 더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유엔사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부정적인 입장은 유엔사가 북한과의 교류와 협력에 장애가 될 수 있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유엔사를 사라져야 할 ‘냉전의 유물’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특히 미국이 최근 유엔사를 확대·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문재인 정부는 노골적으로 반대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유엔사 참모 자리를 별도로 채우고 있다. 또 유엔사 부사령관에 지난해 에어캐나다 육군 중장에 이어 올해 스튜어트 메이어 호주 해군 소장을 임명했다. 유엔사는 독일군 연락장교를 배치하려다 문재인 정부의 항의로 계획을 접어야 했다. 또 유엔사가 한국군 장교 20명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문재인 정부는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이런 입장은 유엔사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북한을 의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는 미국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이후 유엔사를 통해 미래연합사(가칭)에 개입할 것을 우려하고 있으며, 북한과의 평화협정 체결 이후 유엔사의 해체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전작권이 이양된 이후의 미래연합사와 강화된 유엔사와의 협력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거부하고 침공할 경우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또다시 발발하면 유엔사의 후방사령부 역할이 중요하다. 일본 요코타 공군기지에 위치한 유엔사 후방사령부는 한·미연합군과 일본 내의 미군 병참기지를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또 미국·영국·캐나다·터키·호주·필리핀·뉴질랜드·태국·프랑스 등 9개국이 일본과 주둔군지위협정(SOFA)을 맺고 있어 일본 정부의 별도 동의 없이 평상시에는 사전 통지만으로, 긴급사태에는 사전 통지 없이도 군 병력과 물자를 일본 영토를 통과해 이동시킬 수 있다. 다시 말해 별도의 유엔 안보리 결의나 일본 정부의 동의가 없이도 유엔사가 병력과 물자를 신속히 일본을 통과해 한반도로 이동시킬 수 있다. 유엔사를 해체한다면 이런 지원을 받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유엔사는 또 북한의 침공을 저지할 수 있는 국제사회의 인계철선이 될 수 있다. 만약 유엔사가 해체된다면 중국이 러시아의 거부권을 감안할 때 유엔 안보리에서 유엔군을 파견할 수 있는 결의안을 채택하기 어렵다. 향후 북한 정권 붕괴 등 급변 사태가 발생했을 때 중국의 개입과 간섭을 견제하기 위한 국제기구로서도 유엔기를 들고 있는 유엔사는 유용하다. 유엔사는 또 평화협정 체결 이후엔 명칭과 역할을 바꿔 한반도 평화체제 유지 및 지원 기구로 전환될 수도 있다.
   
   부산 유엔기념공원에는 6·25전쟁에서 희생된 세계 유일의 유엔군 묘지가 있다. ‘부산이 고향’이라는 문 대통령은 무엇이 국익인지 직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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