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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커뮤니티매핑센터 임완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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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577호] 2019.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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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커뮤니티매핑센터 임완수 대표

photo 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2012년 미국 동북부에 상륙한 초대형 허리케인 ‘샌디’는 한 시간당 최대풍속 130㎞를 기록하며 뉴욕, 뉴저지 등 도심을 아수라장으로 만들었다. 침수와 정전, 건물 파손 등으로 약 40조~50조원에 달하는 재난 피해가 발생했다. 태풍의 영향으로 주유소 펌프 고장에 따른 기름 대란도 이어졌는데, 이때 주유소 현황 정보를 제공해 재난 복구에 큰 도움을 준 사람이 바로 임완수 커뮤니티매핑센터 대표다. 그는 뉴저지 고등학교 학생들과 이른바 ‘커뮤니티매핑(Community Mapping)’을 통해 재난 지역 주유소들의 영업·정전 여부, 기름 잔존 여부 등의 정보를 수집, 이를 하나의 지도에 표시해 미국 전역에 제공했다. 미국 재난안전국과 에너지국 등은 이를 재난 구호에 적극 활용했다. 미국 백악관은 재난이 수습될 무렵 임 대표에게 감사장을 전했다.
   
   임 대표가 진행한 커뮤니티매핑은 한국말로 ‘공동체 참여 지도 만들기’다. 지역 구성원들이 목적에 맞게 지역 내 각종 정보, 문제 등을 현장에서 수집하고 이를 하나의 지도로 만들어 공유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기관이나 개인은 필요에 따라 이 지도를 행정 집행, 일상 등에서 활용할 수 있다. 결국 시민참여와 공공데이터의 결합인 셈인데, 임 대표는 1990년대부터 이를 연구하기 시작, 국내외에서 관련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2015년 ‘메르스 현황지도’, 2016년 국정농단 규탄 촛불집회 당시 제작한 ‘광화문 편의시설 지도’, 2018년 평창올림픽 당시 만든 ‘평창 지역 장애인 접근성 지도’ 등이 꼽힌다.
   
   커뮤니티매핑은 교육 현장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2013년부터 미국 메릴랜드주 앤아룬델 카운티 일부 고등학교들은 커뮤니티매핑을 교과과정에서 다뤘고, 국내 일부 교과서에서도 조금씩 이 개념이 소개되기 시작했다. 최근 국내 일부 지자체들은 ‘정부3.0’ 정책에 따라 커뮤니티매핑 관련 포럼을 여는 등 적지 않은 관심을 보이기까지 한다. 지난 9월 30일 한국을 잠시 방문한 임완수 대표를 만나 그간의 커뮤니티매핑 활동과 기대효과 등을 물었다.
   
   
   형평·효율적인 도시발전 꾀해
   
   임 대표에 따르면 커뮤니티매핑은 주민참여형 지리정보시스템(PPGIS· Public Participatory GIS)의 일환이다. PPGIS는 시민들이 직접 지역사회의 자원과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를 하나의 지도, 즉 지리정보시스템으로 구현하는 것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한양대학교와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대학원, 러트거스뉴저지주립대학교 대학원에서 도시계획·공학을 공부해온 임완수 대표는 1990년대 초 PPGIS를 처음 접했다고 한다. 그는 PPGIS가 도시발전의 중요한 두 가지 요소를 실현한다고 보고, 이에 관심을 가졌다고 한다.
   
   “효율성과 형평성의 존립은 도시발전에서 중요하다. 효율만 추구하다 보면 특정 지역만 발전시켜 사회적 불합리를 발생시킨다. 모든 지역이 고르게 성장할 수 있는 방안, 즉 형평성도 항상 존중돼야 한다. 그래야 지속가능한 도시 성장을 꾀할 수 있다. 여기서 PPGIS는 주민참여를 통해 일부 지역이 배제되거나 특정 계층이 소외돼 형평성이 어긋나는 일을 막는 역할을 한다. 다수의 참여, 즉 집단지성을 접목시켜 효율적인 지역 성장까지 가능하게 한다. PPGIS가 효율과 형평을 모두 실현하는 것이다.”
   
   초창기만 해도 PPGIS 관련 학회가 막 구성되는 등 연구가 많이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한다. 실제 현장에서 PPGIS를 구현하는 것을 커뮤니티매핑이라 칭하면서 이에 대한 연구를 선구적으로 진행해온 것이 임 대표다.
   
   특히 그의 연구 활동에 속도가 붙기 시작한 건 2005년 구글이 누구나 사용 가능한 온라인 지도 정보 서비스를 내놓으면서다. 커뮤니티매핑을 진행하기 위해선 지리정보를 활용해야 하는데, 그전까진 이 정보에 대한 접근 비용이 높아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어려웠다. 임 대표는 “2003년 한국 개발자들과 협업해 자체적으로 지도데이터 서비스를 갖춘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기도 했지만 그 비용이 너무 커 운영을 중단했었다”고 했다. 임 대표는 2006년부터 구글 지도 정보를 활용한 스마트폰 앱 ‘매플러(Mappler)’를 개발, 커뮤니티매핑 활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기 시작했다. 커뮤니티매핑 참여자들은 자신들이 수집한 내용, 사진, 위치 등을 매플러에 기록하면 앱이 알아서 하나의 지도를 만들어낸다. 지도 기록은 언제든, 누구나 할 수 있다.
   
   
▲ 2012년 커뮤니티매핑을 통해 제작한 미국 ‘주유소 현황 지도’. photo 커뮤니티매핑센터

   뉴욕 화장실 지도 등 지역사회에 기여
   
   그렇게 시작된 그의 커뮤니티매핑 프로젝트는 현재 1000개가 넘는 관련 지도를 만들어내는 성과로 이어졌다. 한국에서의 커뮤니티매핑 활동은 지난 2013년 커뮤니티매핑센터를 설립하면서 활발해졌는데, 이들 프로젝트의 상당수는 현재까지도 정부와 지자체, 시민들이 적극 활용 중이다. 앞서 언급했던 지도들 외에도 지진피해, 장애인·노인 편의시설, 역사문화 지도 등이 제작돼 주목을 받기도 했다.
   
   임 대표는 “또 하나 기억에 남는 건 해외에서 진행한 ‘뉴욕 화장실 지도’다. 사실 뉴욕은 화장실 찾기가 굉장히 어렵다. 이에 따른 관광객들의 불편이 상당했는데, 1개월간 시민들과 협업해 관련 지도를 제작했다. 이 지도는 현재까지도 상당수가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커뮤니티매핑이 궁극적으론 지역발전의 원동력이 된다고 말한다. “지역 정보 공유, 문제 개선 외에 참여자들의 이른바 ‘역량강화’에도 큰 기여를 한다. 지역민들이 직접 정보를 기록하고 이것이 개선, 변화하는 모습을 보며 ‘내가 무언가를 바꿀 수 있구나’라는 경험을 심어주는 거다. 자신감, 효능감을 기르며 지역을 더 관심 있게 들여다보게 만든다. 자발적 지역발전의 단초다.”
   
   최근 그가 새롭게 진행하는 건 ‘미세먼지’ 관련 연구다.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지만 이와 관련한 데이터는 부재하다는 이유에서다. “정보가 제대로 마련돼야 대비 방안도 강구할 수 있는데, 현재 미세먼지 측정 도구는 서울시 자치구에 단 하나씩만 설치돼 있다. 이것만으론 정보를 제대로 수집할 수 없다. 자체 개발 센서 등으로 지역별 미세먼지 수준·종류·농도 등을 커뮤니티매핑 방식으로 파악 중이다. 자기 집 앞 미세먼지 현황까지 파악해보자는 거다. 올해 안에 서울시에 300개 센서를 부착, 관련 연구 보고서도 만들 계획이다.”
   
   현재 그는 미국 메헤리 의과대 가정의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하지만 커뮤니티매핑에 관심을 보이는 국내 지자체, 기업, 단체들을 대상으로 강의·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두 달에 한 번꼴로 한국을 방문한다. 커뮤니티매핑 활동을 통해 앞으로 그가 이루고자 하는 꿈은 거시적이면서도 구체적이다.
   
   “소외계층의 복지 신장 등을 주제로 한 지도를 많이 제작하고 싶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노인과 청년, 남성과 여성 등 지역 구성원들이 함께 교류하고 소통하는 사회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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