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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579호] 2019.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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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간특집]뉴라이트와 뉴레프트의 대화, 한국의 진보와 386을 말하다

▲ 뉴라이트 운동을 이끌었던 신지호 전 의원(왼쪽). ‘원조 좌파’ 주대환 전 사회민주주의연대 대표(오른쪽).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다시 광장으로 나온 한국 민주주의, 어디로 가는 걸까. 노동 현장과 여의도, 보수와 진보 진영을 거쳐온 두 사람이 마주 앉았다. 주대환 전 사회민주주의연대 대표와 신지호 전 국회의원이다. 주대환(65) 대표는 ‘원조 좌파’다. 서울대 종교학과 재학 시절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민청학련 사건(1974), 긴급조치 9호 위반(1978), 부마항쟁(1979) 등으로 4차례 구속됐다. 1980년대에는 ‘김철순’이라는 가명으로 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인민노련) 등 노동운동 현장에서 ‘혁명’을 이끌었다. 2004년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 선거에서 다수파인 NL계를 꺾고 당선됐다. 2008년 종북·주사파 논쟁으로 당이 쪼개질 때 민노당을 떠났다. 사회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를 거쳐 지금은 ‘죽산 조봉암 선생 기념사업회’ 부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지난 2017년 발간한 ‘주대환의 시민을 위한 한국현대사’라는 저서에서 이승만의 농지개혁과 박정희의 경제정책을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스스로를 ‘뉴레프트’로 규정한다.
   
   신지호(56) 전 의원은 연세대 경제학과 재학 시기부터 1990년대까지 사회주의 운동과 노동운동을 했다. 노회찬 전 의원, 송영길 의원 등이 그 시절의 동료였다. 인민노련, 한국 사회주의 노동당 창당 준비위원회, 진보정당 추진위, 경실련 같은 조직에서 활동했다. 1990년대가 되어 동구권 붕괴와 소련의 해체를 목격하며 ‘전향’을 했다. 1992년 ‘고백’, ‘당신은 아직도 혁명을 꿈꾸는가’ 등의 글을 통해서였다. 이후 일본 유학을 거쳐 자유주의연대 대표로 활동하며 신(新) 보수운동을 이끌었다. 이른바 ‘뉴라이트’ 운동이었다.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서울특별시 도봉구 갑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당시 상대는 통합민주당의 김근태 후보였다. 요즘엔 정치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지난 10월 14일 조국 법무부 장관이 사퇴를 발표했다. 그가 배포한 사퇴 인사말을 훑어보며 서울 인사동의 대담 장소로 향했다. 대담은 2회로 나누어 싣는다. 1회는 ‘한국의 진보와 386’에 대한 얘기다.
   
   신지호 전 의원 “건국 이래 처음 아닐까 싶다. 장관 문제로 민심이 쪼개졌다. 결국 ‘중도반단(中途半斷)’으로 끝난 것 아닌가. 시작은 했는데 중간에 흐지부지됐다는 뜻이다. 패스트트랙에 상정된 검찰개혁 법안이 통과된 것도 아닌데 조 장관이 물러났다. 내부적으로 스텝이 꼬였는지 11월 명예퇴진도 못 했단 얘기다. 장관 후보 지명 이후 이를 악물고 두 달을 버틴 이유가 뭘까. 핵심 지지층만은 지켜야겠다고 생각한 거다. ‘유연한 진보’ 표방했다가 좌회전 깜박이 켜고 우회전했다는 말을 들은 노무현 정권을 반면교사 삼아 지금까지 버틴 거다.”
   
   주대환 전 대표 “시간이 흐른 후엔, 부끄러워서 지금 이 시대는 외면할 것 같다. 오만이었을까 오기였을까. 이 정권이 조국을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하고 임명을 강행한 건 분명 이상한 행동이었다. 밀리면 안 된다는 의식이 있었던 거다.”
   
   기자 “광화문과 서초동에서 매주 열린 조국 찬반 시위를 보면서 광복 직후의 ‘찬탁 반탁 운동’을 보는 것 같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국 정치는 과거로 회귀했나. 퇴화하고 있나.”
   
   신지호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라는 표현을 쓰는데,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여야 존중이나 협치가 사라지고 정권이 일방통행하고 있지 않나. 이런 행태는, 보수는 박근혜 정권 때 극에 달했고 진보는 현 정부에서 정점을 찍고 있다.”
   
   주대환 “나는 조금 다르게 본다. 우리나라는 구대륙의 변두리 끝에 조그맣게 달려 있는 곳이지만, 구대륙과 다르다. 뭐랄까, 신대륙 같은 곳이었다. 하층민들한텐 기회의 땅이었다. 양반, 상놈 하는 구분이 있다가 사라진 나라다. 어린 시절에 친구들 만날 때, 너희 아버지가 뭐하는 분이냐고 묻지 않았다. 중요하지 않았으니까. 조선시대였으면 3대조와 외조부부터 알아냈을 거다. 친구를 맺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래야 정할 수 있으니 말이다. 우리는 아버지가 누군지 상관없는 시대를 살았다. 한국전쟁을 거치고 뒤죽박죽된 거다. 머리가 좋고, 기회를 잘 잡고 운이 좋으면 출세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정치사상적으로도 그렇다. 보수·진보 구분이 분명치 않은 시공간이었다. 조국 전 장관을 보자. 사노맹을 했다곤 하는데, 그렇다고 전향을 한 것도 아니다. 이념이 뭐냐는 질문에 답하면서 진지함이 전혀 없지 않나.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조국은 레닌주의자’라고 평가했는데, 잘못 본 거다. 상대의 말을 지나치게 진지하게 받아들인 거다. 한국은 아직도 진보나 보수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다. 미국 역사와 견주어보면 대공황과 뉴딜정책이 등장하기 이전 시절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이제 서서히 정립되는 과정에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 사회가 안정되면서 계층 간 이동이 점점 제한되고 있지 않나. 사회적으로도 분화되고 정치적으로도 진보와 보수가 새롭게 분화하는 과정을 우리가 지금 목격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이제는 망국적 진영논리 시대”
   
   신지호 “정치로 한정해 살펴보면 진보, 보수 모두 시대역행적으로 퇴행한 건 맞다. 과거엔 망국적 지역감정이었다면 이제는 ‘망국적 진영논리’의 시대다. 확증 편향이 심해졌다. 자신의 정체성을 상대에 대한 비난으로 강화하고 있다. 본인의 콘텐츠가 없으니 ‘저 적폐들을 때려잡자’는 식으로 스스로의 정체성을 규정하는 거다. DJ 정권, 노무현 정권, 문재인 정권을 각각 진보 정권 1기, 2기, 3기로 구분해보자. 1992년 대선에서 YS한테 진 DJ는 영국으로 떠났다. 마침 이 시기 영국 노동당이 크게 노선을 전환했다. ‘제3의 길’이다. DJ가 여기에서 영감을 많이 얻었다. 한국판 제3의 길, 진보 정권 1기인 DJ는 굳이 따지면 실용진보였다. 2기인 노무현은 스스로 유연한 진보가 되겠다고 했다. ‘좌파 신자유주의’란 평가도 들었다. 문재인은 ‘교조적 진보’가 아닌가 싶다. 이념적으로도 후퇴했고, 행태적 측면에선 권위주의적 면모를 보인다. 진보는 퇴화 중이다.”
   
   
   “386 세대는 영미진보가 아닌 중러좌파’
   
   주대환 “진보를 구분해서 봐야 한다. 영미 쪽에 근원을 둔 ‘영미진보’와 러시아, 중국을 발원지로 하는 ‘중러좌파’는 다르다. 굉장히 다르다. 죽산 조봉암의 전향은 바로 중러좌파로부터 영미진보로의 전향이었다. 김대중 대통령도 영미진보가 되려 했다. 현 정권을 주도하는 386세대는 다르다. 그들은 중러좌파다. 거기에 뿌리를 둔 세력이다.”
   
   기자 “영미진보와 중러좌파가 어떻게 다른가.”
   
   주대환 “한국전쟁이 터졌을 때 군대를 파견해서 대한민국을 공산주의자의 침략으로부터 지켜준 국가와 당시 그 국가들의 집권당을 보자. 영국은 노동당 정권이었다. 다른 영연방 국가들도 노동당 정부였던 나라가 많았다. 미국은 미 역사상 가장 진보적인 정부라고 하는 트루먼 정부였다. 당시 영미 둘 다 진보 정권이었단 얘기다. 공산주의자와 영미진보의 차이가 이렇다. 유럽에서 ‘나는 사회주의자(socialist)’라고 소개하면, 공산주의자가 아니라는 뜻이다. 엄격히 진영이 다르단 얘기다. 한국에선 이 두 가지를 섞어서 생각한다.”
   
   신지호 “맞다. 1960년대 체코의 ‘프라하의 봄’을 소련이 무자비하게 탱크로 밀어서 진압했다. 이때 서구의 사회주의자들이 충격을 받았다. ‘패권주의’라는 말이 있지 않나. 기원을 찾아보니 중국 신화통신이 당시 소련을 비판하면서 쓴 말이더라.”
   
   주대환 “‘동물농장’을 쓴 조지 오웰의 글을 읽어봐라. 공산주의에 대한 가장 강력한 비판이다. 그런데 조지 오웰은 사회주의자였다. 그는 공산주의를 파시즘으로 봤다. 개인의 자유, 인권, 평등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보고 제도적으론 삼권분립, 의회민주주의, 언론의 자유를 기본 전제로 한다. 이 바탕 위에서 좌니 우니 지향하는 자들과, 그런 문명의 기초를 배제하는 자들은 크게 다르다고 봤다.”
   
   신지호 “서구 기준에선 영미진보와 중러좌파는 이질적·적대적 관계다. 왜 한국에선 섞여버렸을까. 조봉암 같은 영미식 진보주의자를 이승만 대통령이 빨갱이로 몰아서 처형한 건 분명 오점이었다. 사실 중러좌파는 ‘386’그룹의 모습으로 한국 정치에 무시할 수 없는 주도세력으로 등장했다. 이 386의 비중과 색깔이 가장 강한 정권이 바로 문재인 정권이다. 실질적으로 386이 핵심세력이 되어 이끌고 있는 정권이다. 군부정권 30년 이후 첫 문민정부인 YS정부가 출범했다. 386 운동권 세력들이 민주화에 참여했다는 훈장을 달고 YS, DJ 쪽으로 몰려간 거다.”
   
   
   “말은 마르크스주의, 행동은 독립운동”
   
   주대환 “학자들이 386 운동권 이데올로기의 독특한 사고구조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 굉장히 독특하다. 레토릭을 보면 마르크스주의 용어들을 구사한다. 그런데 내용을 보면 정서적 바탕은 민족주의다. 이유는 이렇다. 일제강점기 한국에서의 마르크스주의는 독립운동의 이데올로기였다. 말은 마르크스주의인데, 행동은 독립운동을 한 거다. 이 시기의 뿌리가 남아 있다가 1980년대 운동권에서 번성한 거다. 한국적 변종이다. 그래서 동유럽이 망하고 소련이 해체돼도 별 영향이 없었다. 바탕은 마르크스주의가 아니라 민족주의니까. 그 상징이 바로 백범 김구다. 백범 김구를 존경하는 일군의 수백만 명이 여전히 존재한다. 이들은 좌익이 아니고 민족주의자다. 조국 전 장관이 뭐라고 했나. ‘반일(反日)을 위해 죽창’ 운운하지 않았나. 이 집단의 정체성은 반일인 거다.”
   
   신지호 “백범 자체가 민족주의자였던 건 사실이다. 좌익은 아니었다. 한국 좌파들이 죽은 백범을 이용하고 있는 거다.”
   
   
   “백범 이용하는 변종 좌파의 탄생”
   
   주대환 “백범 자체를 평가하자는 게 아니다. 민족주의자 386 집단의 기본적인 정체성이 뭐냐는 거다. 식민지 종속국 시절 공산주의와 민족주의의 결합은 그 당시엔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독립운동 시절에 형성된 이 결합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식민지 트라우마를 전 국민이 공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익숙한’ 백범을 이용하면 편리한 거다. 한국형 변종 좌파가 이렇게 만들어졌다. 불행한 건 이들의 존재가 한국 사회의 미래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거다. 소녀상을 세우고 징용노동자상을 세우고 있다. 시대착오적이다.”
   
   신지호 “세부적으로 분석해보면 386의 민족주의는 ‘반일반미 민족주의’다.”
   
   주대환 “요즘 반미주의는 별로 강하지 않다.”
   
   신지호 “전에는 강했는데 사그라들었다. 기본적으론 반일반미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중국, 러시아에 대해서는 어떤가. 이들은 서대문에 있는 독립문이 어떻게 세워졌는지도 모른다. 그 독립문은 중국으로부터의 독립을 기리기 위해 세운 거다. 일본과 미국엔 저항적 민족주의면서 중국에 대해선 사대주의다. 앞뒤가 안 맞는, 논리적 완결성이 없는 민족주의다.”
   
   
   “논리적 완결성 없는 선택적 민족주의”
   
   주대환 “맞다. 선택적 민족주의다. 식민지 시기, 항일 운동시기에 형성됐기 때문이다. 한국의 운동권이라는 게 어떻게 형성되고, 어떻게 유지되고 있으며, 이들의 정체성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아야 정확하게 비판할 수 있다. 이들을 ‘빨갱이 좌파’로 몰아 공격하는 게 과연 효과적일까. 이들을 만나서 얘기해보면, 사회경제, 복지, 이런 문제로는 크게 논쟁이 안 붙는다. 그런데 민족주의, 백범 김구, 이승만 얘기만 나오면 획 돌아버린다. 운동권 후배들을 만나면 내게 물어온다. ‘왜 이승만을 찬양해요?’ 공과 과가 함께 있는 거 아니냐며 설명해도 화내고 못 받아들인다. 그게 그만큼 중요한 거다. 자신들의 정체성이 거기에 있으니까. 근본적으로 1980년대라는 시대적 배경에서 그들이 읽은 책들은 전부 자신을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와 동일시하는 책들이었다. 우상화된 독립운동가 몇 사람과 자신을 마음속에서 동일시한 거다. 그 문화적 유전자를 공유하는 수백만이 한국 사회에 있다. 나는 운동권 핵심에서 함께 살아왔는데도 만나면 답답하다.”
   
   신지호 “반일문제와 관련해 짚고 넘어가자면, 일본에선 민족주의자가 우익이다. 일본 좌파는 인터내셔널리즘, 국제주의자들이다. 한국은 반대다. 좌파가 민족주의자다. 그래서 지금 아베 정부와 문재인 정부가 대립하는 거다. 그런데 이게 국제적 차원의 적대적 공생이다. 서로의 지지층이 결집되는 효과를 노린다. 양국 국민들에게 불행한 퇴행적 상황이다.”
   
   기자 “북한도 주체사상을 표방한 민족주의 정권 아닌가.”
   
   신지호 “15년 전 평양에 갔다. 주체사상탑에 올라갔는데 꼭대기층엔 각국에서 보내온 기념품들이 전시되어 있더라. 그런데 중국에서 보낸 선물은 없는 거다. 나중에 베이징대 김경일 교수를 만나서 그 이유를 들었다. 북한의 주체사상이란 게 중국 때문에 생겼다는 거다. 중국과 소련이 대립하는 상황이 오면 북한이 중국에 먹힐까봐 주체사상을 만들었고, 이를 아는 중국은 북한의 주체사상을 반기지 않는 거다. 이런 걸 그때는 몰랐다. 돌이켜보면 민주화세력을 자임하면서 삼권분립이라든가 법치주의 이런 걸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다. 우리들은 파괴만 배웠다. 혁명은 파괴와 건설인데, 군사독재 어떻게 까부수냐는 파괴만 들이판 거다.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에 대해 제대로 고민해본 적이 없다.”
   
   
   “민주교육 대상자들이 시민 강의”
   
   주대환 “요즘 여러 자치단체들이 ‘민주시민교육’이란 걸 한다. 강사들은 주로 86세대들이다. 민주시민교육을 받아야 할 대상자들인데 강사를 하고 있다. 민주화운동을 한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자신이 선각자라고 생각한다. 시민들을 가르치려고 한다. 민주화운동을 한 친구들을 만나면 말들이 많다. 근데 내용은 얻을 게 없다. 국민의 1%에도 해당 안 되는 예외적인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 가장 평범한 친구들의 의견을 들어볼 생각을 안 한다. 자기들의 의견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면 욕을 한다. 민주주의 작동원리를 잘 모르는 거다. 민주주의에 아직도 적응을 못하고 있다.”
   
   신지호 “이들의 현실인식에도 문제가 있다. 과장적 현실인식이랄까. 그들 상당수가 영화 ‘베테랑’이 그대로 현실일 거라 착각하고 있다. 보수언론 카르텔에 이회창의 차떼기, 별장 성접대, 최순실 국정농단 등을 덕지덕지 붙여놓고 그게 실체라고 생각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불법대선자금 문제가 나오자 ‘소도둑과 닭서리’ 얘기를 했다. 한나라당은 이전에 소도둑으로 크게 해먹었는데 본인들은 그보다 훨씬 작게 해먹은 닭서리 정도라고 말했다. ‘조국 옹호’도 그 연장선이다. 허황된 현실인식에서 나온 그릇된 방어논리라고 할까.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데, 386 운동권들에겐 더 이상 이념적 순결성은 없다. 지금은 ‘추억공동체’가 된 이익집단이다.”
   
   
   “민주화운동 하며 문재인 들어본 적 없다”
   
   주대환 “‘조국 사건’이 터지자, 그 시절 진짜 진지하게 운동하고 고생했던 사람들이 억울해하더라. 그 사람들 중엔 자리를 제대로 못 잡아 지금도 어렵게 사는 이들도 많다. 사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도 허탈했다. 문 대통령이 민주화운동을 주도적으로 한 걸로 아는 20대들도 있더라. 나는 유신 시기 민주화운동을 하면서 문재인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 386은 추억과 정서를 공유하는 집단이다. 네트워킹이 아주 잘되어 있고 몇몇 사람들의 지휘에 의해 움직인다. 나이는 50대 전성기이고, 각계각층에서 주요 자리를 맡고 있다. 이런 집단이 어느 나라에 또 있나. 중국과 북한 입장에서는 상당히 환영할 만한 집단이다. 한국의 내정을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하기 좋은 조건인 거다.”
   
   신지호 “386은 전두환 정권이 만든 것 아닌가. 1980년 광주를 겪으며 급성장한 거다. 그러다 노무현 정권 시기에 허리 역할을 하다 폐족이 됐는데 그걸 다시 살려낸 게 박근혜 정권이다.”
   
   주대환 “그렇게 생각 안 한다. 정치적으로만 보면 그럴 수 있겠지만, 386은 사라진 게 아니었다. 폐족이라곤 했지만 외국으로 추방된 것도 아니고 건재하고 있었다. 시간적인 흐름상, 이들이 50대가 되면서 자연히 사회 각계각층에서 권력을 잡는 전성기를 맞았다고 본다. 정치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힘을 쓰는 시기인 거다. 박근혜 때문에 온 게 아니라 자연적으로 그런 시기가 됐단 얘기다.”
   
   
   “세계사적 보편성 가진 진보가 나와야”
   
   신지호 “386은 시간이 지나면 퇴장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하면 순조롭게 퇴진하느냐의 문제다. 새로운 대안이 나와야 한다. 기존 보수에서 나오긴 현실적으로 힘들다. 박근혜 정권이 만든 ‘유랑 보수’와 문재인 정권이 만든 ‘유랑 진보’의 연대가 실마리가 되지 않을까. 한국적 진보가 아니라 세계사적 보편성을 지닌 진보가 형성되어야 된다.”
   
   주대환 “돌아보면 세계사의 시간표와 한국사의 시간표가 달랐다. 그것이 불행이었다. 광주민주화운동이 있었고, 그 충격으로 스물한두 살짜리들 머리에 컴퓨터의 기본시스템부터 잘못 깔렸다. 일제강점기에 심어진 잔뿌리들이 광주민주화운동 이후 번성했는데, 너무 엉뚱한 시기인 지금 꽃이 핀 거다. 한국 사회의 종양덩어리다. 다른 부분에는 피가 통하고 활력이 도는데 이들이 차지한 부분만 암세포처럼 뭉쳐져 한국 사회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 이제 그 세대가 스스로 철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한편으론 빨리 다음 세대에 넘겨줘야 한다. 후안무치하게도 권력과 일자리, 사회적 자원들을 독점하려고 하지 않나. 독립운동 시기에 싹터 뒤늦게 개화한 이 풀이 져버려야 발전한 자본주의 나라, 선진국에 걸맞은 사상적 지형이 만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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